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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들판, 박진서님이 민들레이야기에 올린 사진 중에서 |
日日是好日 | 일기장 2008.10.0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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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작가 박진서 |
매일 매일이 좋은 날
그중에도 오늘은 건국기념일인 개천절이라서 좋고
코리안 아쉬람하우스 개원 2주년이라서 더욱 좋은 날
그런 날, 나는 친구를 만나러 청주에 갔다.
그곳에서는 '잃어버린 문명의 유산 세계불가사의 유물전'이 있어
친구도 볼 겸, 좋은 전시를 보고 싶어서 집을 나섰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고속도로는 꽉 막혔고
1시간 반이면 갈 청주를 3시간이나 걸려 도착하였다.
차라리 지루함을 면하려고 눈을 감고 앉았는데
이상도 하다. 방금 생각하고 있던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다니...
며칠 전에, 落果를 보고 나도 저렇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탤런트의 자살소식을 듣고는 내 생각이 잘못됨을 뉘우쳤다.
맛깔스런 백반 점심을 먹고, 유물전을 주최하는 동양일보를 찾았다.
세계의 시각을 알리는 벽시계 밑에 앉은 조철호 회장을 보면서
세계 속의 동양일보를 꿈구고 있는 그의 심중을 읽는다.
이번 전시는 만만치 않다.
1990년 미국 오크라호마에서 발견된 동물의 뼈
미국의 14개 대학과 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
지구에 존재하는 그 어떤 생명체의 DNA와도 일치하지 않아
그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인류역사상 가장 기이한 유물에 속하는 쇠망치는
1934년 미국 택사스에서 발견됐는데, 연대 측정 결과
인류가 존재할 수 없었던 1억4천만년 전, 공룡시대의 유물로 밝혀졌다.
에콰도르에서 발견된 거인의 뼈,
탄소연대측정 결과 수억 년 전으로 추정되며
뼈의 크기를 조합해보면 신장이 무려 7.6m나 된다고 한다.
워낙 전시된 유물이 많은데다가
조명때문에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 찍기는 많이 했으나
신통한 사진이 없다.
티베트에서 발견된 신화 속의 두개골
슈아르 인디언의 수축된 두개골
친구는 벌써 몇 차례나 이 전시를 본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다시 이곳을 오고도, 입장권이며, 도록을 샀다.
명색은 내가 언니이지만(넉달 먼저 태어나서)
현실적으로는 친구가 내 언니노릇을 톡톡이 하는 셈.
고맙고 미안하기 그지 없으니 이를 어찌 할까.
친구는 아직도 직업현장에 있어 나보다 월등 優勢하다.
술 한잔이라도 사려 했으나 그마저도 친구가 지불하고.
그여히 버스표마저 사서 버스를 태워주었으니
오늘은 지갑을 열지 않고 즐기기만 한 하루였다.
내일은 서울에서 만날 일 있어
그때나 나도 사랑을 베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친구여,
오늘 하루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번지는구려.
우린 만나면 뭐 그리 웃을 일이 많던지.
오늘밤 좋은 꿈 꾸고 내일 또 만납시다.
안녕!
심현옥씨집 뜰에서 | 일기장 2008.10.01 20:02
항상 조용했던 심현옥씨집 뜰이 오늘은 달랐다.
손님을 초대하고, 비치파라솔 원탁 테이블에
진수성찬(?)을 차려 놓고는 손님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온다던 손님이 안왔다고 못내 서운해 하지만
나는 그녀가 씌워주는 왕관으로 여왕이 되어
우아한 몸짓을 하며 테이블에 앉았다.
아니, 우리를 부르는 소리 있어 고개를 드니
심현옥씨, 기타를 들고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게 아닌가.
일단 놀랍고 재밌고 우스워 우리는 손뼉치고 좋아했다.
어찌 보면 집시 같고,
어찌 보면 요정 같기도 하고, 영화의 주인공 같아서...
연주곡은 단 두 곡뿐이라는데, 그것도 동요
우리는 웃으며 노래를 불렀다. 절로 펼쳐진 음악회였다.
이웃 공사의 기계음을 덮을만큼 큰소리로.
시문회 합창단 결성(?)을 제안했더니
박완숙씨 자청해서 노래를 부른다. 나설만큼 노래를 잘 부른다.
