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기독교서회가 발행하는 기독교사상 7월호에 실린 글이다. 발행된지 여러날 지났고, 굳이 원고료를 마다했던지라(당당뉴스의 필자들에게 원고료도 주지 못하면서 글 쬐끔 썼다고 원고료 받기가 그랬다) 뒤늦게나마 전재한다. 강을 다녀온 이후 '교회와세계' '불광' '불교환경연대' '청소년잡지 인디고' 등 몇몇군데 청탁받아 여러 글을 기고했는데 그 중 하나만을 싣는 것이다.

생명의 강 따라 100일 종교인 순례기

▲ 이 사진은 종교인 순례단의 사진을 맡았던 김선희님의 작품을 잘라낸 것이다. 그를 비롯해 여러 지원팀 봉사자들도 종내 100일을 걸었다. ⓒ 김선희

ⓒ 한겨레신문에서

필자는 3년 반 전 난정감리교회 담임목사직을 스스럼없이 내려놓았다. 여러 해 동안 ‘감리교회의 갱신을 위한 목요기도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K교회 K목사, D교회 S목사 등의 부패와 타락을 성토하며 책임지고 목사직을 물러날 것을 요구하면서 교회개혁을 위한 활동을 하였으나 아무리 애를 쓰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별무소용이었다.

특히 두 경우 모두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이 나왔고 ‘사회법으로 벌을 받은 경우 교단장에 의해 직권제소 되도록’ 감리교단의 법을 바꾸어가면서까지 애썼지만 감리교단은 결국 공로가 많다면서 기소유예하거나 솜방망이 징계에 그침으로 교회개혁의 노력에 찬 물을 끼얹고 말았다. 늘 두고두고 안타까운 일이다.

밥상을 차려주어도 어쩌지 못하는 교단의 무능함을 바라보면서, 인터넷에 쓴 글을 이유로한 저들의 명예훼손 고소로 대법원에서 ‘명예훼손’ 부분은 무죄로 확정 받았으면서도 일부 ‘모욕죄’ 파기로 결국 100만원의 벌금형을 받게 된 필자는 그것만으로도 책임을 지겠다고 스스로 목회의 길을 그만두고 만 것이다.

그러다가 ‘당당뉴스’를 운영하면서 3년 반을 열심히 취재하며 편집하며 1인 신문 편집자로 지내오던 중 어느 날 가까운 후배인 기독교환경연대 사무국장인 양재성목사가 100일 종교인 순례에 대한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어디 개신교 목회자 중에 100일을 내려놓을 사람이 있겠냐면서 필자가 나서기로 하였다.

▲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기도 순례 7일째에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를 실감하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을 일을킬 줄 믿는 마음이다. 어느새 서울을 벗어나 팔당대교다. 18일 밤은 양평 양수리 두물머리 농장에서 환대속에 머물고 주민들과 '내게 한반도대운하는 무엇인가?' 주제로 1시간반동안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 이필완

2. 생명평화 100일 종교인 순례단장이라는 완장을 차다

100일 종교인 순례 계획은 빨리빨리 진행되었다. 이 일의 주축으로 나선 분 가운데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스님이 이번에는 기필코 불교 인사가 아닌 개신교 목회자가 ‘단장’으로 나서 줄 것을 제안하였고 이 제안은 이때까지 종교인 순례에 참가키로 확정된 개신교 목회자는 필자뿐이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아니 졸지에 본인이 ‘순례단장’으로 정해졌다.

이후 몇 차례 모임과 의논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순례단의 얼개와 준비가 갖추어졌고 하루 15Km 정도의 느릿느릿 기도 걸음, 출발과 마무리는 명상과 말씀으로 할 것, 특별히 종교인들끼리의 쉬운 어울림을 위해 종교 색채는 가능한 드러내지 않기로 하였다. 출발과 마무리 기도회 때 ‘강을 모시고 서로를 모시는 절’을 하게 된 것은 순례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 진 것이다.

