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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회론 모색했다!마리 하인즈의 '해방을 위한 공동체, 교회' 의 핵심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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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12월 25일 (화) 15:59:43 [조회수 : 30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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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을 위한 공동체, 교회 - 새로운 교회론 모색
마리 하인즈(Mary E. Hines) 지음
정연복 역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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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독교연구소 정연복 편집위원 ⓒ 박지훈/에큐메니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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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가톨릭 전통 내에서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다루기에 가장 어려운 조직신학 분야는 아마도 교회론일 것이다. 교회의 전통들과 구조들은 가부장적이고 계급제도적이어서 다루기에 매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교회 문서들은 교회생활의 주요 영역들로부터 여성을 배제하는 것을 계속해서 정당화하는데, 특히 여성들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도적 역할들에서 배제된다. 이에 낙심하고 소외감을 느낀 일부 여성들은 가톨릭 교회에서 벗어나 여성들의 완전한 참여에 보다 개방적인 다른 기독교 전통들, 혹은 보다 여성중심적 여신(女神) 전통들로 옮겨갈 필요가 있음을 발견해왔다.
그러나 다른 가톨릭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교회 내에서의 변화와 구조적 개혁을 이루는 일에 헌신해왔다. 사실 활동적인 목회의 많은 분야들로부터 계속해서 배척당한 여성들은 교회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신학적 기초를 제공하는 과업에 더욱 열렬하게 헌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회의 해방적 사명에 비추어 가톨릭 교회의 제도적 차원들을 재구조화해야 함을 또렷하고 큰 목소리로 외치기 위해 가톨릭 페미니스트들은 다른 주변화된 단체들과 결합한다. 그러므로 이 과업은 이론적인 동시에 실천적이다. 다른 해방신학들과 마찬가지로, 교회론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접근은 소규모 공동체들 속에서 경험되는 대로의 교회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일차적으로 민중적(grass-roots) 수준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현재의 교회구조를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건설적인 제안들로 귀결된다.
교회에 비판적인 페미니스트 신학은 교회의 제도적 차원들을 상황화한 바티칸 제2공의회에서 보다 유용한 교회론적 출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공의회에서는 교회를 일차적으로 하느님의 영역 안에서의 궁극적 성취를 향하여 역사 안에서 순례하는 하느님의 백성의 공동체로 이해한다. 이런 역동적이고 역사적인 교회이해는 공의회를 뒤따르는 가톨릭 교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평신도, 특히 여성들은 “우리가 교회”라는 것을 믿고 이 신념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의 페미니즘의 재각성과 결합된 이 신념에 힘입어 여성들은 교회생활의 모든 측면들, 특히 목회와 도덕적 결정의 영역에서의 여성의 완전한 참여를 기대하고 요구하였다. 여성과 다른 주변화된 단체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교회를 “밑으로부터” 변혁시키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제 서품과 교회 안에서의 여타 정책결정 과정들에서 배제된 여성들과 그밖의 평신도들은 민중운동들에 가담하여 자신들의 경험에 대해 반성하고, 성서를 곰곰히 묵상하고, 오늘의 세계에서의 교회의 새로운 현실을 상상한다. 이런 반성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현재 실행되는 대로의 사제 서품에 여성들을 포함시키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해결책이 못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교회가 만인의 해방이라는 과업에 헌신하는 평등한 제자들의 예언자적 공동체가 되지 못하게 하는 가부장적이고 계급제도적이며 성직자중심적 전제들로부터 그들을 자유롭게 하려면 교회구조의 보다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 이런 변혁이 너무 지체되면, 공동체로서의 교회와 제로로서의 교회 사이의 결정적인 분열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교회의 구조들과 가르침이 자신들의 삶과 적절한 관련이 없다고 느낀다. 이런 구조들은 변화하는 세계에서의 교회의 사명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고 또 마땅히 변화되어야 한다.
