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근방의 중앙공원은 낙엽으로 소복하다.

그중, 낙엽 하나 집어들어 편지를 쓴다.

실은 나만의 일기였던 것이 어느덧 님께 드리는 편지가 되어

오늘도 사랑을 전하듯 일과를 보고한다.

며칠 있으면 있을 1박2일의 여행을 두고

체력을 단련해야겠기에 중앙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오늘이 일요일이어서 가족이 많은 것 같고

운동하는 어른과 어린이의 모습도 보기 좋다.

호수에 한 쌍의 오리가 한가롭게 떠 다니고

산수유도 터질 듯 한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노란 꽃이 피었을 때가 어제 같더니....벌써 가을도 지나

이제 겨울에 들어섰으니 머지않아 푸른옷을 훌훌 벗고

겨울의 參禪에 들어갈 차비를 할 것이다.

중앙공원을 거니는 사람은 모두 행복해보였다.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눈물지으며 걸었던 일이 있다. 

불확실한 현실이 슬펐고 불안하고 허전했기 때문이었다.

그새 환경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다행이 내 마음도 변해

편안한 오늘을 감사하게 되었으니 다행한 일.

며칠 전에 넘어진 몸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을 알아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런대로 지팡이를 짚고 다니기로 했다. 

자신이 늙은줄을 모르고 살던 어제의 잘못이

이렇게 큰 대가로 되돌아올 줄이야...... 

유난히 붉은 단풍에 혼을 빼앗겨 잠시

돌에 걸터 앉아 한참을 감상하다가 자리를 떴다. 

그리고 아치형의 돌다리를 건너며 카메라를 꺼내려는데

아! 주머니에 없다.

순간, 일어설 때 주머니에서 빠져나간 것만 같아

기뚱기뚱 제자리로 뛰어가니

한 남자 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선생님, 그 카메라...제것인데요."

쉽게 되받은 나는 숨을 고르며 오늘의 행운을 또 한번 감사드렸다.

이 흥분과 감사를 안고 어찌 집으로 돌아가랴.

나는 버스를 타고 김 시인과 자주 갔던 호프집으로 갔다.

돌아오는 밤하늘엔 음력 시월 초닷새의 초승달이 가늘다.

내 앞날도, 내 사랑도

저 하늘이 지켜주었으면 좋겠다고 여기며

이 밤도 

광활한 하늘의 가슴에 안겨 잠들고 싶다고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