100일 종교인 순례 계획은 빨리빨리 진행되었다. 이 일의 주축으로 나선 분 가운데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스님이 이번에는 기필코 불교 인사가 아닌 개신교 목회자가 ‘단장’으로 나서 줄 것을 제안하였고 이 제안은 이때까지 종교인 순례에 참가키로 확정된 개신교 목회자는 필자뿐이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아니 졸지에 본인이 ‘순례단장’으로 정해졌다.

이후 몇 차례 모임과 의논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순례단의 얼개와 준비가 갖추어졌고 하루 15Km 정도의 느릿느릿 기도 걸음, 출발과 마무리는 명상과 말씀으로 할 것, 특별히 종교인들끼리의 쉬운 어울림을 위해 종교 색채는 가능한 드러내지 않기로 하였다. 출발과 마무리 기도회 때 ‘강을 모시고 서로를 모시는 절’을 하게 된 것은 순례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 진 것이다.

▲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도보순례 8일째는 팔당대교 아래서 시작되었다. 하남 푸른꿈 공동체가 운영하는 고니학교의 실무자들로부터 활동상황을 들었다. 문규현 신부와 두물머리 주민들과 어린이들이 참여한 30여명의 순례단은 금방 60며명으로 불어났다. ⓒ 이필완

그리고 일주일의 하루 목요일에는 빨래와 휴식을 위해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으며 가능한 천막을 치고 생활하기로 하고 매식은 하지 않으며 밥 팀이 모든 식사를 준비하기로 하였다. 지나고 보니 천막생활이 많긴 하였으나 비가오거나 초청을 받은 경우 사찰이나 성당, 교회 등과 마을회관에서 묵은 날도 적지 않았다.

부산 을숙도에 50일 만에 도착하기 까지는 매우 순조로왔고 순례단장으로서 특별히 할 일은 없었다. 첫 20여 일 간은 출발기도회와 마무리 기도회를 직접 인도하기도 했지만 틀이 갖추어진 후에는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 팀에게 맡겨졌고 출발 전 정한대로 그저 방송과 언론사의 인터뷰를 도맡아 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얼굴을 익히는 것을 넘어서 서로의 성격과 부족함을 알게 된 순례 70여일이 지나면서 작고 큰 마찰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종교인과 진행 팀 사이의 갈등도 만만치 않았다. 아마도 함께 자고 뒹굴면서 진행 팀들 사이에선, 종교인들도 알고 보니 별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나보다. 때로는 불신도 생겼고 종교인들 내부에서도 미묘한 갈등이 생겨났으며 때로는 100일 순례가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할 정도였다.

암튼 늘 완장 찬 것이 문제가 되었다. 특히 일부의 진행 팀들에겐 밥하고 천막치는 자발적 봉사와 자질구레한 것까지 지원의 날들이 많아지면서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완장을 차게 되었고 그것은 일반 참가자들의 불쾌한 반응에서도 느껴졌으며 무엇보다도 종교인들을 대하는 저들의 태도로 말미암아 일부 종교인 쪽에서도 불만이 고조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왕왕 기독교 진보운동을 해오면서도 늘 완장 찬 것이 문제되는 몇몇 경우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103일간의 종교인 순례는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마쳤으니 갈등 과정에서의 수습역할을 자임한 단장으로서의 역할도 제법 어지간히 한 모양이다. 위기는 늘 기회로 이어졌고 몇 번의 갈등은 오히려 순례단을 더욱 탄탄하게 묶어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럴수록 이해의 폭은 더욱 넓어졌던 것 같다. 특히 기회 있을 때마다 함께한 족구시합은 역할이 컸다.