세계 안에서의 교회의 사명
과거의 교회론들은 흔히 교회의 본질과 구조들에 대한 기술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바티칸 제2공의회 이래로 이 세계 안에서의 교회에 강조점이 놓여지면서, 먼저 교회의 사명에 대해 숙고하고 그 다음에 이 사명과 관련하여 교회의 본질과 구조들을 숙고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여겨져왔다. 교회는 이 세계와의 관계에서 지금까지 다양한 자세를 취해왔다. 즉 세계와 가시적인 교회가 아주 밀접하고 불가분리하게 관련된다고 보아 세속적인 자율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여지를 전혀 남겨두지 않는 입장에서부터 이 세계와 교회가 완전히 분리되고 적대적인 것으로 보는 입장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편차를 보여왔는데, 공의회는 이 두 극단의 중간지점을 추구했다.
바티칸 제1공의회 시절은 물론 제2공의회 직전에 이르기까지, 공식적인 교회는 근대성에 대해 한결같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이 세계에 대해 깊은 의심의 태도를 채택했었다. 이 세계, 특별히 프로이드와 마르크스와 다윈의 이론들로 상징되는 근대적 사고는 악하고 위험한 것, 심지어는 죄로 얼룩진 것으로 간주되었다. 은총의 세계와 인간역사의 세계는 별개의 현실로 여겨졌다. 반면에 교회는 은총의 영역으로 여겨졌는데, 때로는 교회가 지상에서의 하느님 나라와 동일시되기까지 했다. 성별된 종교적 사람들, 가장 확실하게 이 세계를 “등진” 사람들이야말로 보다 완전한 기독교인들로 보였고, 종교생활이란 본질적으로 보다 완전한 상태를 추구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 결과 나온 교회론은 이 세계에 대한 교회의 관계에서 두려움과 방어적 자세를 취했다.
분명한 전환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바로 바티칸 제2공의회였다. 다방면에서 교회와 세계의 관계를 재평가한 것이야말로 공의회가 이룩한 가장 근본적인 변화였다. 이 변화는 교회의 사명에 대한 이해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들을 담고 있었다. 아울러 그것은 교회 안에서의 평신도, 특히 여성들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출발점과 추진력을 제공했다. 교회는 인간역사라고 하는 무대에서 하나의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공의회는 선언하였다. 이제 교회는 이 세계와 고립되어 존재할 수 없다. 교회는 현대의 엄청난 사회적 및 문화적 변혁들에 연루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극적인 전환의 신학적 기초를 독일의 위대한 신학자인 칼 라너(Karl Rahner)의 여러 저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사와 구원사는 공존한다고 그는 말한다. 구원은 “이 세계” 안에서의 온갖 기쁨과 투쟁들과 더불어 이루어진다. 이 세계는 은총의 세계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당시 유행하던 라너의 신학과 세속화 신학들은 공의회가 이 세계와의 대화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심지어는 교회의 이전의 태도를 완전히 뒤집어엎으면서 교회가 이 세계로부터 배울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인 견해는 이 세계는 또한 죄와 압제와 착취의 장소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는 “정치”신학자들에 의해 완화되어왔다. 교회는 이 세계로부터 배울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또한 하느님의 미래적 왕국의 유토피아적 환상에 비추어 아직은 하느님이 약속하신 정의와 평화에 이르지 못한 모든 것에 대해 예언자적 비판과 저항을 하도록 부름받고 있다. 인류의 미래로서의 이 하느님 나라에 대한 환상 가운데서 세계의 문제들에 대한 모든 인간적 해결책들은 근본적으로 상대화된다.
