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목차
▶ 주제 강연 “생명의 관점에서 바라본 농촌선교” (한경호 목사)
▶ 사례 보고 (1) 율곡교회 여태권 목사 (기사모음)
▶ 사례 보고 (2) 생명농업을 통해 지역과 마을, 사람을 섬기는 금산 받들교회 (김명준 목사)
▶ 사례 보고 (3) “농촌목회와 노인복지” 원주 평화교회 (용석천 목사)
▶ 성서연구 : 토라에 나타난 ‘도시’ - 농의 신학을 위한 성서읽기 이영재 목사 (전주성경학당 길잡이) 

농촌교회 신조
우리는 생명의 창조자이시며 모든 일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과, 이 세상에 생명의 밥으로 오시어 당신의 몸과 피를 나누신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땅 온 마을 마을에 가득하신 보혜사 성령을 믿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빚은 흙과 생명을 보듬어 안은 땅이 하나님의 성전임을 믿으며, 모든 생명을 살리시는 하나님이 농부의 땀과 자연의 기운을 통해 생명을 풍성케 하심을 믿으며, 흙에서 배우고 흙을 돌보며 생명을 일구느라 땀을 흘리는 농부가 하나님의 신실한 종임을 믿습니다.
땅은 더럽힐 수 없으며, 결코 사고 팔 수 없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서로 삶과 일을 나누고 섬기는 농촌공동체가 하나님 나라임을 깨닫고, 온 식구가 일한 뒤에 나누는 밥상이 진정한 주님의 성찬임을 믿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하나님과 함께 논과 밭에서 일하는 가운데 죽음의 기운이 사라지고 생명의 기운이 만물에 깃들어 모든 것이 새롭게 살아나는 영원한 생명, 새 하늘과 새 땅이 눈앞에 활짝 펼쳐짐을 바라보나이다. 아멘.

우리는 생명의 창조자이시며 모든 일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과, 이 세상에 생명의 밥으로 오시어 당신의 몸과 피를 나누신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땅 온 마을 마을에 가득하신 보혜사 성령을 믿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빚은 흙과 생명을 보듬어 안은 땅이 하나님의 성전임을 믿으며, 모든 생명을 살리시는 하나님이 농부의 땀과 자연의 기운을 통해 생명을 풍성케 하심을 믿으며, 흙에서 배우고 흙을 돌보며 생명을 일구느라 땀을 흘리는 농부가 하나님의 신실한 종임을 믿습니다.
땅은 더럽힐 수 없으며, 결코 사고 팔 수 없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서로 삶과 일을 나누고 섬기는 농촌공동체가 하나님 나라임을 깨닫고, 온 식구가 일한 뒤에 나누는 밥상이 진정한 주님의 성찬임을 믿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하나님과 함께 논과 밭에서 일하는 가운데 죽음의 기운이 사라지고 생명의 기운이 만물에 깃들어 모든 것이 새롭게 살아나는 영원한 생명, 새 하늘과 새 땅이 눈앞에 활짝 펼쳐짐을 바라보나이다. 아멘.

－ 주제 강연 －
생명의 관점에서 바라본 농촌선교 본 발제물은 지난 2007년 10월 8일(화)에 장로회신학대학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가진 KNCC 생명선교정책협의회에서 발제한 내용을 다시 게재 한것임.

                      한 경 호 목사 (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 대표)


1. 들어가는 말

바야흐로 ‘생명’의 시대이다. ‘생명’은 이제 시대정신의 핵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1980년대까지는 ‘민주’와 ‘민중’이 시대정신의 중심에 있었다.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점차 ‘생명’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였다. ‘민주’와 ‘민중’은 정치적, 사회경제적 모순의 극복을 위한 투쟁과정에서 형성된 중심적인 사회적 가치였다. 그러나 아직 인간중심의 역사내적인 한계에 놓여 있었다. 다른 생명체의 존재까지 인간 역사 속의 동반자로 인식하지 못하였다. 반면, ‘생명’은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수반된 광범위한 생태계의 파괴로 형성된 인간 및 생명 존재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으며, 역사내적인 인식을 생명계 전체의 시각으로 확대하여 인간의 존재 위치를 ‘생명’의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하고 있다. 인간사회 내부의 문제의식에서 인간과 자연생태계를 모두 포괄하는 총체적인 문제인식을 갖게 한 것이다.
물론, 중심적인 사회적 의제는 그 방점이 이동하더라도 그것은 상호 연속선상에 있다. 사실, 민중과 생명은 공업 중심의 도시화가 낳은 쌍생아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농민, 노동자, 도시빈민 등 민중의 문제가 발생했고, 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과학적인 이해와 대처가 필요했었다. ‘민중’은 역사의 주체로 인식되었고 ‘민중’을 둘러싼 사회 모순은 정치경제적 투쟁을 통하여 쟁취하려고 하였다. 아직도 이 과정은 진행중이다. ‘생명’ 또한 산업화 및 도시화 과정에서 생성된 사회적 의제이다. 인간에게 편리와 풍요를 가져다준 반면 수많은 생명체들이 희생되었으며 나아가 생태계 파괴로 인간의 생존조차 위협받게 되었다. ‘생명’에 대한 인간의 책임이 요구되었다. 따라서 ‘민중’과 ‘생명’은 함께 가야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grassroot’(民, 草)는 인간역사 속에서도 바탕이며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는 밑바닥 토대이다. ‘민중’없는 역사를 생각할 수 없고 ‘풀’없는 생태계를 상상할 수 없다.
이 시대는 ‘민중’이 역사정신 뿐만 아니라 생명정신도 함께 지니면서 새로운 사회를 꿈꾸며 열어가야 하는 시대이다. 이 점에서 농민의 존재와 농업은 매우 중요하다. 농민의 경우 전통적인 지주-소작간의 모순은 오늘날 산업화와 농촌사회의 붕괴로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과 자본간의 모순은 아직도 넘어서야 할 대표적인 사회적 의제로 남아있다. 노동현장에서의 핵심 주제는 임금과 복지이다. 아직 ‘생명’의 문제는 운동의 중요 이슈로 인식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생명농산물을 노동자들의 공동식재료로 구입하는 일조차 주요 의제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농민의 경우는 생명농업운동을 통하여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물론, 그 목적이 주로 소득 증대에 있지만 그와 더불어 ‘생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동반되고 있다.
농민과 농업그리고 농촌이야말로 그 오랜 역사적, 문화적 전통에 있어서나, 민중정신과 생명정신을 함께 자연스럽게 통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나, 그리고 새로운 미래의 생명문화적 삶의 양식을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실천할 수 있는 현장이라는 점에서 어찌보면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농사와 문화는 원래 하나이다. agri+culture인 것이다. 농사없이는 문화도 없다.
최근 농촌으로 돌아오는 귀농자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것은 오늘의 도시문명과 그 지향하는 가치에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고 ‘인위의 도시’를 탈출하여 ‘자연생태의 농촌’에서 새로운 미래의 삶을 열어보려는 ‘사회적 현상’이다. 갈 곳이 없다. 농촌 외에는….

2. 농경생활의 본 모습과 오늘의 농업

농사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자연이 주는 것을 따먹기만 하던 수렵 채취의 시기를 지나 인간이 도구를 만들 줄 알고, 종자를 심어 다시 재생산하는 기술과 지혜를 습득하면서 한 곳에 정주(定住)하여 사는 농경적인 삶이 시작되었다. 토지를 개간하여 양식을 생산하고, 주변의 야생동물들은 순치(馴致)하여 가축화하면서 일정한 삶의 공간을 확보하고, 주변의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농경적인 삶은 영위되었다. ‘자본’의 개념은 없었고 자연에 순응하면서 동시에 자연이 주는 도전을 노동으로 극복하면서 자연스런 생태공동체적인 삶을 영위한 것이다. 땅은 부동산이 아니라 ‘생명’을 기르고 양육하는 거대한 그리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머니의 품이었다. 취직과 돈벌이를 위한 교육은 없었고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한 가치중심, 생활중심의 교육이 근간을 이루었다. 의료 및 제약기술은 오늘처럼 발달하지는 못했으나 자연에서 채취한 치료제로 만족했고, 질병에 지면 그것을 운명으로 알고 세상을 떠났다. 병원에 가서 큰 돈을 들여 고치면서까지 목숨을 이어가지 않았다. 농사를 이윤추구의 도구로 삼거나 농산물을 ‘돈’으로 여기는 자본주의적 ‘경제’ 개념은 거의 없었다.
자연에 순응하며 생태공동체 속에서 살아오던 농경적인 삶은 자본주의의 도입과 힘든 노동으로부터 벗어나 ‘편리’와 ‘풍요’를 누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한없는 욕망으로 인해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오늘의 공업중심의 도시문명을 건설하기에 이르렀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사라지고 농경적인 삶은 ‘농업’이라는 산업적 범주 속에 갇힌 채 경제적 생산력의 점진적 축소로 그 본래의 위치를 상실하고 말았다. 삶 자체였던 ‘농경’은 없어지고 오직 ‘상품’을 생산하여 돈을 벌기 위한 수단적 위치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농업은 경제적 하부단위로 밀려났고 농민은 생산의 도구가 되었다.
농민들도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여 살면서 점차 변화되어 전통적인 농심(農心)은 황폐화되고 있다. 노동인력의 절대적인 부족과 농기계의 전국적인 보급은 품앗이를 빼앗아갔고 노동을 공유하고 나누는 노동공동체로서의 공동체적 삶은 붕괴되고 말았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의한 경제세계화가 추진되면서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고 국가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초국적 거대자본과 강대국의 경제침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농업과 농민에게 무자비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한 나라의 거대한 면적을 한 가지 작물만 심어서 단작(monoculture)체계를 갖추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대량사용하면서 생산하여 전 세계에 팔아 이윤을 챙기는 거대곡물자본들의 행태는 그 나라의 전통적인 농업체계를 무너뜨리고 다수의 농민들을 농업노동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인도의 경우 목화 농민들의 자살율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으로부터 값싼 목화가 수입되어 인도산 목화의 소비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루어진, 이루어지고 있는 한ㆍ칠레, 한ㆍ미, 한ㆍEU자유무역협정과 앞으로 계속 추진할 계획인 여러 나라와의 FTA는 한국농업을 완전히 붕괴시키고 철저한 자본주의적 소수의 농민만을 양성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민족의 삶은 정말 행복해질까? 농민들의 생활은 만족할만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산업구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3. 오늘의 삶의 지속 가능성

현재 세계의 산업과 경제는 석유화학에너지에 의해 유지, 발전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이고 석유소비량은 세계 7위라고 한다. 한반도 남단의 작은 나라에서 이런 엄청난 규모의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놀라워하지만 사실 그것은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한 나라의 산업은 그 나라의 규모, 부존자원, 자연조건, 역사, 국민성, 전통 등 여러 조건에 의해 규정되고, 그 범위 안에서 가장 적합한 ‘규모에 맞는’ 자립과 자치의 경제 구조로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는 196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체제하에서 수출중심의 고도성장정책을 기조로 택하면서 내생적인 역량과 조건을 무시한 채 외자 및 원자재의 수입과 그를 통한 수출로 방향을 잡았고 그 기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제의 해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우리 경제의 불안정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별히, 우리 생활에 가장 필수적인 식량과 에너지의 경우가 현저하다. 식량자급율은 현재 약 25%이며 석유에너지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만일 기상이변이나 기후대재앙이 발생하여 국제농업생산에 심대한 타격이 발생하거나, 국제 분쟁이 일어나 석유 수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이며 그에 기초한 공업중심의 도시적인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석유자원은 분쟁이 아니더라도 한정된 자원으로써 그 수명이 수십 년에 불과하며 현재도 이미 감산(減産)에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말이다. 과연 우리의 현재의 삶은 얼마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있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식량은 생존의 절대적인 요소이다. 없으면 죽는 것이다. 그 식량은 땅의 소산물이며 농업생산물이다. 식량생산은 농민의 노동력으로 이루어진다. ‘편리’한 것들은 없으면 불편하지만 생존에는 별 지장이 없다. ‘풍요’는 넉넉지는 못해도 줄여서 살 수 있다. 그러나 양식이 없으면 죽는다. 농업의 절대영역이다. 이 절대의 영역이 오늘날처럼 무시되고 본래의 위치에서 축출된 경우가 있었던가? 인간의 오만과 왜곡된 인식의 소치이다. 자기 존재의 토대인 땅을 무시하고, 생존의 바탕인 농사를 천시하고 있는 인간의 야누스적 이중성(二重星)이야말로 오늘의 도시문명의 모순이며 불안정성의 뿌리이다.
공업중심의 도시문명적 삶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일본의 쓰찌다 다까시 교수는 이미 1980년대에 『공업사회의 붕괴』를 통해 앞날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제 우리는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이 개념은 1992년 브라질의 리우에서 열린 세계정상회의에서 주요한 개념으로 채택되어 지금은 여러 분야에서 다 사용되고 있거니와 지속가능한 삶과 농사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깊은 고려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성취되는 문명은 필연코 몰락할 수밖에 없다. 자연 속에 도시가 있고 농업의 토대 위에 도시생활이 가능하다는 평범한 진리와 자본과 권력의 힘이 제아무리 크다 해도 자연생태계의 힘 앞에서는 무력한 것이라는 너무도 자명한 사실을 빨리, 깊이 깨닫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특히,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그만큼 이 상식을 무시해 왔다는 점에서 깊은 반성과 성찰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한강의 기적’은 빈곤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인간 중심의 일시적 사건이다. 생태적,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부적합한, 불균형의, 지속불가능한 삶의 구조의 탄생이다.

