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은 결코 회개하고 죄사함 받아 변하여 바울된 것이 아니다

행13:9 바울이라고 하는 사울이 성령이 충만하여


사도행전의 보도에 따르면, 바울은 대제사장에게 가서 다메섹에 있는 여러 회당에 갈 공문을 청한다(행9:1~2). 그리고 그것을 지참하고 그리스도인들을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끌어가기 위해 다메섹으로 간다. 그렇다면, 그 공문이라는 것은 체포영장에 해당하는 사법적인 권한이 있는 문서라는 인상이 짙다.

이런 권세있는 문서를 지참하고 다메섹으로 가던 그는 다메섹에 가까운 어느 지점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나타난 부활하신 주와의 대면 이후 급변하여 핍박자에서 전도자로, 잔해자에서 증거자로 변했다(행9:3이하및 20). 이렇게 돌변한 바울의 모습을 두고 후세대의 독자들은 핍박자요 잔해자였던 사울이 부활하신 주를 만난 후 돌이켜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죄사함받아 변하여 그 후로는 주를 박해하던 일에서 주를 증거하는 일을 하게 된 사람으로서 그 이름을 사울에서 바울로 개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도행전 자체도 사울이 변하여 바울이 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심할 수 없게도 바울이 한 때는 분명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던 핍박자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변화를 “돌이켜 회개하고 변하여 새사람이 되었다”는 틀에 맞춰 “핍박자이며 잔해자였던 사울이 옛날 일을 회개하고 돌이켜 죄사함 받은 후 변하여 전도자이며 증거자로서의 ‘작은 자’란 뜻을 갖는 바울이라는 이름의 새사람이 되었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감동적인 종교영화를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도행전 자체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다. 따라서 “회개-죄사함 받음-새삶”이라는 구도속에서 바울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의 극적인 인생전환을 감동적으로 바라보는 종교적 낭만주의의 수채화일 뿐이라고 말하게 된다.


• 다메섹 사건은 예수처형 사건이 있은 후 2~3년 뒤인 30년 중반 무렵의 사건이다

학술적으로 볼 때 바울의 다메섹 경험은 예수의 십자가 처형이 있고 난 이후 2~3년 뒤에 있었던 사건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그렇다면 바울의 다메섹 경험은 시간적으로 예수 처형및 부활사건 2~3년 후인 30년대 중반 쯤이 된다. 이에 비해 사도행전은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후, 거의 1세기가 끝나갈 무렵인 90년 경에 씌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게 볼 때 바울의 다메섹 경험에 관한 사도행전의 기록은 바울 당사자의 경험이 있었던 이후 6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나 가서 씌인 것이 된다.


• 바울의 그리스도교인 체포령은 역사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행9:1~2에 따르면 바울이 그리스도교인들을 체포하기 위해 대제사장으로부터 받은 공문, 이것은 아마도 위에서 말한 대로 체포영장에 해당하는 사법적 권위가 있는 문서일 것으로 여겨지는데 특정의 유대인이 예루살렘의 대제사장이 발급한 체포영장에 해당하는 공문을 갖고 동족 유대인을 체포하러, 그것도 종교적인 이유로 이방지역인 다메섹에 간다는 것은 당시의 정치적 현실에서 볼 때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바울이 활동하던 당시의 유대교 대제사장은 정치적으로나 사법적으로 예루살렘 이외의 이방지역에 있는 유대인들을 종교적인 목적으로 잡아들이는 체포령을 발동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 바울의 다메섹 경험 당시 예루살렘과 유다의 통치자는 아직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였다

더군다나 이 때의 예루살렘과 유대지역은 로마에서 직파한 총독체제로 통치되던 시기였는데그 때의 통치자는 예수를 처형하도록 방조했던 본디오 빌라도였다(본디오 빌라도는 36년까지 유다지역을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유대교 종교 지도자인 대제사장이 종교적인 목적으로 본디오 빌라도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지배하고 있는 이방 지역에 사람을 보내 정치, 사법적 행위인 체포령을 발동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유대인들이 종교적인 이유에서 같은 동족을 처단하는 사형집행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이것은 사도행전이 역사적인 사실을 있었던 그대로 보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런 정치, 사법적 차원의 처형권, 혹은 사형집행권은 분명 로마의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를 처형시키기 위해 로마 정권의 허락을 받아야만 했었다. 그러므로 예수 처형 후 2~3년 뒤인 30년 중반 경에 바울이 종교적인 목적에 반한다는 이유로 처형이 전제된 형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족 유대인들을 체포하러 이방지역인 다메섹에 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다. 로마의 통치체제 속에서 유대인들이 동족을 처형하는 사법적 형벌권, 사형 집행권은 결코 행사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로마를 향한 충성심의 발로인 정치적인 이유도 아닌, 유대인들에 국한되는 종교적인 이유로 그렇게 한다는 것(행9:2)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이유로 사도행전 저자가 바울의 다메섹 경험을 있었던 사실 그대로를 신문기사처럼 보도하고 있다고 보기가 매우 어렵다. 나아가, 바울의 다메섹 경험이 있은 후 60년, 또는 바울 사후 30년이 지난 시대적 상황과 이방인들을 향한 선교 환경은 이미 바울이 활동하던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을 뿐만이 아니라 사도행전이 바울이라는 인물에 관한 위인 전기집으로 기록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도행전의 기록이 역사적인 사실 그대로의 기술이라고 보아서는 안된다.


