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맞이한 우리에게 시장 중심적 가치의 극대화는 인간의 텅 빈 감정과 스트레스, 기후변화, 사막화, 생물종감소, 생명경시, 석유로 인한 국제분쟁 등을 일으키고 있다. 자본주의를 제안한 사람이 시장에서는 독점적인 행위를 하듯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모든 부문에서 인간중심주의적인 생각과 행동은 우리의 삶은 물론 지구생태계까지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금 촛불정국의 핵심도 인간중심에 머물러 있어 정국을 대하는 모양새가 흑백논리로 양분되어 희망의 촛불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더욱이 소통이 부재한 이 시점에서 흑과 백은 창조적 전환점이라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 한사람으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이동이나 변화가 아닌, 권력의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하나님중심, 우주중심, 자연중심적인 삶의 틀로 거듭나 이 어려운 정국을 근원에서부터 헤쳐 나아갈 수 있다.

▲ 생활속에서 손뜨게와 옷 짓기, 천연염색 물들이기, 야생차 마시기 그리고 부부끼리의 대화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들어 준다. 사진은 아내가 정성을 들여 감물들인 옷을 입고 한 잡지사의 표지 모델이 되었던 모습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인간중심적 구원관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인간중심주의에서 하나님중심주의, 우주중심주의, 자연중심주의로 가야한다. 저항의 촛불을 넘는 길은 더 이상 소를 고기로 보지 말고 생명을 가진 한 동물로 생명의 밥상으로 대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광우병과 이콜라이(0157),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지구온난화는 좁은 시각과 공간에서의 가설이 통상과학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통상과학은 기업의 연구자금과 정부의 정책자금이 끊임없이 수반된다. 현재 과학수준으로는 살아있는 소나 사람에게서 병원성프리온(vCJD)의 원인물질을 정확히 검출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수익의 단면과 결합한 정보와 과학친화적인 기업의 일방적 패러다임을 넘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적, 인간중심적 "욕심"을 버려야 한다. 과학은 편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최대한 자연주의 삶에 기인된 것이라야 한다.

▲ 1996년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이사한 후 농가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생태정원을 조성했던 시절의 사진이다.

욕심의 틀을 벗고 창조적인 삶의 틀로 바꾸어 가는 길은 의식주 전반에 걸쳐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생활과 생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늘과 땅, 물과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은 자연적인 산물(공산품에서 농산물에 이르기까지)을 생명으로 대하는 실천이 중요하다.

첨단소재의 화려하고 값비싼 옷 보다는 자연소재에 가까운 면으로 옷을 입고, 제철에 나는 음식이나 가공되지 않은 식품, 자기 땅에서 생산되는 건강한 생명에너지를 섭취하는 상식과 콘크리트로 꾸민 집보다는 자연소재에 가까운 부드러운 재료로 집을 짓는 지혜의 생활인 것이다. 일본의 시즈오카대학의 후나세슌수케 교수는 "콘크리트 주택에서는 9년 일찍 죽는다."라는 연구결과를 책으로 밝히고 있다.

▲ 자연의 에너지가 가득담긴 음식물을 섬취해야 건강하게 아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에 기인하는 현재의 생활방식을 버리지 못한다면 환경적 대재앙이 닥칠 것이다. 그러기에 생태적인(Ecological) 생활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쓰레기의 재활용이나 경차나 자전거로 이동하기, 음식물 안남기고 소식하기, 야생의 식재료로 음식만들어 먹기, 1평 텃밭 가꾸기, 농촌으로 돌아가기, 정직한 농사짓기, 여럿이 어울려 살기, 환경과 역사인식 바로하기, 살맛나는 마을 만들기 등이 시대적 소명이요 자기 혁신이다.

하나님중심, 우주중심, 자연중심적인 삶은 하늘과 나, 땅과 나, 물과 나, 공기와 나, 나무와 나는 하나라는 사상에서 출발한다. 룻소는 무조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하고 김명식님은 좀 더 실천적인 의미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 자연으로 우주로 가야한다."라고 말했다.

왜일까. 몸은 우주이기에 정직하고 온전한 기운이 담긴 의식주 생활문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명식님은 "우선 우리주변의 식당문화가 없어져야 할 사업이다. 나와 가족들이 자급자족의 경제를 이루고 먹 거리 만큼은 내가직접 농사지어야 한다. 의료 또한 없어져야 한다. 자지 몸은 자기가 지키고 고쳐야 한다."라며 구체성 있는 촛불을 이야기하셨다.

▲ 강원도 화천군 선이골 다사함 김명식 선생님 댁에는 하늘 그리운 사람들이 함께하는 배움이 열려 있다.