아무래도 詩文會 연예단을 결성해야겠다.
다음에는 시낭송으로 이어지며
서로 지적하고 격려하며 낭송을 한다.
뜰에 있는 100여 년은 넘었음직한 크나큰 소나무는
심현옥씨의 열정을 알아 푸르르게 지켜주고 있고.
실은 오늘은 심현옥씨 아들의 생일이라는데
客이 즐겁게 지낸 하루였기에, 인사로 심현옥씨의 시를
몇 편 소개할까 한다.
안 부
어떻게 지내시나요
밤이 새도록
별이 내려와 뒹굴던
율목 마을
소쩍새, 초롱이, 접동새
그 붉고 푸르던 노래 기억하시나요
추억은 전부 사막으로 바꾸어
아직 반짝이는
사금을 찾고 있나요
한 컵 가득
노을빛 하늘 따루어
갈증을 나누어 마시던 풀밭에서
우리 모습도 물들어
그렇게 익어가던
진우리 시간들
돌이켜 보면
지독한 몸살처럼
그리움이 들이치네요
지울 수 없다
수첩을 넘기다
그리운 이름을 본다
지향이
정순이
하얀 표정으로 가지런히
올려다보고 있는
전화번호
두 줄
힘겨웠던 삶의 내력 밑에
붉은 울음 한줄 긋는다
어린 자식들과
중천에 걸린 해를 두고
떠나간 비애
차마 지울 수 없어
온몸 풋내나던 날들의 추억
젊은 나의 친구여
언제 다시 통화가 될까
오지 않을 전화를 기다리는
이승의 번호
장미에게
구름이 하늘을 손짓하는 동안
그늘이 마른 땅을 다독이는 동안
훈이가 만든 대문 두드리는 동안
나무가 푸른 가시로 제 몸을 지키는 동안
아름다운 시가 된 장미여
햇살 터트리는 너의 노래여
뒤엉켰던 하루 | 일기장 2008.09.29 21:22
오늘은 월요일
무슨 직장인이라도 되는양 새로운 한주가 새로워
빨리 도착하는 9000번 좌석버스를 탔다.
그런데,
종로에서 버스의 노선이 이상해 기사에게
왜 이리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네, 1주일 전에 노선이 바뀐 것을 모르셨군요."
하긴 변경된 노선때문에 당황하는 승객은 나 말고 또 있었다.
이래서 신통찮은 걸음으로 광교에서 광화문까지
걸을 수밖에 없었던 하루의 시작이 속상했지만
우체통을 만나, 가방의 우편물을 쉽게 발송할 수 있었던 利點이 있어
轉禍爲福, 만사 생각하기 나름 아닌가.
(홍천의 들판)
간호사에게 주려고 들고 나온 큼직한 복숭아마저 짐이듯 무거웠다.
사랑이 헤픈 나도 문제는 문제...
그러지 않아도 요즘 사랑을 숙고하며 사는 중.
사도 바울이 말하듯,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그런 사랑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나는
반성하듯, 각오하듯 고개 떨구며 걷는다.
언젠가는 모두 버리고 떠날 이승
아직도 사랑을 논하는 자신이 대견하지 않은가.
가을하늘의 無心한 구름에 나의 有心을 얹으며
사랑을 그렇게 흘려보내고 그렇게 노래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이왕 나온 김이니 도서관에나 들르자 하고.
친절한 버스기사는 더 빨리 가는 버스를 안내해주어
서울역에서 하차했으나 한참을 기다려도 그 버스는 오지 않는다.
기다리다 못해 아무 버스나 갈아타고 카드를 찍었더니
1700원 요금이 나왔다. 원래 환승은 돈이 찍히지 않는 법인데...
이래서 손해본 교통비를 눈감고
구미도서관에 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어쩌면 좋을까?
이번에는 월요일이면 열람실문이 닫힌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으니
다행이 구내식당은 열려 있어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뒤엉켰던 하루를 저녁의 헬스로 말끔하게 마감했다.
자! 내일은 어떤 하루를 맞이하게 될까?
불확실한 내일에 희망을 거는 건
하늘의 은총과 불보살의 자비를 믿기 때문이다.
더하여 '사랑'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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