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 장사 없다더니,

견디다 못해 찾아간 서울대병원

예약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나는 여기저기를 구경하는데

서산에 기우는 햇살로 인해

나뭇잎이며 조각이 모두 눈부시었다.

그중에도

금속의 조형 속에 비쳐진 그림자가 그럴 듯 해서

내 그림자를 그 안에 담아 사진을 찍었다.

호텔 로비같은 병원 한쪽에서는 그림전시가 열리고 있다.

내 담당의의 진료가 늦어지는 것을 확인한 나는 

다시 그림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랑)

작가는 홍익대학교 대학원의 김만식 씨

강열한 색감과 힘찬 텃치에 나는 그림에 빠져들고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그 말에 더 느긋해졌다.

 (사랑)

(웃음)

(웃음) 

(사랑)

(몸짓)

(꽃이야기)

그림으로 하여 정신이 순화되어서였던지

진찰이 늦어져도 짜증나지 않고 마감시간에 듣는

X-ray 설명도 짜증스럽지 않았다.

결국 지난날의 사진과 비교하며 의사는 설명을 하는데

복대를 오래 차든가, 아니면 수술하는 방법이 있다 한다.

나는 수술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럴 것이 더 아프고 싶지 않아서...

다음날(15일),

수술을 위한 사전 검사를 마쳤다.

2층 접수에서 입원약정서를 쓰는데

연대지불보증인이 필요하다 한다.

실은 아들 며느리 몰래 혼자 입원하고 수술받고나서

옛이야기하듯 보고나 하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하는 수없이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숨에 달려온 아들은 불만을 털어놓는데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나의 지나친 독립 정신이 아들을 서운케 했나보다.

그래서 핑계로 이루어진 손녀들과의 解逅가 다행이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려는 몸짓이 사랑이란 것을 알아

비록 몸은 아파도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