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24일에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저와 함께 졸업한 동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 여러 분들이 돌아가고 숙소를 겸한 찜질방으로 갔습니다. 넓은 찜질방에는 방이 여럿이었고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한 방을 차지하고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기독교회로서 정치에 대한 이해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일곱 명의 동기들이 시원한 방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는데, 제가 나누어 드린 책 두 권 - ‘성경해석 잘해야 부흥이 보인다’, ‘성경적 구원론과 교회 건설’-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속죄와 견인에 대한 생각을 간단하게 밝히고 개혁주의의 구원론에 입각한 몇 가지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저의 입장에 대한 설명이 나름대로 충분히 이루어졌고 몇 가지의 질문에 대한 제 생각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참 감사하고도 놀랍게도 직접적으로 대화를 하니 거의가 제 말을 이해하고 수긍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전에 썼던 글들을 단편적으로 읽을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고 수긍하기 힘들었던 부분들이 이해되고 수긍된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견인론에 앞선 주제는 효력있는 부르심으로서 불가항력적인 은혜입니다.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사람을 그의 일생 중에 반드시 거듭나게 하는 역사를 행하여서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신다는 것입니다. 거듭남의 내용은 성령께서 그 마음을 열어 복음을 청종하게 하시는 것입니다. 그 역사 안에서 당사자가 믿어 죄사함을 얻고 의롭다함을 받으며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구원을 얻습니다. 견인은 이러한 불가항력적인 은혜를 받은 사람이 전제로 이야기되는 신학적 주제입니다. 하나님께서 그 사람을 영원한 구원에 이르도록 하시기 위하여 행하시는 역사에 대한 것입니다.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롬 8:38-39).
“첫날부터 이제까지 너희가 복음에서 너희가 교제함을 인함이라 너희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가 확신하노라”(빌 1:5-6).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저희를 알며 저희는 나를 따르느니라 내가 저희에게 영생을 주노니 영원히 멸망치 아니할 터이요 또 저희를 내 손에서 빼앗을 자가 없느니라”(요 10:27-28).

“옳도다 저희는 믿지 아니하므로 꺾이우고 너는 믿으므로 섰느니라 높은 마음을 품지 말고 도리어 두려워하라 하나님이 원 가지들도 아끼지 아니하셨은즉 너도 아끼지 아니하시리라 그러므로 하나님의 인자와 엄위를 보라 넘어지는 자들에게는 엄위가 있으니 너희가 만일 하나님의 인자에 거하면 그 인자가 너희에게 있으리라 그렇지 않으면 너도 찍히는 바 되리라”(롬 11:20-22).
“아들 디모데야 내가 네게 이 경계로써 명하노니 전에 너를 지도한 예언을 따라 그것으로 선한 싸움을 싸우며 믿음과 착한 양심을 가지라 어떤 이들이 이 양심을 버렸고 그 믿음에 관하여는 파선하였느니라”(딤전 1:18-19).

앞의 세 구절과 뒤의 두 구절은 표면적으로는 견인에 대한 내용이 정반대입니다. 그렇지만 양자는 모두 동등한 권위를 가진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어떤 내용이 다른 내용에 의해 그 뜻하는 바가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종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또한 견인에 대한 가르침에 있어서 아무런 모순이 없습니다. 분명히 표면적으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뜻하는 바에 있어서 아무런 모순이 없다는 것입니다. 바른 성경 해석의 원리를 따라 해석하면 그 결과가 조금도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표면적으로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는 본문들을 바르게 이해함에 있어서 꼭 기억하여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생이 아니시니 식언치 않으시고 인자가 아니시니 후회가 없으시도다 어찌 그 말씀하신 바를 행치 않으시며 하신 말씀을 실행치 않으시랴”(민 23:19). 하나님께서는 행하지 않을 일을 행할 것처럼 말씀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입니다. 말씀하신 바에 대해서는 반드시 실행하신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뒷부분의 롬 11:20-22을 살피면 ‘믿음으로 선 너’- 정확하게는 너희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믿음으로 선 너희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불가항력적인 은혜로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님의 인자에 거하면 하나님의 인자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찍히는 바가 되리라고 하십니다. 그 당대에 유대인들 가운데 하나님의 인자에 거하지 않은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아끼지 아니하셨는데, 믿음으로 선 너희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자에 거하느냐 아니면 인자에 거하지 않느냐는 전적으로 믿음으로 선 너희의 몫입니다. 하나님께서 절대적으로 인자에 거하게 하지 않으시면 반면에 인자에 거하지 않도록 하시지도 않으십니다. 이 구절은 앞 뒤 그 어디에도 가라지를 대입할 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본문 자체도 ‘믿음으로 선 너희’라고 그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라지는 ‘믿음으로 선 너희’에는 절대로 해당되지 않으며 해당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알곡은 인자에 거하여 하나님의 인자하심의 은혜를 누리고 인자에 거하지 않는 경우는 가라지라고 주장하는 것은 본문에 인간의 교리를 삽입하여 본문을 왜곡시키는 것이 분명합니다.

