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문제에 웬 사설이 그리 많은가?


똑 같은 하나의 사안을 보고도 몇 가지 의견으로 갈립니다.
이번에 감독회장 직인이 사라진 것을 보고도 그렇습니다.

1.본부 측:
“K측 목사들이 왔다 간 후 감독회장 명패와 직인이 사라졌다. 그들 중 두 명이 감독회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장면과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언가 꺼내 보이는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을 증거물로 하여 경찰에 고발하였다”

2.KD를 열렬히 지지하는 이들:
a:“감독회장 직인을 분실한 본부직원(행정실장 등)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b.“KD측 목사들이 훔쳐갔다는 증거가 있느냐? 사람을 함부로 도둑으로 몰면 안 된다.”
c.“본부측의 자작극일 수도 있다”

3.대부분의 사람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루 속히 수사하여 일벌백계하라”

될 수 있는 대로 이곳에 글을 쓰지 않으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데 드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며, 혹시라도 글 한 줄이라도 잘 못써서 감리교회에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자제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에 대하여는 저도 한 마디 거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유게시판을 열었습니다.

무엇이 그리 복잡합니까?
문제는 단순한 것입니다. 누군가가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직인을 훔쳐간 것입니다.
문제해결도 간단합니다. 경찰에 신고하였으니 그 수사의 결과를 지켜보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하여서는 신앙양심과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단순한 사건에 대하여 웬 논리가 그렇게 많은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미 숨이 끊어진 시체를 앞에 두고, “죽었다” “죽었지만 다시 살아날 것이다.” “아니다. 죽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죽은 척 하라’고 해서 숨만 안 쉬는 것 뿐이다”며 옥신각신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심장에 청진기 대 보고, 코로 숨을 쉬나 안 쉬나 귀를 대 보면 아는 것인데 그런 것은 하지 않고 서로 말싸움 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란 말입니다.

조금 기다리면 수사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누군가 훔쳐 간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 사람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이 날지, 아니면 ‘누군가의 사주’에 의하여, 즉 배후에 누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날는지는 아직 우리가 판단할 수 없겠습니다.

그러나 어쨌건 범인은 잡힐 것입니다. 그런 후에 예견되는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1.범인과 가까운 사람들:“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순간 뭔가 착각을 한 것 같다. 그러니 관용을 베풀자”
2.사리판단이 분명치 못한 사람들:“나는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3.무슨 일 있을 때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용서하자’며 김 빼는 사람들:“우리 모두 다 죄인 아니냐? 죄 없는 사람이 돌을 던져라”
4.대다수의 사람들:“감리교회의 질서를 어지럽혔으며, 시정잡배만도 못한 일을 저질렀으니, 직임 박탈, 출교 등의 제재조치를 하여야 한다”

우리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이번 ‘직인절취(또는 분실)사건’으로 인하여 또 한 번 유린당하였습니다. 이게 어디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수사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수습을 확실하게 하기를 기대합니다. 누구들 말대로 본부의 자작극이라면 책임 당사자들을 본부에서 쫓아낼 뿐 아니라 직임을 박탈해야 합니다. 또는 누군가가 절취해 간 것이 맞으면 그들의 직임을 박탈하고 출교조치를 해야 합니다.
범인이 누구이던 간에 법원에 보내는 ‘탄원서’ 또는 ‘호소문’ 같은 것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것 만들거나 주도하는 사람은 다시 한 번 감리교회의 바로 섬을 방해하는 무리가 될 것입니다.

지난 십 수 년 간, 우리 기독교대한감리회 지도자들이 보여 준 잘못된 타협과 동료의식 같은 것이 오늘의 이 난국에 일조하였다고 저는 믿습니다. 또 지도자들에 대하여 바른 말 하지 못하고, 감리교회(공교회)에 무관심했던 우리들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목사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도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여서 징역살이를 하고 벌금을 물었거나 징역살이를 한 목사들에 대하여 처벌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엄연히 교리와 장정 안에 ‘과실이 있는 목사’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간통혐의와 위증에 관한 일로 700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횡령과 배임혐의로 징역 몇달을 살고 실형 2년6개월에 자격정지 3년을 받은 HD목사는, “감리교회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는 구실로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교회 전도사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죄목으로 징역10개월을 살고 나온 S목사는 6개월간 ‘수찬정지’만 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힘이 센 HD목사와 비슷한 시기에 문제가 되었기에 S목사는 혜택(?)을 본 것이지요.(묻어 간 것입니다) 그 몇 개월 전에는 선교사 Y가 비슷한 문제로 징역형을 받게 되자 즉시 파문한 적이 있습니다. 힘 있는 자와 힘 없는 자에 대한 법의 적용이 이렇게 달랐던 것입니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감리교회의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을 본 많은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이제는 자기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법을 능멸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감독회장직인 도난 사건이 무너진 감리교회의 법질서를 바로 세우고 목회자의 윤리의식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혹시라도 정치적인 타협을 한다거나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생긴다면 감리교회에 더 이상 소망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