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왠지 바쁜 하루였다.
광화문의 내 단골 병원의 계단이 말끔해져
아! 내부수리를 했구나 하고 들어서는데
낯선 이름과 화분이 즐비하질 않은가.
"아! 길내과 아닌가요?"
" 네, 맞습니다."
"...."
"저.. 길 선생님이 그만 두시고 대신..."
새로 오신 분은 여의사...
10여 년을 다녔던 병원이라 익숙했는데
다시 정 붙이려면 또 시간이 걸릴 텐데, 어쩌나?
蘭화분은 고운 향기로 손 흔들며 나를 배웅한다.
그간 걸음이 신통찮아서 뜸했던 인사동 거리를
오랜만에 걸었다. 추어도 여전히 북적대는 거리
그중에도 '쌈지거리'는 여전했다.
<기다림의 美學>이란 이름에 이끌려 들어간 전시장
그 중에도 참나무 그림이 나를 불러 세워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다.
목숨 끊겨 통나무로 뒤꼍에 쌓여있다가
한참을 기다려야 쓰임에 따라 어디론가 떠나야할 통나무들...
그래서 기다림이란 제목이 이 그림에 어울리고
어딘가 나를 닮은 듯도 하여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나도 통나무처럼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 당장은 여러 차례의 뼈주사를 맞고 기운차리고 있지만
그 날이 언제일지 몰라 기다리고 있는데....
그렇다면 나의 기다림의 美學은?
사랑을 하고
아름답게 살고
깨끗하게 떠나는 일.
다리도 쉴 겸, 허기를 채워야겠기에 예쁜 카페에 들어섰다.
여권갱신을 위해 찍은 사진을 꺼내보며
쉬고 싶을 때 쉬고, 배 고플 때 먹을 수 있는
내가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내가 나에게 이르며
마음에 점을 찍었다(點心).
그리고 간 곳은 가회동에 있는 일본문화원
엊그제 빌린 책을 돌려주기 위해 갔는데
글쎄, 여기서...
일본신문을 보고 있는 내 곁에 다가선 사람이
며느리와 큰손녀가 아닌가.
이곳에서 일본 만화를 보러왔다는데
놀랄 일, 기이한 일이다.
인연있는 사람은 이렇게 해서 만나고
저렇게 해서라도 만나게 되는 모양이다.
오늘도 문화원이 너무 추워, 책을 빌려가지고 왔다.
그리고 전철을 두번 갈아타고 이응주 정형외과로 갔다.
벌써 세 번째의 뼈주사를 맞고 매일 물리치료를 받는다.
아파도 행복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아픔이 사라진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
아파도 감사한 건
배고플 때 먹을 수 있고
사랑할 이웃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뿐인가 사랑 받고 있는 걸 알면
더 열심히, 더 정성을 다하고
꿈을 가져야 할 일이라고 여기며....
의사는 물론 내 건강을 염려해주는 사람은
모두 내게 千手千眼 관세음보살이다.
오늘도 관세음보살의 가피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며
이런 하루를 쓰지 않고는 못베길 행복에
오늘도 자판기를 두드린다.
나는 지금까지 외롭다 그립다란 말을 많이 써왔다.
그러나 아픔에 닥쳐보니 이런 감정은 얄팍한 것이다.
나의 있음이 남으로 하여금 존재하는 것인데...
내가 아파서 님이 아파하는 걸 본다.
마치, 아기가 아프면 엄마도 같이 아파하는 것같은...
나의 아픔이 이웃을 대신하는거면 얼마나 다행인가.
불교에서 말하는 자타가 둘이 아니란 걸(自他不二)
어렴픗이 알것만 같은 요즘이다.
|
)
)
)
)
)
)
)
)
)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