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중심 한글마을 세우고, 외딴오지 전통국악 ‘방중지악’공연
하늘 땅 사람들이 만드는 축제의 현장 스케치(3)

하늘 땅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축제는 매일의 삶이 위로나 아래로 치우침 없고, 바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기우러짐 없이 올 곧은 길로 살아보자는 것이다. 더불어 이 세상에서 가난한 이웃이랑 없게 하고, 마음 아픈 이웃들을 위로하고, 꿈이 깨어진 이웃들 일으켜 세우시고, 보살펴 주기위하여 오늘 우리 땅 중심에 가림다 한글마을을 세우고 열림 잔치를 준비했다.

	▲ 전통국악단인 방중지악의 아악에 맞추어 표싯돌 제막식 및 고유제가 드려졌다.

가림다 한글마을을 여는 시간인 10월 27일 오후12시가 넘어서자 외지의 손님들과 주민들, 화천군에서 여러모로 봉사하시는 공무원분들이 뒤엉켜 따스한 소고기 무국에 밥 한 톨 한 톨을 말아 고마움으로 넘기는 점심식사가 진행되었다. 연이은 손님들의 방명이 이어지고 가림다 한글마을 표지석 제막식에는 어느새 소박하게 단상이 마련되어 화천군수와 여러 지인들, 한글학계와 한글연구단체회원 등이 자리한 가운데 잔치의식이 거행되었다.

	▲ 가림다 한글마을 열림 잔치 한마당에 참여해 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제막식과 고유제는 화천문화원의 정종성님의 진행에 따라 먼저 겨레문화의 발전과 한글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바치신 선열들에 대한 기도의 시간을 가진 후 가림다 한글마을 길잡이로서 오랫동안 공부하시고 연구하신 성과들을 들어 내어놓으신 김명식님께서 감개무량한 인사를 해주셨고, 이어 정갑철 군수님과 길잡이님 선배인 소설가 현기영님의 축사가 있고난 후 가림다 한글마을 표지석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하늘 땅 사람들에게 아뢰는 축문을 낭독하시는 길잡이님

곧이어 열린 하늘 땅 사람 모두에게 바라고 고하는 고유제행사에는 전통신라와 고구려식 예복과 의관을 갖춘 가림다 한글마을 길잡이님과 화천군수께서 참여하셨다. 이 행사는 가림다 한글마을을 지켜주고 보람된 일을 착실히 아울러 나갈 수 있도록 열림을 아뢰는 자리로 방중지악의 아악연주에 맞추어 엄숙하고도 깊이 있는 순준높은 문화로 거행하였다.

	▲ 문화공연 풍류 '방중지악'의 전통국악 한마당에 앞서 이민주 악장이 소개를 하고 있다.

가림다 한글마을의 바램과 지킴을 아뢰는 고유문에는 우리들로 하여금 이 겨레 어르신들에게 내려주신 가림다 한글사랑 지녀 살게 하고, 하늘 뜻 새겨주신 이 한글을 가슴에 품어 살아가게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이로써 화천군 상서면 로동1리 안흙이 마을 명재상회 앞에 모여든 100여명의 이 땅의 백성들이 하늘말씀 그 가르치심 언제나 어디서나 살림살이로 지키며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하늘이 이끄시는 그 길 따라 옳은 것 옳다하고, 그른 것 그르다하며 살아가기를 소원했다.

	▲ 가림다 한글마을 길잡이와 화천군수의 다정한 모습이 보기좋다.

