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리교 내부에서 위법성을 강하게 지적받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장동주 목사)ⓒ뉴스앤조이 김은석

감리교 감독회장 및 감독선거를 둘러싸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위법성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선관위가 후보자의 심의를 마무리 짓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자 등록을 확정하고 기호 추첨까지 강행한 후 감독회장 후보 김국도 목사의 자격 심사를 총회특별심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선관위의 위법인가 알기위해 감리교 교리와 장정에 기록된 선거법을 살펴보자.

선관위가 유기한 직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직무는 선거법 제 7조에서 △후보자의 자격유무 심의 △선거법 위반 사실 접수 및 파악 후 총회특별심사위원회에 고발 △각 분과위를 통한 선거일정 진행 업무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기록돼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제7조 1항 후보자의 자격유무 심의에 관한 사항은 감리교 장정이 부여한 선관위 고유 업무라고 할 수 있다. 김국도 목사의 명백한 후보자격 미달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심의로 후보자를 걸러내지 않고, 문제되는 후보의 자격을 총회특별심사위원회에 고발한다는 것은 ‘직무유기’이고 ‘책임회피’라는 것이 선관위를 비판하는 세력의 중론이다. 선관위에서 후보자의 결격사유 심의를 담당하는 심의분과위원회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일정 부분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선관위가 ‘직무유기’와 ‘책임회피’ 추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또 다른 조항은 선거법 제9조이다. 선거법 제9조 2항에 보면 ‘후보 결격자에 대한 처리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등록을 취소한다’고 입후보 자격이 없는 자를 처리하는 절차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어찌됐건 간에 후보자 등록을 확정짓기 전, 과거 100만원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명백한 김국도 목사의 후보자격 문제는 선관위의 표결을 통해 처리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표결 그 기한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선관위는 선거법 제9조 2항이 보장하는 절차를 통해 지금이라도 김국도 목사의 후보 등록을 취소시킬 수 있다.

후보 자격? 선관위 책임!

감독회장 후보자격은 선거법 제13조 피선거권 조항에서 분명한 기준이 나와 있다. 제13조 4항은 ‘감독회장은 정회원으로 25년 이상 계속하여 무흠하게 시무한 이’라고 제한하고 있다. 나아가 제13조 6항에 기록된 ‘교회재판법이나 사회재판법에 의하여 처벌받은 사실이 없는 이’라는 내용은 4항에 이어 감독회장의 자격조건을 한층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선거법 제15조에는 입후보자의 등록에 관한 조항이 열거돼 있다. 그 가운데 감독 및 감독회장의 도덕적 자격을 심의하기 위해 후보 등록시 제출해야 할 서류로 10항 ‘범죄경력조회확인서(경찰서장 발행)’ 2통이 명시돼 있다.

일반인이 뗄 수 있는 범죄경력조회서에는 ‘실효된 형’이 포함된 서류와 ‘실효된 형’이 삭제되어 나오는 서류가 있다. 공직선거용 범죄경력조회서는 ‘실효된 형’을 포함 모든 범죄기록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모 의원은 범죄경력이 삭제된 서류를 제출한 것이 드러나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기도 했다.

선관위가 후보자들에게 ‘범죄경력조회확인서’를 요청해야 할 이유는 13조 4항과 6항이 말하는 ‘정회원으로 25년 이상 무흠하게 시무한 이’와 ‘교회재판법이나 사회재판법에 의하여 처벌받은 사실이 없는 이’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선관위는 당연히 후보등록자들에게 ‘지난 25년간 교회재판법이나 사회재판법에 의해 처벌받은 사실 유무가 명명백백히 나와 있는 서류’ 즉, ‘실효된 형’까지 포함된 범죄경력조회확인서를 요청했어야 한다.

그러나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선관위는 후보자들에게 이를 요청하지 않았으며, 모 감독 후보가 ‘실효된 형’이 포함된 서류를 제출하자 이를 반려했다고 한다. 김국도 목사는 감리교 교단지인 <기독교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후보와 똑같은 서류를 냈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2001년 받은 100만 원 벌금형이 포함되지 않은 서류를 제출한 게 분명하다. 선관위 소속 한 위원은 지난 7월 29일 전체회의가 시작되기 전 선관위를 규탄하며 후보자들로부터 ‘실효된 형’이 포함된 범죄경력조회확인서를 다시 제출받으라고 요구하는 목회자들에게 “세상에 자신에게 불리한 서류를 낼 사람이 어디 있냐”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 감리교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장동주 목사)는 올해 초부터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외쳐왔다. 오른쪽은 선관위원장 장동주 목사. ⓒ뉴스앤조이 김은석

이와 같은 선관위의 위법과 명백한 결격사유를 갖고 있는 후보의 감독회장 취임을 막을 수 있는 조항 역시 선거법에 나와 있다.

선거법 제29조에는 “선거관련 고소·고발은 선거관리위원회나, 선거권자 및 피선거권자가 총회 특별심사위원회에 물적 증거를 갖춘 문서로 총회 개시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며 불법적인 선거 결과를 막을 수 있는 길을 총회 개시 전까지 보장하고 있다. 이 조항은 선관위가 김국도 목사의 감독회장 후보 자격에 문제를 제기하는 몇몇 사람으로부터 받은 “김 목사의 100만 원 벌금형에 대한 약식명령서 등을 가지고 총회특별심사위원회에 회부시키겠다”는 결정에 법적인 논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선관위의 위법을 주장하고 무자격 후보의 당선을 바라지 않는 감리교 선거권자들과 피선거권자들에게도 당선자가 결정된 후 한 달 동안 고소·고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조항이다.

또 선거법 제 30조 벌칙(처벌) 조항 6항에는 “당선자가 선거일 현재 피선거권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 발견된 때는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설사 김국도 목사가 선관위의 직무유기와 책임회피 속에 진행된 감독회장 선거에서 당선된다 하더라도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김국도 목사가 2001년 100만원 벌금형을 받은 사실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고, 이는 ‘교회재판법이나 사회재판법으로부터 처벌받은 사실이 없는 이’라는 피선거권 자격요건에 명백히 위배되기 때문이다.

2007년 입법회의에서 신설된 조항 중 선거법 제30조 3항은 선관위원들에게 직무에 대한 책임성을 엄중히 요청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이 제7조(선거관리위원회의 직무) 1또는 2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때에는 각 2년 이상 5년 이하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정지한다”는 이 조항에 따르면, 현재까지 선거법 제7조 1항 ‘후보자의 자격유무를 심의하여 결격사유가 확실한 경우에는 등록을 취소한다’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후보자를 확정한 선관위원들은 앞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잃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