이 세계에 대한 교회의 사명에는 인간을 억누르고 주변화하는 불의한 정치구조들과 사회구조들에 대한 도전이 포함된다는 신념을 라틴 아메리카 해방신학자들은 공유한다. 이전의 신학들이 본질적으로 미래적이며 내세적인 구원에 초점을 맞추었던 데 반해, 해방신학자들은 “현재”를 중시하는 종말론을 공유한다. 교회는 이 세계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징후들을 불러일으키는 동인(動因)이 되도록 부름받았다는 것이다. 구원은 사회적 및 개인적 죄로부터의 자유를 포함하며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이 거저 주시는 미래적 선물임을 인정하면서도, 해방신학은 이 세계 안에 하느님 나라의 조건들을 만들어가는 일에 인간이 적극 참여할 것을 강조함으로써 과거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다. 이 세계에 대한 초기의 섣부른 낙관주의를 완화시키면서도, 정치신학과 해방신학은 바티칸 제2공의회에서 시작된 세계와의 대화에서 교회가 조금도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쉴레벡스(Edward Schillebeeckx)는 전통적인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말을 “세계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말로 바꾼다. 기독교인들은 이 세계에서 긍정적인 요소들을 발견할 것이다. 또한 그들은 세상적인(worldly) 많은 것들에 예언자적 비판을 가할 필요가 있음을, 그리고 이 세계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더 이상은 참된 기독교적 선택이 될 수 없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성직자와 평신도를 구분하는 것은 교회와 세계 사이의 이전의 근본적인 분열을 떠받쳤던 거룩성과 세속성 사이의 구분 혹은 자연과 은총을 갈라놓는 이전의 신학들의 근본적인 이분법, 이 둘 중 어느 하나에 의존한다. 이것은 교회의 종교적 사명과 사회적 사명 사이의 분열을 의미한다. 교회의 고유한 사명은 이 세계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징후들을 창조하는 것이다. 교회 내부의 목회는 이 근본적인 목표를 섬기는 데 있다. 바티칸 제2공의회가 명백히 선언하듯이 만일 모든 사람이 세례를 통해 교회의 사명과 목회에 참여하도록 부름받는 것이라면, 목회의 직무를 할당하는 기준은 “계급/지위”에 기초한 그 어떤 정적인 분류들이 아니라 오히려 각자가 부여받은 카리스마와 능력이어야 한다. 영구적으로든 혹은 일시적으로든 교회목회나 공동체 지도력으로 봉사하도록 부름받은 사람들은 이 사명을 수행하는 데 교회 구조들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끊임없이 재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교회예배에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 경험, 자질과 재능들이 마땅히 포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회의 내적 구조들은 만인을 위한 교회의 해방적 사명을 촉진시키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교회생활의 내적인 차원들에서 평신도의 목소리와 경험을 배제해왔던 결과 제도적 교회와 이런 교회의 권위와 구조들은 그들의 삶과 점점 더 무관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현재의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교회의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교회구조들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비판
모든 해방신학들 가운데서도 페미니스트 신학은 해방에 대한 관심을 교회가 채택하도록 요구함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목소리다. 교회의 사명과 교회구조들 사이의 연관을 인식하고, 이 세계 안에서 정의를 촉구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교회 자신이 정의롭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 페미니스트 신학에서는 거듭 강조된다. 만일 교회구조가 선교적 사명을 섬기는 데 있다면, 정의로운 내적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이 세계 안에서의 교회의 선교는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교회가 만인을 위한 해방공동체, 특히 가부장제적 압제로부터 여성들을 해방시키는 공동체가 되도록 도전하는 강력한 페미니스트 목소리의 하나는 로즈마리 류터다. 그녀는 교회가 가부장제로부터의 회심의 과정을 위한 하나의 동인과 지지체계가 될 것을 촉구한다. 이 회심은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 혼자서는 이 회심을 이룰 수가 없다. 그 자신이 가부장제에 깊이 물들어 있는 교회가 과연 그런 변화의 동인이 될 수 있느냐 여부는 가톨릭 페미니스트들에게 있어서 심각한 물음이다. 