4. 성서적 입장에서 본 농사와 도시문명

농사의 시작은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면서 시작되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끊고 자신의 삶과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데 있어서 취한 최초의 생산활동이 농사였던 것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그 사람을 내어 보내어 그의 근본된 토지를 갈게 하시니라”(창 3:23). 토지를 가는 행위 즉, 농경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근본과 더불어 씨름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일이었다. 흙으로 빚어진 인간이 그 자기 존재의 근원인 질료(質料)를 만지고, 보듬고, 헤치고, 갈아엎으며 생명의 씨앗을 그 속에 넣어 싹을 틔어 가꾸면서 땅이 무엇인지, 생명이 무엇인지, 나아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성찰하고 자아를 완성해 나가는 수행적(?) 행위였다. 하나님으로부터 외면당한 인간은 부모를 떠난 아이처럼 외롭고 두려운 이유(離乳)의 과정을 농경을 통하여 생존하며 극복하였다.
이후 농사꾼인 가인이 목동인 아벨을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하나님은 아벨의 제물은 받으시고 가인이 생산한 땅의 소산물은 받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왜 가인의 제물을 안 받으셨는가? 라는 의문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이다. 가나안땅에 들어온 이스라엘민족이 가나안의 농경신인 바알신앙에 빠지는 것은 유목민의 신인 야훼에 대한 배반이라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라는 설명, 타자(가축)를 섬기는 유목활동의 소산물이 자기존재의 근원인 땅(자신)을 하나님보다 더 섬기면서 얻은 소산물보다 우선적으로 하나님께 열납된다는 설명, 하나님의 결정에 순종하지 않고 분을 발한 것은 이미 가인의 마음속에 교만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설명은 연관되어 있다.
성서적 관점에서 땅은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하나님께 종속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땅을 섬기며 자기 욕망을 충족하는 행위는 하나님신앙에서 일탈된 것이다. 이 경우 ‘땅’에 대한 이해는 그 본질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인간이 땅(의 소산물)과 맺는 탐욕적 관계에 초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농경민적 입장(동양)에서는 하늘과 땅은 서로 역동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만물을 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종농업 중심의 농경사회에서 가축을 기르는 일은 매우 부수적이고 종속적인 일이었다. 따라서 농경민의 입장에서는 하나님은 가인의 소산물을 우선적으로 받으셨어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격분한 가인이 동생을 죽이고 하나님께 대들면서 그는 땅으로부터도 버림받아 유리방랑하는 삶을 살았다. 그는 결국 '휴식이 없는' 에덴 동편의 '놋'(nod) 땅에 에녹성을 쌓고 도시문명을 건설하였다. 하나님이 아니라 자기 자신(땅)을 섬긴 가인 이영재. “성경의 눈으로 보는 자유무역협정” 『농촌과목회』,2007년 가을호(통권 35호), 37쪽-39쪽 참조.
은 하나님으로부터도 버림받고, 아벨의 피를 삼킨 땅으로부터도 저주를 받았다. 생명의 터전인 땅으로부터 버림받은 가인이 취한 생존의 방식은 자연으로부터 차단된 성을 쌓고 인간 중심의 사회를 건설하는 일이었다. 그의 후손들은 땅을 갈고 그 소산으로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육축을 하고, 악기를 다루며, 무기를 만들고 복수하면서 사는 사람들이었다. 직접 생산자가 아니라 농경민이 생산한 소산물을 구매하거나 약탈하며 살아간 것이다.
인간의 삶은 죄악으로 가득찼고 세상은 썩었다(창 6:11-12, 공동번역).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이 결혼하여 거인을 낳았다. 죄악은 이제 구조화되었다. 하나님의 영이 인간을 떠나셨다(창 6:3). 땅도 부패해졌다(창 6:11-12, 개역개정판). 인간의 죄악과 강포가 세상에 가득했고 그로 말미암아 땅도 패괘해졌다. 홍수심판이 일어났다. 하나님-인간(아담과 하와), 인간-인간(가인과 아벨), 인간-땅(홍수심판 전)과의 관계 모두가 파괴된 결과 홍수심판이 단행되었다. 인간사회의 총체적인 부패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었던 것이다. 오늘의 인간 사회는 어떠한지 돌아볼 일이다.
심판 후 노아를 통하여 세상을 향한 구원 섭리를 이어가셨으며 노아뿐 아니라 방주에 있었던 모든 생물들과 언약을 맺으셨다. “내가 내 언약을 너희와 너희 후손과 너희와 함께 한 모든 생물 곧 너희와 함께 한 새와 육축과 땅의 모든 생물에게 세우리니 방주에서 나온 모든 것 곧 땅의 모든 짐승에게니라”(창 9:9-10)

새 세상을 열어 가는 노아의 기업(基業)은 농업이었다. “노아가 농사를 시작하여 포도나무를 심었더니“(창 9:20 개역개정판)라고 하셨다. 결국 땅으로 돌아와 땅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그 소산물로 기업을 삼은 것이다. 인간이 세운 도시문명, 땅을 대상으로 보고 이용만 하려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부패한 삶은 결국 심판을 받았다는 사실과 새 세계의 출범이 농사를 통한 땅과의 관계회복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공업중심의 도시문명이 번성하고, 물질 중심의 신자유주의경제체제가 인간의 영과 세계를 지배함으로써, 자연을 착취, 약탈하면서 총체적인 부패를 향하여 치닫고 있는 현대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5. 새 세상 - 생명과 평화의 세계 그리고 생명농업

생명과 평화! 요즘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이 말이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생명평화결사’, ‘생명평화연대’,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모임’ 등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말을 표방하는 기구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이들의 활동이 대중의 마음속으로 파고 들어가고 있다. 생명과 평화는 이제 이 시대를 지배하는 시대정신이 된 듯하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터이다. 지구자원에 대한 무한한 착취를 통해 끊임없이 자본의 축적을 도모해나가는 신자유주의경제세계화와 그에서 비롯된 전 세계적인 양극화 현상 그리고 질병과 빈곤, 전쟁으로 인한 대규모의 희생, 생태계 파괴로 인한 위기의식 등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사회경제적 모순 그리고 과학기술문명의 발달은 지구 전체를 파멸로 이끌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본래의 세계는 모든 생명들이 평화롭게 사는 세계였다.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말씀대로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목적에 부합하는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 안에서 살 때까지였다. 그들이 추방당한 후부터 세상의 평화는 서서히 파괴되어 왔다. 부부간의 불신으로부터 시작하여 형제간의 미움과 살해, 거만한 도시문명(에녹성, 바벨탑)의 건설, 폭력과 전쟁의 발생, 땅과 자연에 대한 가학 행위 등은 인간 사회를 파멸로 이끌어 마침내 노아시대에 와서 대홍수의 심판을 받고서야 종지부를 찍고 새시대를 열었다.
오늘 생명과 평화를 시대의 화두로 삼게된 것은 과거 어느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명과 평화의 세계가 유린당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상이변과 앞으로 닥쳐 올 전 지구적인 기후대재앙의 가능성은 생명계 전체의 삶과 관련된 무서운 경고이다. 또한,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일어난 전쟁은 평화에 대한 인류의 염원을 무참히 짓밟은 사건이다. 공교롭게도 온실가스 배출과 전쟁은 모두 미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25%를 배출하고 있는 미국, 그러면서도 국제기후협약인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 석유에너지의 확보로 세계지배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일으킨 미국, 지금도 탈레반 및 이라크 저항군과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 국가이기주의와 세계패권주의에 사로잡혀 세상의 생명과 평화를 가장 크게 파괴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인 것이다. Pax Americana는 그들만의 평화이다.
생명과 평화의 세계를 건설하는데 있어서 기독교와 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기독교는 ‘생명의 종교’요, 교회는 생명을 살리는 ‘살림의 방주’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평화의 종교요 교회는 평화를 일구어 나가는 기지(基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명과 평화의 세계는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다고 하시면서 바로 다음 구절에서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고 하셨다. 평화는 정의로운 삶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말씀이다. 이 말씀은 정의로운 삶을 살면서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일구는 사람은 이미 천국의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만드는 일에서 농업은 어떤 위치에 있는 것인가? 생명과 평화의 세상은 두말할 것 없이 인간에게 달려있다. 인간이 생명을 살리면서 평화롭게 살면 되는 것이다. 농업은 바로 인간의 평화로운 삶의 기본이요 바탕이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밥을 먹을 수 있어야 사회가 평화로와진다. 농사를 통하여 주어지는 생명살림의 영성은 창조세계 보전의 중요한 토대이다. 나아가 생명농업을 통해 생명밥상을 차리고 그것을 이웃과 더불어 나누어 먹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그야말로 생명과 평화의 세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생명농사는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일구는데 필수적인 정의로운 행위이다. 생명농사를 짓는 농민의 마음속에 이미 천국이 임하고 있다. “생명농사 때문에 핍박을 받고 손해를 보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생명과 평화의 세계)이 저희 것임이요” 라고 말할 수 있다.
“오직 온유한 자는 땅을 차지하며 풍부한 화평으로 즐기리로다”(시 37:11). “의인이 땅을 차지함이여 거기 영영히 거하리로다”(시 37:29). 정의롭고 온유한 사람이 땅을 차지하여 농사를 지으며 거기 영영히 거하면서 풍부한 평화의 기쁨을 누리며 사는 데 거기가 바로 천국인 것이다.

6. 기독교와 생명농사(업)운동

1) 기독교농민회의 대응 - 정의운동
1960년대 이후 시작된 고도경제성장정책의 추진과정 속에서 제일 희생당한 사람은 농민들이다. 농민운동은 1966년 가톨릭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가톨릭농촌청년회로 출범하였으며, 1972년 가톨릭농민회(이하 가농)로 명칭을 바꾸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때는 고도경제성장이 초래하는 사회적 모순이 사회 전반에 걸쳐서 표면화된 시기였다. 농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직이 가톨릭농민회밖에 없던 시기여서 기독교농민들도 이 조직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1974년부터 크리스챤아카데미 농민교육과정이 시작되었다. 지도적인 기독교농민운동가들이 배출되었다. 가농 활동과 아카데미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한 기독교농민들이 주축이 되어 기독교농민회를 결성하였다. 1978년 전남지역에서 제일 먼저 조직되었고, 1980년에는 전북기독교농민회가, 1982년에는 충북, 경북기독교농민회가 조직되었으며, 이 힘을 바탕으로 1982년 한국기독교농민회총연합회가 창립되었다. 기독교농민회는 1990년 농민운동을 아우르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이 결성될 때까지 10여년 간 농민들의 권익실현과 하나님의 정의를 구형하기 위하여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고 투쟁하였다.
전농이 출범하면서 기독교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농촌교회와 함께 생명공동체운동에 주력하기로 위상을 설정한 기독교농민회는 1990년 전농의 출범과 함께 기독교농민회는 자신이 해온 운동과 앞으로 해야할 새로운 운동방향을 ‘정의, 생명, 공동체운동’으로 좌표를 설정하였었다
이후 2-3년 간 활동하였지만 자체 내 역량부족으로 활동이 중단되고 말았다. 이후 그 운동은 예장(통합), 기장, 기감의 농촌목회자 조직에 의해 계승되었다.

