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자의 양보-네 고집대로 해보거라
삼상10:17~24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왕제도는 결코 하나님의 뜻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 왕제도는 절대로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18~19a, 8:7b~8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왕제도를 허락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허락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비록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람이 떼를 쓰고 매달리면, “자식 이기는 부모없다”는 식으로 마침내 허락하신다는 것을 말씀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아니라면 원치 않으시는 왕제도를 허락하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늘은 이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면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안에 확실히 거해야겠다는 굳건한 믿음의 결단이 있게 되길 바랍니다.


1. 인간왕을 통해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의 은총을 여전히 공급하시기 위함입니다

하나님은 한 번 택하신 이스라엘을 버리실 수 없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왕을 구하는 이스라엘에 대해 서운하고 실망스러웠으나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여전한 은총을 공급하시길 원하셔서 그들이 원하는 인간왕을 그 통로로 사용하시길 바라셨습니다. 그래서 사무엘은 하나님의 이런 뜻을 받들어 왕을 요구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미스바”라는 곳으로 불러 하나님 앞에 모았습니다(17절). 그런데 왜 하필 이스라엘을 미스바로 불러 모았을까요?


• 지리적 장소인 “미스바”의 신앙적, 영적의미

미스바는 하나님의 무한은총을 힘입은 장소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맨손으로, 완전무장을 했던 블레셋 군대를 하나님의 은총을 힘입어 물리쳤던 놀라운 경험을 바로 이 미스바에서 체험했습니다.

사무엘이 온 이스라엘을 미스바로 불러 모았었습니다(7:5). 그리고 그들을 위하여 하나님께 중보기도하였습니다. 복된 이스라엘이 되게 하려는 목적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이에 이스라엘은 철저히 회개했고(7:6), 하나님만 섬기기로 다짐했습니다(7:4). 그런데 그런 영적인 각오와 결단이 일어나는 그 곳을 향해 철갑무기로 중무장한 블레셋 군대가 올라왔습니다. 이 참에 비무장 상태로 모여있는 이스라엘을 손쉽게 몰살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7:7). 이에 잔뜩 겁에 질린 이스라엘 온 자손은 너나 할 것 없이 하나가 되어 사무엘에게 “하나님께 쉬지 말고 부르짖어 구원받게 하라”면서 중보기도를 간곡히 간청했습니다(7:8). 그러자 사무엘은 지체하지 않고 곧 바로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하여 번제를 드리면서 하나님께 간절히 부르짖었습니다(7:9).

바로 이 때 비무장의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한 하나님의 놀라운 무한은총의 역사가 나타났습니다. 느닷없는 우레가 발생하여 블레셋 사람들에게 큰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철갑무기로 중무장하고 있던 블레셋 군대에 번개가 떨어지면서 천둥이 쳤습니다(7:10). 이로 인하여, 블레셋 군대는 이리저리 흩어지면서 어지럽게 널려 있는 물건들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그들은 이스라엘의 사냥감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이스라엘이 미스바에 모인 것은 기도하기 위함이었으므로 전혀 전쟁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었습니다. 따라서 비무장 상태였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힘입어 이리저리 흩어져 달아나기에 정신없는 블레셋군을 벧갈이라고 하는 곳까지 추격해 가면서 그들을 역공하므로 방금 전까지 드리워져 있었던 죽음의 두려움을 승리의 환호로 바꿔 놓았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이와 같은 위대한 승리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총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미스바와 센 사이에 돌을 세워놓고 “에벤에셀”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그 이름은 “하나님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는 뜻을 갖습니다(7:12).


• 미스바에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신 이유

이런 의미가 있는 장소가 “미스바”라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놀라운 승리의 의미가 있는 장소, 미스바에서 사울이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뽑혔습니다(본문 24절).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뜻을 갖는 것일까요? 비록, 하나님께서는 왕제도를 원하지 않으셨고 왕제도는 인간왕이 하나님을 대체하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하나님은 인간왕을 통해 여전히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은총을 무한히 제공하시길 원하신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이 왕제도를 허락하신 이유는, 이스라엘이 원하여 세운 인간왕이 이스라엘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자리를 대체해도 좋다는 의미에서가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을 위한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의 은총을 인간왕을 통해 여전히 나타내시길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남북이 하나가 된 상태에서 이스라엘 최초의 왕으로 세움받은 사울은 항상 겸손하여 하나님의 은총을 드러내는 “참다운 은총의 통로”가 되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럴 때 형식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왕제도가 주변 다른 민족들의 왕제도와 같은 정치체계라고 할지라도 내용상으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 하나님께서 인간왕 제도를 원치 않으시는 근본적인 이유

그러므로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왜 인간사회의 가장 일반적인 제도인 왕제도를 원치 않으셨냐는 물음과 그에 대한 대답입니다. 하나님께서 왕제도를 원치 않으신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왕의 신격화” 때문입니다!