▲ 24일은 120여명이 황홀한 여강(남한간의 여주 부분)을 걸었다. 양말벗고 얼음짱 같이 차가운 샛강도 건넜다.ⓒ 이필완

3. 더 이상 대통령이 개신교의 장로라는 이유만으로 머뭇거릴 수 없다

강은 생명의 근원이었다.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파괴는 내 생명을 죽이거나 갉아 먹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평화롭게 흐르는 강을 보면 우리들의 마음도 평화로왔으나 엄청난 모래 채취의 현장이나 심하게 오염되어 냄새나는 강가를 걸을 때에는 우리들의 마음도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작년의 대통령 선거 이후 한반도대운하 사업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찬반 운동이 치열해졌다. 출발 당시만 해도 오히려 찬성 여론이 월등 높았었다. 대통령 취임식과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1월 말 몇몇 종교인이 급히 자리를 같이 했다.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으니 무엇이라도 행동을 하자고 했다.

▲ 2월12일 출발, 김포 애기봉에서 서울을 거쳐 28일 충주에 도착한 [생명의강을 모시는 사람들] 도보순례가 17일째를 맞으면서 자그마치 도합 240여 Km를 걸었다. 26일엔 눈내린 산하를 강 따라 황홀하게 걸었다 ⓒ 이필완

강을 따라 걷는 기도걸음의 순례방식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그리고 영산강에서 금강 거쳐 다시 서울까지 100일을 걷기로 했다. 그동안 불교환경연대에 속한 몇몇 스님들이 이미 그들 만으로의 출발준비를 이미 다 해놓고 있었기 때문에 즉시 출발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100일을 내려놓고 걸을 4개 종단 종교인들을 모우는 데는 시간이 모자랐다. 그러나 더 이상 출발을 미룰 수는 없었다. 여러 시민단체가 너무 날씨가 춥다고 말리고 지역 조직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니 3월로 출발을 미루자고 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여 그냥 떠나기로 하였다.

그날 2월12일의 김포 애기봉은 몹시 추웠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함께 모여 출발을 격려해 주었다. 물론 기자들도 대거 참석하였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에서 사찰과 교회에서 많은 분들이 모여 함께 100일 출정을 위해 함께 걸어주고 성원해 주었다.

첫날의 추위와 고통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무래도 깔판 등의 준비가 부족한 탓이기도 했지만 울퉁불퉁한 밭에 대강대강 천막을 치고 잠든 그날 나름대로 침낭 등으로 무장했지만 몸이 떨리고 발이 시려 아무도 깊이 잠들 수 없었다. 그래도 모여든 기자들의 눈을 의식하면서 춥지 않은 척했으니 지금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온다.

▲ 충주 수주팔봉에서 50여명이 출발한 '생명의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달천 하류를 가까이 느끼고자, 길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길없는 산을 넘고 바위 강변을 악전고투 통과하여 가장 큰 기억을 남겼다. 도대체 운하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이 달천 하류 길을 실제로 걸었다면 여전히 한반도운하를 주장했을까? 창을 부르는 참가자로 작은 음악회를 처음 열었다. ⓒ 이필완

출발 당시 필자는,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는 대통령이 개신교의 장로라는 이유만으로 머뭇거리다가는 아프간 선교사 납치 때와 비교가 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게 될 앞으로의 교회를 우려했다. 교회 안에서 아니 목사의 일원으로 먼저 옳고 그름을 가리고 공의를 밝히고 생명과 평화를 외치는 일에 앞장 서야한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고 세상 사람의 멸망을 원치 않으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일이라고 여긴 것이다.

4. 우리는 왜 생명의 강을 따라 걸었나?

100일 종교인 순례의 목적은 자명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정권에 의해서 강력 추진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여러모로 옳지 않은 일임에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실제와 진실을 너무 모른 채 찬성하고 있으니 사람들의 성찰을 끌어내기 위하여 기도의 걸음을 모아 보자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걸었다. 4대 종교인들의 수행의 방법 중 공통으로 행하는 강 따라 ‘걷기’를 함께 하면서 여러 종교인들과 일반 참가자들이 함께 걸어주었고 틈나는 대로 순례단끼리 또는 주민이나 지역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운하에 대해 토론하고 각계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방송자료를 구해보고 들으면서 운하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리해 갔다.