• 바울 당사자와 사도행전 저자와의 시간적 차이에 따른 신학적 목적의 차이를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사도행전 저자가 바울에 관해 이야기할 때에는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도행전 저자는 자신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바울에 대해 말할 때 바울관련 자료들을 신학적 목적에 맞춰 재해석했다는 점을 반드시 전제하고 사도행전의 내용을 읽어야만 한다.

따라서, 재해석된 2차 자료인 사도행전을 통해 갖게 된 바울에 대한 이미지를 바울 당사자의 입장과는 전혀 다르게 “회개-용서-새삶”의 구도속에서, “핍박자였던 사울이 과거의 삶을 회개한 후 옛 생활을 청산하고 그 후로는 변하여 바울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전도자의 사명을 감당하는 새사람으로서의 새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식으로 상상하게 되면 그것은 바울 자신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바울의 모습을 독자가 사도행전의 설교에 바탕하여 종교적 낭만주의 풍에 따라 독자 마음껏, 독자가 받은 감동에 따라 감상적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마음속에 물감을 발라대는 것이 되고 만다.


• 사도행전의 기록은 인간역사의 시간과 정확히 일치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행9:1~2는 역사적 사실을 있었던 내용 그대로 스크랩하듯 기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사도행전이 말하려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읽도록 해야 한다. 하나님의 구원활동이 인간역사의 시간에 정확히 맞아 떨어져야만 한다고 본다면 그것은 결코 훌륭한 믿음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믿음을 내세워 하나님의 구원 활동의 시간을 인간의 역사에 꿰맞추려는 불가능한 시도를 하는 것이 될 뿐이다.


• 사도행전은 하나님의 구원역사에 의한 인간역사의 변화를 말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하나님의 구원활동이 인간역사를 어떻게 바꿔 갔는지를 보도록 해야 한다. 사도행전은 인간 역사를 바로 그런 시각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구원활동이 바꿔놓은 인간의 역사, 바로 이것이 사도행전의 메시지와 신학의 틀이다, 사도행전은 사도들의 행적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증언하고 예수의 구주되심을 전하는 목적에서 기록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을 위한 글이다. 따라서 사도행전에 나타난 사도들의 행동을 인간의 시간 속에서 그 진위를 규명하고 증명할 수 있다고 보면 안된다. 사도행전의 목적이 하나님의 구원활동을 인간삶의 역사속에서 보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활동이 인간세상에 끼친 영향에 의해 인간의 역사가 어떻게 달라는지를 독자들에게 보이려는데 있기 때문이다.


• 60년 전 유대교내 예수파 일당들을 박해했던 바울행적에 대한 사도행전의 재해석

따라서 사도행전의 바울관련 내용은 기원 후 90년 대의 그리스도교인들을 위해 60년 전에 유대교내 예수파 일당을 박해했던 유대교의 충신, 그러나 어느 순간에 유대교내 예수파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서며 예수를 구세주라고 증거하면서 전도했던 바울의 행적을 재해석한 메시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바울의 다메섹 경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바울이 활동하던 당시는 아직 그리스도교가 독립적으로 유대교와 결별된 독자적 종교가 아니었다는 시간적 구도를 염두에 두고 사도행전의 메시지를 읽도록 해야 한다.


• 역사적 연대표로 볼 때 바울의 회심에 따른 개종이란 있을 수 없다

이런 시간적인 연대표를 염두에 둔다면 바울이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 자신의 주장을 외면하고 사도행전을 통해 갖게 된 바울에 관한 그림을 성경적이라고 고집하면 그것은 바울 당사자의 다메섹 경험이 있었던 이후 60년 이라는 시간이 지난 90년 대의 메시지를 통해서 이해하게 된 낭만적 종교화를 사실화로 고착화시키려는 헛된 수고의 결과만 가져 올 뿐이다. 따라서 바울의 다메섹 경험을 이해하고자 할 때에는 바울 친서를 바탕삼아 기원 후 30년 중반 경, 즉 예수의 처형 후 2~3년 뒤 쯤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 사울은 히브리식 발음, 바울은 헬라식 발음일 뿐 사울이 변하여 바울된 것이 아니다

