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똑똑해진 평신도가 풀어라

창12:6 ... 그 때에 가나안 사람이 그 땅에 거주하였더라


위의 구절을 묵상해 보면 분명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지금은 가나안 사람이 그 땅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구절은 “지금 창세기를 쓰고 있는 사람이 살고 있는 시대에는 가나안 사람이 그 땅에 없다”는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창 12:6 전체는 이렇다. “아브람이 그 땅을 통과하여 세겜 땅 모레 상수리 나무에 이르니 그 때에 가나안 사람이 그 땅에 거하였더라” 이 구절을 5절과 연결시키면 아브람의 여행경로가 나타난다. “아브람은 사래와 조카 롯과 하란에서 얻은 모든 소유와 얻은 사람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떠나서 마침내 가나안 땅에 도착했다.” 그리고 “가나안 땅을 통과하여 세겜 땅에 있는 모레 상수리 나무에 도착했다.”

이 여행경로를 기술하면서 창세기를 쓴 하나님의 사람은 분명하게 지적했다. “그 때에”, 다시 말하면 “아브람이 가나안 땅을 통과할 때에” 가나안에는 가나안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창세기를 쓴 하나님의 사람이 창세기를 쓰고 있는 현재 당시에는 가나안 사람이 가나안에 살고 있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그 때에 살고 있었다”는 말은 “지금은 살고 있지 않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 창세기 자체가 모세 저작설을 부인한다

주지하는 대로 창,출,레,민,신을 모세오경이라고 한다. 모세오경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모세가 쓴 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세는 가나안에 들어가 가나안 일곱 족속을 멸절시켜야 한다는 하나님의 명을 여호수아에게로 이관했다(신31:1~2). 그리고 여호수아는 가나안 일곱 족속을 상대로 싸우면서 토지를 점령해 들어갔다는 것이 일반적인 그림이다.

그렇다면 위의 구절은 어떻게 된 것인가? 모세가 썼다면, 모세 시대에 이미 가나안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없다는 뜻이 되므로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결론은 간단하다. 모세오경은 모세가 쓴 글이 아니다!


• 사사기가 오경의 모세저작설을 부인하는 근거를 제시한다

이에 덧붙여 모세오경은 모세가 쓰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창세기 내의 또 다른 증거는 이렇다. “단”이라는 장소는 여호수아의 가나안 진입 이후에 여전히 땅을 갖지 못한 “단 자손”이 ‘라이스’라는 곳을 치고 그 곳에 먼저 거주하고 있던 거주자들을 전부 멸절시킨 이후에(삿18:27) 그들이 살던 성을 단 자손들이 중건하고 거주하면서 자신들의 지파 이름을 따 그 곳을 “단”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사18:28~29). 그리고 사사기 저자는 30절 끝에 “이 백성이 사로잡히는 날까지 이르렀더라”고 기록하므로서 사사기의 저술이 상당히 뒤늦은 시기에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이 백성이 사로잡히는 날”이란 적어도 앗수르에 의한 북왕국 정복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뒤늦게 기록된 사사기의 기록을 근거로 창14:14를 보면 아브람이 “단”까지 쫓아가 사로잡힌 조카 롯을 구해왔다는 기록이 있음을 볼 수 있다. “단”이라는 지명은 위에서 본 대로 여호수아 마저도 죽은 이후에 단 지파에 의해서 생겨난 지명인데 이 지명이 모세가 기록했다는 창세기에 나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창세기를 비롯한 출,레,민,신 즉 모세가 쓴 글이라고 해서 모세오경이라고 불리우고 있는 구약성경의 앞부분 다섯 권의 책은 결코 모세가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 신명기의 끝부분은 좋은 믿음의 본보기가 될 수 없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신34:5의 모세의 임종에 대한 기록에 대해 ‘그것은 모세가 자기의 죽음을 미리 예고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는 좋은 믿음의 발로라고 보기가 어렵다. 그 이하의 구절은 도저히 예고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나타내므로 예고라고 보기보다는 나중 시대 사람의 기록이라고 보아야 지극히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약성경의 앞에 있는 다섯 권의 책을 모세오경이라고 하기 보다는 모세라는 인명을 빼고 단순히 ‘오경’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 믿음생활에 이런 것이 왜 필요한가?

혹자는 이에 대해 모세가 쓴 글이면 어떻고 모세가 쓰지 않은 글이면 어떻냐 말씀이 중요한 것이 아니냐면서 이런 문제를 회피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정녕 말씀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말씀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말씀은 원래 특정의 시-공간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먼저 주어졌기 때문에 그 때 그 말씀이 주어질 당시, 그 말씀의 원래의 뜻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처음에 말씀이 주어졌을 때의 원래의 의미에 그 만큼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씀은 원래 이런 뜻이었다”는 것을 알고 “지금 여기서의 의미가 무엇이겠는지”를 추구하는 것과 “그 때 그 당시에 그 말씀이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해 잘 모르면서 “지금 여기서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의 차이는 “차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지게 된다. 왜냐하면 말씀이 처음 주어질 때의 원래의 의미와는 전혀 상관없이 지금의 형편과 사정에 틀어맞춰 제멋대로 뒤틀어대는 자기중심적 해석을 하게 되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 이제는 똑똑해진 평신도가 앞장서서 풀어라

그러므로 누가 썼는지, 어느 시대에 기록된 말씀인지, 그 말씀이 왜 그 때 그 사람들에게 먼저 주어진 것인지 등을 잘 알 때 말씀을 내 편의에 따라 왜곡하거나 내 입장을 내세우기 위해 아전인수격으로 이용하거나 내 입맛에 따라 내 마음대로 조작하는 등의 행태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똑똑해진 평신도들이 앞장서서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므로 “묻지 말고 믿으라는 믿음을 앞세운 말씀 왜곡의 현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


• 설교를 빙자한 강단의 허튼 소리를 제어하라

바로 그럴 때 설교를 빙자하여 강단에서 허튼 소리를 해대는 일을 자진해서 걷어치우게 될 것이다. 그럴려면 적어도 최근 10년 이내에 출간된 신학관련 서적을 공부하는 풍토가 조성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풍토는 도서비만 높게 책정해 봐야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을 뿐더러 소용도 없다. 평신도들의 고학력 지성에 의해 강단의 허튼 소리가 제어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 똑똑해진 평신도가 강단의 허튼 소리를 걸러내고 제어하는 방법은 이것이다

그러므로 도서비를 아무리 높게 책정한다고 해도 평신도들의 지성에 의해 강단의 허튼 소리들이 제 때에 걸러지거나 제어되지 않으면 지난 날 한 때 회오리처럼 유행하듯이 퍼졌던, 그래서 한국 교계의 정형처럼 되다시피했던 부흥사 신학의 병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병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똑똑해진 평신도들이 앞장서서 그 동안 금기시 되어 왔던 성경 본문상의 여러가지 의문점들과 질문사항들을 과감하게 질문하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들을 제기해 대므로서 더 이상 믿음 운운하면서 “있는 그대로 믿으라”는 식의 허울좋은 강요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럴 때 신학을 공부했다는 자들이 스스로 신학과 목회현장과의 괴리및 단절현상을 자연스럽게 메꾸어 가려고 힘쓰게 될 것이다.

	▲ 한책의교회 박경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