딤전 1:18-19은 디모데에게 가지라고 권고한 바로 그 믿음에서 파선하였고 바로 그 착한 양심을 버렸던 이들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르게 이해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아주 명백합니다. 만약 하나님에 의해 믿음이 절대적으로 보호를 받고 보장된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내용입니다. 일반적으로 개혁주의에서는 결과론적으로 말하기를 믿음을 저버렸거나 그 행실이 아주 잘못된 어떤 사람들은 원래부터 거듭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거듭나지 못하였지만 한 교회의 일원으로 생활하다가 믿음을 저버리거나 그 행실이 아주 잘못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이들이 모두 거듭나지 못하였던 것이라고 함은 전혀 별개입니다. 디모데에게 가지라고 권고한 바로 그 믿음에서 파선하였고 그 착한 양심을 버렸다는 것은 디모데와 똑같이 거듭났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견인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은 거의가 불가항력적인 은혜를 입은 사람들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자의 말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롬 8:38-39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거듭나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것만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말씀하고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 “나의 계명을 가지고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 나를 사랑하는 자는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요 나도 그를 사랑하여 그에게 나를 나타내리라”(요 14:21)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의 하나님의 사랑은 예수님의 계명을 지키는 자를 예수님을 사랑하는 자로 정하시고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곧 하나님 편에서의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라 하나님과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신자가 서로 교제가 이루어지는 사랑입니다. 그러한 사랑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끊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앞에 언급한 롬 11:20-22에서 말씀하는 바와 연결시키면 하나님의 인자 안에 거하면 그 인자에게 믿음으로 선 너희에게 있다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설명한 것입니다.

빌 1:5-6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경우에 앞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서 뒤 내용만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성경의 가르침을 오해하게 하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교회가 첫날부터 이제까지 복음에서 교제한다는 것은 주님의 계명을 지키면서 다른 지체들이 그 삶을 이루도록 섬기며 생활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사랑 안에서 서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전제하고서 바울 사도는 그들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하나님께서 마지막 때까지 이루실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빌립보 교회로 하여금 흔들림이나 두려움이 없이 지속적으로 복음에서 교제하도록 하는 하늘의 은혜인 것입니다. 이 또한 롬 11:20-22에서 믿음으로 선 너희가 하나님의 인자에 거하여서 그분의 인자하심을 누리는 것과 동일한 내용입니다.

요 10:27-28도 동일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28절만을 언급하면서 그 문자대로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성경의 가르침을 오해하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27절에서 중요한 부분은 동사인데, 그 시제가 모두 현재형입니다. 그러므로 현재적으로 주님의 음성을 듣고 현재적으로 주님과 교제하며 현재적으로 주님을 따르는 것을 전제하고서 절대적인 견인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 또한 하나님의 인자에 거하여서 하나님의 절대적인 인자하심을 누리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제까지의 설명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하나님의 견인 자체가 없다거나 절대적인 견인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절대적인 견인은 우리 편에서 하나님의 인자하심 안에 거하는 것이 전제될 때에 주어지는 하나님의 약속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인자하심 안에 거한다는 것은 믿음으로 산다는 것입니다. 믿음이 예수님- 또는 하나님-을 영접하고 그분을 의지하는 것이기에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영접하고 그분을 의지하며 산다는 것입니다. 의지한다는 것은 그분을 주인으로 한 종으로서 주인의 뜻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곧 순종한다는 것입니다.

