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맑아진 낙동강을 따라 걸었습니다>

월요일. 한주가 새롭게 출발하는 날입니다. 오늘은 모처럼 순례단과 몇 분의 성직자. 그리고 서울과 포항에서 오신 하루 순례길 동참자와 함께 오붓하게 순례가 진행된 날입니다.
 

비가 온 이후의 세상을 푸르기만 하였습니다. 순례길 역시 조용한 농촌과 낙동강변의 조용하고 평온한 세상을 만났습니다. 어쩌면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세상은 이런 세상일 것입니다.

멀리 서울에서 오신 김명숙님의 출발장소 문의로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서울과 포항, 마산교구에서 오신 성직자분들과 함께 순례단의 하루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봄빛과 함께 꽃들도 피어나는데 우리 걸음도 꽃 사태처럼 세상에 피어나기를 바란다”는 박남준 시인의 아침 기도로 하루 발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순례단은 67번 도로가 차량 이동이 많고 인도가 적어 농로를 이용하여 적포교 인근의 낙동강 제방길까지 이동하여 오전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어제 소식에서 전한 바와 같이 이 지역은 낙동강 본류가 회천과 황강을 만나 수량이 풍부해지고, 수질도 상대적으로 좋아지는 지역입니다.
 

낙동강과 황강의 합류부 지역은 이수정이라 하는 등림리에서 이방면 현창리까지 낙동강변으로 제방길이 있어 강 순례를 하시는 분들이 이용하기 좋습니다. 나중에 낙동강 순례를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제 비도 오고 황강의 맑은 물이 합류되어서인지 낙동강의 물은 한결 맑아진 것 같습니다. 주변은 여전히 골재채취로 하상이 평평하게 정리가 되었지만, 골재채취는 오래전에 허가가 종료된 듯 하였습니다. 강변에 매여져 있는 소와 녹이 슨 골재채취 기계들의 모습은 참 어색한 풍경이었습니다.
 

골재채취 이후에 수심이 매우 낮은 지역도 있어 낙동강 중간에 나무가 걸려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 화물선 뛰우려면 얼마나 강바닥을 파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낙동강에 운하를 만들겠다는 분들이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낙동강은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한 때 여기는 내 땅이었다>

회천과 황강을 만나는 구간에서부터 하류의 낙진교까지 구간은 홍수가 나면 상습 침수되는 지역이 많다 합니다. 그래서인지 제방공사가 새롭게 된 곳이 많습니다.  그리고 강변은 온통 골재채취 흔적만 남아 있으며, 버드나무 군락지 사이로 골재채취 차량이 오가는 길이 나있고, 그 길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팻말과 골재를 몰래 파가는 사람을 감시하는 초소만 남아 있더군요.

 

 

 

 

 

 

적포교 인근의 새로운 제방 안쪽에서 한창 밭갈이를 하는 농민들을 만났습니다. 나이 드신 농민들은 운하를 반대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원래 이 지역은 마을이 있던 자리인데, 수해가 나고 해서 제방이 만들어져, 제방 안쪽의 마을은 수해지구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은 제방 밖으로 집단 이주하고 농지는 보상되었다 합니다. 그러나 농민이 농지를 떠나 살수 없어, 군유지가 된 예전 농지를 임대하여 다시 농사를 짓는다 합니다.
 

 

과거에는 자신의 농지였으나 지금은 군유지가 된 땅을 임대하여 경작을 하는 것입니다. “운하가 만들어지면 여기서 어떻게 농사를 할 수 있겠느냐?”며 “운하 한다고 여기(제방 길 안쪽의 하천변 농지)를 전부다 파낼 건데,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냐?”며 걱정을 하시더군요. “우리 동네에서 내가(56세) 그래도 젊은 축인데, 나이든 여기 사람들 농사짓지 않으면 어디 가서 뭐 못한다. 그래서 운하 때문에 생계가 파산 날까봐 우리들은 반대할 수 밖에 없다. 공장이 들어선다고 해도 우리 같은 사람 쓰겠냐? 젊은 사람도 없는 지경이다. 50대 중후반인 사람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땅에 몸을 담고 태양과 바람의 손길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살아가게 된 것은 여러 이유일 것입니다. 기상 및 기후적인 원인도 있을 것이며, 하천을 관리한다는 이름하에 진행되는 하천 직강화 사업도 한 원인일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 분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삶의 터전을 버리고 또 떠나야 하는 아픔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강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하루였습니다.

<모래 사장에 골프공만 있었습니다>

적포교 인근 낙동강 제방길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발걸음 한걸음 마다 마음을 잇고 생명을 살리는 원천이 되게 하여 달라”는 윤행도 신부님의 기도를 시작으로 적포교를 건너 의령군 낙동강 제방길을 걸었습니다.

