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큰 슬픔이 있습니다.”
마태복음 5장 3-12절

지난 8월 10일 주일에 우리 민들레교회에서는 ‘동포를 기억하는 주일예배‘를 드렸다. 로마서 9장 1-5절을 읽고 “나에게는 큰 슬픔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나는 그리스도의 사람으로서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성령으로 움직이는 내 양심도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해 줍니다. 나에게는 큰 슬픔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번민하고 있습니다. 나는 혈육을 같이하는 내 동족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갈지라도 조금도 한이 없겠습니다.(로마서 9장 1-3절)

아아, 오늘도 이땅의 사람들은 ‘굴레 벗은 말처럼 날뛰고 있구나 ’!

금으로 만든 숫송아지의 정체는 무엇인가? 금은 예제 구별없이 금이다.(모르는 사람 없겠지?) 그리고 숫송아지는 그 당시 힘과 생식력의 상징이다. 돈이며 부(富)이며 번식이다.
지금은 숫송아지가 ‘경제’라는 말로 위장 포장되어 있다.
지금 이 세상을 보라. 재계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계는 재계와 야합하고,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섬겨야 할 종교계 역시 거대한 금숫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그 앞에서 굴레 벗은 말처럼 뛰놀고 있다. 잠깐, 굴레 벗은 말들이 뛰노는 놀라운 광경을 본 일이 있는가? (영화같은 데서 더러 봤겠지? 지랄 같지?) 시방 우리가 그러고 있질 않는가.

아아. 나는 자꾸 자꾸 노여움만 늘어가고, 노여움만 앞서고, 그래서 눈물샘만 마르고, 그래서 울 수 없고.....
사도 요한이 묵시로 본 ‘새 하늘과 새 땅’(新天新地)은 이렇다. 

그 위에서 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이전의 하늘과 이전의 땅은 사라지고 바다도 없어졌습니다. 나는 또 거룩한 도성 새 예루살렘이 신랑을 밪을 신부가 단장한 것처럼 차리고 하느님께서 계시는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sprjt을 보았습니다. 그 때 나는 옥좌로부터 울려 나오는 큰 음성을 들었습니다.
“이제 하느님의 집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다. 하느님은 사람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하느님이 되셔서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이다. 이제는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요한묵시록 21장 1-4절)

아아. ‘눈물’이 관건인데, 하느님이 씻어 주시려고 해도 어디 눈물 흘리는 자가 있어야 말이지.
아아. 눈물은 그 자체가 위로인데, 눈물은 스스로 씻어주는 위로와 평화인데......

위로와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꼭 눈물이 필요하다.
눈물은 어디에서 오는가?
눈물은 착한 기억(記憶)에서 나온다.

바벨론 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눈물 흘렸다.
그 언덕 버드나무 가지 위에
우리의 수금 걸어 놓고서.
우리를 잡아 온 그 사람들이
그 곳에서 노래하라 청하였지만.
우리를 끌어 온 그 사람들이
기뻐하라고 졸라대면서
‘한 가락 시온 노래 불러라’고 하였지만
우리 어찌 남의 나라 낯선 땅에서
야훼의 노래를 부르랴!
예루살렘아, 내가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이 말라 버릴 것이다.
네 생각 내 기억에서 잊혀 진다면
내 만일 너보다 더 좋아하는 다른 것이 있다면
내 혀가 입천장에 붙을 것이다 (시편 137편 1-6절)

시방 이 시인은 포로로 잡혀간 바빌론 기슭, 그 강가에 않아 있지 않다. 시방 이 시인은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예루살렘 성전 뜰에 있다. 그런데 이 시인은 기억 속에서 바빌론 기슭, 그 강가에 않아 버드나무 가지 위에 수금 걸어놓고 섧디섧게 울고 있다. 바빌론 기슭 그 언덕 버드나무 가지 위에 걸어 놓았던 그 수금을 켜니 저절로 그 강가에서 울던 광경이 기억나고 그래서 섧게 울면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인은 잊지않기 위하여 이렇게 노래한다.
“예루살렘아,(만일) 내가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이 말라 버릴 것이다. (만일) 네 생각 내 기억에서 잊혀진다면 내 만일 너보다 더 좋아하는 다른 것이 있다면 내 혀가 입천장에 붙을 것이다.”
아아, 이 시인은 꿈에 그리던 예루살렘 성전 뜰에서 바빌론 기슭, 그 강가를 기억하며 ‘시온을 생각하며’ 눈물을 펑펑 쏟으며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선하고 아름다운가!
한번 실험해 보라. 그대의 서러운 세월을 기억하고 그 기슭에 앉아 보라. 잠시 후 그대 또한 섧디섧게 울고 있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그대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이다.

70년전 일본 통치 시절에 청춘으로 살다 간 윤동주 시인을 보아라.

힌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힌 고무신이 거츤발에 걸리우다.

힌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힌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슬픈 족속’전문)

식민지가 되어버린 자기 땅에서 살아가는 슬픈 족속을 보면서 대학교 일학년 짜리 젊은이가 눈물을 흘리며 이 시를 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 어린 청년은 시방 눈물나는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랑스러운 흰 민족’을 기억하며 이 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영원한 우리민족의 구원의 시다. 하느님께서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이다.”

팔복(八福) 윤동주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永遠)히 슬플 것이오.

마태복은 5장 3 -12절에 있는 예수의 팔복(八福) 은 예수 복음의 백미(白眉)요, 요지(要旨)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팔복을 자꾸자꾸 살펴보면 여덟 개의 따로따로의 행복이 아니라 하나의 행복이고, 다만 면(面)이 여덟 개인 팔면영로(八面瑛瓏)의 행복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느 한쪽으로 보아도 여덟 색의 행복이 맑고 밝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시방 잃어버린 자기 땅에서 식민지의 아들로 사는 젊디젊은 윤동주는 슬픔이라는 면으로만 팔면영롱의 보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아아, 다른 쪽 면으로는 결코 볼 수 없나니, 슬퍼하는 사람만 위로와 구원을 받을 수 있지 때문이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청방은 남의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줄 알면서도/ 한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어/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려 가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를/ 하나,둘,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防)은 남의 나라/ 창벆에 밤비가 속살거리는에/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6.3)

육첩방(마루방에 까는 일본식 돗자리(다다미) 6개 깔린 방)에서 홀로 울며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임을 깨달은 윤동주는 우리의 영원한 ‘눈물과 위안’이다. 이제 70을 바라보는 늙은 나이에 막내아들 같기도 하고 손자 같기도 한 젊은 윤동주가 내민 적은 손을 덥석 잡는다.

“윤동주, 그의 시는 진정‘슬픈 족속’의 혈서였다.(정병욱)
아아. 시대와 상황이 매우 달라졌어도 하느님으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 있는 이 땅의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양을 보노라면 ‘슬퍼하는 자’ 되는 것 외에 다른 쪽으로 팔면영롱의 보석을 볼 수 없어라!
나에게는 큰 슬픔이 있습니다........ 나는 혈육을 같이하는 내 동족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갈지라도 조금도 한이 없겠습니다.(성인 바울로)
비옵니다. 금으로 신상을 만든 이 백성 죄를 용서해 주셔야 하겠습니다.만일 용서해 주시지 않으시려거든 당신께서 손수 쓰신 기록에서 제 이름을 지워 주십시오.(하느님의 사람 모세)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슬픈 天命의 시인 윤동주)

내 남은 인생을 사는 동안 늘 슬퍼하면 눈물 흘리게 해 주십시오(북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