2) 정농회의 대응 - 생명농업운동
가톨릭과 기독교의 울타리 안에서 정의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던 1970년대 중반 하나님께서는 또 다른 일단의 기독교농민들을 통하여 미래를 준비시키셨다. 1976년 초, 무교회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과 기독동신회 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정농회(正農會)를 결성한 것이다. 일본 애농회(愛農會)의 고다니 준이치 선생의 강의를 듣고 감명을 받은 한국의 농민들이 “오직 성령에 이끌려 신앙고백 하나로”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합당한 생명농업을 짓기로 결의한 것이었다. 당시 한국의 농업은 화학농약과 비료 중심의 관행농법이 보편화되어 있었고 정부의 강력한 증산정책이 추진되던 때였다. 생명농업을 선택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정부의 시책에 역행하기에 탄압을 받게되고 주위 사람들은 미친 짓으로 매도하고 소득은 오히려 더 감소하니 순교자적 자세가 아니고서는 선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오직 신앙하나만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갔다. 생명농업 기술도 점차 발전시켜 지금은 슈타이너의 생명역동농법을 실험하고 있다. 또한, 정농생협을 만들어서 유통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농회의 이러한 활동은 무교회신앙인들이 설립한 충남 홍성의 풀무학교를 통하여 후진들에게 계승되고 ‘새로운’ 농민을 양성하여 지역의 농업 수준을 변화시키고 있다. 정농회의 생명농업운동은 이후 기독교농민 및 농촌목회자들의 활동에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기독교농민회의 정의운동, 정농회의 생명농업운동은 평신도들이 주체가 되어 전개한 중요한 운동이며 역사적 자산이다. 이제 시대는 이 정의운동과 생명농업운동이 하나로 합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현실 속에서 기독교농민회와 정농회는 만나지 못하고 상호 비판적 입장을 취하였다. 1980년대 기독교농민회는 정농회 운동을 개량주의적 운동으로 비판하였고 정농회는 기독교농민회의 운동을 자기 유익을 추구하는 비도덕적인 운동으로 폄하하였다. 그러나 기독교농민회 회장을 지낸 고(故) 김영원 장로는 정농회 초기부터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그는 정의운동과 생명운동을 갈등없이 한 몸에서 구현하였다.
정의를 짓밟는 세력이 바로 생명을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3) 농촌목회자들의 대응 - 생명농업운동 및 공동체 운동
농촌의 마을에는 교회가 거의 다 들어서 있다. 한국농촌교회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데 있어서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이 책임을 감당하기 위한 노력이 1980년대 중후반 농촌목회자들의 모임인 농목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농목이 조직되기 이전에도 이미 생명농업운동을 선교 과제로 실천하는 선구적인 농촌목회자와 교회들이 있었다. 제천의 송학교회(당시 엄태성 목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문적인 농촌선교를 해왔고, 1984년부터는 자연란 양계 생산을 시도하여 유통하였으며, 충남 아산의 음봉교회(당시 허원배 목사)는 벼를 생명농법으로 전환시켜 유통하기 시작하였으며, 임실의 임실제일교회(당시 심상봉 목사)도 지역의 생명농업운동을 선도하였다. 의정부 독바위교회(당시 민정웅 목사), 경기도 화성 활빈교회(당시 김진홍 목사)의 두레공동체운동 등도 이런 흐름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생명시대의 역사적 흐름을 타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한 것은 농목운동에 참여한 목회자들에 의해서였다.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기장, 기감, 예장통합 등 3개 교단 농촌목회자들은 1980년대의 시대상황에 응답하고자 농촌목회자 조직을 결성하여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제일 먼저 공식적인 출범을 한 것은 감리교였다. 1984년 9월 발기인 모임을 갖고 1985년 3월 ‘농촌선교목회자협의회’ 이름으로 창립하였다. 다음은 예장(통합)으로 1985년 장신대 신대원생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농어촌선교연구회’가 모태가 되어 1987년 8월 ‘농민선교목회자협의회’의 이름으로 창립하였고, 기장은 광주항쟁 이후 이미 의식적으로 농촌현장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던 목회자들과 기존의 뜻을 같이하는 목회자들이 연합하여 1989년 10월 ‘농민선교목회자연합회’ 이름으로 출범하였다. 전국적인 출범은 늦었지만 이미 지역단위의 조직이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3개 교단 농목은 처음에는 농민들의 고난에 동참하면서 정의운동에 동참하였으나, 1980년대 후반부터는 생명농업운동에 주력하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와 민주화 세력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구도가 완화되고, ‘생명’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크게 등장하게 되자 농목조직들의 생명농업운동은 더욱 확산되었다. 정의운동은 일반교인들이 함께 하기 어려웠던 반면, 생명농업운동은 많은 교인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신앙적 명분도 뚜렷하였고 정의운동처럼 정권이나 교권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지 않고도 전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생명농업운동은 자신이 시무하고 있는 교회의 교인이나 지역의 농민들을 변화시켜 관행농법을 생명농법으로 바꾸도록 하고,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교회 및 소비자와 직거래하여 유통시키는 경제협동사업을 중심으로 하면서 ‘생명’의 가치를 생활화해나가는 운동이다. 현재 이 운동에 직접으로 참여하고 있는 농촌교회는 약 50여 곳이며 간접적, 간헐적으로 참여하는 교회들도 많이 있다. 1980년대 기독교농민회의 정의운동은 1990년대에 들어와 농촌목회자들에 의해 이렇듯 생명농업운동으로 전환, 계승되었다. 생명농업운동에 대한 접근에는 각 교단 농목에 따라 편차가 있다. 감농목은 1994년 총회를 계기로 명칭을 농촌선교목회자회로 바꾸고 활동도 “생명, 영성, 공동체‘의 주제를 목회적으로 안고 갈 소수 정예 회원만이 농목회원이 되는 것으로 결정하고 조직을 완전히 생명공동체 운 동 조직으로 전환하였다. 예장농목은 생명공동체운동 이념과 과제를 중심에 세우지 못한 채, 다양한 농촌목회 활동의 영역을 포괄하고 있으며, 기장농목은 정의운동에 주력하면서 생명공 동체 운동을 추구해 오고 있다.

1989년 4월 원주 호저교회에서 호저소비자협동조합(당시 명칭)을 결성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1990년도 3월 장성 백운교회(당시 남상도 목사)의 한마음공동체, 1991년 1월 충주 은혜교회(당시 한청재 목사)의 한울공동체, 1991년 3월 봉화 옥방교회(천정명 목사)의 새누리공동체(1994년도에 새누리생협으로 재출범), 청원 덕촌교회(당시 이도형 목사)의 덕촌생협, 완주 율곡교회의 완주한우영농조합(여태권 목사), 1992년 2월 춘천 금산교회(한철인 목사)의 새땅공동체, 중신교회(당시 강진국 목사)의 오창한울생협, 거창의 두레누리살림터(유성일 목사), 1992년 12월 거제 다대교회(김수영 목사)의 한울타리공동체, 1993년 5월 고령 산당교회(당시 한종현 목사)의 땅지기생산자공동체(1994년에 땅지기생협으로 개칭), 1994년 해남 마산서부교회(당시 박석종 목사)의 한울작목반(3년 후에 한울타리영농조합법인으로 발전), 2001년 2월 아산 송악교회(이종명 목사)의 ‘송악동네친환경농사연구회’, 2004년 예산 평강교회(김용필 목사)의 영농조합법인 등 여러 교단을 망라하여 전국적으로 전개되었다.
개별교회들의 생명농업운동이 활성화되자 노회와 연회 및 교단 차원의 상위 조직에서 이를 도시교회와 연결하여 도ㆍ농공동체운동으로 보다 확대하려는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1993년 5월에는 감리교에서 농도공동체선교회가 출범하였고(이후 이 단체는 1999년 6월에 차흥도 목사가 중심이 되어 감리교농도생협으로 재출범하였다) 1995년 2월에는 예장(통합)교단 차원의 예장생협(김재일 목사)이 출범하였으며 노회 단위에서는 영등포노회가 노회생협을 창립하였다. 연합기구인 한국농선회도 2004년도에 농선회생협을 창립하였다.
교회밖에서도 기독교인이 중심이 되어 생협을 결성하여 생명농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정농회가 설립한 정농생협, 한누리생협(강상빈 권사), 아름다운생협 등이 대표적이다.

4) 세계에큐메니칼 진영의 대응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가 초래하고 있는 인류의 위기를 막기 위한 지구적 차원의 대안은 무엇인가? 생명농업은 그 대안모색에서 어떠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인가? ‘생명’의 위기의 현실을 통하여 깨달은 것은 석유에너지에 바탕한 공업중심 도시문명의 불안정성과 농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공업사회의 붕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으며 일본의 쓰찌다 다까시 교수가 그 대표적인 분으로서 이미 한국에 번역 소개된 『공업사회의 붕괴』와 『공생공빈』을 통하여 이러한 견해를 계속 피력해 오고 있다. 그는 2006년 3월에 ‘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 초청으로 내한하여 여러 차례의 공개강연을 하였으며 2007년 3월에도 내한하여 전국순회의 강연을 하였다.
그 대안으로 농업 특히 생명농업과 공동체운동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공업중심, 도시중심의 시각에서 농촌을 바라보고, 주로 경제중심적 관점으로 농업을 생각하면서, 농업을 해결해야할 하나의 경제적 종속변수 정도로 여겼다면, 이제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자리에서, 인간과 땅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지구생명공동체의 관점에서 농업과 세계를 바라보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속에서 세계의 식량생산 및 유통을 장악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는 거대곡물기업 및 농약회사 등의 농기업들은 지역의 농산물 생산체계를 파괴하고 수많은 소농민들의 삶을 빈곤으로 내몰며 전통농업과 농촌공동체를 붕괴시키고 있다. 그들은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의 생산과 유통, 단작(monoculture) 등을 통해 식량주권을 침탈하고 지역의 생명체계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이는 기독교 진리에 대한 중대하고 심각한 도전이다.
세계교회는 이미 신자유주의경제세계화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해 왔으며 이 과제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지난 2005년 4월 8-14일, 강원도 원주에서 처음으로 세계기독교권내의 생명농업운동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ECAG (대안적 세계화를 위한 에큐메니칼 연대, Ecumenical Coalition for Alternatives to Globalisation)가 개최하고 한국준비위원회가 주관하였다. ECAG는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8개의 기독교 기구들(WCC, WARC, YMCA, YWCA, WSCF, Pax Romana, Luteran world Federation, Frontier Internship )이 연대하여 결성한 조직이다. 이 협의기구의 조직과 세계포럼행사 개최에는 당시 WARC에서 근무한 박성원 목사가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한국준비위원회는 제네바에서의 웍샆에 참여했던 한경호 목사가 한국이 포럼 장소로 결정되면서 귀국 후 결성하였다.

2005년 11월 3일에는 ‘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이 창립되었다. 이 조직은 세계포럼을 준비하기 위해 결성됐던 한국준비위원회가 행사 후 상시 활동조직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 기구를 통하여 그동안 분산적으로 전개되어 온 생명농업운동이 공통의 지평과 비전을 확보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국내 생명농업운동의 흐름과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동시에 국제적인 연대의 채널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국내외적인 생명농업운동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운동은 아시아 차원에서도 출발되었다. 2006년 8월 25일-30일, 충남 홍성에서 아시아기독교교회협의회(CCA)와 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아시아기독교생명농업포럼’이 처음으로 개최된 것이다. 이 행사는 2005년도의 세계포럼에 참석했던 아시아기독교교회협의회의 이홍정 국장이 제안함으로써 추진되었다. 이 포럼은 3년에 한번씩 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6개국에서 1명씩 대표를 뽑아 실행위원회(working group)를 구성하였다.

위의 행사들을 통하여 국가별, 대륙별, 세계적 차원에서 기독교권내의 생명농업운동이 조직화되고 연대의 틀을 형성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7. 생명농업운동의 농업적 토대와 지향

생명농업운동의 지형적, 농업적 토대는 중산간지대이며 한국생명농업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지역은 충남 홍성과 강원도 원주인데 두 지역 모두 중산간지대에 있다. 홍성은 정농회 운동을 교육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가 있으며, 그 교육적 역량에 의해 지역을 생명농업운동의 현장으로 변화시켜오고 있다. 원주는 한살림운동의 시발지이다. 장일순 선생의 생명사상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1984년도에 한살림운동을 시작하였으며 그 정신은 ‘한살림선언’에 요약되어 있다. 장 선생은 해월 최시형 선생의 사상을 생명운동의 관점에서 새로이 해석하면서 한국 현대 생명운동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해월 선생은 동학혁명 후 피신하면서 포교활동을 하다가 원주 호저면에서 피체 압송되었다. 그리고 호저면의 호저교회는 호저생협(현 원주생협의 전신)을 결성하면서 농민이 주체가 된 생명농업운동의 시발교회가 되었다.
생산규모에 있어서는 소농이 중심이다. 그리고 지향하는 삶의 양식은 지역생명공동체이다. 우리나라 경지면적의 절반 이상이 중산간지대에 있으며 농가의 다수가 가족노작 중심의 소농구조이다. 교회는 마을마다 거의 다 설립되어 있다. 이러한 객관적 조건은 한국의 생명농업운동을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역사적인 기회이다.
물론, 현 한국농업이 처한 상황이 매우 어렵고 앞으로도 나아질 전망이 밝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더 운동의 당위성이 절실하다. 문제는 농업에 대한 신앙고백을 어떻게 새로이 세울 것이며 바른 생명정신에 기초한 가치관의 확립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모든 문제의 중심을 ‘경제’로 보고, 결국은 ‘경제’로 환원시키는 사고방식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동안 농촌교회 선교의 목적은 전도에 있었다. 자립, 자치, 자전의 선교방침으로 농촌교회의 선교 전략의 핵심은 자립이었다. 이 기조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자립 문제가 현실적으로 제일 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정책적 기조는 바뀌어야 한다. 오늘의 농촌과 농업의 현실,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는 이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목회자에게는 보다 높은 수준의 영성과 청빈이 요구되고 있으며, 농촌선교의 목적 또한 단순히 전도가 아닌 새로운 지역생명공동체의 건설에 있기 때문이다. 경제문제로부터의 자발적 해방이 필요하다.
경제 중심으로만 보면 일부 자본주의화된, 소득수준이 높은 소수의 농업영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업영역은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생명농업운동이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지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첫째, 생명농업운동은 지역의 오랜 전통농업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통농업이야말로 각 지역에 맞는 오랜 역사성을 띠고 있는,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다양한, 그리고 자연 생태적인 농법이다. 현대의 과학적 농업 지식을 어떻게 생명의 원리에 맞게 이에 적용시키느냐하는 과제가 있을 뿐이다. 이를 토대로 지역의 자급자족을 이룩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생명농업운동은 소농(小農)을 그 중심적 주체로 삼는다. 대부분의 세계농민 특히 제3세계의 농민은 소농이다. 생명농업은 대규모의 농업체계와 양립하기 어렵다. 대규모의 농업은 인위적이며 반(反)생태적이며 소수에게 부(富)가 집중되는 정의롭지 못한 체계이다. 생명농업은 창조세계를 위한 연대와 정의의 경제를 지향한다.
셋째, 생명농업운동은 소농 중심이기 때문에 공동체성을 지향한다. 대규모 단작 중심의 농업은 소수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반(反)공동체적인 농업이다. 소농 중심의 공동체지향적 생명농업운동은 정의롭지 못한, 반생태적이고, 반공동체적인 오늘의 경제세계화가 초래할 파국적인 미래에 대한 중요한 대안이다. 소국과민(小國寡民)의 사상 노자(老子)의 『도덕경』 80장에 나오는 말. 작은 나라 적은 백성들이 현실에 만족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던 노자의 이야기
이 실현되는 운동이다.
넷째, 생명농업운동은 그동안 기독교농민운동이 추구해 온 정의운동을 역사적으로 계승하며 포괄해야한다. 과거의 정의운동이 주로 사회정의, 경제정의에 초점이 있었다면 이제는 하나님 앞에서의 정의와 자연 앞에서의 정의(생태정의)를 함께 포괄해야 한다.
농민들의 삶을 짓밟으며 죽음으로 내모는 불의한 세력들에 맞서 연대하여 투쟁해야하면서 생명을 살리는 운동을 해야한다. 불의와 반(反)생명은 한통속이다. 동시에 정의와 생명살림은 한 몸이다.