류터는 그런 변혁이 위에서 아래로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즉 페미니스트 기초공동체들의 공동체적 경험으로부터 이루어져야 하리라고 주장한다. “페미니스트 기초공동체는 가부장제로부터의 해방으로서의 구원이해를 깊이 숙고하고, 경축하고, 또 이런 이해에 입각하여 행동하는 책임을 떠맡는 자율적이며 스스로 모인 공동체다.” 그녀는 가부장제로부터의 해방을,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자유롭고 책임적인 성인이 되지 못하게 하는 성직자중심적 권력구조를 해체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예언전통과 같은 기독교적 유산들로부터의 쓸모 있는 요소들만이 아니라 여성들의 경험을 긍정하는 여타 전통들로부터의 해방적 요소들을 삶과 예배 속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 여성교회(Women-Church)의 특징이다. 성령으로 충만한 평등한 공동체로서의 여성교회의 경험이 결국은 역사적 제도를 변혁시킬 수 있으리라고 많은 참여자들이 기대한다. 여성교회는 신앙이 양육되고 여성들의 경험이 정당화되는 장소를 제공한다. “여성교회는 교회를 분파적 그룹으로 머물게 하는 것도, 또 자신을 교회의 현재적 구조에 계속해서 끼어맞추려는 것도 아니다. 여성교회는 기존의 제도들로부터 일정한 자율권을 가진 여성해방의 비판적 문화와 경축적인 공동체를 위한 기초들을 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여성교회의 경험으로부터 현재의 교회구조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이 세계에서의 교회의 해방적 사명을 촉진하는 “시대의 표징들”에 비추어서 교회구조들을 재고하라는 요청이 솟아나온다. 특별히 문제가 되는 두 영역은 교회의 가르침과 교회의 위계질서적 구조이다.
여성교회의 경험은 교회공동체를 교사와 학습자로 나누는 모든 단순한 구분에 도전한다. 권위적인 교사들-주교들-이 모두 독신남성들이기에 그러한 구분은 특히 문제가 된다. 현대의 대부분의 논의는 교회의 가르침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주교들과 신학자들간의 관계, 그리고 권위적인 교회의 가르침에 반대하는 조건들을 만들어내는 일에 초점을 모아왔다. 모두가 교사인 동시에 학습자가 되는 교회에 대한 진실로 폭넓은 견해는 그러한 논의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 것이다. 진리를 향해 함께 투쟁하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공동체로서의 교회상(像) 가운데서는, 교회의 가르침은 대화공동체 내부에서의 발전으로 간주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이 대화 속에는 전문적인 신학자도 주교도 아니면서도 그들의 삶이 교회구조의 바로 핵심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들,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 여성들, 기혼자들, 동성연애자들, 이혼한 가톨릭 교인들 등 많은 사람들의 독특한 경험과 “신앙의 감각”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교회 구성원들 중 단연 다수를 점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너무도 주변화되어왔으며, 그래서 그들의 목소리가 공식적인 가르침의 기능에 대한 교회의 끊임없는 자기반성에서 배제되어왔다는 것은 엄청난 손실을 뜻한다.
교회의 현재의 위계질서적 구조들 또한 여성들과 그밖의 주변화된 사람들의 경험에 의해 변혁되어야 한다. 오늘날 비판적인 페니스트들은 교회의 위계질서적 체계 바로 그 자체에 도전한다. 교회구조에 대한 논의들은 흔히 교회에서 가변적인 것과 불변적인 것을 식별하고 어떤 교회구조들을 지상에서의 예수의 의도와 연결시키려는 노력에 초점을 모은다. 그러나 예수의 의도를 확증하기란 매우 어렵다. 피오렌자(Francis Fiorenza)의 주장에 따르면, 교회의 창설과 교회구조들에 대한 예수의 의식적인 의도가 그 어떠한 것이었든간에, 오늘의 교회가 과연 예수의 사명과 목회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야말로 더욱 중요한 문제이다. 즉, 오늘날 교회의 선교가 예수의 선교와의 연속성 및 신뢰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동적인 물음이 유일회적인 교회설립 사건에 대한 정적인 물음보다 중요하다. 교회구조들은 선교적 사명의 감당을 촉진하기 위해 존재하며, 따라서 가변적이고 우연적이다. 교회의 공식기관들이 교회의 위계질서적 구조들의 영원한 타당성을 계속해 주장한다 할지라도, 신학적 및 민중적 수준에서는 대안구조들에 대한 논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교회의 본질: 기술에서 상(像)으로
교회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본질에 대한) 기술로부터 교회상(像)으로 옮겨간 바티칸 제2공의회에서 대안구조들에 대한 탐색이 발견 가능하다. 공의회가 사용한 다양한 교회상에 힘입어 교회의 본질에 대한 기존의 가설, 즉 교회는 그것의 가시적이며 제도적인 차원들에 의해 적절히 기술될 수 있다는 주장이 그 뿌리로부터 효과적으로 무너져내릴 수 있었다.