이런 역사적인 틀을 감안해 볼 때 유대교내 예수파 일당을 핍박했던 ‘큰 자’라는 뜻의 사울이라는 자의 이름이 개명되어 ‘작은 자’라는 뜻을 갖는 바울이라는 이름으로로 바뀌었다는 것은 성서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후세대의 종교적 낭만주의 풍에 의해 스케치된 감상적인 풍경화일 뿐, 역사적인 실제 사건에 근거한 이해가 아님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행13:9의 “바울이라는 사울”이라는 표현은 박해자 사울이 변하여 새사람된 이후 바울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여 부르게 된 동일인에 대한 또 다른 이름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헬라어로는 바울이라고 발음되는 히브리 사람 사울”이라는 의미의 표현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도행전 자체도 그 어디에서 핍박자였던 사울이 변하여 이제는 전도자로서 ‘작은 자’라는 뜻을 갖는 바울이 된 것이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 사도행전도 분명 “핍박자 사울이 변하여 새사람 사도 바울이 되었다”라고 하지 않는다

바울의 변화를 “회개-죄의 용서-변하여 새사람” 이라는 구조에서 보아야 한다면 행13:9에 나타난 이름의 순서가 “바울이라고 하는 사울”로 표현되어서는 안된다. 사울이라는 이름은 이후로는 쓰이지 않는 이름으로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13:9의 이름은 “예전에 사울이라고 불렸던(논리상 과거형으로 나와야 한다) 바울”이라는 식으로, 혹은 “예전에는 핍박자 사울이라고 불렸던, 그러나 지금은 변하여 새사람된 바울”이라는 식으로 인상지워지도록 표현되어야 한다.

그런데, 부인할 수 없게도 사도행전은 ‘바울이라는 사울’로 기술하여 사울이라는 이름과 바울이라는 이름이 병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설교하는 입장이 사울에서 바울로 변화된 입장이라면 “사울이라고 했던 바울”이라는 식의 구별되는 표현으로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사도행전은 사울이라는 이름이 주는 박해자의 인상과 바울이라는 이름이 주는 전도자의 인상을 전혀 구별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이후로 전도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 시점부터는 바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행13:9는 그렇지도 않다. 13:9이하에 계속되는 바울의 설교는 변하여 새사람된 바울의 설교로서가 아니라 히브리식으로 발음되는 사울이 설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행13:9 이하의 ‘사울이 성령이 충만하여 그를 주목하고’의 내용은 유대인 거짓 선지자 박수를 향해서 일갈하는 내용의 설교이다. 다시 말하면, 사도행전은 바울이 이방인을 향해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설교하고 전하러 다닐 때에는 바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바울이 동족 유대인을 향해 공격할 때에는 사울이라고 거명했다는 점이 보인다. 분명한 것은 이방인을 상대로 사역한 이후에는 히브리식의 발음이 아닌 헬라식 발음으로서의 바울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 성경조차 말씀하지 않는 내용을 독자가 가공처리하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의 사울이 변하여 바울되었다”식으로 사도행전조차 말하지 않는 내용을 후세대의 독자가 마음대로 가공처리하면 안된다. 이 구절은 확실하게도 “헬라어 발음으로는 바울이라고 불리는 히브리 사람 사울”이라고 읽혀지도록 되어 있다. 또 사울은 분명 히브리어의 발음이라는 것이 행26:14에 명확히 나타나 있다. 이 구절에 의하면 부인할 수 없게도 “사울”이라는 인명은 히브리 방언으로 불려질 때 발음되는 이름으로서 사울이 변하여 바울되었다는 인상과는 전혀 무관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울이라는 이름은 회개하기 이전의 핍박자의 이름이 아니다. 따라서 사도행전 자체도 바울의 변화를 “회개하고 죄사함 받은 후 변하여 새사람 된 것”이라는 틀 속에서 말하지 않는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 “회개-죄사함-새삶”에 따라 “사울이 변하여 바울되었다”면 그의 신학에 치명타 생긴다

사도행전 자체도 말하고 있지 않는 위의 내용을 성경적이라면서 기정 사실화하면 바울신학, 특히 그의 이신칭의 교리와 태내 예정론 주장에 즉시 치명적인 이상증세가 나타나고 만다.

그는 인간쪽에서 나타나는 그 어떤 것도 개입시킨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행위에 해당하는 “회개-용서받음-변화된 새삶”이라는 구도로 인해 인간쪽의 공로가 개입될 여지가 생겨서는 안된다. 바울에 관한 한 2차 자료인 사도행전 조차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내용을 후세대의 독자가 그렇다고 주장하면 바울의 핵심교리인 이신칭의 즉, 인간의 행위, 인간의 공로, 하나님 앞에서의 인간쪽의 행동을 전혀 말한 적이 없는 그의 이신칭의 교리와, 인간의 의지나 인간의 행위와는 전혀 무관하게 하나님 쪽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시므로 주어지는 조건없는 무한 은혜의 대표적인 표상인 태내 예정론에 변명불가한 치명타만 가하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