인간왕이 교만하여져서 하나님의 자리에 올라앉아 하나님을 대체하려는 “인간의 신격화”를 원치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왕으로 선택된 자가 “인간왕의 신격화”를 추구하지만 않는다면, 하나님은 하나님께서 친히 뽑아 세우신 바로 그 인간왕을 통해 여전히 이스라엘에게 복을 주시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인간왕으로 택정되어 세움받은 자가 “백성들을 복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도구, 혹은 하나님에게서 백성으로 이어지는 복의 통로”로서 자신을 온전히 하나님께 드린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게도 인간세계의 왕제도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무한권력을 자기 손에 거머쥔 한 인간이 다수의 인간들 위에 군림하면서 일반 백성들을 자신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악한 제도입니다. 이스라엘은 이것을 애굽의 노예생활을 통해 분명하게 경험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부작용이 분명하게 발생하는 왕제도를 이스라엘이 자청하여 하나님께 달라고 했고 하나님은 허락하셨습니다(8:9~18).


• 원치 않는 제도를 허락하신 이유

그렇다면 전능자이신 하나님께서 이런 제도악을 요구하는 이스라엘의 고집스런 요청을 강경하게 물리치지 않으시고, 하나님 자신이 원치도 않으셨던 인간왕의 제도를 못이기는 척하시면서 슬~쩍... 허락하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위에서 말씀드린 그 핵심적인 이유는 이렇습니다. 인간왕이 자신을 신격화시켜 하나님을 대신하려고 들지 않고 백성을 복주시려는 하나님의 통로로서 그 역할을 다하는 한, 하나님은 그 인간왕을 통해 여전히 변함없는 하나님의 복을 공급하시려는 계획을 갖고 계셨기 때문입니다(10:1, 12:12~14 참조).


지금 세계적으로 왕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까? 영국과 일본, 두 섬나라가 형식만 왕제도를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실제적인 정치는 왕이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뜻이 아닌 것을 사람이 받아내기 위해 떼를 쓰듯 고집을 부려 하나님의 양보를 받아내는 것에 힘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하나님의 뜻이 나를 통해 온전히 이뤄지도록 우리의 고집을 꺾어야 합니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참다운 복이 허락되기 때문입니다. 저와 여러분은 그렇게 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권면합니다.


2. 스스로 자원한 불순종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아는 인간이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자발적인 순종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자발적으로 자원하여 불순종을 택했습니다(8:19a). 인간왕의 제도가 어떤 것인지를 사무엘이 그렇게 설명했는데도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원치 않는 쪽을 선택하여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편을 택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사무엘은 백성들에게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고 분명하게 지적했습니다(12:24~25). 이미 인간왕의 제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단단히 경고가 되어 있었던 터입니다(8:9~18). 하나님은 자발적인 순종을 원하시며 그에 따른 열매를 허락하시는 분이시므로 불순종에 대한 결과에 대해서도 그러하도록 조치하십니다. 따라서, 순종의 결과를 바게 될 것인지, 아니면 불순종으로 초래되는 결과를 받게 될 것인지, 그 결정적인 여부는 인간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습니다.


• 에덴 동산 선악과 이야기의 핵심

에덴 동산의 선악과 문제는 바로 이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창세기는 명확하게 선악과를 금지하는 경고가 이미 있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창2:16~17). 그런데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복되게 하시기 위해 내리신 하나님의 금령을 무시하고 불순종을 선택했습니다. 하나님의 경고의 말씀을 듣고 따르기 보다는 하나님의 경고의 말씀을 무시하고 듣지 않는 불순종 쪽을 택했습니다. 그러므로, 순종의 결과를 누리는 것만큼 불순종의 결과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금지된 선악과는 에덴 동산 중앙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에덴 동산 중앙에는 생명나무도 있었습니다(창2:9). 하나님은 에덴 동산 중앙에 있는 모든 나무의 실과를 금지하지 않으셨습니다. 동산 중앙에는 선악과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생명나무도 있었습니다. 그것 중에서 다만 중앙에 있는 선악과만 금지하셨습니다(창2:16~17). 그런데, 인간은 이와는 달리 장소를 문제삼았습니다. 그래서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를 금지당했다고 말했습니다(3:3).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하나님은 결코 “중앙”에 있는 모든 나무들의 열매들을 금지하신 적이 없으십니다. 불순종의 세력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유도했을 뿐입니다(창3:1). 인간은 하나님의 금령이 무엇인지를 거의 정확하게 잘 알고 있었습니다(창3:2=2:16). 하지만, 인간은 뜻밖에도 “장소”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하나님의 금명을 멋대로 확대해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생명의 자유를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을 생명의 자유를 제한시키는,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막는, 생명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게 “금지시키는 부자유의 하나님”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창3:3≠2:9; 2:17).