이 맥락에서 교회는 어떻게 존재하여야 되는가. 예수의 삶과 오늘날의 기독교는 왜 그리도 다른가를 두고 27년간을 고뇌하며 기도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교회들은 예수의 역사적 삶을 믿고 따르기보다는 예수에 관한 교리들을 믿고 따랐다. 인간적인 예수보다는 예수의 신성이 강조되고 신격화되다 보니 나부터도 예수를 머리로는 알고 믿는 것은 가능한데 예수의 삶을 닮고 따르는 것은 자신이 없다.

신앙이란 다양한 변화를 수용하며 창조적인 미래를 여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는 종교와 신앙이라면 그것은 이미 그 자체로 죽은 것이며, 미래를 간절하게 소망하는 우리들에게 대한 배신행위일 따름이다. 흥미롭게 2000년 7월 경기도 가평 ‘바람과 물 연구소‘에서 열렸던 젊은 종교인들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어 비뚤어진 종교문화를 바로 잡고, 종교간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 갈 것을 목사 전도사 평신도 교무 스님 수녀 신부 등과 어울린 적이 있었다.

그때 행사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와 크리스찬아카데미가 공동으로 마련한 ‘젊은 종교인 대화모임’이였다. 기독교 가톨릭 원불교 불교 유교 천도교 등 6대종단의 젊은 종교인들이 모여 허심탄회한 대화 나눔의 시간과 이웃종교의 특징을 이해하는 시간 등 초기신앙공동체정신을 회복하려는 장이었다.

▲ 광릉 숲 인근에 텃밭 400평을 마련하고 자연농업을 실험하면서 다양한 깨달음의 길을 만들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필자같이 생태마을을 꿈꾸며 공동체 삶을 준비하고 있는 종교인을 비롯하여 공동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신부, 열린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목사, 성직을 포기하고 평신도로 남아 농사를 지으며 순수 신앙생활을 하는 종교인, 명상센터를 운영하며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스님 등 다양한 형태의 젊은 종교인들이였다.

그때 주제발표자로 나선 조태연 교수(기독교, 이화여대)의 ‘책상보다 밥상으로’란 주제발표는 6대 종단 모든 종교인들이 인간적 예수의 삶(이제껏 알고 있었던 예수와는 전혀 다른 관점의 예수를 접하고 이러한 분이라면 굿이 마음의 문을 닫지 않겠다라며 마지막 날 성찬식에 전원이 참석하였음)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주민들의 경조사에 어김없이 나타나 밥상 앞에서 차려진 음식을 보며 기뻐하며 축복하신 예수는 최후의 만찬까지 용납(容納)과 포용, 평등과 나눔, 섬김과 희생을 몸으로 실천하신 분이라는 것을 말이다.

▲ 자연속에서 자전거 타기는 즐겁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준다.

어느 분은 예수는 당대의 유대교 신앙을 비판했던 혁신적 사상가였고 구약성서를 창조적으로 해석하였으며, 그 사회의 소외 자들과 늘 함께 했던 풀뿌리운동가라고 말한다. 오늘날의 주류 보수 기독교 신앙과 그 행태는 사뭇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기에 예수의 공동체운동은 교리적이고 이기적으로 실마리를 찾아가려는 공동체이기 보다는 밥상을 통한 나눔, 계층을 초월한 사랑과 화해를 구하는 땅에 있는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하려는 현실적 생태공동체운동인 것이다.

▲ 한 평의 작은 텃밭으로도 삶의 여유와 건강한 생명을 제공 받을 수 있다.

이제 기존의 낡은 기독교에서 벗어나 예수의 삶과 정신에 역점을 둔 기독교로 방향전환을 할 때다. 농부철학자 김명식님은 "교회는 없어져야 한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교회의 대안은 건물과 신학체계가 아닌, 하나님중심주의로 가야 한다."라며 "산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라고 강조하셨다. 어떻게 보면 산과 들 그리고 마을이 학교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학교와 교회의 역할을 산과 들이 정겹게 자리하고 있는 마을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앞으로의 정치, 경제, 교육, 문화 그리고 종교는 마을로 돌아가야 한다. 마을과 단절된 교회가 아닌 마을과 교회가 하나가되는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우주 중심적 환경, 평화, 공동체의 장소이며, 생명의 근원인 밥과 도시락을 짓는 삶의 안식처가 자연이요 마을이기 때문이다.

▲ 2001년 남양주에서 버려진 컨테이너와 모델하우스 재료들로 재활용 주택을 짓고 야생정원을 가꾸어오고 있다.

아래와 같은  취지로 '2008 사랑방 강좌'를 엽니다.
저항의 촛불에서 창조적인 촛불로 2008년 7월 18일부터 19일까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생태환경의 보고 영은사
주제 "생명위기 시대의 삶과 마을 만들기"
참여안내는 yoogiseo@yonsei.ac.kr/010-5556-6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