교회를 주로 그것의 제도적 측면들과 관련하여 기술했던 구시대에서 벗어나, 공의회는 주로 성서와 교부들로부터 이끌어낸 다양한 상(像)들로 교회를 묘사함으로써 교회의 제도적 차원을 상대화하고 상황화하는 쪽을 선택했다. 교회의 가시적 측면들에 집중했던 이전의 교회론과는 극적으로 대조되게, 먼저 공의회는 인간의 언어로는 결코 완전하게 묘사될 수 없는 신비체, 어떤 초월적인 차원을 간직하고 있고 그래서 늘 새롭고 놀라운 방식들로 이해될 수 있는 신비체로서의 교회를 마음 속에 떠올렸다.
아마도 그 어떤 단일한 교회상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의회가 채택한 복수적 교회상일 것이다. 신비로서의 교회는 그 무엇으로도 완전하게 개념화될 수 없다. 그러나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야말로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강력하고 대중적인 교회상이라는 사실마저 부인할 수는 없다. 공의회 문건인 루멘 겐티움(Lumen Gentium)의 제1장에서는 신비로서의 교회의 초월적 실재 혹은 “위로부터의 교회”로 서두를 열었던 반면, 제2장에서는 하느님 나라를 향해 역사 속에서 함께 순례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로서의 교회 혹은 “아래로부터의 교회”의 인간적이며 역동적인 현실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가 바로 교회!”(We are the church!)라는 슬로건은 이런 진화적인 인간적 공동체의 일부분으로서의 자신의 세례적 권능과 책임을 새롭게 자각한 평신도들의 흥분을 사로잡았다. 공의회 참석자들이 예견했던 것보다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진 이 신념은 교회의 재구조화에 평신도와 특히 여성들이 참여하도록 요청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공의회 직후에 쓴 한 논문에서 칼 라너는 몇 가지 교회상을 더 열거했다. 이 논문에서 교회는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의 교회, 죄로 얼룩진 교회,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교제, 거저 받은 은사들(free charismata)의 교회, 순례자의 교회로서 나타난다. 교회의 모든 제도적 요소들은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 함께 모인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하는 보다 근본적인 교회이해에 종속된다. 자신의 종말론적 미래를 향해 역사를 통해 순례하는 백성으로서의 교회상은 교회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는 그릇된 이해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며, 또 교회의 현재적 실존에 대한 모든 승리주의적 태도를 거절한다.
공의회 직후에 라너는, 가장 지속적이고 의미심장한 새로운 교회상은 루벤 겐티움에 잠정적으로 소개된 “지역교회”(local church)라는 개념으로부터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얼마 전까지의 보편적인 교회론을 여전히 간직하면서도, 루벤 겐티움은 지역교회의 중요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가운데서 교회의 미래에 중요한 방향을 제공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미래에 성취될 새로운 형태의 교회는 우선적으로, 그리고 예기적으로 바로 여기, 지역교회에서 경험되어야 한다.”