이어 길잡이님께서는 ‘이 땅을 이끄시는 여러분들에게는 따사한 마음 내려주시고, 길잡이 일꾼으로 몸을 낮추어 돕는 자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서 이 땅에서 낳고 자라서, 이 땅에서 살아가며 이 땅을 목숨으로 삼고 살아가는 씨앗지기들에게 꿈 잃지 않고, 하늘 보답 다하는 굳굳한 씨앗지기로 살아갈 수 있기를 빌었다.’ 특히 ‘이곳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 청소년들은 이 겨레 온 누리에 참 빛 비추며 살아가게 올바른 길 열어 주기를 위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 가림다 한글마을 표싯돌 제막식 장면

고유제를 마친 길잡이님께서는 앞으로 ‘가림다 한글마을이 가진 것 없고 높은 자리 하나 없어도 하늘 뜻 따르고자 마음다짐하며, 뛰어난 머리 없어도 하늘 가르치심 모시고 살아가고자 한다.’라고 말하고 ‘깨달음 적어 제길 제대로 끌어가지 못하나 하늘이 이끄심 그 손짓 따라 힘차게 살아가고자 한다고 했다.’

	▲ 인근의 초등학생아이들이 나와 가림다 한글마을을 축하하기 위한 축송을 부르고 있다.

이어 인근의 초등학생들이 나와 노래로 가림다 한글마을을 축하는 자리가 있은 후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풍물패의 길잡이 공연이 벌어졌고, 오후 3시부터는 좀처럼 관람하기 어려운 특별공연이 군부대 훈련장 특설무대에서 전통국악 풍류 한마당이란 이름으로 방중지악 팀에 의해서 시연되었다.

	▲ 단풍산으로 둘려진 외딴오지에 마련된 전통국악공연 풍경

	▲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된 신나는 축제

먼저 감동적인 무대에 이렇게. 제자리를 찾아 제 나름대로 아름답고 올 곧게 살아 내고자 하시는 지역주민들은 물론 멀리서 이곳을 찾아주신 하늘 그리운 사람들과 공연을 위해 전주에서 새벽6시에 출발하여 꼬박 6시간을 관광버스로 올라와준 방중지악의 우아한 선율과 만추의 가을산 속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신명나는 공연의 장이 진행됐다.

첫 번째 무대는 궁중합주-여민락이 연주되었다. 이곡은 사실 들으면 지루할 수 있지만 가림다 한글마을에 딱 맞는 곡이 아닌가 생각된다. 관명(管名)으로는 승평만세지곡(昇平萬歲之曲), 현명(絃名)으로는 오운개서조(五雲開瑞朝)라고 한다.

1445년(세종 27) 왕명에 따라 정인지(鄭麟趾) 등이 지어 올린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125장 가운데 그 수장(首章)과 2∼4장 및 종장(終章)을 가사로 얹어 부르던 곡조였으나, 지금은 가사는 부르지 않고 기악곡으로만 연주되고 있다.

	▲ 살풀이 춤 공연

두 번째 무대는 민속무용-살 푸리 춤으로 안정희님께서 수고해주었다. 이춤은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수건 춤·즉흥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흰 치마·저고리에 가볍고 부드러운 흰 수건을 들고 추는데, 한국무용의 특징인 정중동(靜中動)·동중정(動中靜)의 미가 극치를 이루는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춤 사위로 구성된다. 살풀이에서 수건은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는데, 서무(序舞)에서 짐짓 느리게 거닐다가 이따금 수건을 오른팔 ·왼팔로 옮기고, 때로는 던져서 떨어뜨린 다음 몸을 굽히고 엎드려 두 손으로 공손히 들어올리기도 한다. 떨어뜨리는 동작은 불운의 살이라 할 수 있고 다시 주워 드는 동작은 기쁨과 행운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무대는 민속기악-대금산조로 대금에는 문용우님 장고에는 김주원님이 서용석류 대금 산조를 연주했다. 1971년 3월 16일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로 지정되었고, 예능보유자로는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강백천(1898∼1982년)이 지정되었다. 산조는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의 순으로 된 4~6개의 장단에 판소리형의 선율을 도입하여 만든 순수한 기악독주곡으로, 가야금산조로부터 비롯되었다.