▲ 생명의 강을 살리기 위한 기도회가 문경새재에서 열렸다. 함박눈이 내리다가 기도회 끝날즈음 멈췄다. 멀리서들 많이 모였다. 7,8십년대 이후 300여명이 넘도록 이렇게 많은 목회자와 교인들이 다양하게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여럿이 입을 모았다. ⓒ 이필완

우리는 가능한 강가를 따라 가까이 걷고자 애썼다. 때로는 절벽으로 길이 막혀 아스팔트 길로 돌아가기도 했고 길 없는 산길에선 길 내가며 걷기도 했다. 눈길을 걸었고 빗길을 걸었으며 차가운 지천을 양말 벗고 몇 차례 건너기도 했다. 은빛모래 남한강변을, 온통 눈에 뒤덮인 문경새재를, 끝없이 펼쳐진 낙동강의 금빛모래를 걸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분명해졌으며 단호해졌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절대 아니다! 옳지 않다!’라고 말이다. 아름다운 강변의 자연뿐만이 아니라 인근 모래 채취로 가라앉은 남한강 변 어느 다리의 생생한 현장을 보면서 썩다 못해 냄새나는 몇몇 강가를 걸으면서 더욱 그러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무척 아름다웠던 강가 길들이 있다. 낙동강 어딘가의 개비리 길, 사람 다니지 않아 사라졌던 금강의 어느 길 등을 걸으면서 왜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며 콘크리트로 사악한 손길을 대려하는 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잘 살기 위해 또는 물류, 관광, 문화, 치수... 등등의 이유로 운하를 만들겠다던 저들의 경제적 논리는 이미 다 무너져 내렸다.

일자리 창출, 국운 융성이라는 저들의 장밋빛 미망에 홀려서 강 주변 땅 값이 오르는 것에 춤추고 좋아라하며 지역 발전의 허망한 꿈에 놀아났던 일부 지역주민들마저, 이제는 결국 애꿎은 주민들만 알량한 보상금에 조상 대대로 농사지어 오던 땅 빼앗기고 떠나게 된다는 진상을 깨닫고 운하 반대 대열에 오르고 있었다.

사실 순례단은 출발에 앞서 운하 찬성률이 높은 강가 지역 주민들의 적대감정을 예상하여 일부러 천막을 준비하고 굳이 밥 차를 운영하였었다. 아마도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마을회관이나 종교단체를 거의 순례단의 숙소로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 판단했기 때문이다.

▲ 봄비가 억세게 내린 날에도 참가자는 여전했고 ⓒ 이필완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어디서건 주민들은 우리 종교인 순례단을 지성으로 환영해 주었으며 길가에서 만난 주민들도 대부분 운하를 반대하며 목청을 높였다. 당시만 해도 어느 지역이건 내놓고 운하 반대를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으나 우리가 걷고 지나간 지역은 어김없이 운하 반대 지역모임이 꾸려진 것이 그 실상을 대변한다.

5. 100일을 종내 걸으면서 어떤 기도를 했을까

▲ 기도순례 33일째 낙동강 사막(?)을 걸었다, 정말 엄청난 모래밭이다! 아마도 이 금빛모래 전부가 돈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이제 450여 km를 걸어왔다. 전체 일정의 3/1이다. ⓒ 이필완

출발할 때부터 100일 종교인 생명평화 순례단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은 기도걸음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성찰과 함께 반성과 참회의 길이 될 것임을 천명하였고 실제 그러했다.