하나님의 금지말씀은 엄중한 경고일 뿐이었습니다. 혹 인간이 아무런 생각없이 부지중에라도 죽음을 초래하게 될까봐 지적하신 생명사랑의 말씀이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경고의 말씀은 죽음을 선택하지 말라는 강력한 금령으로 표현된 것뿐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으로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라셔서 내린, 부작용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리면서 생명을 복되게 하려고(2:17b) 말씀하신, 너무나도 강력한 생명사랑의 메시지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불평과 불만의 말이 많습니다. 왜 선악과를 만들어 놓고 먹도록 놔두었느냐, 차라리 만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아니냐, 그렇지 않다면 먹기 직전에 못먹도록 막았어야 했던 것 아니냐면서 인간의 불순종의 책임을 하나님께 떠넘기는 적반하장의 오만함으로 잘났다고 대듭니다. 그것은 마치 폭력 강도 범죄자가 “나는 내가 갖고 싶어하는 것을 못가졌는데 왜 네가 가졌느냐, 내가 갖고 싶어했던 것이기 때문에 내가 가지려고 했던 것 뿐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내 책임이 아니라 내가 갖고 싶어하는 것을 갖고 있었던 네 책임이다”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죄성의 표현일 뿐입니다. 자신의 죄악을 변명하기에 급급한 아주 구차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입니다.


• 연쇄 강도범의 “내 책임 아니다” 논리

실제로, 어떤 연쇄 강도살인범이 그렇게 말했다지요? “왜 CCTV가 없는 동네에 사느냐, CCTV가 있는 동네에 살았다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그 범죄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 범죄의 책임은 누구한테 있다는 건가요?

연쇄 강도살인범의 이런 주장에 의하면, 강도살인범죄의 책임은 범죄를 당한 그 개인에게 있다는 의미가 되고 맙니다. CCTV를 설치할 수 없는 동네에 살고 있었다는 것이 잘못이란 얘기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결과적으로 범죄의 책임은 CCTV를 설치하지 못한 개인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것이고, 그렇다면 개인을 보호하지 못한 동네도 책임이 있는 것이며, 나아가 그 동네를 보호하지 못한 구청도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구청 관할 주민이 세금내기는 마찬가지인데 어떤 구청은 CCTV를 설치했으니 책임이 없고 어떤 구청은 설치하지 못했으니 책임이 있다는 식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그 구청이 소속된 서울시도 문제이며... 결국, 범죄자는 범죄에 대한 책임이 없고 범죄자가 아닌 대한민국 정부에게 그 책임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이것을 확대하면, 범죄의 최종 책임소재는 하나님에게 있게 됩니다. “왜 나를 이 땅에 태어나게 했느냐, 내가 이 땅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아니냐!”...??...하지만, 하나님은 인간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결과되는 열매에 관한 한, 그것을 최종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한 바로 그 인간에게 그 책임을 묻겠다고 하십니다(12:15,25). 따라서 하나님의 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원하는 것을 허용하시는 하나님의 뜻은, 자발적인 불순종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질 줄 아는 인간이 되게 하는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참다운 복의 사람이 되기 위해 하나님께서 원하시고 권고하시는 복을 선택하고 그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저와 여러분 모두 그렇게 하셔서 하나님의 뜻에 맞는 순종의 열매로 주어진 생명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실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억척스런 야곱이 하나님과 씨름하여 하나님을 이겼다는 것과 이스라엘이 고집을 부려 하나님께서 원치도 않은 왕제도를 허락받았다는 것은 그 차원이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내 뜻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이 양보를 받아내려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라 맺혀지는 온전한 복을 감당하시는 믿음을 갖게 되시길 바랍니다.