	▲ 대금연주 풍경

이 대금산조는 조선 후기에 진도(珍島) 출신의 박종기(朴鍾基)가 처음으로 만들어 연주하였고, 이어 강백천(姜白川)·전추산(全秋山)도 나름대로의 대금산조를 만들었으며, 한범수(韓範洙)가 다시 박종기의 산조를 토대로 만들어 전하였다.

네 번째 무대는 단가로 창에 김민영님 고수에 장재환님이 사철가를 들려주었다. 판소리를 부르기전에 목청을 가다듬기위해 부르는 음악이다. 판소리 같은 매우 긴 사설에 비하여 짧은 사설을 가졌다는 뜻으로 단가라는 이름이 붙었다.

	▲ 풍류 방중지악의 선율에 맞추어 창을 부르는 모습

사설 내용은 대부분 산천풍월(山川風月)이나 고사(故事)를 읊은 것이며, 장단은 중모리가 대부분이고(만고강산 ·진국명산), 중중모리(고고천변) ·엇중모리(사창화림풍) 등도 쓰인다. 조는 평우조(平羽調)가 원칙이나 계면조(界面調)나 경드름을 섞어 부르기도 한다.

다섯 번째 마당은 판소리로 창에 김민영님 고수에 장재환님이 흥보가 중 한 대목을 불러주었다. 판소리란 긴 줄거리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소리꾼이 소리(노래), 아니리(말), 발림(몸짓)등으로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해가면서 고수(鼓手)의 북 장단에 맞추어 부르는 성악곡이다. 고수의 반주는 소리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면서 ""얼씨구"" ""조옽다"" ""으이"" ""그렇지"" 등의 감탄사를 내는데, 이를 '추임새'라고 한다.

'판소리 열두마당'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배비장타령, 변강쇠타령, 장끼타령, 옹고집타령, 무숙이타령, 강릉매화타령, 가짜신선타령 등을 말한다. 그러나 현재는 이 가운데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박타령), 수궁가(토별가), 적벽가만 보다 예술적인 음악으로 가다듬어져 '판소리 다섯마당'으로 전승되었다.

현재 불리고 있는 다섯 마당에 '가루지기타령(변강쇠가)'을 포함시켜 '판소리 여섯마당'이라 부르기도 한다. 판소리는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2003년엔 유네스코(UNESCO)가 선정하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었다.

실내악은 ‘방황’ ‘신민요-각시 풀, 동해바다’와 민요-육자백이, 흥타령, 성주풀이, 진도아리랑을 김민영님의 명창의 소리가 온 산과 들로 메아리 쳤다. 처음에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던 관객들이 중반이후 무대 앞으로 달려 나와 춤으로 그의 신명을 달랬고, 방중지악도 신이나 앵콜 공연까지 이어졌다.

서양음악에서 빈고전파인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곡은 아무리 들어도 우리국악이 좋은 것을 못 느끼지만 낭만파인 브람스나 베르디, 맨델스존, 바그너의 음악을 듣고 즐기는 분들이라면 우리국악의 진수를 이해하고 좋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것은 종교나 음악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양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전통음악 또한 소중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화려한 공연과 값비싼 전시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이번 전통국악공연의 의의는 크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도시문화와 반대적 개념의 외딴오지마을에서 우리의 전통악기인 해금과 거문고, 장구, 양금, 피리, 대금, 단소가 빚어내는 여유로운 음율과 소리의 멋은 신선했다. 대자연속에서 고즈넉한 화음이 자아내는 분위기에 취한 몸과 마음을 차츰차츰 풍류의 진정함이 무엇인지 되뇌이게 했다.

이번 공연은 공연자들이 뜻밖의 대자연의 풍광에 놀라고 관객들의 수준높은 반응에 신이났던 것 같다. 앞으로 외딴오지에서도 지속적인 문화축제의 물결이 이어져 새로운 활력이 넘치기를 바란다.

	▲ 제막을 마친 가림다 한글마을 표싯돌의 당당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