우선 이런 괴물 같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망령이 나타나게 된 동기가 우리 사회 전반을 오래도록 강타하고 있는 ‘오직 자본과 돈으로만’이라는 구호와 ‘오직 성장과 개발이라는’ 잘못된 사회 정서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았다. ‘잘 살자’는 생명적 구호는 오히려 생명을 파괴하는 논리로 두터운 가면을 쓴 채 모든 사람들을 오히려 반생명의 세상으로 끌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 모래골재 퍼올리는 덤프들이 수십대 새벽부터 난리다, 운하공사가 벌써 시작된것인가? ⓒ 이필완

무엇보다도 이 시대의 종교와 종교인들마저 이러한 어둠의 시대에 빛과 소금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성장과 자본의 논리에 빠져들어 종교가 이 사회의 향도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온 산천을 한꺼번에 뒤집어 운하를 파서 더 잘 살자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 같은 구상이 가능했다고 보았던 것이다.

물론 이런 관점에서 먼저 반성하고 회개하여야 할 당사자들은 무엇보다도 100일 순례의 길을 떠난 우리들 자신이라는 것은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참회하는 마음으로 강 길을 걸었다. 그러면서 각각 기도의 대상은 다르지만 마음을 모아, 기도 걸음을 모아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백지화되기를 위해 기도하였다.

종교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습관이 다른 우리 30여명의 순례단도 때로는 인간적인 면에서 이해가 달라 부딪치기도 하고 때로는 지독한 심적 갈등을 겪으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태도와 참회의 자세를 잃지 않았기에 그저 겸허한 마음으로 묶여서 100일을 함께 걷고 먹고 잘 수 있었다.

6. 생명평화 종교인 100일 순례로 무엇을 이루었을까? 나비효과?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성찰하며, 자본과 돈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들의 회개와 참회의 기도걸음을 걷는 100여 일 동안, 다행히도 운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변했단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100여 일을 걸어 서울에 도착할 때쯤 이미 사람들은 광우병 쇠고기 사태로 말미암아 연일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었다. 한반도대운하와 광우병 쇠고기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 어느덧 기도순례 47일째다. 푸르른 생명의 강을 걸으면 모두들 평화로와진다. 동네 할머니는 '운하 찬성!'이라고 했고 길 옆 아주머니들은 '한반도 대운하 반대!'라고 외쳐준다. 지천에는 낚시꾼들도 몇몇 나타났다. 점심엔 급조된 풍물패가 신명이 났다. 박남준 시인은 깽잡이를 하고 김규봉신부는 북을 들러메었다. 산돌학교 풍물교사인 장고를 잘치는 큰아들 진형이도 함께 놀았다 ⓒ 이필완

한반도대운하를 성찰하자는 우리의 100일 기도걸음은 때로는 한가롭기도 하고 쳇바퀴 돌 듯 하는 지겨움도 전혀 없지 않았지만 수많은 일반 참가자들을 통해서 또는 방송과 기사와 인터넷 블로거들을 통해서 알려지고 또 알려졌고 최소한 나비효과 만큼의 국민의 공감대를 움직여내는 바탕이 된 것은 아닐까?

광우병 쇠고기가 우리의 일상적인 먹을거리에 해당된다면 한반도대운하는 2,500만명의 국민들이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강을 파헤치고 없애 화물선을 띄우자는 것이었으니 국민의 식수가 달린 문제이고 이는 광우병 쇠고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먹을거리에 관한 문제였던 것이다.

이 지면을 빌려 ‘광우병 쇠고기’의 수렁에 빠져 국민을 실망시키고 허우적대면서도 여전히 운하를 고집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 관계자들, 그리고 몇몇 사업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운하 찬성한다며 일방적으로 정권을 옹호해대는 몇몇 목사 나팔수들에게 간곡한 충고 하나 드린다.