8. 앞으로의 과제

1) 농업 및 농촌에 대한 인식의 전환
첫째, “농촌은 도시 없이 살 수 있어도 도시는 농촌 없이는 살 수 없다”. 인간 삶에 가장 필요한 두 요소는 식량과 에너지이다. 식량자급율 25%, 석유에너지 100% 수입인 상황에서 앞으로의 우리 경제 생활구조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농업 기반이 튼튼하지 않으면 앞날에 닥칠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식량은 삶의 절대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다.
둘째, 농업이 무시당하고 있는 것은 그 본질과 상관없이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농업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고, 식량주권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농촌은 자연생태적 삶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도시생활이 과연 우리 삶에 얼마나 만족을 주며 행복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자연생태적 삶 속에서 영육간의 건강한 삶을 누릴 수있기 때문이다.
셋째, 농업은 환경적으로 커다란 유익을 주고 있다. 넓은 논 면적은 담수로 인해 홍수를 방지하고, 토양침식을 막아주며, 공기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약 10조원이 된다고 한다.
넷째, 농업은 문화의 토대이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농업은 육신적 삶의 토대였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문화적인 삶의 기반이었다. 특히, 공동체적 문화의 원형이 농촌문화에 담겨 있다. 농촌문화는 농사노동중심의 공동체적이고 자연생태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농촌교회의 경우 이 농촌문화를 앞으로 잘 이해하고 되살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섯째,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농업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최초의 유일한 직업이다. 이 신앙고백은 매우 중요하다.

2) 농촌선교의 방향과 목적의 전환
그동안 한국농촌선교의 목적은 농민들의 영혼구원과 전도에 있었다. 아직도 다수의 교회는 그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것을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교회자립이 최우선이다. 농촌선교의 여러 정책들 중 미자립교회의 자립화는 그 중심에 놓여있다.
그리고 농촌목회자들의 대부분은 보수적이다. 교회(성)와 지역사회(속),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켜서 생각하는 이원론적 의식이 강하다. “예수믿고 구원받고 천국 간다”는 구원신앙고백이 그 중심에 있다. 창조신앙고백이 약한 것이다. 목회는 도시 일반목회구조와 대동소이하다. 대부분 교회성장중심이며 농촌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는 목회구조가 약한 형편이다.
목회자의 의식부터 변화되어야 한다. 첫째, 농촌교회론이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구원의 방주’이다. 그것은 인간만의 구원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그 원형인 노아의 방주는 인간만의 구원이 아닌 생명전체의 구원선(救援船)이었다. 교회는 특히, 농촌교회는 교회와 그 지역사회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를 구원하고 살리는 살림의 방주이다. 교회와 지역사회가 나뉘지 않고 인간과 여타의 생명체가 분리되지 않는다. 구원신앙고백에 창조신앙고백이 자연스레 하나가 된다. 인간중심의 교회성장의식에서 탈피할 수 있다. 교회는 이제 지역사회 생명문화선교공동체로 변화된다. 교회가 중심이 되어 그 지역을 생명과 평화의, 샬롬(Shalom)의 세상으로 변화시켜나가는 것이 농촌교회의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한다. 둘째, 경제중심의 사고방식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현재 농촌생활의 어려움을 이기고 견디기 위해 청빈한 삶, 예언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경제’에 사로잡혀 있는 한 자본의 힘에 늘 패할 수밖에 없고 노예가 된다. 자본에 예속된 생각의 고리를 영적인 차원에서 끊어야 한다. 농촌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 문제는 경제에 있지 않다. 문명의 전환시기에 자본과 무력을 지닌 사탄의 세력이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를 통해 세상을 자본의 제국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에 맞서 싸우면서 미래를 준비하려면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힘들다.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의 믿음과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3) 지역생명문화공동체의 형성
앞서 농촌교회를 지역사회생명문화공동체로 말하였다. 농촌사회는 지금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농촌경제의 몰락으로 노동인구의 대폭적인 감소와 고령화가 이루어져 있고,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한 기계화로 가족 중심의 노동활동이 가능해 짐으로써 지역공동체의 정체성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농촌문화는 전반적으로 붕괴되었다. 또한 화학농약과 화학비료 중심의 관행농법이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농민들의 의식구조도 완전히 자본주의적 가치관으로 변해있다. 결혼 상대가 없는 총각들은 해외에서 신부를 맞이하여 현재 그 2세들이 다수 태어나서 자라고 있다. 현재 농촌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농촌을 주거공간으로 생각하여 인생의 말기를 전원적인 분위기에서 살고 싶어하여 귀농촌(歸農村) 하는 사람들이다. 은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면 경제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이들은 농촌의 지역에 동화되지 않고 도시생활의 습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살아간다. 이들은 기존의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둘째는, 뚜렷한 가치관을 갖고 귀농(歸農)하는 사람들이다. 대개 40세 전후의 사람들이 많고 도시문명에 대한 회의를 품고 자연생태적 삶을 의미있게 살아보려는 사람들이다. 경제적으로 준비가 덜 되어 있어서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주민의 일원으로 동화하여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10명 중 4명이 해외 여성과 결혼하고 있다. 또한, 도시에서 농촌으로 돌아오는 바람이 불어서 기존의 마을 주민과 도시에서 유입된 새로운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현재 마을마다(리단위 기준) 평균 15명 내외가 시집와 살고 있다. 국적도 다양하다. 처음에는 조선족이 많았고 최근에는 베트남여성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주민구성의 변화, 의식과 생활문화의 변화는 농촌사회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이런 형편을 소화하고 추스르며, 비전을 제시하면서 여러 이질적인 요소들을 한데 묶어 세우는 사회적 통합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과 기관이 어디에 있는가? 목회자와 교회밖에 없다. 문제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마을마다 서 있는 농촌교회에 우리는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한 의도적인 교육활동과 지속적인 뒷받침이 매우 절실하다. 새로운 목회자가 양성되어야 한다.

4) 에큐메니칼 지도력의 양성과 국제 연대활동의 강화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이제 한국기독교권의 생명농업운동과 선교는 국내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되는 때가 되었다. 우리의 역사적 축적과정들은 국제적인 연대활동을 통해 그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 돌아보건대 한국만큼 치열한 현대사를 살아온 민족이 거의 없다. 일제 식민지시대와 독립운동, 8ㆍ15해방과 남북분단, 6ㆍ25 동족상잔 전쟁과 상처, 장기간의 개발군사독재체제와 민주화 투쟁, 농민, 노동자 등 민중운동의 성장 등 남북간의 이념적인 모순과 대립, 독재로 인한 정치적인 모순과 저항, 그리고 빈부격차로 인한 경제적인 모순과 투쟁 등의 과정을 치열하게 겪어왔다. 이 와중에 이루어진 교회의 급속한 성장은 기독교세력을 크게 강화시켰다. 이 모든 요인들 속에는 ‘세계성’ 이 담겨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앞으로 세계를 향하여 어떤 자세로 무슨 일을 해야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생명농업운동의 경우, 한국은 상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른 제3세계 나라들이 다수 겪었던 개발독재를 경험하였고 그 과정에서 농민운동의 전통을 갖고 되었으며, 이 부분은 일본이 갖고 있지 못한 우리의 장점이다. 일본은 과거의 죄상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도 안하고 있어서 아시아권에서의 정신적, 도덕적인 리더쉽을 갖는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기독교농민운동의 경험은 ‘생명과 평화’의 전제가 되는 정의운동의 역사적 축적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지난 30여년 간 생명농업에 대한 기독농민과 농촌목회자들의 실천 경험이 쌓여 있고, 기독교강국으로서의 한국교회는 해외선교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계포럼과 아시아포럼을 한국에서 출범시켰고, 상시 활동조직인 ‘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을 발족함으로서 생명농업선교에 대한 한국의 위치와 역할은 확인되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활동이 이어지고 확대 강화되어 세계 특히, 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 농촌선교의 중요한 토대가 되도록 어떻게 노력하는가 하는 것이다. 한국의 생명농업운동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보다 앞선 점이 있기 때문이다. 애농회, ARI, NCCJ를 통한 교류는 기독교적인 연대가 이루어지지만 그 밖의 기구들 특히 일본생협이나 일반 농가들은 기독교신앙과 거의 관계가 없다. 앞선 농업기술이나 사례를 통해 배우고 친교를 나누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자칫 농법(기술)중심, 사례 중심에 매몰될 수 있다. 이제 기독교생명농업운동은 일본이외의 제3세계 특히,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지역의 (농촌)교회들과 연대하여 기독교 신앙고백을 나누면서 에큐메니칼 생명농업운동의 토대를 마련해 가야 한다.
후진의 양성과 더불어 도시교회의 인식의 전환과 뒷받침이 필요하다 하겠다.

9. 나가는 말

지금까지 우리는 ‘생명’의 관점에서 농촌선교를 생각해 보았다. 바야흐로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이다. 기존의 고정관념들로부터 벗어나면 새시대가 보인다. 생명과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시대를 열어가는데 있어서 하나님은 누구를 부르고 계시는가? 고난받는 민중의 현장에서 그 부름에 응답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농촌은 고난받는 현장이다. 가장 고난이 심한 곳이다. ‘생명’과 더불어 삶을 배우고 깨우치며 하나님의 뜻을 읽으며 살아가는 농촌은 새로운 미래의 일꾼을 기르는 곳이다. 불의에 의한 모순과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곳, 그래서 민중정신이 살아있는 곳, 생명의 농업이 자본의 수단으로 전락하여 농민은 상품생산의 도구로 동반 전락하였지만 본연의 생명정신은 아직도 살아있는 곳, 서로를 아끼고 보듬으면서 살아온 공동체적 삶의 경험과 정신이 남아 있는 곳, 마을마다 서있는 교회를 통해 농촌의 생명들을 구원하고 살리시기 위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오늘도 안타까워하시며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시는 현장, 이 곳으로부터 미래의 새싹이 움트지 않으면 어디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사례보고(1)

빈농에서 부농으로.... 스스로 함께 일군다 [한겨레] 2006년 1월 11일(수)

▶ 창립 100돌 맞는 완주 고산면 율곡교회
2월이면 100돌을 맞는 전북 완주군 고산면 율곡교회는 전형적인 시골교회다. 예배당은 농촌 마을의 창고같이 허름하다. 소박한 스태인드글래스를 빼면 장식도 없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석유 난로 2개가 난방 시설의 전부다. 예배당 안에 들어서면 ‘모심과 섬김의 공동체’라고 쓰인 현수막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이들은 스스로를 율곡공동체라 부른다.

신자 150명… 섬김과 나눔의 공동체 사단법인 ‘농촌사랑’ 설립 준비중

11일 저녁 7시30분. 수요 예배가 끝난 뒤 여태권 목사, 김영만 장로, 전명주, 조영호 집사 등이 난로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성전 건립이나 행사 준비를 위한 회의가 아니다. 이 공동체는 100돌을 맞아 지역 주민들의 복지, 문화, 노인일자리 창출 등의 사업을 벌이기 위한 사단법인 농촌사랑 설립을 준비중이다.

“법인 설립을 위해 3천만원 가량이 필요합니다. 이사 15명이 주로 부담해야할 것 같습니다. 후원회원도 모아야 하구요.”

여 목사의 말에 김 장로와 집사들은 걱정스런 표정이다. 3천만원은 신자 150명의 작은 시골 교회에는 큰 돈이다. 공동체 식구들은 지금도 자원봉사와 헌금으로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 30여 명을 보듬고 있고, 3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고산면을 비롯, 화산, 비봉, 경천 등 4개 면의 홀몸어르신 80명의 재가복지도 맡고 있다. 일주일에 두 차례 무료 경로 식당을 열고, 이동사회복지관도 운영을 시작했다.
율곡공동체는 이런 복지 사업에 연간 3천만원 가량을 쓴다. 교회 재정에서 1000만원, 여 목사가 농사를 지어 번 돈 1000만원, 남신도회 1000만원 등. 남신도회에서는 복지 비용 마련을 위해 집집마다 한 두 마리씩 모두 34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젊은 귀농자에게 소를 분양해주기도 한다.
회의가 길어지자 여 목사가 “내게 필요한 돈 마련에는 잼병이어도 이런 돈 만드는 재주는 있으니 너무 걱정들 마세요. 저를 믿으세요.”라고 말하자 다른 준비위원들의 얼굴이 조금 펴진다. 여 목사에 대한 공동체 식구들의 믿음이 느껴졌다.
여 목사에 대한 믿음은 뿌리가 깊다. 여 목사는 22년전 이 교회에 부임한 뒤 모두들 떠날 궁리만 하던 고산 마을을 “부자 마을이라는 소리를 듣는” 곳으로 바꿨다. “저는 작은 힘을 보탰을 뿐”이라고 손사래를 젓지만 공동체 식구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그가 처음 부임한 1984년 고산 지역은 대부분의 농가가 10마지기안팎의 농사로 한해 몇백만원을 손에 쥐는 가난한 동네였다.

