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작은 교회는 OO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려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작은 교회는 행복입니다’라는 제목을 잡았습니다.

왠지 ‘작은 교회’라는 단어가 ‘아닙니다’라는 부정적인 단어와 결합하여 전체적으로 부정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작은 교회는 저주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을 생각했었는데 물론 내용이 부정의 부정, 즉 긍정이기는 하지만 이 표현은 부정적인 차원을 넘어서 극도의 혐오까지도 들게 하는 문장으로 느껴집니다.

이렇게 제목을 생각하면서 나 역시도 작은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듭니다. 하긴 한국에서 작은 교회 목회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주이거나 불행한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힘들기는 하겠지만 행복한 요소가 더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교회라는 주제를 좀 더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합니다.

▲ 농촌봉사 현장에서 교인들과 함께

작은 교회가 행복하다는 명제는 조금만 생각을 뒤집어보면 동의할 수 있습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큰교회, 대형교회를 지향하면서 대형교회의 목사가 되고픈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들 열심히 교회성장 세미나에 찾아다니나 봅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신학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잠시 교육전도사 생활을 쉴 기회가 있어서 중대형교회에 찾아다니며 주일예배를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 관심도 없고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예배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설교자가 ‘옆 사람과 인사하라’고 하면 정말 어색하고 불편합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몇 천 명의 성도가 다니는 교회는 담임자가 교인들을 일일이 알 수 없습니다. 거리에서 교인이 인사를 하는데 받기는 받지만 교인인지 아닌지, 어디서 만난 사람인지 헷갈린다는 말을 하는 대형교회 목사의 이야기도 들어보았습니다. 성도가 성도를 모르고 목사가 교인을 모르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교회가 아닐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교회는 행복입니다. 모두들 대형교회, 큰 교회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작은 교회는 정말 저주일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큰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작은 교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돈도 많고 사람도 많은 큰 교회이지만 흉내도 낼 수 없는 일을 작은 교회는 할 수 있습니다. 좋은만남교회가 작은 교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본래적 예배의 구성은 1부가 말씀의 예전이고 2부가 세례자들이 참여하는 성찬의 예전입니다. 아직도 가톨릭에서는 매번 미사마다 성만찬을 거행하지만 개신교회는 이런 점이 부족합니다. 감리교회의 경우 존 웨슬리가 예배의 성만찬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감리교회는 성만찬을 의미 있게 진행하지 못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대형교회는 인원이 많아 매주일 성찬을 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경우도 별로 없고 부활주일과 성탄절에나 겨우 합니다.

그러나 작은 교회는 매주일 성찬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좋은만남교회도 매주일 성찬을 거행합니다. 20여명 남짓 참여하는 성찬식이고 순서도 조금 손을 봐서 하면 어려울 것도 없고 많은 시간을 소유할 이유도 없습니다. 지속적으로 했더니 교인들도 익숙해져 요즘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성찬식이 예배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면 성찬식을 통해 예배의 회복을 맛볼 수 있는 작은 교회는 분명히 행복한 교회입니다.

우리교회 예배의 특징 중 하나는 예배 끝부분에 교인들끼리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배에는 ‘성도의 교제’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교회가 그냥 옆에 앉은 사람과 인사하라고 하고 광고나 하면서 성도의 교제 시간을 때웁니다. 하긴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그 많은 사람이 일일이 인사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합니다. 그러나 작은 교회니까 할 수 있습니다. 교인도 그리 많지 않고 또 서로에 대해서 깊은 인간적 유대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일이 눈 맞추면서 악수하고 포옹합니다. 이런 교제를 통해 진정 살아있는 예배를 체험하게 됩니다.

작은 교회는 이동이 자유롭습니다. 작년에 큰 맘을 먹고 15인승 중고승합차를 한 대 장만했습니다. 15인승이면 교회식구들이 다 탈 수 있습니다. 좋은만남교회는 일 년에 너 댓 번은 함께 움직여 야외로 나가 예배를 드립니다. 아침 일찍 모여 예배를 드리고 야외 할동을 하러 나갑니다. 혹은 일찍 나서서 다른 교회에 방문하거나 야외에서 우리끼리 조촐한 예배모임을 갖습니다. 봄에 야외예배를 가고 가을 농번기에는 농촌선교주일에 맞춰 농촌봉사활동을 나섭니다. 그동안 야외예배를 빙자(?)해 제천, 강화, 인제까지 나섰습니다.

겨울에도 겨울야행(野行)이라는 주제로 교회 가족들과 길을 나섭니다. 가을에 단풍이 예쁘다면 단풍놀이를 가서 아름다운 자연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찬양하기도 합니다. 연휴가 있다면 야외예배를 조금 멀리 계획하기도 합니다. 작년 5월 연휴에는 2박3일로 해남까지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평화통일공동기도주일이 되면 우리 교회는 김포 애기봉 전망대, 옛 철원교회터, 임진각, 파주 통일동산 등 분단의 현장을 방문하여 평화통일 기원예배를 드립니다.

▲ 해남의 봄길교회를 방문하고

다음주일 오후에는 뒷산에 청소하러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남들이 보면 교회가 맨날 놀러만 다닌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큰 교회는 감히 흉내도 못 낼 작은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일정 맞추고 함께 참석하지 목사는 사람들 챙기고 어쩌고 하다보면 결국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고 맙니다.

교회의 민주화가 화두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민주주의가 단순한 다수결의 원칙은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서로 간에 충분한 의사교류와 협의, 그리고 타협을 우선으로 합니다. 사실 다수결은 최후의 선택이지요. 그런데 교회에서 실천할 수 있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고작 일 년에 한 번 있는 당회 정도입니다. 큰 교회의 경우에는 대부분 기획위원회나 운영위원회가 모든 일을 결정합니다. 당회에서 개인이 의견을 제안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요즘 개신교회가 겪는 많은 문제가 여기서 발생합니다.

좋은 만남교회는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전교인회의를 원칙으로 합니다. 새신자도 있고 하니 전적으로 오픈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만 가급적 모든 교인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교회의 일이나 정책, 사업 등을 논의합니다. 최대한 모든 사람의 의견을 묻고 함께 논의하여 결정합니다. 그래서 일의 결정도 쉽고 집행도 쉽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합의하여 결정한 것이기에 협력도 잘됩니다.


작은 교회에게는 작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특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이밖에도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교회 목회가 그렇게 좋으면 죽을 때까지 작은 교회 목회나 하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히 작은 교회에는 교인들 사이에, 그리고 목회자와 교인들 사이에 친밀하고 정감 있는 직접적 교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주변에 굳이 열두 제자를 세웠던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작은 교회 목회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작은 교회는 저주가 아닙니다. 범사에 감사할 줄 알면 작은 교회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