어느 강이던지, 그런대로 잘 관리되고 있던지 그렇지 못하던지 간에 우리처럼 생명의 강을 따라 단지 몇 시간이라도 묵언하며 기도의 걸음을 걸어보기 바란다. 그러면 단연코 ‘운하 운운’ 하는 소리는 더 이상 하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운하 사업이라도 끌어 들여 죽어가는 강을 살리겠다는 망발은 더 이상 못할 터이니...이 글을 마무리하는 전날(6.14)에도 청계광장에서 서경석목사와 몇몇 사람들이 ‘촛불을 끄라’면서 1인 시위를 하다 조롱당하고 있었다.

▲ 영산강 변에선 화려한 유채꽃밭을 따라 걸었고 ⓒ 이필완

이미 이명박 대통령 정권의, 1년 준비하여 4년 내에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空約이 되고 허언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공약이라기보다 선거에 이용만 하려는 차라리 대 국민 사기에 가까웠다고 본다. 국민들이 광우병 쇠고기 파동에 이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사기라고 몰아치기 전에 백지화하여야 한다. 대운하 백지화만이 잃어버린 민심을 되찾을 유일한 방법이리라.

최근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언급은 줄어들면서 ‘4대강 수질사업’과 ‘경인운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한다. 그러니까 4대 강 운하사업은 한참 보류되거나 결국은 포기되더라도 수질정화 사업을 한다는 것이니 운하만 아니라면 기왕의 계획된 수질사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8월쯤에 고시 될 것으로 알려진 경인운하 사업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경인운하의 경우, 원래는 홍수방지를 위해 물을 담기 위해 만들어지고 파헤쳐진 ‘방수로’를 이름만 바꾸고 몇 Km 더 파내어 경인운하로 만들겠다는 발상에 어이가 없다. 도대체 홍수 때에 물을 담기 위해 만든 ‘방수로’를 물을 가득 담은 운하로 만들겠다면서 그 지역의 모 야당 국회의원이 앞장선다니 이제껏 그 야당의 한반도대운하 반대의 입장이라는 것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 강을 모시고 서로를 모시는 절을 하면서 ⓒ 이필완

7. 운하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종교인들의 기도걸음은 계속 된다

유래 없는 4개 종단 종교인들의 기도 순례 길은 짧은 것도 아니고 그다지 길지도 않았으나 100일의 일상을 내려놓고 순례에 동참하는 일은 만만찮은 일이었다. 더구나 4개 종단, 불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10여명의 종교인 도보 순례단들이 또 다른 10여명의 자원 진행팀 순례단의 지원을 받아 한 솥밥 먹고 함께 자면서 먼 길을 돌아온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예삿일은 아니었다.

덕분에 우리들은 평소에 잘 알지 못하던 타종교와 타종교인들에 대해서 많은 이해를 갖게 되었고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이 함께한 강 순례 길의 보고 들은 경험도 대단히 큰 공부가 되었다. 적어도 독선과 오만, 교리적 배타성으로 가득 찬 교회 내의 틀을 넘어서서 보다 객관적으로 우리들의 교회와 목사들의 실상과 허상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기도 했다.

▲ 새만금 지역의 완전히 죽어 말라버린 갯발을 걸으면서는 모두 울었다 ⓒ 이필완

우리는 이 나라의 4대 생명의 강을 꼼꼼히 걸으며 구석구석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대단한 축복을 누렸다. 결국 한반도 대운하 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감행한 종교인 100일 순례는 잘 마친 셈이다. 그러나 실체도 제대로 없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어떻게든 끌고 가려는 이 정권의 속셈이 여전한 이상 금번 100일 순례를 마친다 해도 여하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탁발순례를 해온 도법스님 중심의 생명평화 탁발 순례단이 한반도 운하 반대의 기치를 들고 서울, 경기 지역 탁발순례로 100일을 이어가니 생명의 강 순례는 아직 끝난 것도 아니다. 종교인들의 운하반대 운동은 ‘한반도 대운하’라는 단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떤 모습으로든 계속 이어질 것이다.

▲ 그래도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금강에서도 열심히 수제비 돌을 던졌다 ⓒ 이필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