▲ 차흥도 목사 / 김형국 목사

충북연회 재판위원회(현상기 1반장)가 성소수자 축제에서 축복식을 거행한 차흥도 목사(농민교회)와 김형국 목사(화양교회)에게 24일 출교를 선고했다. 이동환 목사(경기연회 영광제일교회), 남재영 목사(남부연회 빈들공동체), 윤여군 목사(중부연회 남산교회)에 이어 감리회에서 성소수자 축복을 이유로 출교당한 목사는 5명으로 늘었다. 더구나 차흥도 목사와 김형국 목사에 대해선 지난 18일 재판을 시작한 이래 다음 심리를 열어 공방을 펼칠 기회나 결심 예고도 없이 6일 만에 서류로 출교를 통보해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단호함마저 드러냈다.

재판위는 두 목사의 출교를 선고하면서 '기감충일 2024-01 동성애찬성동조사건' 판결문에 “피고소인들은 자신들과도 무관하지 아니한 이동환 목사에 대한 재판을 감리교회의 영적 정체성과 그리스도의 거룩한 성체임을 스스로 부정한 현대판 마녀사냥 재판으로 폄하한 점, 법정 태도 및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회개하기는커녕 교리와장정 3조 8항이 종국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폐지 운동을 하겠다고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출교에 처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차, 김 두 목회자가 ▲고소장을 송달받지 못한 점 ▲진술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점 ▲고소인의 구체적 피해가 없는 점 ▲이 사건 범과는 고발 대상이 되는 범과가 아닌 점 ▲대면권고절차가 없는 점 ▲화해 조정 후 기소 기간이 지난 점 등의 절차적 하자를 근거로 들며 심사위원회의 기소가 불법임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위는 “고소장 송달 의무 규정이 없다” “권면서를 송달받았고 화해조정과 심사기일에 출석해 고소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므로 심시기일에 출석하여 진술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절차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권면서 받은 날부터 기소 결정일까지 상당한 기간이므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었다” “마약, 도박도 직접 피해자가 있는 범과가 아니다” “장정에 대면권고절차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고소인들이 권면서를 첨부해서 고소했다”, “장정이 정한 고발기간은 훈시조항일 뿐이다” 등의 이유를 들어 고소인들의 절차적 하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하단에 판결문 전문 참조]

피고소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차흥도 목사는 “저는 출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어 이 재판의 절차적 하자를 재차 지적하고 “마치 군사독재 시대에 검사의 기소장이 재판관의 판결문에 토씨 하나도 바뀌지 않은 채 실린 것처럼 고소인들의 주장이 그대로 기소장에 실리고, 또 그것이 그대로 판결문에 실리는 이상한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 번 재판이 이미 시작 전에 판결이 정해진 정치적 판결임을 강조했다.

이어 차목사는 “의사는 상대가 누구이건 간에 관계없이 치료를 해주는데, 목사는 누군가를 차별하여 그를 보듬어주고 그를 위해 기도를 하면 안 되는가?”고 묻고는 “치료가 의사의 의무이자 권리이듯 사람을 사랑하고 기도하는 것은 목사의 의무이고 권리”라고 일갈했다.(참조 기사 : "저는 출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김형국 목사도 충북연회 재판위원회의 판결에 대해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에 강력히 불복한다”고 천명하고 “재판의 공정성,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신학적 논의의 자유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결정이 내려졌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참조기사 : 출교판결에 대한 입장문) 

두 목회자에 대한 충북연회 재판위원회의 출교 판결이 나자 이 판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먼저 한 교회사가이자 역사학자라고 자신을 칭한 필명 <얇은돌>은 출교당한 5인 목회자를 “감리교회의 제도적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이 땅의 그늘지고 낮은 자리와 농촌교회를 섬기며 한결같은 선교와 목회를 감당해 오신 선한 목회자들”이라고 돌아보면서 “이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해도 모자랄 상황에 그들에게 이토록 참담한 박해와 모욕적 폭거를 일삼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 중부연회, 충북연회의 부당하고도 폭력적인 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조기사 :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역사에 죄를 짓지 말라)

출교당한 이동환 목사를 오랫동안 응원해 온 <성소수자 환대 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는 재판개시 6일 만에 선고까지 해버린 충북연회 재판위원회의 행태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죄악 된 마음을 남김없이 드러내면서도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포장하던 위선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는 증오의 맨 얼굴을 마주했기 때문이고, 감리회원들이 교리와장정을 통해 준수하고자 했던 공평과 정의의 원칙을 무력화 한 재판위의 무도함에 실망했기 때문이며, 하나님의 차별 없는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목회자의 거룩한 행보를 공포와 폭력으로 막을 수 있다고 믿는 흉포함이 그리스도인의 손으로 연달아 자행되었기 때문”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징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참조기사 : 김형국, 차흥도 목사 출교 ‘서면통보’에 부쳐) 

피고발인들을 변호해 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소수자인권위원회도 28일 성명을 내고 “이 사건 출교 판결은 기본적인 절차부터 지켜지지 않은 채 이뤄졌다. 두 목사는 본인들에 대한 고소장조차 송달받지 못한 채 재판에 임해야 했다. 김형국 목사에 대한 심사기일 통지서의 송달이 지연되었고, 그로 인해 김형국 목사는 본인에 대한 심사위원회에 출석하지 못했다. 애초에 고소권자가 아닌 자들에 의한 고소가 마치 적법한 것처럼 둔갑하여 접수되었고, 마태복음 18장 15절 내지 17절 말씀에 따른 대면권고조차 이행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절차상의 하자이자 두 목사의 기초적인 방어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이 사건 출교판결의 부당함을 증명한다. 무엇보다 형사재판을 준용하는 교회재판에서 기일도 없이 서류만으로 판결을 내린 것은 그 자체로 법률과 교리와 장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재판절차가 위법했음을 거듭 지적했다. 

민변은 또 서울남연회 심사위원회가 같은 이유로 고발당한 박경양 목사를 지난 1월 8일 불기소 처분하고 서울연회 심사위원회가 홍보연 목사를 지난해 11월 절차상 하자에 의한 각하처분한 사실을 적시하며 “이처럼 감리회 내부에서조차 통일된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 상황은, 이 사건 출교판결의 명백한 절차적 하자, 실체적 하자를 더이상 스스로도 정당화할 명분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일갈했다. (참조기사 : 사라질 것은 두 목사가 아니라 혐오라는 악령이다)

이 외에도 <전국퀴어문화축제연대>가 “성소수자 곁에서 복음을 실천한 것이 출교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전국퀴어문화축제연대는 같은 이유로 계속되는 출교 처분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한국 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라는 단체는 “절차적 하자까지 만들며 출교를 강행하는 것은, 결국 이번 출교에 합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을 방증할 뿐”이라며 “감리회는 가장 작은 자와 먹고 마시었던 예수의 정신을 기억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 외에 다수의 감리회 밖 언론들이 성소수자 축복식을 거행한 5인의 목회자를 출교시킨 감리회의 결정을 비중있게 다루며 ‘적절성과 공정성 논란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편 앞서 출교당했던 이동환 목사와 남재영 목사는 사회법정에서 출교무효소송을 진행중이고 윤여군 목사는 총회재판위원회(2반장 문병하 목사)에 상소해 지난 25일 첫 심리가 열렸다. 

▲ 이동환 목사 등 동료 목회자들이 15일 총회재판위원회에 출석하는 윤여군 목사를 응원하고 있다.

▲ 윤여군 목사의 총회 상소심이 지난 25일 감리회본부교회에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