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으면 정통도 사라진다

왕상12:26~33

현재의 구약성서를 통해서 볼 때 북왕국이 멸망한 이유는 북왕국이 야웨에 대한 올바른 제의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성소를 세우고 송아지를 숭배했기 때문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왕상12:28~29). 그러나 이런 인상은 전적으로 신명기사가의 역사적 관점에 따라 성경의 본문이 기록되었기 때문에 갖게 되는 그림이다. 신명기사가의 입장은 오직 한 곳, 예루살렘만이 중앙성소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예루살렘 성전 이외의 곳에서 제사를 드린다는 것은 곧 배교행위에 해당한다고 간주되었다.


• 북이스라엘의 멸망 이유는 야웨신앙에 대한 배교 때문일까?

그렇기 때문에 신명기사가의 눈으로 볼 때 북왕국이 예루살렘 중앙성소를 배제하고 벧엘과 단이라는 곳에, 그것도 한 곳이 아닌 두 곳에 성소를 만들고 거기에 송아지상을 만들어 세우면서(28a) 이후로는 예루살렘으로 갈 필요가 없다며(28b) 북이스라엘 형제들에게 벧엘과 단에서 제사를 드리도록 조치한 것은(30b~33) 북왕국이 스스로 자멸할 짓을 자청하여 자행한 것으로 설명된다(30a, 14:8~9).

그러나 과연 그럴까? 북이스라엘이 남유다보다 먼저 멸망한 것은 신명기사가의 견해대로 그들이 벧엘과 단에 금송아지상을 세우고 예루살렘에 가서 제사를 드리지 못하게 한 배교행위 때문일까? 북이스라엘의 멸망을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남유다가 멸망한 이유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 것인가? 남유다의 종교적 혼합주의는 오히려 북왕국보다 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왕상14:22~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로보암을 향한 저주는 단순한 독설이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북왕국의 멸망의 원인을 온통 종교적인 것으로, 종교적인 배교나 순수한 야웨신앙을 더럽혔기 때문이라고 몰아세우는 모습을 보게 된다(14:15~16).


• 남유다 중심으로 편중된 역사서술

여기서 남유다 중심의 편중된 역사서술 방식을 보게 된다. 신명기사가들은 북이스라엘의 존재를 매우 무의미한 것으로 보고 하찮게 다뤘다. 그래서 남유다의 역사서술에 도움이 되는 부분만, 그것도 종교적인 차원에서만 북왕국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이 북왕국에 대한 보도를 기술했다. 그 결과 북왕국의 정치적 업적에 대해 기술하는 것은 최대한 억제되었다. 오직 북왕국 왕들의 종교적이고 신앙적인 모습만이 부정적으로 강조되었다.


• 여로보암 왕가의 멸문지화 이유들 

신명기사가에 따르면 여로보암의 가문이 멸문지화당해야 하는 이유는 대체로 세 가지이다. 여로보암의 죄라고 지칭되는 내용들은 크게 세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벧엘과 단이라는 곳에 성소를 만들어 예루살렘 중앙성소를 무력하게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거기에 송아지상을 세워 북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우상을 섬기게 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는 그가 레위인이 아닌 보통 백성으로 제사장을 삼았다는 것인데(12:31,13:33) 이 모든 행위는 하나님을 제대로 온전히 찾지 않고 방자하게 굴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바로 이런 내용을 신명기사가는 종교적, 신앙적으로 둘둘말아 지적하면서(왕상14:9) 가문이 말갛게 쓸려 멸문지화당하기에 합당한 죄악이라고 지적했다(왕상14:10). 하지만 신명기사가는 이와 같은 이스라엘의 신앙적이고 종교적인 방자함을 지적하면서도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남유다에 대해서는, 여로보암에게 가해졌던 잔혹한 저주심판과 같은 저주를 내리는 것에 대해 매우 무관심하다. 남유다를 향해 북이스라엘에게 가했던 만큼의 어떤 심판이나 저주예고도 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게도 신명기사가의 역사서술이 남유다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 남유다는 정통야웨 신앙을 잘 지켜서 북왕국 보다 오래 간 것인가?

여기서 질문을 하게 된다. 북이스라엘의 정치적 운명을 종교적인 배교행위의 결과로 본다면 남유다는 북이스라엘보다 더 정통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생명이 좀 오래 간 것인가? 라는 물음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북왕국이 남왕국보다도 야웨신앙에 관한 한 더욱 정통성있는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애썼다고 볼 수 있다. 벧엘과 단에 성소를 건립하고 송아지상을 세운 것도 그런 차원에서 설명되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왕국이 남왕국보다 더 빨리 정치적인 생명을 마치게 된 것은 시대에 맞는 변화를 꾀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력하게 무너진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유는 이렇다. 르호보암 왕 때 북이스라엘 대표들이 솔로몬 때의 학정을 다소 완화시켜 줄 것을 호소했었다. 그러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12:12~15). 북이스라엘이 볼 때 이와 같은 북쪽지파 형제들의 요청이 거절당했다는 것은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노예살이 했던 시절보다 더 못한 착취와 학대가 판치는 노예시대로의 회귀라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저 옛날 이스라엘이 애굽을 빠져 나왔듯이 르호보암의 학정에서 탈출했던 것이다.