“농촌이 살만한 곳이 되고 농민들이 남아 있어야 교회도 존재할 수 있지 않습니까.”

여 목사는 농민이 됐다. 농촌현실에 분노해 농민운동에 열심히 참여했으나 “아스팔트 농사는 더 이상 효과가 없어 보여” 주민들의 소득원을 찾아 나섰다. 그는 완주군농민회장을 맡기도 한 김영만 장로를 비롯, 교회 식구들과 함께 ‘뿌리회’를 만들어 전국을 다니며 연구한 결과 소를 키우기로 했다. 논밭이 적고 산이 많은 고산면의 조건에도 맞았다. 하지만 경험부족으로 어려움도 많이 겼었다. 사료 배합비율을 몰라 송아지가 죽기도 하고 기형소가 태어나기도 했다. 시행착오는 충남대 박덕섭 교수의 도움을 받을 때까지 이어졌다. 축산과 함께 쌀농사도 유기농으로 바꿔나갔다. 반대도 많았다. 박일진(39)씨는 “퇴비를 만들어다 논에 뿌려주기까지 했는데도 새벽에 벼가 이상하다는 전화를 수도 없이 받고 달려가곤 했다”며 “한 해에는 냉해로 벼가 죽자 유기농 탓이라며 몰려와 교인들이 돈을 모아 배상해주기도 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내가 해보지 않고는 농민에게 권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여 목사는 이 모든 일을 몸소 먼저 했다. 그런 그에게 목사가 설교와 기도만 잘하면 되지 엉뚱한 일을 벌인다며 장로들에게 목사를 쫓아내라고 요구하는 농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여 목사는 예배를 마치기에 앞서 유기농에 대한 결단의 시간을 따로 마련할 정도로 믿음을 갖고 밀어붙였다.

유기농 축산·쌀농사… 연5천만원 소득 “농촌·농민이 살아야 교회도 살죠”

결론은 여 목사가 옳았다. 고산은 지금 전북 지역의 대표적인 유기농업 지역이 됐다. 완주한우영농조합의 조합원들은 연간 5천만원 가까운 소득을 올리게 돼 “부자 동네라는 소리를 듣는” 귀농자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바뀌었다. 그 중심에는 율곡공동체 식구들이 있었다. 완주한우영농조합과 유기농쌀을 생산하는 땅기운쌀작목반 모두 공동체 식구들이 중심이 되어 싹을 티웠다. 특히 한우영농조합은 지난해 사료가 아닌 전통방식으로 여물을 끓여서 먹이는 화식우를 길러 출하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고 유기축산 인증도 추진하고 있다.
겨자씨는 모든 씨보다 작을 것이로되 자란후에는 나물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니라(마 13:32). 교회 홈페이지의 성경구절 대로 율곡공동체가 심은 겨자씨는 농촌에 희망을 주는 큰 나무로 자라고 있었다.      완주/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기사 (2)  [오마이뉴스] 2007-04-15 23:47

‘사제가 만난 목사’
농사꾼 목사 여태권 "세상과 대화없는 교회는 아편"

전주 시내 아파트 숲을 빠져나가니 너른 들판이 시원하다. 생강으로 유명한 봉동면을 지나면 맑은 냇물 고산천을 만난다. 차창밖 도로에는 벚꽃이 화사하다.
콧노래를 부르며 도착한 전북 완주군 고산면 율촌리의 '율곡교회'. 4월 초 율곡교회를 찾았을 때 여태권(59) 목사는 교회 십자가 아래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여 목사는 시위현장에서 자주 만났던 형님 같은 목사이다. 어깨동무하고 아침이슬 부를 때처럼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하면서 긴 장의자에 나란히 걸터앉자 수줍은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 신도는 얼마나 되나요.
"성인만 160명 정도, 세대수는 80세대 가량 됩니다. 중고생 30~40명 초등학생 30~40명 정도 됩니다."

-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젊은 사람이 많다는 것일 텐데요.
"30~40대가 다른 연령에 비해 많아요. 농촌을 떠나지 않고 농촌을 지키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거죠."

▶ 예산 30%를 사회복지에 쓰는 농촌교회

- 교회 앞에 짓는 게 뭔가요.
"노인 일자리 작업장이예요. 생활협동조합 물류 소포장 작업장이죠. 콩이나 들깨를 소포장하고, 대파나 시금치를 다듬는 작업장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 인근지역 농산물이 이곳을 거쳐 판매장으로 가는군요. 영농조합을 만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북지역 한우영농조합 1호가 저희 조합이죠. 무엇으로 농촌을 지킬까 하다가 소를 키우자고 했습니다. 그런 취지에 동의하는 20~30대가 중심이 되어 '뿌리회'라는 친목회가 결성되었어요. 그리고 89년에 몇몇 신자들과 소 2마리로 영농조합을 만들었죠. 공동사육을 했는데 팔 길이 없는 거예요. 출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농조합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한우고기 직판장과 식당도 운영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하루에 소 2마리까지 잡아 팔기도 했어요. 돈도 엄청 많이 벌었죠."

- 돈 엄청 벌어서 어디다 다 썼어요.
"돈을 많이 버니까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이 세상에서 돈이 제일 무섭다는 것을 그 때 알았죠. 이런저런 이유로 갈라지고 나눠지고 난리가 났었죠. 사람을 부패하고 타락시키는 게 권력과 돈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 영농조합을 통해 느끼신 게 많은 것 같습니다.
"돈 때문에 갈라지고 싸우고 등 돌리고, 인간의 바닥을 봤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사람들의 마음속까지 속속들이 알게 된 거죠. 사람 눈만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되었으니까요. '저 사람 눈이 좀 이상해, 어 자네 뭔 걱정꺼리 있는가?' 하면 문제가 생긴 거예요. 골머리 아픈 돈이 사람 보는 눈을 알려줬죠."

- 돈이 사람을 알아보게 했으니까 돈이 좋은 것이네요.
"허-허-허"(함께 웃음)

▶ 신부가 부러워한 목사들의 '12제자 단식기도'

이야기 도중에 군청 공무원이 목사님을 찾아왔다. 자리를 피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더니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교회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현관 앞에서 깔깔거리며 웃는가 하면, 담벼락에서 개를 쓰다듬고 또는, 농구 골대를 향해 슛을 쏘고 있다. 교회는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다시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세 아이들이 기타치며 성가를 부르고 있었다. 아이들의 고운 노래와 기타반주의 선율을 타고 어떤 고백이 흘러나올지 더 설레게 했다.

- 좀 전에 찾아온 공무원이, 목사님 단식이 걱정돼 찾아왔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로 단식하신 건가요?
"한미FTA 때문이죠. 한칠레 협상이 농민들에게만 타격을 주었는데, 한미FTA는 농촌의 붕괴는 물론 도시와 모든 계층과 분야를 뒤흔드는 지진과 같은 거잖아요. 마지막 협상을 앞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역사 앞에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 단식기도를 하게 된 것이죠. 혼자라도 40일 동안 하겠다고 작정했어요.
근데 혼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전국에서 여러 선후배 목사들이 함께 단식하겠다고 해서 10일 만에 단식을 끝냈어요. 하루에 12명의 목사들이 단식한다고 해서 12제자 단식기도가 되었어요. 매일 12명의 목사들이 40일 동안 돌아가니까 480명의 목사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게 된 것이죠."

- 정말 감동스럽네요. 저희 천주교에서 릴레이 단식을 한다면 480명의 사제들이 참석할 수 있을까. 물론 정의구현사제단에서 발의를 하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발상을 못했죠. 각자의 자리에서 시대의 아픔에 함께 한다는 신선한 방법이 참 아름답네요.
"교단 총회장과 노회장까지 참여한 이 기도회는 40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신도, 여신도, 신학생들의 참여로 1년 동안 이어가기로 했어요. 그동안 성명서나 집회를 통해 우리의 의지를 밝혀왔는데, 그런 투쟁도 하면서 하느님 앞에서 불의한 현실을 알리고, 그에 대한 우리의 간절한 소원을 비는 거죠. 내 자신도 뒤돌아보면서 우리의 투쟁방식을 우리 내면으로도 돌린 것이죠. 제목도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과 생명 살림을 위한 12제자 연속단식기도회'가 되었어요."

▶ "영농조합으로 돈 벌고, 사회복지에 돈 쓰고"

- 농촌사목하시면서 영농조합, 아동복지, 노인재가복지사업 등 여러 사업을 하고 계시는데요.
"저희 교회가 100년이 넘었어요. 100주년을 맞이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교회를 새로 짓자, 회관을 만들자, 사회복지사업을 하자 등의 의견 중에 사회복지사업을 하자는 의견이 제일 많았어요. 그래서 가정봉사파견센터를 먼저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다음에 아동센터, 이동사회복지관, 가정봉사원 파견센터, 노인 일자리 작업장을 하게 되었어요. 수용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찾아가는 복지, 지역주민의 편의시설을 통해 주민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려고 애쓰고 있어요."

- 사회복지사업을 하려면 자체 부담금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해결하나요.
"영농조합을 통해서 돈이 모아졌어요. 1마리 키우던 사람은 10마리가 되고, 10마리를 키우던 사람은 100마리가 되었죠. 순환을 생각하게 된 거죠. 몸의 순환이 안 되면 병이 드는 것처럼 사회도 돈의 순환이 잘 되어야죠. 돈을 벌었으면 순환시킬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사회복지 사업이죠. 영농조합에서 30마리 소를 키워서 1000만원, 5000평 농장수익에서 1000만 원, 교회의 사회복지에서 1000만원 등 모두 3000만원을 모금합니다."

- 교회 총예산 1억 원 가운데 3000만 원을 사회복지로 쓰는 교회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가톨릭도 성당 예산의 5~10%는 사회복지 비용으로 집행하도록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데도 집행하지 않는 성당이 상당히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대부분의 교회가 사회복지 예산을 편성하고도 집행하지 않습니다."

▶ "새만금 찬성운동, 이제 회개합니다"

- 목회나 사회참여를 하면서 보람도 있으셨겠지만 실수라고 할까요. 아니면 반성해야 할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제가 반성해야 했던 일이라면 새만금 사업입니다. 전 새만금을 시작할 때 다른 목사들과 찬성운동을 했어요. 환경도 좋지만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서 식량생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친환경 농사를 시작하면서 새만금 사업이 망국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갯벌을 그대로 두면 농지를 만드는 것보다 갯벌에서 생산된 어패류와 갯벌의 수질정화, 철새와 동식물의 서식지 등으로 농지보다 20배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데 그것을 몰랐던 거죠. 더욱이 한미FTA 때문에 쌀농사도 밀농사처럼 폐기해야 할 상황인데, 지금이라도 해수유통을 해야죠. 바지락 쭈꾸미 백합 등이 쌀보다 더 귀하잖아요.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 따지는 시대에 새만금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 유신독재 투쟁에 앞장섰던 목회자정의평화위원회도 새만금 때문에 두 쪽으로 갈라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갈라진 것은 아니라 의식의 부재예요. 환경에 대한 무지, 저보다 선배님들이 많으신데요. 그분들은 배고픈 시대에 살았던 분들이죠. 새만금에 공장 지어서 돈 많이 벌어 잘 살아보자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몰아가는 정치인들이 더 문제죠. 모두가 환경에 대한 공부를 했다면 그런 일이 없었겠죠. 저는 무슨 농사를 지어야 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환경농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환경의 무지에서 해방되게 된 것이죠.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아니구나. 인간이 이 세상의 무수한 생명체와 함께 사는구나. 그 깨달음을 얻은 것이죠."

- 가톨릭을 보면서 사회의 보수화 못지않게 종교의 보수화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종교의 보수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회가 세상과 대화하지 않는다면 종교는 아편이 될 수가 있습니다.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하늘의 뜬구름 이야기만 하면 안 되지요.
우릴 먹여살린 농촌이 붕괴되고, 농민이 파산될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하느님은 농부다' '농업을 지키는 것은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것이다' 하면서 농촌을 살릴 수 있는 유기농과 우리 농산물 소비운동, 정부의 농촌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집회도 참여해야 합니다. 땅과 인간에 충실히 하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 "세상과 대화하지 않는다면 종교는 아편이 될 수가 있어"

- 개신교 일부 대형교회와 단체에 대한 비난여론이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교회들을 보면 교회가 아니라 마치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 같아요. 신자들만 많이 늘려서 대회교회로 성장하려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요. 새벽예배에 몇 명 나오고, 주일예배는 몇 명이고, 교회 건평이 얼마고, 그런 양적인 팽창이 오히려 사회의 걸림돌이 되고 있잖아요. 그렇게 숫자로 계산해서 교회를 사고팔기도 하잖아요.
인간이 살 수 없을 정도의 생태계 위기, 빈익빈부익부의 사회적 갈등, 같은 동족인 북한 어린이들이 굶어죽는 상황에서 100억~200억원 짜리 교회는 바벨탑 아닌가요? 그것이 무슨 자랑스러운 일인지. 하느님이 보았을 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대형교회를 가진 것이 하느님 앞에서 오히려 죄가 되는데… 우스운 일이죠.
이 모든 것이 성직자들의 보수화 탓이죠. 머리 둘 곳이 없었던 예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죠…, 대형교회를 가진 것, 많이 소유한 것이 죄 아닙니까? 예수님이 교회 하나라도 지었나요. 나도 큰 교회에 있으면 이런 말도 안 할 텐데."