적포교는 낙동강 하구로부터 112.4km 지점에 있다 하니 순례단의 낙동강 구간도 얼미 남지 않은 듯 합니다. 적포교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은 여전히 탁한 물길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웠습니다. 하지만 상하류 모든 구간에 보이는 낡은 골재채취 선박들만 과거 이 지역이 골재를 파기 위한 전쟁터였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적포교를 지나 낙서면의 낙동강 제방길을 따라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운 오후 순례가 되었습니다. 낙동강도 황강 이후에 신반천에서 새로운 물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의령에서 발원한 신반천이 유입되는 지역도 대부분 골재채취로 인해 하천이 마치 운동장처럼 단순하게 변형된 지역입니다. 모래사장에 남아있는 새들의 발자국도, 개와 너구리의 발자국 기록도 얼마 없더군요. 다만 모래사장에는 물레 밀려온 잡목을 중심으로 너구리의 발자국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넓은 강변을 돌아다녀보아도, 구미 해평습지처럼 모래사장에 흔하디 흔하게 남아 있을 철새들의 배설물 하나 없이 어디서 온지 모를 골프공 하나만 주인 행세를 하며 모래사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오늘 순례단의 일정은 여눕골 나루터 인근의 제방길에서 “우리의 이름은 달라도 함께 기도걸음을 해왔습니다. 우리의 기도걸음이 평화의 도구, 생명의 강을 살리는 곳에 쓰이길 바라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시기를 기도합니다”라는 이필완 목사님의 기도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낙동강의 상습침수지라는 지역 설명과 오래전 골재채취 흔적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평화로웠던 하루였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순례길에 동참하실 때마다 숙식을 해결하기 위한 짐을 넣은 큰 배낭을 가지고 참여하시는 강동일(청년환경센터 회원)님은 운하 건설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예전에 새만금도 큰 문제를 남겼지만 운하는 한강·낙동강만 따져도 새만금에 몇 십배에 해당하는 생태적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강 자체가 중요한 생태계인데 검증, 입증도 되지 않은 경제적 공약을 내세우면서 거짓된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하셨습니다. 그리고 “운하는 모든 방안을 마련해서 절대로 막아야 한다.”며 강한 의지의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마산교구에서 오신 이상원 베네딕토 신부님은 “땅도 좁은 우리나라의 자연인데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좋겠다”며, “자연을 파괴하면 나중에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또 “자연 그리고 인간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터무니없는 이벤트성의 정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현하셨습니다.
 

역시 마산교구에서 오신 홍지나 크리스티나 수녀님은 “자연과 더불어 순례에 참여 하고 싶어서 왔다”며, 운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비현실적이며 당장 편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환경파괴와 함께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걱정 어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또 바램을 말씀하시기를 “현재의 위정자들이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데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에 눈을 뜨기를 바란다”며 호소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마산교구의 최재상 신부님은 순례길을 걸어보신 후 말씀하시기를 “인간은 자연에 순응해야 하며 정복이 아닌 동화되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현실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에 모두가 희생이 되어 불행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하시며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시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운하에 대한 의견을 여쭙자 “말이 안 되는 얘기니 거론할 여지가 없다”고 하시며 일축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도 오늘 하루 순례를 잘 마치시고 귀가하셨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에서는 단장이신 이필완 목사 / 김민해 목사 / 홍현두 교무 / 김현길 교무 / 수경스님 / 도법 스님 / 연관 스님 / 지관 스님 / 박남준 시인 / 이원규 시인이 참여하였습니다.

하루 순례길에 동참하신 동참자로는 서울에서 오신 김명숙, 강동일, 김옥금, 주은정, 이정자, 홍지나크리스티나 수녀님, 최아나다시아 수녀님, 이상원베네딕토 신부님, 윤행도 신부님, 최경식 신부님 등이 참여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3월 25일(화) 일정 : 의령군 낙서면 여의리 제방 출발 - 의령군 낙서면 진등고개 인근 점심 - 창녕군 남지읍 칠현리 대현산업 인근 종료

                      (남지에서 원불교 기도회 진행. 오후 1시)

* 3월 26일(수) 일정 : 창녕군 남지읍 칠현리 대현산업 인근 출발 - 남지읍 남지제방(남지고교) 인근 점심 - 창녕군 도천면 우강리 요강교 인근 종료

* 3월 27일(목) 일정 : 창녕군 도천면 우강리 요강교 인근 출발 - 창녕군 길곡면 마천리 청암교 인근 점심 - 창원시 동읍 본포리 본포교 인근 종료

* 정확한 출발 장소 및 시간은 도보순례단에게 전화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적포교 인근의 황토학교 관계자 여러분께서 함께 순례를 하시었으며, 숙박장소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가톨릭 마산교구 정의구현사제단과 가톨릭 농민회에서 순례에 동참하여 함께 걸었으며 마음을 모아 후원해주셨습니다.
- 멀리 강원도 고성에서 오신 채현기 목사님 내외분께서 맛있는 딸기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3. 24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