3. 하나님의 은총이 빠진 인간중심의 수고와 인간적인 노력의 한계를 경험적으로 알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스라엘은 왕제도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나님께 왕제도를 그토록 강하게 요청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8:19b~20을 보면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왕제도를 원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왕제도의 장점과 단점으로서의 부담감

그들은 아무 때나 전쟁나팔 소리가 울리면 하던 일 다 놔두고 전쟁에 나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변 민족들처럼 전쟁을 전담할 군사 최고 지휘관으로서의 왕을 원했던 겁니다. 전쟁문제에 관한 한 언제든지 인간왕이 다 알아서 하도록 그에게 통치권을 주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왕은 백성을 다스리는 최고 통치권을 갖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전쟁문제를 전담하는 무력의 소유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왕제도는 평범한 백성들이 아무 때나 전쟁에 나가는 일, 그래서 일상생활에 크게 방해를 받던 것에서 해방시켜 주는 장점이 있는 제도입니다. 이스라엘은 바로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면 아마도, 하나님께서 사사건건 시시때때로 수고하지 않으셔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하지만, 사무엘이 가르친 대로 왕제도가 이런 장점을 갖고 있는 반면에 이스라엘이 이런 왕제도를 갖게 되면 그 때부터 또 다른 문제에 시달려야 하는 적지않은 부담도 있습니다. 왕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없었던 궁성 유지비를 비롯한 각종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세금), 왕실이 원하면 그 때마다 필요한 노동력을 동원시켜야 하며(부역), 왕의 일을 맡아 감당할 공무원들을 두어야 하는데 결국 이들을 위한 모든 제 비용을 백성들이 제공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자녀들이 국가차원에서 징발되어야 하는 일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왕의 제도는 전쟁을 전담하는 장점 못지 않게 이와 같은 부담들도 있다는 것을 사무엘이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라'는 인간의 고집

그런데 이스라엘은 사무엘이 가르치는 이 모든 내용을 다 들은 후에, 그래도 왕제도가 있는 편이 더 좋겠다면서 사무엘에게 왕을 세워달라고 졸랐습니다(8:19b). 그래서 사무엘은 하나님이 원치도 않는 것을 백성들이 이와 같이 자원하여 자발적으로 자청하자 하나님의 허락 하에(8:22) 사울을 이스라엘 초대 왕으로 뽑았고(10:21b), 사무엘은 왕제도가 어떤 것이며 이 왕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백성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관한 내용들을 모두 글로 남겼습니다(10:25a). 그리고 백성들과 함께 길갈에서 사울을 이스라엘의 초대왕으로 세우는 공식적인 등위식을 거행했습니다(11:15).

이제 모든 것은 결론났습니다. 이스라엘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세운 왕으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 절대적으로 굽혀 하나님과 백성을 하나로 잇는 통로가 되느냐, 아니면 인간인 주제에 하나님의 자리에 앉으려고 나댈 것이냐의 문제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여기서 이스라엘은 인간왕이 하나님과 백성의 통로역할을 잘 하길 바랬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하나님의 변함없는 무한은총의 사랑안에서 이스라엘의 초대왕으로 택정함 받은 사울,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백성들의 머리 자리에 올라 앉게 된 사울, 과연 그는 하나님과 백성을 잇는 통로구실을 제대로 했을까요?

성경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길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결국 이스라엘 역사속에서 하나님이 원치 않으셨던 인간왕 제도는 영원히 없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의 인류역사를 보아도 왕제도가 시행되고 나라가 없습니다. 일개 인간왕이 신격화되어 하나님의 자리에 올라 다른 인간들 위에 신처럼 군림하는 것을 창조주께서 원치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 사람이 받아낸 하나님의 양보-네 고집대로 해보거라

이렇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원치도 않으시는 왕의 제도를 이스라엘에게 허락하신 또 다른 이유는, 하나님의 은총이 빠진 인간의 모습만 보고 인간적인 판단을 앞세워 나대다가 그것에 실망했을 때, 그것을 기회로 하나님께 돌이켜 회개하고 돌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능자께서 한걸음 양보하시므로 제 고집대로 했던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고집을 꺾고 하나님 앞에 겸손히 나올 수 있도록 하신 하나님의 처방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스라엘은 그들의 역사속에서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의 은혜가 세상을 덮도록 하는 새로운 사명을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만 있다면, 하나님의 은총이 없어도 다 잘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나 봅니다. 오늘의 본문을 살펴 보면, 하나님은 원치도 않는 것을 이스라엘이 원하고 나서자 그것을 허락하셨는데 그것은 전능자께서 인간에게 굴복당하신 것도 아니요, 이스라엘이 자기들의 요구를 하나님께 관철시킨 것도 아니요, 다만 “네 고집대로 해보거라”의 차원에서 전능자가 양보하셨던 것일 뿐임을 가르쳐 줍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모습을 보는 우리는 자원하여 불순종의 열매를 거두려 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에 맞춰 자발적으로 순종하므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예비해 놓으신 순종의 열매를 풍성하게 거두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다가오는 한 주간 동안에도, 무더운 여름날의 뜨거움처럼 하나님을 향한 열정적인 믿음이 더욱 더 증강되어서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복의 열매를 맺게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