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며느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퇴원을 축하해주듯 낙엽이 온몸을 굴리면서 박수를 친다.

나는 개선장군이듯 기상도 늠늠하게

마음속으로 손을 흔들며 다정스레 눈인사를 보낸다.

새로 사는 기분이다.

신기하리만치 그리도 아팠던 허리와 다리는 멀쩡해지고.... 

입원한 다음날, 수술대에 올랐다.

부분마취를 하였기에, 망치질하는 거며

피 닦는 걸 모조리 짐작할 수 있었고

특히 젊은 의사가 내 머리와 어깨를 누르면

다시 망치질 하는 걸 미리 알아차리곤 했다.

그래도 이런 과정이 지나고나면

멀쩡해진다는 걸 알아 아파도 희망이었다.

의사는 하느님이며, 약사여래이기도 하였으니.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첫눈이어서 여기저기서 터지는 환성이 있었지만

내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눈길에서 잘 넘어지는 나에게는 큰 장애이기도 해서... 

같은 병실에 환우가 다섯 명

병명도 제각각이고 물리치료도 제각각

나야 수술도 잘 끝났겠다, 퇴원이 결정되었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그들의 재활치료에 따라나섰다. 

꽃다운 아가씨가 노인의 건강을 도와주고 있는 게 보기 좋다.

이번에 느낀 것은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이고

간병인이나 치료사의 노고가 크다는 걸 확인했다.

그들은 지상의 천사...웃음 잃지 않고 사랑의 손길로 환자를 잡는 그 손은

약손이고 자비의 손이다.   

수술이 끝나자 담당의가 나에게 반남 박씨냐고 묻는다.

항렬을 따져보니 선생이 내 손자뻘이 되어 우린 서로 웃었고

그래서 가까워지는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

어떤 모양이든지 좋은 관계는 좋은 거

이번의 수술은 대만족이다. 

퇴원수속을 끝내고 지하의 다방에서 따끈한 커피를 마셨다.

모든 대상이 새롭고, 모든 풍물이 아름답다. 

아들 며느리는 앞으로 조심하라며

먹을거리를 잔뜩 사놓고 갔다.

내가 마련한 병원비도 도로 돌려주고 저들이 계산했으니

제아무리 부모자식간이라 해도 염치없는 나는

마냥 미안하고 고맙고....그저 나의 불찰이 부끄럽기만 하다.

이제 한번 더 넘어지면 고칠 길이 없다 하니 정말 조심해야 할 일... 

날씨는 차가웠지만 햇살만은 눈부시고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서는 21일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