"하-하-하……."(함께 웃음)

구교와 신교의 성직자로서 만남이 아니라 형님과 아우의 대화를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형님 목사와 아우 신부가 침묵 중에 기도드렸다.
형님 목사와 아우 신부, 함께 기도하다
교회를 나와 가정봉사 지원센터를 방문했다. 6명의 직원(유급봉사자 7명은 방문봉사 중이었다)들이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밀린 우편물을 뜯어서 직원에게 전하고 그것을 받는 직원의 관계가 인자한 아버지와 자식처럼 포근해 보였다.
다음 발걸음은 아동복지센터였다. 아이들이 저녁 간식을 먹고 있었다.

"더 먹을 사람!", "저요! 저요!", "애들아 배 터질라! 적당히 먹어라!"(목사님)

솜바지 골반에 양손을 넣고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목회자는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였다. 신도 10만을 자랑하는 대형교회 목회자의 설교에 '아멘! 아멘! 아멘!' 열광하는 장면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장면이었다. 왜 코끝이 찡할까? 설교는 말이 아니라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차장까지 따라 나와 배웅하는 큰형님 같은 목사님. 그는 '농촌과 목회' '세상과 교회'라는 화두를 몸으로 깨우쳐주는 스승이었다. 사회복지시설 원장이자 농부로서 살아가는 목회자인 그는 자신의 첫 목회지인 농촌이, 한미FTA로 인해 더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농촌에 뼈를 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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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태권 목사는 누구?

농사꾼 목사 여태권은 1988년 한국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고 1992년 한국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두 시골교회를 거쳐 1986년 율곡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5000평의 농장에서 신자들과 친환경 유기농 벼와 콩 농사를 짓고 있으며,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로서 시민사회단체의 어른 역할도 하고 있다.
2005년 사회복지사 2급을 취득하여 현재 완주 가정봉사원 파견센터 운영위원장, 고산지역 광역친환경단지 시범사업 공동대표, 한기장 복지연대 공동대표, 완주군 지역 사회복지협의체 공동대표, 사단법인 농촌사랑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 사제, 목사, 불자인 시민기자가 타 종교 성직자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종교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기사를 통해 타 종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종교의 진정한 의미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최종수 시민기자(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가 전북 완주 '율곡교회'의 여태권 목사를 만나 농촌문제 등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례보고(2)

생명농업을 통해 지역과 마을, 사람을 섬기는 받 들 교 회 김명준 목사
(기독교대한 감리회 남부연회 금산지방 / 충남 금산군 금성면 양전리 460 / 041-751-2155)

1. 나는 왜 농촌으로 왔는가?
삶의 뿌리, 예수를 따르는 삶 / 삶과 생명회복의 터전 / 희망의 터전

2. 무엇을 하려 했는가?
목회보다는 자신의 새로움과 회복 - 농촌 삶의 중심 “농사” 배움

3. 받들교회는 무엇을 고백했는가?
1) 하나님의 창조세계인 우리 농촌이 모든 생명의 품(어머니)이자 뿌리이며 하나님이
일하시는 터전임을 고백한다.
2) 생명을 돌보며 가꾸어 나누는 농업이 살림살이의 뿌리이자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임을
고백한다.
3) 나를 넘어 이웃과 자연과 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것이 삶의 행복임을 고백한다.
이에 기초하여 받들교회는 생명농업공동체를 꿈꾸며 1995년 첫발을 내딛었다.

4. 농촌, 선교에 대한 생각의 전환
1) 농촌은 하나님의 창조의 숨결이 가득한 모든 생명의 터전이며 축복의 땅이다.
2) 농은 공업문명, 산업문명의 위기를 넘어설 미래이다.
3) 농은 생명이다.
4) 농에는 농민이 보여야 한다.
5) 농에는 농적 문화가 있다.
6) 농은 상생(공생) 환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
7) 생명을 사랑하는 거룩한 농심을 회복하는 것(자연, 사람, 하나님과의 하나됨)이 선교의 핵심이다.

5. 걸어온 길
1) 생명농업 실천 2) 우리문화유산 답사 3) 생태예배당 건축, 생태화장실 3) 건강교실

6. 현재 하고 있는 일
1) 생명농업
3,000여 평의 논농사를 유기농법(오리농법, 왕우렁이 농법)으로, 1,000여 평의 밭농사를 유기농법으로 하고 있으며, 마을과 금산지역의 환경농업의 선구자로서, 섬기는 자로 정성을 다하고 있다.
2) 주말농사체험
생명농업을 통해 금산 지역과 대전지역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농사체험을 하고 있다. 생명의 나무심기, 감자, 옥수수 등 여러 씨앗 심기, 손 모내기 체험, 오리 우렁이 논에 넣기 체험, 들풀 들꽃 체험, 감자 캐기 등 여러 곡식 거두기 체험 등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촌과 농업과 농민의 소중한 가치를 몸으로 배우고 농촌과 도시의 하나됨을 모색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3) 생명학교
여름 방학에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을 중심으로 20여 명씩 2박3일 동안 생명학교를 열고 있다. 한 해 약 200여명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농촌과 농업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명의 참모습을 체험한다. 보이는 것을 보게 하고, 들리는 것을 듣게 하고, 맛 볼 수 있는 것을 맛보게 하고, 냄새 맡을 수 있는 것을 냄새 맡게 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하여 생명을 몸으로 느끼고, 생명의 모습과 생명의 원리를 배우며, 농촌과 농업, 농민, 자연과 자신, 타인의 소중함을 몸으로 배워가도록 도와준다.
4) 겨울놀이학교
겨울방학에 아이들을 중심으로 놀이학교를 운영한다. 자연놀이, 전통놀이 등의 체험을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이루어가도록 돕는다.
*** 이러한 일을 통해 우리 농촌은 농촌과 농업, 농민의 소중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고, 자긍심과 자신감, 농민됨을 회복해가고, 도시의 사람들은 농촌과 농업, 농민들이 자신과 하나임을 깨닫고 신뢰의 관계를 이루어 가게 된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농촌체험을 통해 희망의 씨앗을 심는 일은 농촌의 미래를 열어가는 기초가 될 것이다.
5) 마을 공동체 가꾸기
“마을이 살아야 교회가 산다.”

7. 앞으로의 과제
1) 자립(물적, 인적, 영적 자립)
2) 자활 공동체(영농조합) 설립
3) 지역 공동체(생산, 소비 생활 공동체)
세우기
4) 마을신문 만들기

사례보고(3)

농촌목회와 노인복지
          용석천 목사(원주 평화교회)

농촌에는 노인의 인구 비중이 도시보다 현저하게 높다. 농촌에서 목회를 할 때 노인들은 중요한 목회 대상이 된다. 노인들을 위한 목회전략과 방법을 어떻게 세우느냐는 농촌 목회자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교회는 궁극적으로 복음을 전해 영혼을 구원하고 성도들을 잘 양육하여 하나님의 뜻을 실현해 나가는 곳이다.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농촌, 농촌교회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할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노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노인복지사역을 통한 전도야 말로 가장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1. 부곡교회 이야기
서울에서 목회를 하고 있던 나는 허리 디스크와 기관지 질병으로 인해 목회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영적침체를 겪다가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부곡리 치악산 뒤편 해발 500M의 오지마을에 있는 부곡교회로 부임을 해 왔다. 다 쓰러져가는 예배당과 사택, 교인은 10여 명에 불과 했고 반 정도가 노인들이었다. 마을의 형편도 마찬가지였다. 230여명의 마을 주민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30% 정도나 되었다. (노인 인구 비율: 고령화 사회 7%, 고령사회 14%, 초고령사회 20%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으며, 2022년에는 고령사회, 2030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됨)
자연스럽게 노인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노인들의 생활상을 알게 되었다. 특별히 우리 마을에는 혼자서 살고 있는 무의탁 노인들이 몇 분 계셨다. 나는 그분들의 가정을 자주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분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함께 울고 웃으면서 작은 일이라도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다. 마을 외딴 곳에 신종한 할아버지라는 분이 혼자 살고 있었다. 그분은 다리 한쪽을 절단한 장애인이었는데 돌봐줄 가족이 아무도 없는 무의탁 장애 노인이었다. 휴대용 가스렌지에 그릇 몇 개가 살림살이의 전부였다. 반찬은 간장 한 가지. 우리 교인들과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서 냉장고, TV, 서랍장,찬장,가스렌지 등을 구해드리고 김치와 밑반찬을 해드렸다. 그러면서 혼자서 살고 있는 무의탁 노인들의 가정을 찾아다니며 그분들의 어려움을 돕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2. 가마골 선교회 사역을 시작하다.
몇 사람 안 되는 교인들이었지만 우리는 힘을 모았다. 마을 사람들도 우리의 취지를 좋게 생각하여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었다. 이렇게 해서 가마골(우리 마을 이름이 ‘가마골’이었다,)선교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회비를 작정하여 내고 여기저기서 후원받은 물품을 모아서 우리 마을과 인근 마을에 있는 무의탁 노인들의 가정을 돕기 시작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주로 ‘말벗해 드리기, 반찬서비스, 필요한 물품 서비스, 집수리, 병원에 모시고 다니기, 생일축하, 명절이나 어버이날 찾아뵙기, 민원대행, 이 미용 봉사, 목욕봉사, 세탁, 청소, 설거지, 노력봉사 등이었다. 차츰 방문 가정도 늘어나고 회원과 후원자들도 많아졌다.
1996년부터 시작한 사역은 차츰 발전하여 1998년쯤에는 회원도 200여명으로 늘었고 방문 가정도 40여 가정이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사역을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주셔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돕게 되었다.

3. 노인복지 시설의 필요성을 느끼다.
무의탁 노인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현실적인 어려움을 돕고 복음 전하는 일을 계속하던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일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혼자 사는 노인들의 건강이 악화되어 거동을 잘 못하게 되는 경우이다. 나이가 들어 기력이 떨어지고 병원치료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면 혼자서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노인들은 그렇게 몸이 아픈데도 양로원으로 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몇 분은 우리가 주선해서 양로원으로 보내드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어 다녀야 될 정도로 아픈데도 양로원으로 가는 걸 싫어하신다. 병들고 돈 없는 처지로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을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신정자라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이 분은 대퇴골 뼈가 골절되어 걷지를 못하였다. 시골집이라서 화장실이 마당에 있었는데 방문을 해보면 이 할머니는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화장실 가는 게 무서워서 그렇다고 하신다. 그 정도인데도 양로원엘 안가셨다. 우리는 이런 분들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그래서 우리는 집을 하나 지어서 건강이 안 좋으신 분들을 모셔서 얼마간 지내게 하다가 다시 건강이 좋아지면 집에 가서 사시게 하고 더 안 좋아지면 돌아가실 때까지 모셔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4. ‘평화의집’을 건립하다.
흔히 농촌교회에서 어떤 사역을 하려고 할 때 재정적인 문제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물론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노인복지 사역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 한사람 한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의 삶을 함께 나누게 되면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작은 일이라도 진심으로 그분들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도와드리게 되면 하나님께서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사람과 돈을 보내 주신다. 하나님께서는 돈을 먼저 주시고 일을 맡기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가 말씀에 순종하여 성실하게 작은 일이라도 충성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다.
우리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2001년에 원주 인근 지역에 2,000여 평의 땅을 구입할 수 있게 해주시고 2003년에는 105평의 노인복지시설(평화의집)과 22평의 예배당(평화교회)을 건축하게 하셨다.

5. 가마골 선교회 사역과 평화의집 사역
무의탁 노인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현실적인 어려움을 도와주며 복음을 전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현재 평화의집에는 15분의 노인들을 모시고 있다. 이러한 사역을 하면서 감사한 일은 좋은 분들은 많이 만났다는 것과 하나님께서는 늙고 병들어 소외된 사람이라도 그 영혼을 사랑하셔서 구원받게 하신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이 사역을 하면서 소리 없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힘들고 낙심될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분들을 보내셔서 위로하고 격려해 주셨다. 그것은 내게 큰 기쁨이며 힘이 되었다. 또한 내가 만났던 노인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게 되었다. 불교를 오랫동안 믿어왔던 분들도 차츰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변화되어 복음을 받아들이고 세례 받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하곤 했다. 서양녀라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어느 날 방문을 했더니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목사님, 내가 저 아래 있는 교회에 나가기로 했어, 목사님에게 너무 신세를 많이 졌는데 어떻게 하면 그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교회에 나가면 목사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서 나가기로 했지요.”

6. 맺는말
노인사역은 힘든 일이다. 정성을 다해 섬기고 전도해서 교회에 나오게 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얼마 있으면 돌아가시고 만다. 노인성도가 늘어야 어떻게 생각하면 부담만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농촌목회는 노인들을 목회의 대상으로 삼아 사역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노인들의 삶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그분들을 진심으로 섬길 때 하나님께서는 기뻐하실 것이다.

