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의 아픔을 보며, 생명의 강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을 다시 새겨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낙동강>

낙동강에 줄지어 선 덤프트럭의 굉음을 듣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습니다. 낙동강이 그렇게 파헤쳐지고 속살이 드러나는 일에도 무감각해지는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풍경에 우리도 익숙해지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낙동강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지 모릅니다. 순례단이 낙동강을 따라 가면서 보고 듣는 것은 그 중에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누가 이 거대하게 흐르며 우리 사회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는 낙동강을 제대로 알고 있다 할 수 있을까요? 각 지역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범위에서 낙동강을 파헤치고 관리한다 합니다. 그렇게 낙동강을 보니 전 구역이 모두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일정은 “천지 순환 기운이 발걸음에 맺혀 지기를 바라며 우리의 정성이 강에 머무르기를 기도한다”라는 홍현두 교무님의 아침 기도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순례단은 상습침수지라는 박진교 인근 지역을 낙동강을 따라 이동하였습니다. 낙동강 상습침수 지역의 새롭게 만들어진 제방길을 따라 여의리 마을 앞 제방을 출발하여, 정곡리 제방, 율산리 제방을 거쳐 전화리의 강변에 낙동강 도착하였습니다.

의령군에는 2개의 골재채취장이 있다 합니다. 그중 한 지점인 정곡리 율서지구 골재채취장은 허가받은 채취량 55만㎥ 중 4만 6천㎥만 남아 있다 합니다. 하루에 약 800루베 정도 채취되고 있으며, 경남지역에서 대부분 소비된다 합니다.
 

순례단의 오전 일정은 골재채취장을 지나 박진교 앞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오후에 있는 원불교 기도회를 다녀오기 위해서였습니다.

오후에는 “마음은 언제나 함께 있습니다. 이번기회에 나의 신앙과 나의 삶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가 되게 하옵시고, 이러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라는 성공회 박경조 주교님의 기도로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원불교 기도회에 참석하였던 많은 교무님들과 신도분들과 함께 남지읍 칠현리까지 낙동강 제방길을 따라 이동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길게 늘어서 있는 골재채취 차량의 행렬을 보았습니다. 낙동강 구간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영아지 마을 산길이 시작되는 2km 전방에서, 그동안 보았던 골재채취 차량 중 가장 긴 행렬을 보게 되었습니다. 약 200m 구간의 농로에는 온통 덤프트럭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오늘 기도회에 참석하였던 원불교 성직자분들께서 아름다운 낙동강의 모습을 보셔야 하는데, 이렇게 파헤쳐지는 모습을 보시게 되어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낙동강을 망치는 것은 경부운하라는 낮선 이름의 괴물뿐만이 아닙니다. 운하 사업은 말도 되지 않는 사업일 뿐입니다. 그러나 낙동강을 강답게 흐르지 못하게 하고, 낙동강의 생기를 빼앗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 각종의 개발 사업들 역시 낙동강을 낙동강답게 만들었던 수많은 모래와 자갈, 그리고 갈대, 이름없는 풀에서부터 버드나무 군락지 등 하천변 습지의 훼손을 대가로 한 것입니다. 결국 낙동강을 훼손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삶이지 않았나 합니다.

오늘 일정은 남지읍 칠현리 골재채취장 인근에서 “함께 가는 길,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종교인 양심으로 우리의 바람을 꼭 지켜내기를 바랍니다”라는 이필완 목사님의 기도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늘 숙박은 양아지 마을 앞 제방에 숙박장소를 마련하였습니다.

<원불교인이 앞장서서 생명파괴 물질위주의 역리를 바로 잡겠습니다.>

오늘 경남 창녕군 남지읍 남지 공원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반대 원불교 생명평화 기도의 날”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동안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단은 3월 4일 개신교 기도회(조령 3관문), 3월 7일 불교계 정진법회(문경 희양산 봉암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운하 계획으로 고통 받는 뭇생명의 아픔을 함께 하고, 우리사회에 만연된 생명경시 경제제일주의 풍조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함이었습니다.
 