새로운 상(像)들, 새로운 구조들: 건설적인 제안들
교회의 얼굴을 의미심장하게 바꾼 이런 다양한 상들은 오직 현재에 이르러서야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바티칸 제2공의회의 유산을 반영한다. 공의회는 교회의 본질을 극적으로 새롭게 마음속에 떠올리면서도 이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는 데 요구되는 구조변화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많은 상들에 의해 교회의 제도적 측면들이 상황화되고 상대화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타의 것들은 변화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낡은 구조들 안에 머물면서 새로운 비전을 따라 살려는 노력이 온당치 못하다는 인식이 날로 증가되면서, 적어도 민중적 차원에서는 오늘날 교회의 새로운 현실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들을 마음속에 그리고 모형을 만들어가는 쪽으로 주의가 전환되었다. 페미니스트 가톨릭 교인들은 하나의 갱신되고 참여적이며 정의로운 공동체를 마음속에 그리는 교회의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있다. 상호 배타적이지 않은 세 가지 특별한 방향이 탐구되어야 할 것이다: 평등한 사람들의 제자직으로서의 교회, 민주주의로서의 교회, 그리고 “세계교회”(world-church)로서의 교회.
재구조화되고 계급제도적이지 않은 교회구조에 대한 한 가지 매력적인 상은 피오렌자(Elisabeth Fiorenza)에게서 나온다. 예수운동과 초기의 기독교에 대한 자신의 페미니스트적 재구조화 가운데서, 그녀는 예수 주변의 남녀 제자들의 평등한 모임에서 기존의 지배적인 가부장제에 대한 도전을 탐지한다. 예수가 사귐을 가졌던 사회의 주변화된 사람들 중에서도 여성들은 두드러진 지위를 점하며, 그리고 여성들이 초기 공동체에서 지도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있다. 기독교는 지속적인 보급과 발전과정에서 사회의 지배적인 가부장제 구조에 굴복하였지만, 그러면서도 평등한 제자들의 공동체에 대한 “위험한” 기억에 힘입어 교회는 자신의 초기의 평등한 비전을 재포착하도록 요청받고 있다. 류터의 경우와 같이 피오렌자에게서도 여성교회는 그러한 비전이 살아 생동하고 양육될 수 있는 장소다.
우리는 여성들의 에클레시아(ekklesia)로서,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모여 우리 자신의 종교적 권리들을 주장하고, 교회의 정책결정 과정에 완전히 참여하고, 서로를 여성 기독교인들로서 양육하기 시작했 다. 세례는 우리를 평등한 사람들의 제자직에로 부르는 성례전이다. (이것 이외의) 어떤 특별한 소 명도 주어진 바 없고, (이것보다) 더욱 “완전한” 기독교적 생활방식도 전혀 불가능하다.
이런 공동체에서는 모든 남녀가 그 어떤 존재론적 성례전적 지위에 기초해서라기보다는 그들이 받은 서로 다른 은사들-자질과 재능들-에 기초하여 목회와 완전한 참여에로 부름을 받는다. 평등한 사람들의 제자직으로서의 교회상은 교회의 위계질서적 구조들로 요약되는 가부장제의 침투적인 영향력의 기초를 위태롭게 만든다. 모든 사람이 예수의 추종자들이요 예수의 해방목회를 공유하는 자들이기에, 권력과 권위를 지배적인 소수 남성의 손에 절대적으로 집중시킬 여지는 전혀 없다. 지배와 복종의 관계들을 정당화하는 구조들은 평등한 제자들의 공동체에서는 아무런 위치를 점하지 못한다.
비안치(Bianchi)와 류터는 교회의 민주적인 재구조화를 위한, 교회사에 뿌리박고 있는 다섯 가지 원리를 제안한다: 참여, 조화(conciliarity), 다원주의, 책임성, 그리고 대화. 그런데 실제로 변화를 가져오려면 이 원리들이 구체적 전략들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런 전략들에는 아마도 이 세계에서의 교회의 사명을 가로막는 구조들과 권위의 압제적인 사용에 대한 비폭력저항, 교육프로그램들, 그리고 교회 내부에서의 대안적 목회들의 실천 같은 것들이 포함될 것이다.