이 땅의 어떤 신자도,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어떤 신자라도 하나님의 말씀의 어떤 부분을 없앨 권세나 자격은 없습니다. 어떤 한 부분만을 성경 전체의 가르침인 것처럼 해서도 안됩니다. 그것은 명백하게 범죄 행위입니다. 당사자가 의도하였든지 의도하지 않았든지 간에. 그러므로 신자는 사람의 생각을 따라서 성경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고 그것을 따르지 않도록 늘 깨어 있어야만 합니다. 맡겨진 하나님 나라의 일의 특성상 목사는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개혁주의 구원론에서는 성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행실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거룩함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한다고 하면서 에서를 뒤이어 언급하고서 신자들이 그와 같은 망령된 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기술하였습니다(히 12:14-17). 그렇다면 주를 보지 못한다는 말씀이 영원한 구원에 대한 기술이라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저의 입장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동시에 견인에 있어서 하나님께서 절대적으로 보호하시어 거듭나면 반드시 영원한 구원을 얻도록 하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이라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영원한 구원을 얻지 못하는 모든 경우에 대해서는 원래 거듭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원래 거듭나지 못한 사람만이 아니라 명백하게 거듭난 사람들인데도 영원한 구원을 얻지 못하는 내용들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성화에 대한 가르침이 바르기에 견인에 대한 주장도 옳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리는 언제나 성경의 가르침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합니다. 성경의 가르침도 그 주제에 관한 어느 한 부분만을 근거로 삼아서는 되지 않고 전부를 바르게 해석하고서 그 결과를 교리로 삼아야 합니다. 성경 전체의 가르침에 의하면 견인은 무조건적이지 않고 조건적입니다.

개혁주의에서 성화가 신자 자신의 자기 의나 공로가 아닌 것과 똑같이 견인이 조건적이라는 제 입장은 인간의 자기 의나 공로 사상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않고 바르게 받아 맺는 열매이기에 전적인 은혜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견인이 조건적이라고 하면 즉각적으로 어느 정도이어야 하느냐는 기준에 관심을 기울이며 답변을 요구합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만홀히 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진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갈 6:7-8). 어느 정도이냐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은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신자의 전 생애에 대한 최종 판결을 하시는데, 자기 육체를 위하여 심었다고 판결되면 영생과 반대되는 썩어진 것을 거두게 됩니다. 하나님은 식언하지 않으시기에 결코 있을 수 없는 경우를 이야기하며 그분의 자녀들인 신자를 대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에 의해 절대적으로 견인된다면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어 그로부터 썩어진 것을 거둔다는 경우는 결코 없을 것이기에 애초에 이러한 내용이 기록되지 않도록 하셨을 것입니다. 성령을 위하여 심었다는 것도 어느 정도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은 없습니다. 신자 안의 성령께서 육신의 소욕을 거스리는 역사를 행할 때에 자기를 쳐서 복종케 하고자 하는 중심을 가지고 자신을 드리는 삶을 살면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그 인격과 삶에서 체험하면서 그분과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 수준의 완전한 삶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구원의 확신은 거듭남과 현재적으로 그분을 의지함에 근거하여 가능합니다. 거듭났기에 이미 구원을 얻었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구원의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만약 영원한 구원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님 안에서 스스로를 세우는 계기로 삼으면 됩니다. 하나님의 아버지 되심을 고의로 거부하는 믿음을 저버림 곧 배교가 아니라면 우리의 전 생애는 언제나 회개를 통하여 회복될 수 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함으로 인해 과도하게 스스로를 옭매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평가함에 있어서 기준이 잘못되었거나 너무 높아서 영원한 구원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하게 한다는 말씀 안에서 자유를 누릴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동기회에서 제 입장에서 나름대로의 소망을 보게 되었습니다. 교리를 앞세워 성경 본문의 가르침을 결정하려고 해서는 되지 않는다고 하는 생각을 확인하였기 때문입니다. 성경 본문의 가르침을 따라 교리를 결정하여야 하며 그 가르침에 근거하여 볼 때에 잘못된 교리라면 교리를 바꾸어야 한다는 입장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금은 조그마한 불씨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계속 지피면 겉으로는 ‘오직 성경으로’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오직 교리로’의 얼음덩이를 녹일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 하나님의 역사에 나름대로 주어진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면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며 감사와 기쁨의 제목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고 싶은 바는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해석하고 그 원리를 이 시대에 적용하면 진보로 구분되는 분들이 사회 구조나 생활과 관련하여 주장하는 바와 거의 일치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성경관에 있어서 보수이면서 구체적인 삶에 있어서는 주장하는 바가 진보에 해당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