오늘 진행된 행사는 앞서의 개신교, 불교 기도회에 이어, 생명의 강을 살리고, 우리 사회의 경제제일주의 성찰을 위해 원불교 차원에서 진행되는 행사입니다.

원불교 천지보은회 주관으로 진행된「한반도 대운하 반대 원불교 생명평화 기도의 날」은 정상덕 교무님의 사회로, 전산 이정택(원불교 대구경북교구장)교무님과 100여명의 교무님과 신도님, 순례단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원불교 생명평화 기도는 원불교의 사은사상 중 천지은에 배은하는 대운하 건설을 백지화하기 위한 정성과 염원을 모으는 자리였습니다.

개식을 알리는 김인경 교무님의 경정과 정상덕 교무님의 설명기도, 그리고 전산 이정택 대구경북 교구장님의 설교가 이어졌습니다.
 

이정택 교구장님은 “우리의 살림살이가 조금 어려워졌다고 온 나라가 경제 경제를 외치며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 풀어가려고 하다 보니 각종의 정책들이 환경을 훼손시켜가며 우리들의 가장 소중한 생명마저도 위협을 받게 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대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수단으로 삼아야 할 물질을 소유하기 위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생명이라는 목적가치를 없애려고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주객이 전도되었다 또는 가치전도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소유자와 소유물의 가치전도 현상이 일어나다보니 2만불 시대를 넘어선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몇백불도 안되었지만 행복하고 인정이 넘치던 과거에 비해 우울하고 슬픈 현실속에서 불안과 초조속에서 생활해 가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하였습니다.

이정택 교구장님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인 독일과는 엄청나게 다른 현실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운하의 추진 논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긴세월에 걸쳐 자유롭게 흐르던 강줄기를 계속 자유롭게 흐르도록 놓아두는 것이 자연환경을 가장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상식을 저버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지극히 사소한 경제적 이익들 위해 두고 두고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환경을 훼손하는 일은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운하 추진론자들을 비판하고, “국민의 24.8%가 찬성하고 61.5%가 반대한다는 최근 소식을 접하며 국민들을 섬기겠다라는 이명박 정부의 섬김의 철학의 후속조치가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하다”고 합니다.

한편 “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국보1호가 불타버린 뒤에야 아쉬워하고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 우리네 현실에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사라지게 한 역사의 죄인들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우리의 역사문화 유산이 아닐 것입니다. 강과 함께 공생하여 왔던 우리네 역사 속에서 강을 생명의 강으로 만들고, 강답게 흐르게 하는 모든 것이 우리의 문화유산입니다. 흐르는 강물과 함께 역사를 지켜보았던 절벽조차 우리의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정택 교구장님은 “반짝하는 인기에 영합하는 전시행정의 모습이 아닌 진정한 서민들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아쉬워지기에 청와대는 고소영 내각은 강부자, 강금실 인사는 S라인, T라인이라는 신조어들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이 되는 오늘”이라 합니다.

이정택 교구장님의 설교에 이어 독경과 기도문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원불교 천지보은회는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며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채탁하여, 한반도 대운하 계획의 포기를 촉구하였습니다.

원불교 천지보은회는 호소문을 통해 “지혜의 눈을 떠 지금 현재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생각해 봅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요, 바탕입니다. 강은 삶의 터전이고, 산천은 우리 안식처입니다. 이 생명 근원 질서 앞에 정치적 목적과, 경제적 풍요라는 미명하에 강과 물길을 막고 억지로 돌리려는 역리의 야욕은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는 행위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반드시 저죄되어야 합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강과 산천이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더 이상은 파괴되어서는 안된다”라며, “천하대지는 오직 함께 살아야 할 우리의 벗이요, 어버이고, 우리 미래의 전부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국민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 현 정부의 위정자들은 국민 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촉구하였습니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운하 사업으로 인해 “국민을 편가르고, 개발이익으로 부풀려 허망의 세계로 인도해서는 결코 안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제라도 (국민) 모두가 일어나 생명의 물길을 보호하고 자연과 더불어 함께 잘 사는 평화의 미래를 향해 지혜의 눈을 떠야 한다”며, “원불교인이 앞장서서 생명파괴 물질위주의 역리를 바로잡고, 생명가치를 살리고, 정의를 알리는 일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하였습니다.