성서연구 자료

토라에 나타난 ‘도시’ - 농의 신학을 위한 성서읽기 -
             이영재 목사 (Ph.D. 전주성경학당 길잡이)

들어가는 말
구만리교회에 시무하시면서 예장농목편집부장으로도 일하는 박용철 목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수님이 참으로 불쌍히 여긴 사람은 예루살렘의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신앙의 질이 높다고, 축복의 양이 많다고, 성공하였다고 믿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 것을 권고했다. 이런 면에서 농촌이 갈릴리가 아니라 오늘의 도시가 갈릴리일 수 있다. 이런 역설은 농촌목회자의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표현이 아니라 농촌과 도시가 함께 어우러지는 상생의 목회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의식의 출발이 아닐까 한다’ (목회자신문 2007년 11월 3일자 제6면, ‘농목칼럼’ 중에서).
박목사님의 일갈은 농촌목회자의 정체감을 분명하게 표명한다. 성경의 눈으로 볼 때 농촌의 목회자가 도시의 목회자를 지도해야할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농촌이야말로 도시를 올바로 이끌 수 있는 참된 신앙의 현장이다.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경제개발이라는 급물살을 탔다. 경제성장을 제일의 과제로 추진하면서 농촌의 부락공동체는 완전히 해체되고 말았다. 새마을운동은 농민을 강제하여 토지로부터 떠나게 몰아갔다. 토지를 잃은 농민들은 도시로 쫓겨나 임노동자들이 되었다. 농촌의 공동체들은 급속히 해체되었다. 정부의 일차 목표가 농촌인구를 13%까지 줄이는 것이었고 그 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더욱 속도가 붙어서 현재 농촌인구는 전인구의 6%까지 줄었다. 조만간 노인들이 타계하고 나면 3%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정부는 전망한다. 농촌은 곧 일가구농법이라는 유럽형의 농촌으로 이행할 것 같다. 이로써 한국사회는 대도시 중심의 서구형 사회로 완전히 탈바꿈하였다. 농촌교회도 덩달아 쇠퇴의 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가 경제성장 제일주의를 내세운 탓에 물질제일주의의 가치관이 온 사회를 뒤덮고 있다. 누구나 돈을 숭배하고 돈이 없으면 못산다고 공감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교회 안에도 편만하여 도시의 그리스도인들 대부분의 가치관을 구성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대형교회를 이루기에 성공한 목회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교만한 자세를 취하며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체제를 옹호하며 정부의 시책에 적극 협조한다. 그들은 이 사회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로 치부된다. 반대로 농촌교회의 목회자들과 교인들은 경제성장에서 밀려난 사람들로서 마치 인생에 낙오한 사람인양 간주되어 스스로 패배감과 자조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정황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성경의 눈을 인지하고 농촌을 향한 성경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면서 농촌에 사는 사람들을 하나님 앞에 세우는 일은 매우 긴급하다. 특별히 농촌교회의 목회자들이 어떠한 신학의 내용으로 삶을 곧추세워나가야 할지를 궁구하는 일은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해일처럼 덮쳐오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시급하다.
도농상생론은 자칫 도시중심론으로 귀결된다. 도시는 자연과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도시중심의 기획은 농촌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가치를 상품화하는 경향성을 띠게 될 수도 있다. 또 한편, 농촌팔아주기 운동의 한계성도 도시 안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도시인들이 즐겨찾는 농산물을 개발하는 일은 농촌을 도시의 부속품으로 전락시킨다. 농촌의 공동체를 회복하고 그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교회공동체를 복구하는 일은 이제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촌의 유기농 운동이나 농촌의 문화운동은 그 한계점에 이미 봉착한지 오래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은 스스로 자족하면서 살 수 있는 나름대로의 자치구조를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먼저는 하나님께서 지으신 자연과 한 동아리를 이루고 자연을 잘 다스려서 먹을거리를 얻는 데 만족하며 사는 일이다. 이 일을 위해서 자연농법을 발전시키고 실천하는 작업이 보다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농촌경제운동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농촌교회는 물질소유의 허구성을 벗어나서 참다운 깨달음에로 귀의하고 성경의 종교로 교회를 확고하게 정립하는 일이 요긴하다. 농촌피폐가 도시중심의 국가정책에서 기인된 것이라면, 농촌교회는 농촌지킴이로서의 사명을 각인하고 국가의 정책과 대결하여 이길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말씀과 참 깨달음의 수행을 돕는 ‘농의 신학’을 정립하는 길이 될 것이다. 농민의 자존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도우미로서의 농의 신학은 도시에 상관하는 비교우위론에서 벗어나서 자신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정립하는 사상의 노력으로 일관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오로지 성경읽기로부터 정립하여야 할 것이다.
성경에서 나는 ‘농의 신학’을 정립하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읽는다. ‘하나님과의 만남’의 신학을 시내단화(출19:1~민10:10)에서 명료하게 읽으면서 구구절절 도시문명과의 대립각을 날카롭게 느낀다. 하나님과 백성 사이에서 말씀을 전달하는 말씀의 설교자 모세의 고독한 모습에서 농촌목회자의 사명을 읽는다(출20:18~21). 더구나 창조이야기에서 농촌목회가 자연목회로 나아가야할 필연성을 감지한다(창1장). ‘땅’의 신학과 ‘흙’의 신학을 전개하며 참된 경제인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신학을 펼치는 에덴동산의 이야기에서 오늘 우리가 취해야할 참된 신앙의 자세를 볼 수 있다(창2~3장). 창세기 1장과 9장에서 먹을거리의 신학을 읽으며, 광야를 행진하는 백성의 모습에서 먹을거리로 인해 드는 시험과 극복,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의 훈련과정을 보게 된다.
이 모든 요소들은 성경이 고대노예제사회를 강고하게 구축하는 제국들을 비평하고 있음을 잘 보여 준다. 해석학의 과정을 거쳐 나는 성경의 반제국 정서에서 오늘의 행할 바를 찾게 되었다. 성경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이끄는 제국주의와 그에 대하여 말씀의 공동체를 만들어내시고 이끌고 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증언한다.

도시문명에 대한 문제제기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체제가 21세기에 핵심쟁점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 체제는 자유로운 시장을 이념으로 하여 성장과 번영을 약속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운동은 이 체제를 더욱 활성화하고 있다. 국제금융은 대도시들 사이에서 긴밀한 연결망을 구축하며 시장에 힘찬 활력을 불어 넣는다. 국가의 무궁한 발전도 밝게 전망된다. 하지만 이 체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소리도 드높다.
우려하는 목소리들은 농촌의 피폐와 생명파괴를 슬퍼한다. 자본이 도시로 집중함에 따라, 농촌의 시장은 잠식되고, 농민의 수효는 급감하며, 농촌은 피폐해진다. 도시의 팽창과 농촌의 축소는 공해를 가중하고 생명을 활동을 억누른다. 과거에 대한민국의 개발독재는 농촌의 인구 줄이기 작전을 추진했다. 민주화를 이룩한 후에도 정부의 개발정책은 개발독재의 맥을 이어 박차를 가했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를 산업국가로 개량하기 위해서 농촌에 산재해 있던 인구를 도시의 공단주변으로 결집시켜서 기업을 육성했다. 이로써 농촌의 마을 공동체들은 해체되었다.
도시들의 확대와 번영은 하나님의 약속하신 땅의 내용과 일치하는가? ‘도성’(都城)을 가리키는 히브리어 단어는 ‘이르’(עיר)이다. 성경에 이 단어는 매우 자주 나온다. 가장 자주 나오는 명사로서 500-5000번의 빈도수를 보여주는 것들로서 43가지의 명사들이 있는데, ‘이르’는 이 모듬에 속한다(문희석편, 구약원어참고서, 보이스사, 1991). 이 단어는 고대노예제사회의 지배계급이 구가한 도성문명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왕’, ‘용사’, ‘열방’이란 단어들과 더불어 핵심어로 꼽힌다. 하지만 성경에서 이들 용어들은 하나같이 하나님을 거역하는 집단을 표시한다.
아가서를 보면, 술람미 여인은 성 안에서 사랑하는 이를 찾아 헤매다가 찾지 못하고 마침내 순찰꾼에게 잡혀서 강간을 당한다(3:1, 2; 5:7), 아가서는 도시의 폭행을 지적한다. 이사야서를 보면, 도성에 사는 사람들은 심판을 모면할 길이 없다(6:11). 어떠한 예언의 말씀도 도시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다. 이사야서는 도성에 사는 사람들을 멸망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부정의 함의는 신명기사가의 역사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는 이세벨의 음모를 묵인하는 아합의 이야기를 보면, 그처럼 악한 흉계가 ‘아합의 도성’ 안에서 일어나며 ‘그의 도성’의 장로들과 귀족들이 이세벨의 음모에 가담하였다(왕상21:8, 11, 13, 24). ‘요새’를 뜻하는 ‘헤일חיל’이란 단어가 왕상21:23절에 나오는데 이것은 24절의 ‘이르’와 평행을 이룬다. 이 평행으로 미루어 ‘이르’는 방어의 기능을 지닌 요새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신명기사가의 문제의식은 다윗성과 솔로몬의 예루살렘성에 대한 평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다윗이 ‘시온 산성’(머추라트 치온)을 빼앗아 ‘다윗성’으로 삼았을 때, 그는 여부스족을 치고 성을 쌓았다(삼하5:7, 9). 다윗성에 자신의 궁전을 세훈 후에 다윗은 무엇보다도 먼저 처첩을 더 많이 거느리는 일을 하였다(삼하5:13). 야훼께서 다윗을 통하여 블레셋을 징벌하시려는 계획을 진행하셨지만, 야훼께서 친히 다윗성에 내주하시는 것은 기뻐하지 않으셨다(삼하6:6; 7:5~7).
이스라엘의 장로들이 왕을 세워달라고 간청하여 사무엘이 매우 불쾌하였을 때, 야훼께서 왕의 옹립을 마지못해 허락하신다. 하지만 왕을 세워보면 왕이 얼마나 고통을 당할 숙명에 시달리게 될 것인지를 경험해 보라고 경고하신다(삼상8:9). 야훼께서 다윗에게 복을 주시어 그를 왕으로 등극하게 지극히 보살폈음에도 불구하고 다윗은 열방 가운데서 싸우는 한 사람의 왕으로서 많은 고난을 당하게 된다.
다윗성을 세우자마자 블레셋이 침공해 오고 천하를 평정하는가 하였으나 내란에 시달린다.
권력을 지닌 왕이 되었기에 내면에서 불일 듯 일어나는 정념을 다스리지 못하고 권력을 이용하여 신복 우리야를 죽이고 그 아내 밧세바를 차지하였다. 천하를 평정하는가 하였으나 다윗은 왕으로서 반드시 이행할 수밖에 없는 군역제의 실시를 위하여 인구조사를 실시하였다가 야훼 하나님의 진노를 산다(삼하24장). 다윗의 죄악을 계대하여 솔로몬이 태어나고 솔로몬도 왕으로서의 숙명을 감당해야 했다. 솔로몬도 군역과 부역을 실시하였으며 군마를 얻기 위해 애굽의 옹주들을 아내로 맞이하였으며 부국강병을 위하여 여러차례의 국제결혼을 감행하였다. 이 모든 일들이 야훼의 눈에 악한 행위로 보였다. 이러한 모든 악행은 예루살렘이라는 ‘도성’에서 자행되었다.
이처럼 신명기사가가 제기하는 도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경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지금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육경의 차원에서 ‘도성’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고 이어서 ‘오경’에 나타난 ‘도성’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도성: 진멸의 대상
육경을 말하려면, 무엇보다도 여호수아서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르’란 명사는 여호수아서에 162회나 언급된다. ‘헤일’이란 단어는 단 네 차례만 나오는데 여호수아 1~12장의 범위 안에서 군데군데 사용된다(수1:14; 6:2; 8:3; 10:7). 여호수아는 1~12장(I부)과 13~21장(II부), 그리고 22~24장(III부)의 세 가지 문단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제I부는 땅을 정복하는 전쟁기이고 제II부는 땅을 분배하는 보도문이며 제III부는 여호수아서의 역사를 마무리하는 육경본의 결론부이다.
제I부에서 ‘이르’란 단어는 특별히 여호수아 6장과 8장에 집중하여 나타난다. 6장은 여리고성의 멸망을 보도하고 8장은 아이성의 멸망을 보도한다. 가나안의 성읍들 중 여리고와 아이성을 표본으로 섬멸한 후에 여호수아는 야훼께 제사를 드리고 율법서를 낭독하였다(수8:30~35). 이 일로 인하여 가나안의 모든 왕들이 연합하여 야훼의 백성을 대적하여 일어났다. 여호수아는 크고 높은 성곽을 차지하고 있던 가나안의 모든 왕들을 무찔렀다(수12장). 이 일은 오로지 야훼의 말씀으로 이루어진 전쟁으로서 도성의 문명을 파죽지세로 몰아붙여 무너뜨린 쾌거였다. 이처럼 육경의 대단원은 가나안의 도성들을 무너뜨리는 대정복의 사건으로 점철되어 있다.
여호수아 13~24장은 세 문단으로 나눌 수 있다. 13~19장은 땅분배를 보도하며 가나안의 ‘도성들’을 이스라엘이 차지한다. 20~21장은 레위인의 도성과 도피성에 대해서 규정한다. 그리고 22장은 정복기를 마무리하며 23~24장은 여호수아의 회고담이다. 야훼께서는 ‘너희가 건설하지 아니한 성읍을 너희에게 주었다’(민24:13)고 그는 평가한다.
그렇다면 ‘도성’과 ‘왕들’에 대한 문제는 육경을 여는 창세기의 앞부분에서 이미 명료하게 제기되어 있어야 한다.

