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12월 31일을 보내면서 필자는 농촌 작은교회에서 드릴 송구영신예배를  생각했다. 당당뉴스 지면에서 토론 중인 송구영신예배 논란과는 상관없이 작은교회의 송구영신예배를 취재하기로 했다. 지인이 얼핏 소개하기를 제천시 백운면에 속한 왕당교회를 한번 찾아가보라고 했다.

	▲ 원래의 취재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김시웅 목사는 작은 농촌교회 목사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살아가는 이야기 1.

	▲ 김시웅목사 살아가는 이야기 2. 김목사는 어느덧 50대에 접어 들었다. 아이들은 어찌 키웠을까? 그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교인들 점점 사라지는 농촌교회는 정말 희망이 없는 것일까?

지금껏 작은교회를 방문 할때 하루 이틀 전이라도 미리 전화 걸고 방문하지 않았지만, 이 경우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노인네 교인들이 놀랄 것 같아 미리 알린 것이다.(작은교회를 방문하는 데에는  필자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다. 미리 알리지 않는 것이다. 교회 근처에 다 도착해서야 방문을 알린다.)

오후 늦게 서울을 출발했다. 동해안의 일출을 보러 가는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밀리긴 했지만 이번에도 네비게이션 덕분에 무난히 마을 끝머리 왕당교회를 찾을 수 있었다.그런데 웬 걸 예배당 불이 꺼져있다?

김시웅목사가 반가이 맞아주었다. 8십, 9십 나신 교인들 6명이 8시부터 와서 예배드리자고 보채더란다. 아마도 김목사가 교인들에게 오늘 밤 기자 목사가 온다고 알린 게 역시나 부담이 되었나보다.

	▲ 이미 교인들이 송구영신예배 드리고 간 텅빈 예배당이라도 찍었다. 김시웅목사가 들고 있는 것은 유정란 한판, 모처럼 귀한 선물로 받았다. 필자는 당당뉴스 탁상달력 하나 전하고...

교인들 사진은 딸내미 시켜서 적당한 것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김시웅목사는 57년 생, 그러니까 쉰이 넘었고 여기 왕당교회에서의 목회만 11년이란다. 이래저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하였다.

대학교3학년, 고3짜리 자식이 둘인데 고교까지는 농어민장학금으로 충당했고 아내가 월 7,8십만원 받으며 일을 하기도 했단다. 무슨 일을 했는지는 묻지 않았다. 오고가는 차비가 많이들어 그만두고 말았다.

	▲ 희망도 없고 교인들도 다 사라져가는 작은 시골교회에서 11년, 김시웅 목사는 쩔쩔매기만 하지 않았다

이제 농촌의 작은 교회는 성탄절 이브 축하회와 새벽송은 물론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찾아보기 힘들다. 교인들도 적어졌지만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왕당교회는 열심으로 송구영신예배를 드린 것이다.

김시웅목사는 스스로를 마을 농민의 한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유정란 양계로 농사를 짓고 있었다.  지금은 원로목사인 엄태성목사 등의 영향을 받아 자활목회를 하는 것이었는 데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임대한 땅에 비닐로 얼기설기 축사를 여러 개 직접 짓고 유정란 양계를 하는 것이다. 1,600수나 된다고 하였다. 이 닭을 키우느라고 청미를 사오고 톱밥을 효소로 발효시키고 거의 방사하다시피 닭을 키우고 있었다.

	▲ 독특하게 디자인된 알장. 이웃 덕동교회 김은수목사가 만들어 주었단다. 닭이 알을 낳으면 굴러나와 한군데 모인다. 그대로 두면 계란이 더럽혀지고 한번 손길이 더 가야한다.

필자는 3년전 목회를 그만 두고 유정란 양계를 도우면서 배우려고 충남 광천 정철우 농장에 내려 갔다가 3달도 못버티고 말았던 경험이 있어서 유정란 양계가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상식이 좀 있는 편인 데 놀랍게도 김시웅목사는 이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 늘상 10여년을 해왔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김시웅목사는 계란의 판매까지 혼자 도맡아 한다. 어떤 설비도 없고 포장할 능력도 없기 때문에 생협 같은 곳에 내지도 못하고 봉고차를 끌고 서울로 대전으로 제천으로 다니며 유정란을 공급하고 있다.

	▲ 잠자고 있는 닭님들이다.

그래도 오래도록 꾸준히 성실히 하다보니 알아주는 사람도 있고 이해하는 사람도 많아 유정란 판로에는 지장이 없단다. 오히려 알음알음 주문이 늘어나 형편만 허락한다면 축사를 더 늘여야 할 형편이란다.

왕당교회 교인들도 처음에야 이해하지 못했지만 벌써부터 응원하며 기도하며 일을 거들기도 한단다. 교인 10여명이 안되는 작은 농촌교회 시골목사는 이렇게 교인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농촌 정주목회를 묵묵히 실천하고 있었다.

필자도 20여년 농촌목회를 하면서 손가락만큼 농사 짓거나 국화를 키우기도 하는 등 했거니와  농촌선교목회자협의회 활동에 참여했었지만 이마만큼 신실하게 농사지우며 사는 김시웅목사같은 이가 있는 줄 미처 모르고 있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목사가 목회나 하지 웬 농사짓고 닭키우느냐고 면박이나 할텐가? 대형 교회도 교인많다고 자랑하는 목회자들도  적지 않겠지만 당당뉴스나 필자에게 '작은 교회가 새삼스럽게 아름답다!'.

라디오로 제야의 종소리 들으며 돌아오는 고속도로 길목, 시간은 이미 새벽 한시가 넘었는 데도 반대편 동해안쪽 강릉쪽 길에는 2008년 일출을 보러가는 자동차들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 필자는 농촌교회 송구영신예배 취재에 실패했지만 섭섭하지 않았다. 여기는 한 번 더 방문할 필요가 있다. 돌아서는 길, 다 낡아빠진 축사를 바라보며 필자가 손에 들고 self로 함께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