• 남왕국보다 더 정통성에 충실하려고 했던 북왕국

비록 신명기사가가 다윗왕조를 계승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남유다 중심의 역사를 서술하긴 했지만 북왕국쪽에서 나라를 분리하며 내세운 신학적인 타당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비껴갈 수는 없었다. 북왕국쪽에서는 나라를 분리해 나갈 때 유대지파만 남고 나머지 형제들은 북이스라엘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뤘다(왕상11:32, 12:20). 그런데 바로 이것은 솔로몬에게 내려진 심판의 결과였다는 것을 신명기 역사가가 증언한다(왕상11:11).

비록 남유다 중심의 역사서술일지라도 신명기사가는 여로보암의 행태가 모세에 평행된다는 점을 내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여로보암이 벧엘과 단에 성소를 만들고 거기에 금송아지를 세웠다는 것, 그리고 유다지파 이외에 다른 모든 지파들이 북쪽 형제 공동체에 참여해 있었다는 것 등을 고려해 볼 때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여로보암이 받게 될 저주의 이유가 되는 것으로 요약되는 세 가지는 남유다 보다 훨씬 먼저 나라가 멸망한 북왕국의 모습을 보면서 남유다 중심의 신명기사가가 내세운 종교적 이유일 뿐이라고 판단된다.


• 북왕국이 더 정통성이 있다는 증거

모세와 여로보암의 일대기가 서로 평행을 이루는 내용은 이렇다. 모세는 형제를 압박하고 박해하는 애굽의 감독자를 쳐죽이고 왕을 피하여 애굽을 탈출해 애굽밖으로 달아났다. 여로보암은 모반의 혐의가 들통나자 솔로몬을 피하여 역시 나라밖으로 달아났다. 모세가 애굽으로 되돌아 갈 때에는 선왕이 죽은 다음이었으며 여로보암 역시 귀국했을 때에는 솔로몬이 죽은 다음이었다. 둘 다 똑같이 선왕이 죽은 후에 동포에게로 돌아갔다. 두 사람 모두 똑같이 타협을 위해 협상했으나 실패했다. 오히려 협상을 통해 압박과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말았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강제노역과 전제군주의 독재권력에서 백성을 빼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세와 여로보암 모두 신탁을 받는다는 점이다. 물론, 신탁을 받는 과정이 서로 다르다. 모세는 하나님께 직접, 여로보암은 실로 사람 아히야라는 선지자를 통해 신탁을 받았기 때문이다(왕상11:29이하). 하지만 공히 두 사람 모두 신탁을 받은 후에 백성들을 강제노역에서 해방시킨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 북왕국의 벧엘과 단 성소, 금송아지상의 정통성 문제

사실 벧엘 성소는 남유다의 예루살렘 성전보다도 훨씬 오래 된 성소이다. 사사시대 이후로 이곳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종교적인 구심점 역할을 했었다. 거기에 하나님의 법궤가 있어서 이스라엘에게는 소중한 장소였다(삿20:27, 20:18 참조)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뜻을 묻기 위해 이곳으로 올라와 번제와 화목제를 드렸다(삿20:26; 21:4). 그러므로 예루살렘보다는 오히려 벧엘이 더 정통성이 있는 제의성소였다고 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벧엘 이외의 성소인 단이나 세겜과 같은 성소를 개발한 것은 남유다가 예루살렘 중앙성소만을 고집할 때 생기는 누수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예루살렘 중앙성소에서만 제의가 수행되어야 한다면 그 불편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강제노역을 시키는 것 이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로보암이 벧엘 이외에 산당제의를 위한 성소를 건립한 것은 오히려 전체 지파들이 효과적으로 야웨숭배의식을 행할 수 있게 했던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 북왕국의 정통성 강화를 위한 보수적 복고주의