도성: 하나님의 도성
‘왕’의 출현은 거인족의 출현에서 비롯되었다. ‘하나님의 아들들’의 출현은 창6:1~4에 보도된다. ‘하나님의 아들들’이란 ‘영웅들’이란 말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사람의 딸들’과 혼인하여 ‘네필림’이란 거인족을 낳았다. 하나님은 이들의 횡포를 보고 그들의 수명을 120세로 한정하셨다. 네필림의 출연으로 세상에는 죄가 넘쳐나게 되었다. 노아 시대의 대홍수는 ‘영웅들’의 출현이 낳은 필연의 귀결이었다(창6:5).
홍수 이후에도 네필림을 계대하여 니므롯이 출현하였다(창10:8, 9). 이들은 구스의 아들이자 앗수르의 조상으로서 레센 성을 쌓았다(창10:12). 이러한 영웅들은 시날 평지에서 바벨성을 쌓고 하늘 꼭대기까지 도달하는 탑을 쌓았다(창11:4, 5, 8). 하나님께서 이들의 교만한 시도를 흩어버리셨다.
인류의 역사에서 최초로 ‘성’을 쌓은 인물은 가인이다(창4:17). 가인은 최초로 살인죄를 범한 사람이다. 가인의 성에 사는 가인의 후예들 중 라멕은 아버지의 죄를 계대하여 거듭 살인하였다.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이게 된 배경에는 탐욕으로 찾아온 죄를 다스리지 못하였기 때문이다(창4:7). ‘죄를 다스리라’는 권면에 쓰인 동사는 ‘마샬’(다스리다)이다. 이 동사는 창세기 1:26, 28에 나오는 ‘라다’ 동사를 지시한다. 창조의 처음에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시고 피조물을 ‘다스리라’(‘라다’)고 명하셨다. 가인은 피조물로서 자신의 내면에서 솟구치는 ‘죄’를 다스려야 했다.
가인의 죄는 어디에서 비롯했을까? 그것은 아담의 범죄로부터 시작한다. 하와는 뱀의 꼬임에 빠져 에덴동산에서 금지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아담에게 주어 먹게 하였다(창3:6). 에덴동산을 섬기도록 책무를 맡은 아담은 자신의 범죄를 하와에게 전가한다(창3:12). 이로써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질료를 이루는 흙을 섬겨야 했다(창3:23). 다시 말하자면, 에덴에서 추방된 인류는 에덴동산 바깥에서 자기 자신을 섬기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뜻이다. 가인의 살인죄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가인은 아벨과 달리 ‘흙을 섬기는 사람’이 되었다. 즉 자신의 질료를 이루는 흙을 섬기는 존재는 자기 자신을 위하여 살아가는 자기중심의 이기심에 지배되는 존재를 가리킨다. 이와는 반대로 아벨은 ‘양을 먹이는’ 사람이 되었다. 즉 아벨은 자기와 공존하는 피조물을 돌보고 보살피는 ‘타자를 위한 존재’로 살았다는 뜻이다. 야훼께서는 가인의 제사보다 아벨의 제사를 더 어여삐 받으셨다. 자기의 이해관계에 밝았던 가인은 ‘자기’의 좌절을 견디지 못하고 화를 냈다. ‘자기좌절’과 ‘화’를 연결지운 ‘죄’는 연쇄작용을 일으켜 마침내 ‘살인’을 유발하였다.
‘살인’은 동태복수법의 원리에 따라 복수를 동반하게 되어 있었다. 가인은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하였다. 야훼께서는 가인을 보호하는 표를 주셨다. 가인은 야훼의 보호하시겠다는 약속을 믿지 않고 야훼의 주신 표를 무시하였다. 가인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성’(城, castle)을 쌓고 자신의 맏아들의 이름을 따서 ‘에녹성’이라고 명명하였다(창4:17). 이것이 인류에서 최초로 쌓은 ‘성’이다. 창세기는 ‘성’이 야훼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불신의 산물임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도성문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야훼 하나님은 사람이 ‘선악’을 알게 된 이상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가인에게 주지시켰다. ‘선’을 행하지 않으면 악, 곧 ‘죄’가 문 앞에 엎드린다(창4:7, 동사 ‘야타브יטב’). 자기를 위하여 살아가는 인간에게 ‘선’은 곧 자기를 유익하게 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모두 악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는 하나님 보시기에 모두 선하다. ‘선하다’로 번역된 형용동사는 ‘토브טוב’인데 이것은 창세기 1장에 일곱 차례 언급되어 있다(창1:4, 10, 12, 18, 21, 25, 31). 믿음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사람에게 ‘악’은 없다. 오직 ‘선’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따먹고 아담과 하와는 ‘자기중심성’을 갖게 되었으며, 그 결과 유한한 인간의 눈으로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판단하게 되었다. 가인은 이러한 자기중심의 가치관을 자기중심의 삶을 근거로 하여 구축하였다. 죄는 이처럼 하나님의 떠난 자기중심의 삶에서 발생하였으며, 죄를 다스리는 길은 오직 ‘선’을 행하는 길 밖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야훼 하나님을 믿고 그의 선하심을 찬양하는 길 밖에는 죄를 이길 길이 없다. ‘선’의 인식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청종하는 데서만 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도성의 문명은 하나님을 거역하는 불순종의 정신에서 출발하였다. 자기 피조물을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자기중심성에 갇힌 인간은 이해하지 못한다. 도성에 사는 도성인들의 대명사로서 가인의 아들 라멕이 등장한다. 라멕은 가인을 계대하여 살인을 저질렀고 야훼의 보호하시는 은총을 야훼의 징벌이라고 왜곡한다. 가인의 삶을 본 라멕은 야훼께 징벌받은 아버지만을 인식할 뿐이다.

창4:15, 가인을 죽이는 자는 일곱 배로 보복을 받을 것이다.
כל־הרג קין שׁבעתים יקם
창4:24, ‘가인은 일곱 배로 보복을 받을 것이고 라멕은 일흔일곱 배로 보복을 받을 것이다.’
כי שׁבעתים יקם־קין ולמך שׁבעים ושׁבעה

위에서 밑줄친 동사 ‘유감’은 ‘복수하다’란 뜻의 동사 ‘나캄’의 수동형이다. 즉 ‘보복당하다’라고 번역할 수 있다. 라멕은 가인이 야훼의 보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야훼께서 자기 아버지 가인에게 일곱 배로 보복하였다고 잘못 인식한다. 가인의 삶이 아들의 눈에 너무나 불행하게 비쳐진 것일까. 라멕은 자신의 삶은 아버지 보다 11배나 더 불행하다고 고백한다. 이것이 도성 안에 사는 사람들이 평가하는 삶이다.
이러한 불행한 삶은 바벨성의 심판을 너머서 애굽도성에까지 미친다. 아버지의 집을 떠나 유랑하는 아브람이 당도한 곳은 미츠라임(애굽)의 수도였다. 거기에는 파라오가 살고 있었다. 아브람은 이 도성에서 폭력을 두려워하여 아내를 누이라고 속여야 했다. 사래는 파라오에게 성폭행을 당하였다(창12:19). 야훼께서는 미츠라임 도성의 폭력을 물리치고 아브람의 아내를 구출해 주셨다. 또 네게브 땅을 다스리는 그랄왕 아비멜렉이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를 데려갔다가 야훼의 징벌을 받고 사라를 돌려보낸다(창20:1~18).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도 그랄의 횡포를 두려워하여 아내를 누이라고 속인다(창26:7). 이처럼 ‘성’과 ‘왕’과 ‘성민’의 세 요소는 늘 폭력을 행사하는 악의 요소이다.
아브람과 헤어진 롯은 도시들이 있는 지역을 선택하여 살다가 마침내 소돔성에 들어가 정주하였다(창13:12). 그러나 소돔은 심판의 대상으로 선정될 만큼 죄악이 넘치는 곳이었다. 심판자 세 천사가 소돔성에 이르렀을 무렵 때는 석양이었고 롯은 성문에 앉아 있었다. 성문은 재판정이었고 롯은 석양을 보면서 실의에 잠겨있다. 롯은 소돔성을 떠나기 원하지만 아내와 식구들은 소돔성에서 살기를 원하였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롯의 집에 객으로 묵는 천사들을 소돔성민들은 폭행하려고 한다(창19:5). 롯은 남자를 가까이 한 적이 없는 두 딸을 폭도들에게 내어 주려고 한다(창19:8). 소돔성에서 얻은 사위들은 소돔성의 탈출을 거절하였고(창19:14) 아내는 멸망하는 소돔성을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으로 변하고 말았다(창19:26). 아직 시집가지 않은 두 딸을 데리고 롯은 소알로 피신하였다. 여기서도 도성의 주민들이 얼마나 악한 폭행자인지를, 그리고 롯의 가족들이 얼마나 도성의 문명에 깊이 물들어 있었는지를 토라는 신랄하게 지적한다. 소돔의 ‘도성’에는 의인이 한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롯조차도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생각하사 살려주셨을 뿐이다. 롯은 ‘산’으로 도망하지 못하고 ‘소알성’으로 피신하였으나 ‘소알성민들’이 두려워서 기어코 ‘산’으로 탈출하였다(창19:30).
아브라함이 떠나온 본향은 ‘나홀성’이다(창24:10, 11, 13). 야곱은 세겜성읍 앞에 천막을 쳤는데(창33:18) 그의 딸 딤나가 세겜성의 추장의 아들에게 폭행을 당하였다(창34:20). 야곱이 세겜을 떠났으나 그 인근 성읍들은 하나님 야훼를 두려워하여 야곱을 감히 추격하지 못하였다(창35:5, 개역, ‘고을들’). 요셉은 애굽의 각 도성들에 창고를 짓고 곡물을 비축하였다(창41:35, 48). 야곱의 아들들은 애굽의 도성으로 곡식을 사러 왔다(창44:13). 도성은 농노들이 생산한 곡물을 사들여 비축하는 축재의 장소이다. 요셉은 애굽의 토지를 농민들에게 전매하여서 파라오의 것이 되게 하였고 백성은 여러 도성들로 이주시켰다(창47:21). 파라오 라므세스는 국고성 비돔성과 람세스성을 건축하면서 이스라엘을 노예로 부렸다(출1:11). 야훼의 심판을 성읍을 황폐하게 할 것이다(레26:25, 31, 33). 가나안 땅의 주민은 강하고 도성은 견고하고 성에는 아낙자손이 산다(민13:28). 이스라엘은 약속의 땅으로 진행하면서 도중에서 만나는 ‘도성’들과 그 성민을 모조리 진멸하였다(민21:2, 3, 25~27; 24:19). 이스라엘은 미디안족의 도성들을 모두 진멸하였다(민31:10).
하나님의 백성의 아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갇 문중과 르우벤 문중은 요단 동편에 ‘도성’을 건축하였다(민32:16, 17 등). 레위인들이 사용할 도성과 초장이 마련되어야 하며, 또 보호받아야 할 피의자들이 도망하여 올 ‘도피성’들을 이스라엘은 마련하여야 한다(민35:2 이하). 여기서 토라의 저자는 하나님의 백성을 위하여 ‘도성’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나가는 말: 도성에 대한 의인론과 성화론의 이해
토라가 전개하는 도성의 신학은 토라의 전체를 수미일관 꿰뚫고 흐르고 있다. 미츠라임 제국에서 탈출한 히브리인들은 이스라엘, 곧 하나님의 백성으로 취임하며(출19:3~6), 하나님의 산에서 법을 교육받고(출19:1~10:10) 광야에서 단련을 받는다(출15:22~18:27; 민10:11~20:13; 21:4~9). 마침내 이스라엘은 광야를 벗어나 약속의 땅으로 진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모든 ‘도성’을 무너뜨리고 차지한다(민21~24장; 신9:1~6).
이 과정에서 ‘도성’은 자기를 섬기는 불신앙의 성격에서 벗어나 하나님을 섬기고 타인을 보호하는 믿음의 ‘도성’으로 탈바꿈한다. 이러한 도성에 관한 토라의 시나리오는 거듭 거역하는 공로없는 백성의 공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로지 백성에 앞서 가시는 야훼 하나님의 사역으로 이루어진다. ‘도성’을 차지한 이스라엘 백성의 본성은 가나안의 성민들과 마찬가지로 ‘목이 곧은 백성’임을 이스라엘은 한시도 놓쳐서는 안 된다.
1987년에 대한민국사회의 변혁을 매듭지은 이후에 우리들 사이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한국교회는 과연 성서의 뜻에 따라 자신을 부단히 개혁해 가고 있는가? 개혁의 방향은 성경이 제시하는 미래사회의 대안으로 정향되어 있는가? 07년 대선국면에서 교회는 얼마나 성경에 기초한 참여의 원리를 체득하고 있는가? 토라의 도성신학을 짚어 보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여러 가지 뼈아픈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세상을 변혁하는 주체는 높음을 추구하는 인간이 아니다. 그 주체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가장 낮은 이스라엘을 통해서 변혁의 사역을 이루신다. 이스라엘은 언제나 하나님을 거역하였기에 그들은 겸손하게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자세로 모든 사역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하나님은 백성과 만나주시고 자기를 비운 백성 가운데 내주하신다(출25:22). 사도 바울도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였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못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