기도회를 마치고 행사에 참석하였던 교무님들과 신도분들은 순례단과 함께 오후 순례 일정을 함께 하며, 생명의 강을 위한 마음을 모았습니다. 오늘 참여하신 원불교 성직자분들께서는 멀리 서울에서부터 한 길을 달려와 아름다운 마음과 기도의 대열에 동참하였습니다.
 

개신교, 불교에 이어 원불교까지 진행된 기도회를 통해 생명의 강을 살려야 한다는 우리의 마음이 더 넓게 세상으로 확산되어, 더 많은 녹색의 공명을 이끌어 내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원불교 추부교당의 정세완 교무님은 “대운하 건설이 되면 다음 정권은 대운하를 원상복원을 해야 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첫 말문을 여셨습니다. “70년대식 개발 논리에 의한 자연파괴는 이제 그만 해야죠. 국민여론도 반대가 많은데 굳이 해야 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또 자연은 있는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시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셨습니다.
 

이외 종교적 차원에서도 언급하시기를 “인간 중심이 아닌 모든 생물과 함께 공생해야 되는 것입니다. 인간, 돈 중심의 개발 논리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희생 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라고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아마 국민의 반대로 운하 추진은 못할 것”이라고 희망적인 말씀도 남기셨습니다.

끝으로 “현 정부가 마음을 비우면 국민 섬김의 모습이 보일 것” 이라고 바람을 전하면서 오늘 하루 순례에 동참하셨습니다.

가톨릭 마산교구 농민회 임봉제 회장님은 “운하가 망국적인 공약이기에 오늘 순례에 동참 하셨다”고 참여 동기를 말씀하셨습니다. 또 운하를 저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시기를 “강과 자연은 있는 그대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운하 사업은 생명의 강인 낙동강을 비온날 개가 나다니듯이 다 어지럽히고 더럽히고 마는 것입니다”라고 개발논리에 대한 문제점을 설명하셨습니다. “적어도 모든 생물을 죽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발을 해야 합니다. 모든 생물이 살 권리를 지켜주는 것, 이것이 바로 친환경”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에는 단장이신 이필완 목사을 비롯하여 김민해 목사 / 최상석 신부 / 김규봉 신부 / 문규현 신부 /홍현두 교무 / 김현길 교무 / 수경스님 / 연관 스님 / 지관 스님 / 박남준 시인 / 이원규 시인이 참여하였습니다.

순례길 하루 동참자로는 김명숙/ 향린교회의 조헌정 목사, 정인옥 등 / 원불교 대구경북교구장이신 이정택 교무님과 잠실교당의 김인경 교무님, 서울 교구의 조경철 교무님, 추부교당의 정세완 교무님 등 50여명 / 거제도 창평성당의 강송옥, 김지영님 등 / 가톨릭 마산교구의 최아나다시아 수녀님 / 가톨릭 농민회 마산교구 회장이신 임봉재님 / 경남물처럼평화학교 홍세옥, 주은정님이 참여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3월 26일(수) 일정 : 창녕군 남지읍 칠현리 대현산업 인근 출발 - 남지읍 남지제방(남지고교) 인근 점심 - 창녕군 도천면 우강리 요강교 인근 종료

* 3월 27일(목) 일정 : 창녕군 도천면 우강리 요강교 인근 출발 - 창녕군 길곡면 마천리 청암교 인근 점심 - 창원시 동읍 본포리 본포교 인근 종료 예정

* 3월 27일(목) 일정 : 창원시 동읍 본포리 본포교 인근 출발 - 창원시 대산면 북부리 인근 점심 - 김해시 진영읍 시산리 시산마을 인근 종료 예정

* 정확한 출발 장소 및 시간은 도보순례단에게 전화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원불교 남지교당에서 마음을 모아 점심식사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 가톨릭 남지성당에서 마음을 모아 음료수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3. 24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