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예배 오늘과 내일 스케치 3 /

한국적 예배를 위한 워크샵 마지막날인 15일,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대구 등지에서 올라오신 분들을 포함하여,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첫째날, 둘째날에 비해 다소 빡빡한 일정으로 짜여 있어 결국, 예정된 시간보다 40여분 늦게 끝났다.

첫 순서로는 기대를 모았던 예굿이 이끄는 ‘타악으로 드리는 예배’였는데, 이 예배는 민속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독교 예전에 따라 드렸다.
예배 전, 예굿을 이끄는 김지목 목사는 전체적으로 이벤트 성을 띈 찬양예배인 이 예배는 모임-말씀-파송(성만찬은 시간 상 제외하였슴)을 구도로, 민속타악의 흐름은 ‘기경결해(起耕結解)’의 원칙으로 민중들이 향유하였던 민속 문화와 ‘한풀이-신명’의 구도를 지닌 민속 음악을 중심으로 한 예배임을 설명하였고, 이어, 예배 중에 부르는 엇모리로 된 삼성송, 자진모리로 된 오늘의 기도 때의 받는 부분을 연습하고 예배를 시작하였다.

예배의 첫머리는 마음가짐을 다듬는 시간이었는데, 예굿의 장구를 일컫는 안대미 찬양으로 신명나게 시작하여, 예향의 천년만세 연주로 마음을 가다듬은 후, 상쇠인 노수환 님이 비나리 형식으로 자진모리 가락에 실어 주기도문을 드렸다. 이어 회중과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삼성송과 오늘의 기도를 드렸는데, 이 때 회중들은 ‘아하헤~ ~헤 에에헤 에에 예수님을 찬양하라’ ‘어와디야 상사디야’ ‘할렐루야 아멘’ 등으로 받으며 뜨거운 마음으로 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

하늘뜻 나눔으로 이름 붙인 설교시간은 소리창작 팀인 바닥소리의 박은정 님이 판소리 ‘삭개오전’으로 평신도 설교를 하였는데, 민중들의 숟가락 젓가락 다 뺐어가는 삭개오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렸으며, 뽕나무에 올라가 예수를 만나는 대목에선 눈물이 흐르기도 하였다. 늘 일방적인, 그리고 엄숙하고, 일방적이며, 소통을 배제한 설교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울고 웃을 수 있는 해학이 넘치는 이 하늘뜻의 나눔이 새로운 하늘 말씀의 맛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하늘뜻나눔 후에는 파송의 예전이 이어져 예굿의 사물찬양으로, 받은바 은혜를 ‘산 밑으로 내려가자’라는 국악찬송을 통해 새로운 다짐을 하였으며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 담임목사)의 보냄의 말씀과 서로를 향한 축도, 이어진 ‘어우러짐’시간으로 풍물의 가락에 어깨를 들썩이는 가운데 마지막날 예배를 마쳤다.

이론 강좌 마지막 시간은, 국악선교회 예향의 악장인 이태원 님이 ‘예배음악으로서의 국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국악이라는 말에 담겨있는 정치적이고도 제도권적인 개념에 대한 일침을 가하면서, 한반도 전통음악 혹은 민(속)악을 고정음과 유동음 그리고, 장/단 등으로 설명하면서, 저마다 제각기의 소리를 갖고 있어서 결코 어우러질 것 같지 않는 다양한 악기가 어울림의 과정을 통해 내는, 결코 획일적인 것으로 표현될 수 없는 우리 가락을 예배에 도입하기 위해, 교회 회중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국악이 아닌 전통음악을 발굴하면서, 다양한 문장들을 수집하고 작성하면서, ‘국악찬송’이 아닌 ‘찬송가’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강연을 마쳤다.

빡빡한 일정가운데, 질의-응답이 충분하지 못한 점을 감안해 마련한 자유토론 시간에는 그동안 워크샵에 참여해 온 이정훈 목사(성실교회), 김지목 목사(예굿), 조계연 집사(새하늘새땅 음악감독), 이태원 집사(예향 악장)이 패널로 참석하여, 참가자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국악찬송가의 작곡가와 작사가는 반드시 기독인이어야 하는가? 국악예배는 사대주의적, 자본주의적, 반국악적인 기독인들의 반성을 통해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향린교회의 국악찬송도 너무 정제되어 있는 것 같은데, 맺힌부분을 화해시키는 맺고 풀는 것들이 예배 중에 있어야 할 것 같다. 한국적 예배를 위해 교회와 성도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악이라는 말이 아닌 다른 대안은 무엇인가? 등등 짧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질문과 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가 부르고 있는 찬송가에는 이미 비기독인의 것들이 많이 담겨있는데, 건강한 내용을 담은 가사를 만들어 부르는 길을 모색해야 하며, 국악찬양의 형식만을 빌려오는 예배가 아닌 자기정체성을 확인하는 가운데 도입되어야 하는 고민의 부분이 반드시 담겨있어야 하며, 한국적 예배를 위해서 머저 각 교회 풍물패 등 국악팀들을 꾸리면서, 함께 연대해 나가면서 오랜 기간 준비를 해나가야, 수십년 동안 서양음악으로 길러진 그래서 뿌리내리고 있는 현재의 예배에 대한 대안을 제대로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이번 진행된 국악예배 오늘과 내일 워크샵은 90년대 초반 서구문화에 지배당하고 있는 우리의 예배를 갱신하기 위한 고민들이 이어져오다가 한동안 맥이 끊긴 것을 다시금 잇는 중요한 자리였다. 워크샵의 강사로 초빙된 분들의 면모를 보더라도, 80년대를 거쳐 예배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한 국악선교회 예향, 이정훈 목사, 예굿, 이건용 교수 등 어제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내일을 내다보고자 몸부림 치는 이들로 구성되었다.

이 자리를 통해 혼자만의 고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것들을 깨우며,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들이 스며들어 있는 그래서 이식된 것이 아닌 자생적으로 튼튼한 뿌리를 이어가는 예배를 통해 우리가 늘 새롭게 결단할 수 있도록 역동성, 축제성이 가득한 예배를 일구어 가기 위해 끊임없는 소통의 자리로 이어져 예배의 물줄기를 바꾸어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후속 워크샵의 자리를 기대해 본다. (향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