뿐만 아니라 다윗은 제사장직에 직접 개입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가 직접 에봇을 입고 축복도 했다. 그렇지만 여로보암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따라서 여로보암은 다윗보다도 더 보수적인 정통성을 견지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런 보수적인 정통성을 견지했던 여로보암이 금송아지상을 만들어서 그것에게 경배하였다는 것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신명기사가의 비난조 기술이라고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금송아지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야웨의 발등상을 나타나내는 상징물로서의 금송아지 형상으로서 벧엘과 단 성소에 세워진 것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여로보암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야웨나 혹은 다른 신을 나타내는 상징이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예루살렘의 그룹 보좌에 상응하는 상징물로서 송아지라는 이미지를 통해 신적인 힘을 나타내려는 의도를 가졌던 단순한 상징물일 뿐이었다. 다시 말해 예루살렘의 그룹 보좌가 야웨 숭배에 관련된 상징이었을 뿐 절대로 우상이 아니었듯이 벧엘과 단에 세워진 금송아지상도 상징으로서 건립된 것이었지 숭배의 대상이 되는 우상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다윗왕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왕실신학과 다윗왕조 이전의 야웨신앙에 따른 것이 아닌, 그래서 정통성이 결여된 예루살렘 중심의 시온신학에 맞서는 것으로서 여로보암에 의해 옛시대의 유산이 다시 원래대로 받아들여진 복고주의적 차원의 반유대, 반다윗, 반예루살렘 경향의 야웨종교 재현이었을 것으로 보게 된다.


• 다윗왕가의 탈선 야웨종교와 북왕국의 복고적 정통야웨 종교의 대결

이렇게 해서 북왕국의 백성들은 이제 예루살렘 중앙성소에만 계시지 않고 벧엘과 단 등 백성들과 좀 더 가까이 계신 야웨를 뵈올 수 있게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예루살렘 중앙 성전안에 갇혀 계신 야웨가 아닌, 벧엘과 단 등의 산당에 그 모습을 드러내시는 야웨와의 교제를 나눌 수 있는 기쁨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야웨의 발등상으로서의 금송아지가 야웨와 동일시되므로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알제의와 구별이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선지자들의 눈에 풍요신인 바알과 야웨의 제의가 동일시 되므로 야웨의 제의는 곧 바알제의로 여겨지는 위험성이 나타났던 것이다. 후세대의 요시야 왕이 벧엘성소를 파괴한 이유는 바로 이런 선지자들의 시각을 수용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더하여 북왕국의 야웨신앙 정통성에 관한 맥락과 당시의 종교적 형편속에서 볼 때 북왕국이 더욱 더 야웨 신앙의 정통성에 충실하려고 했었다는 정치적인 증거도 확연하게 부각되어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로보암은 남유다와는 달리 옛지파동맹 체제를 유지하려고 했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남유다에 대한 반역이 성공을 거둔 뒤에도 한 세대가 훨씬 지나도록 북쪽은 왕실의 권력화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고 왕실을 신학적으로 합리화시키거나 신탁에 따라 북쪽 지파 동맹체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신학적 사색을 시도하지 않은 것이 그에 해당한다. 남유다는 다윗을 중심으로 하는 왕실신학이 만들어져 다윗왕조의 권력과 정치에 대한 타당성과 정통성이 야웨에 의해 부여된 것으로 진술되었으나 여로보암은 신탁에 따라 행동을 취해 북이스라엘을 남유다로부터 독립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여로보암 왕실을 위한 신학을 구상조차 하지 않았다.


• 변화없는 보수주의의 한계-변하지 않으면 정통도 사라진다

이는 전제군주 체제가 아닌 지파동맹 체제의 유산을 받아들이는 보수적 복고주의 경향 때문이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군다나 다윗왕가의 왕실통치가 가져 온 강제노역에 반발하여 왕정에 대한 거부감이 지파동맹체제로의 전환을 갈망하는 현실이 되게 했기 때문에 그들은 보수적 복고주의 형태로 회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50년 쯤 뒤에 가서야 북이스라엘도 왕실중심의 전제군주 체제를 갖추게 되긴 하지만 탄탄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가 필요했던 당시의 팔레스타인 정치상황에 민감하고도 발빠르게 적응하는데 있어서는 남유다만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신명기사가의 입장에서 보는 남유다 중심의 역사서술에 의한 북왕국의 모습은 매우 초라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은 보수적 복고주의 경향에 잠수되어 변화하는 주변세계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변화에 발맞춰 자신의 모습을 능동적으로 바꿔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형태의 보수성향속에서 복고주의적 정치체제인 지파동맹체제와 지역성소 중심의 산당제의 중심으로 회귀한 것은 북쪽 이스라엘 형제들을 강력하게 하나로 결속시키는 중앙집권식 단결력을 약화시켜 주변국가들과의 정치,사회,문화등의 제분야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게 했다. 그 결과 지파동맹 체제와 복고적 야웨신앙, 그리고 보수적 상황에서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늦된 변화시도가 망국의 설움을 당하게 했던 이유가 된다고 보게 된다.

물론 이 외에 다른 이유들도 다수있겠지만 이렇게 보는 것은 남유다의 신명기사가의 역사관점이 단지 야웨종교에 국한되어 북이스라엘의 멸망을 야웨에 대한 배교로만 보는 벽을 넘어서고자 하는 시각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