구조적 변화들에 대한 제안들은 여전히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소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개념들이 잉태되는 민중적(기초) 공동체들과 로마 가톨릭 교회의 명백히 다루기 힘든 권력구조 사이의 분열은 점차 커지고 있다. 바티칸 제2공의회에 뒤따른 시대에 이런 분열에 대한 치료책으로 지역교회에 초점이 모아지고는 있지만, 오늘날 로마 교황청에서는 보편적 교회에 대한 강조, 그리고 지역교회들에 대한 로마의 확고한 지배에 대한 강조가 날로 강화되는 듯하다. 이것은 새로운 삶, 새로운 비전, 새로운 구조들은 지역교회의 경험으로부터 출현하게 되리라는, 민중적 차원과 많은 신학자들 사이에서의 점증적인 합의와 날카롭게 대조된다.
바티칸 제2공의회에서 라너는 이제 교회는 겨우 교회사의 셋째로 위대한 단계에 돌입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유대-기독교라는 아주 짧았던 시기가 그 첫째 단계이고, 초기 교회가 헬레니즘에 적응했던 것이 둘째 단계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둘째 시기에서 기독교는 그것의 서구유럽적 표현과 너무도 동일시되었으며, 따라서 기독교를 받아들이는 데는 문화적/사회적 관습만이 아니라 서구의 생활방식을 받아들이는 것까지도 포함되었다. 공의회에서 시작된 새로운 시대와 더불어 “유럽적이며 서구적인 교회가 전체 세계에 수출되는” 일은 더 이상 없게 되리라고 그는 주장한다. 세계교회에서 기독교가 진실로 살아가야 할 처소는 전체 세계다. 그러나 기독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다양한 문화들 속에 진정으로 성육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를 들어 참으로 아프리카적이며 아시아적이며 북미적인 기독교가 되어야 한다.
라너는 이 새로운 교회의 몇 가지 특성을 열거한다. 세계교회는 디아스포라 교회, 즉 자신이 몸담은 곳에 존재하면서 기꺼이 계속해 소수 공동체로 남아 있으려는 교회다. 그것은 만인을 구원하고 해방시키려는 하느님의 은혜로운 의지를 이 세계 한복판에서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표징”(sign)이다. 그것은 하느님의 구원의 유일한 장소가 더 이상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사회적?문화적 다원성의 한복판에 존재한다. 그것은 신스콜라주의 같은 단일한 철학이나 신학으로 표현될 수 있는, 사회적 실재에 대해 단일한 견해를 갖는 일반적 합의에 더 이상은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교회는 무엇보다도 지역교회, 즉 자신이 몸담은 특수한 처소에 전적으로 그리고 참되게 존재하는 교회다. 그리고 이 다양하고 다원주의적인 지역교회 공동체를 특징짓는 것은 획일성이 아니라 통일성이다. 이전 시대의 특징을 이루었던 위계질서적 권위구조로는 이 도래하는 교회를 잘 섬기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교회적 상황은 보다 집단적 혹은 민주적 지도형태를 요구하게 되리라고 라너는 주장한다. “참된 세계교회에서는 뭔가 새로운 것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세계교회는 로마 중심주의의 지배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라너는 이런 보다 공동체적?민주적 교회구조는 그물망처럼 뻗쳐진 기초공동체들에서 가장 훌륭히 시작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오늘날 이 신념은 널리 공유되고 있다.
참된 교회론적 반성은 공동체 생활로부터 출현해야 한다고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신학자들은 오랫동안 끈질기게 주장해왔다. 실천이 신학에 앞선다. 이것은 미래의 교회론의 출발점이 기독교 공동체의 온갖 다양한 삶의 현실들을 포괄하는 것으로 광범위하게 이해되는 지역교회여야 함을 암시한다. 이 입장을 지지하면서, 페미니스트 신학자들은 새로운 교회는 여성들 및 현재의 권력구조에 의해 주변화된 그밖의 사람들의 경험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수를 사로잡았던 그 영으로 거듭 충만함을 받는 새로운 교회가 탄생하려면 모든 사람의 은사들을 불러모으고 경축해야 한다.
+ 이 글은 Freeing Theology: The Essentials of Theology in Feminist Perspective (Harper SanFrancisco) 제7장에 실린 Mary E. Hines의 논문, “Community for Liberation: Church”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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