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 실린 김은석기자의 기사입니다.

	▲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가 발언에 나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기독교와 목사들이 참회해야 될 때에 촛불반대 시위가 웬일인지 모르겠다."며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기독교와 목사들이 참회해야 될 때에 촛불반대 시위가 웬일인지 모르겠다."
"목사님은 변절했습니다. 진정한 목사라면 나단 선지자의 마음으로 권력에 쓴 소리를 해야 합니다."
"나는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몸 바쳐 싸웠다"

16일 저녁,  "친북좌파에 의해 조종되는 촛불시위에 반대 한다"며 4일째 청계광장에 나오고  있는 서경석 목사의 1인 시위현장에서 나온 서 목사와 서 목사의 시위에 반대하는 목회자의 발언이다.
 
저녁 6시 무렵, 휠체어를 탄 서 목사가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과 서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조선족 교회의 여성도(조선족)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은 일반적인 1인 시위의 그것이 아니었다.

마이크를 잡은 서 목사는 "공영방송인 KBS, MBC 등의 편파방송으로 진실이 훼손 됐다", "재협상은 국익을 훼손시키는 것이고, 재협상에 준하는 선에서 그쳐야한다", "100일 밖에 안 된 정권에 퇴진 요구는 온당치 않다.", "국민 대부분이 이런 의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거리로 나았다"며 지난 3일간의 주장을 반복했다.

	▲ 서경석 목사는 "쇠파이프를 들고, 전경버스에 올라타면서 정권퇴진을 외치는 폭력시위대는 정권이 공권력을 행사해서라도 막아야한다"고 주장했다.ⓒ뉴스앤조이 김은석

한편, 그동안 시민들을 향해 토론을 제안하면서도 마이크를 독점하다시피 한 서 목사 측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발언을 할 기회를 주며, 다시 이를 반박하는 진행방식을 시도했다. 그러나 중간에 마이크를 뺏는가 하면, 발언을 얻고자 나오는 시민을 저지하는 등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는 아니었다.

서 목사 측의 시위 시작부터 맞은편에서 시위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던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 하나누리 대표)는 발언 기회를 얻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기독교와 목사들이 참회해야 될 때에 촛불반대 시위가 웬일인지 모르겠다."고 시민들에게 사과하며 "이번 쇠고기 수입 협상은 FTA를 성사시키기 위해 국민의 자존심을 무시하고, 검역주권을 포기한 굴욕적인 협상이다. 우리 국민은 국가의 미래와 자주권을 포기한 채 굴욕적인 외교로 경제력을 키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국민은 정부와 지도자가 들을 때까지 그 외침을 그치지 말라"고 현 시국에 대한 서 목사의 입장에 반박했다.

한편, 방 목사는 "예전에 서경석 목사님과 북한 문제를 놓고 토론했을 때, 몇 마디 주고받지 않았는데도 좌파·빨갱이라고 몰아붙였다", "나는 3대째 목사집안이고, 할아버지는 공산당에게 총살 당하셨는데, 내가 어떻게 좌파·빨갱이가 될 수 있겠는가"라며,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친북좌파세력에게 조종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서 목사의 색깔론을 비판했다.

이에 서 목사는 "나는 빨갱이라고 한 적이 없다"며 방 목사의 주장을 부인했다.

서 목사를 향한 시민들의 반응은 "설교는 필요 없다", "사탄은 물러가라" 등의 야유와 지탄이 대부분이었다. 서 목사 측은 시민들을 향해 "야유하지 말라", "경청하고 예의를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그 과정에서 대한어버이협회 소속 회원, 조선족교회 성도들과 야유하는 시민들 사이에 가벼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반대편에서 서 목사의 발언을 듣고 있던 김환씨(56세 서울 공덕동)는 "지금까지 시민들이 시위를 잘해왔는데,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을 매도하는 저들의 발언이 국민 정서를 자극해 폭력을 유도하는 거 같다"며 거칠게 반응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김상호씨(46세, 서울 휘경동)는 "경실련 활동할 때는 좋게 봤는데 실망이다. 저런 목사가 어떻게 전도를 하겠느냐?"고 서 목사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서 목사는 한 시민이 "박정희 정권 때 유신정권 반대 시위했던 사람이 지금은 왜 이러냐"는 질문에 "당시엔 자유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다."면서도 "지금은 민주주의가 정착됐다. 노무현 정부 때 불만이 많았지만 물러가라고 하지 않았다. 정부는 선거로 심판해야한다"고 대답했다. 또 "쇠파이프를 들고, 전경버스에 올라타면서 정권퇴진을 외치는 폭력시위대는 정권이 공권력을 행사해서라도 막아야한다"고 주장했다.

	▲ 김종환 목사(통일시대평화누리 사무국장)는 "서 목사는 변절했다" 며 "후배로서 부끄럽다"고 밝혔다.ⓒ뉴스앤조이 김은석

시위대를 향한 서 목사의 거친 발언이 나오자 지난 6월 13일, 서 목사의 시위에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던 중 서 목사를 지지하는 시민에게 폭행을 당한 김종환 목사(통일시대평화누리 사무국장)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 목사는 "후배로서 부끄럽다. 폭력시위대에 공권력을 동원하라는 게 무슨 말이냐"며 "수차례 시위에 참가했다. 시민들은 평화 시위를 원했지만 경찰이 먼저 시민들을 공격적으로 진압에 했고, 시민들은 과잉진압에 대응한 것이다"며 서 목사의 발언에 응수했다. 김 목사는 또 "한 때 김진홍·서경석 목사를 존경했다. 지금의 김진홍·서경석 목사는 변절했다. 진정한 목사라면 나단 선지자의 마음으로 권력에 쓴 소리를 해야 한다.  이명박 장로의 눈과 귀를 막지 말고 바른 목소리를 내달라"고 성토했다. 

자신이 변절했다고 비판한 김종환 목사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서 목사는 격앙된 목소리로 발언을 시작했다. 서 목사는 "내가 변절했다는 말은 옳지 않다. 과거 민주화 운동을 같이 하던 친구들은 대부분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출세했다. 나는 두 정부로부터 수 없이 받은 제안들을 거절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고 자신의 과거력을 쏟아놓는 한편, " 좌파들이 맥아더 동상을 허물려고 했는데, 맥아더 아니었으면 우리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폭압에 시달렸을 것이다. 나는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몸 바쳐 싸웠다"며 논지에서 벗어나는 주장을 쏟고 마이크를 놓았다. 

한편, 서 목사는 이 발언을 마무리하고 뒤로 물러서던 중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잔디밭에 쓰러졌다. 서 목사 지지자들이 서 목사를 부축하는 동안 시민들과 서 목사 측의 발언은 10여 분간 계속됐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이 서 목사를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서 목사 측의 시위는 마무리됐다. 서 목사는 백병원으로 이송됐고, 서 목사 측 관계자는 "17일 저녁 6시에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 서경석 목사가 본인이 담임하고 있는 조선족 교회의 여성도(조선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김은석

	▲ 야유하는 시민들과 서 목사를 지지하는 대한어버이연합 회원들 사이에 가벼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뉴스앤조이 김은석

	▲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와 김종환 목사(통일시대평화누리 사무국장)가 서경석 목사의 맞은 편에서 시위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