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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방향과 목회의 방향을 잡은 후 활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관계를 가지고 깊이 관계하는 모임이 세 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세 모임이 모두 새롭게 출발하는 모임 혹은 재창립하는 모임들이고 내가 창립멤버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교회는 창립 22주년을 맞았지만 창립멤버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세 모임의 창립멤버로 참여할 수 있다니 얼마나 대단하고 감사합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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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살기는 초교파 진보기독인의 연대모임입니다. 일종의 전선체 건설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단순한 전선체의 역할이 아니라 한국교회에 새롭고 건강한 바람을 불러 일으킬 기독교의 전위조직이 되는 방향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이 모임에는 소위 한국 기독교운동계의 거두, 전설 같은 존재들이 상석에 계십니다. 게다가 아직 회사처럼 변질된 기성단체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은 교역자 평신도들이 참여하기에 비교적 관행화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임입니다. 이 모임이 향후 한국교회의 중요한 흐름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만큼 순수함을 자부하기 때문입니다.
얼마전에 창립준비를 위한 확대실무자회의가 열려 참여하였는데 참 좋은 시간,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고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운동의 재산은 사람과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위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인적네트워크로써의 기능만 잘 감당한대도 이 모임의 미래는 참으로 밝을 것으리고 생각합니다.
젊은교회 네트워크라는 가칭을 가지고 시작했던 예수마음 네트워크는 감리교회의 20-30대 목회자, 평신도, 신학생 등을 주요회원으로 하는 모임입니다.
90년대 이후 교계의 민주화, 사회의 민주화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참여했던 이들이 대학원 졸업과 더불어 목회현장에 나와서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기성 목회, 성장지향주의와 현실의 장벽, 사상적 이상의 갈등 가운데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나 역시도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더이상은 안 되겠다는 각오로 이 모임의 창립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것입니다.
구약시대나 예수님 시대에 과부, 고아, 병자, 이방인, 나그네, 레위인 등등이 사회적 약자로써 당연한 보호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존재였습니다. 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여기에 청소년, 청년 (목회자의 경우에는 청장년까지)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살인적인 비정규직 비율이나 실업자 비율, 생존비용 등 그 어느것 하나 희만적인 것이 ㅇ벗는 세대가 바로 젊은 세대이기 때문입니다('88만원 세대'. 우석훈 저 참조).
그런 차원에서 젊은 감리교인들을 위한 자리는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교계에서 젊은이들은 단순한 옵저버나 구경꾼으로 취급하며 또한 스스로 자인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아니 잔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미래에 대한 투자는 0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 역시 0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기성 지도자들 혹은 현재의 지도자들은 미래에 대한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말은 앞으로는 감리교회 문 닫아도 좋다는 뜻이나 다름 없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현실입니다.
예수마음 네트워크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성세대가 발언권을 주거나 발언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줄 것을 속량없이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미래를 개척하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모임이 시작된 것입니다.
지난 11월 19일에 청파교회에서 모여 우리 모임의 본격적 행보를 위한 모임을 갖고 여러 가지 중요한 결의를 했습니다. 일단 명칭을 '예수마음 (네트워크)'로 할 것을 정식으로 정하고 12월 9-10일 양일에 걸쳐 창립모임을 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동안 수차례 만나서 우리 모임의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말 그대로 네트워크, 느슨한 연대와 협력의 관계가 될 것입니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잘 진행될 수 잇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많은 이들의 관심과 도움을 기대합니다.
한국기독교 연구소가 새롭게 옷을 갈아입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김준우 교수가 감신대에서 결국 내몰림을 당했습니다. 내가 입학하던 해에도 교수임용과 관련하여 엄청난 다툼이 있었는데 그때는 교수들을 지켜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해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름을 인정하더라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입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차라리 잘 됐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백로가 까마귀들 틈에 있어서 편하고 행복할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누구는 까마귀고 누구는 백로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음모와 술수, 야합이 횡행하는 감신대 교수사회에 사실 김준우 교수는 어울리거나 버텨낼 수 있는 분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분이 옆에서 보니까 성격이 친화적이거나 화통하고 잘 어울리시는, 사업가나 목사 같은 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샌님 같은 학자에 가깝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쉽지는 않겠지만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하고 교단에서 목 놓아 강조하던 하나님 나라라는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해 더욱 효과적인 길로 들어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기연을 진보신학과 교육의 장으로 개편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큰 기대를 가지고 바라보는 즐거운 일입니다. 지난 11월 19일에 열린 11월 월례 예수포럼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모색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정희수 감독의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이라는 강의는 한편으로는 한기연이 나아갈 길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12월 중에 의미부여로써의 재창립을 선언하는 자리를 만들고 본격적인 교육과정을 준비하여 내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라니 참으로 기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창립 19주년이라던데 내년이면 한기연이 20주년, 즉 성인이되는 해이군요. 성인이면 성인다운 외모와 풍모, 정신을 소유해야 제대로된 성인인데 진정한 의미의 성인식을 잘 준비해서 잘 치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90년대 학번을 대표해서 기획위원으로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실제적인 실무자로써 손과 발 역할을 하게 되겠지요. 보수적 신학의 강화, 정규수업시간에 알파코스를 강의하는 등 120년의 전통을 쪽팔리게 만드는 작금의 감신대를 보면서 거세를 강요당한 감리교의 정신이 한기연에 계승되는 일이 생겨나게 되기를 바라며 작은 역할이나마 참여하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이 세 모임의 참여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진보운동계에서 성장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학교 다닐 때 학생운동을 학교의 테두리 내에서 잠시 했던 사람에게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목회도 잘 해야 한다는 당위적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 세계는 지금 매우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봅니다. 평화냐 상생이냐, 자본이냐, (공산주의와는 다른 개념으로써의) 공유냐, 진보냐 퇴보냐, 자유냐 노예화냐의 갈림길. 그리고 그 열쇠가 한반도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열쇠를 쥔 한반도 인민(남과 북을 아우르는 국민, 시민 등의 개념이 적당한게 없네요)의 정신세계를 계몽하고 개조하고 교육하는 것은 결국 교회(종교)의 몫이라고 봅니다.
이영희 교수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도덕적으로 훨씬 더 우위에 있는 공산주의가 현실적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문제는 사상이나 이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언급하는 부분에서 나는 확실히 이 시대를 구원할 힘은 종교, 특히 기독교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들은 국제평화와 인간존엄의 실현, 생명세계의 성서적 회복을 위해 매우 중차대한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일에 함께 할 수 있는 동지들도 더 많이 찾아내야 하겠고 특히 젊은 세대가 이 바통을 이어 받아 신명나게 일하고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그들을 자꾸 끌어내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잘 해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 기도를 부탁드리며, 특히 젊은 세대가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지난 기독교 운동세력이 결실한 역사와 전통, 성과를 계승하여 21세기에 걸맞는 기독교운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충고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