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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10월 27일 (토) 10:07:14 [조회수 : 25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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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지은 성전에 갇혀 버린 야웨
왕상8:13
내가 참으로 주를 위하여 계실 성전을 건축하였사오니 주께서 영원히 계실 처소로소이다...
출애굽기에 의하면 야웨는 광야의 신이다. 광야의 신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의 그림이 그려진다. 하나는 탈도시적, 반문명적인 야생문화의 그림이 제공하는 비조직적, 비정치적인 자유분방함이다. 이런 그림은 야웨의 행동반경이 일정한 장소에 묶여 있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므로 개별적인 자율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스케취하게 한다.
다른 하나는 무소부재(無所不在)의 하나님이란 그림이다. 비록 광야의 신인 야웨가 시내산에 거처를 두고 있었던 것처럼 표현되기는 하지만(출19장) 광야의 신 야웨는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건지기 위해 시내산에서 애굽으로, 애굽에서 광야를 거쳐 다시 시내산으로, 그리고 시내산에서 가나안을 향한 광야 여정 중에 이스라엘과 함께 한 신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이스라엘과 함께 가나안으로 온 신이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을 애굽에서부터 이끌고 가나안에 온 이후에도 야웨는 장막과 성막안에서 다녔다(삼하7:6). 그것은 야웨가 친히 이스라엘과 함께 한다는 표징이었으며(삼하7:7) 동시에 아직 이스라엘에 한정되는 야웨가 아니었음을 나타낸다. 다른 말로 하면 중간에 중개자 없이 야웨가 이스라엘 백성의 삶에 직접 개입하여 이스라엘의 역사에 관여한다는 뜻이었을 뿐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어디에 있든지 야웨의 함께 하심은 장소와 지역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므로 무소부재의 하나님인 야웨는 특정한 민족이나 특정한 지역에 국한되어 제한적으로 섬김받는 신이 아님을 반시(反示)한다.
• 왕을 위한 야웨, 왕을 통해 복주는 야웨임을 진술하는 신학-제왕신학
그런데, 이런 광야의 신 야웨가 솔로몬 성전 건립 이후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 그것도 이스라엘의 수도인 예루살렘에 자신의 집을 갖게 된다. 사무엘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왕을 요청했던 이스라엘의 소원에 따라 야웨는 그들에게 왕을 허락했다(삼상8:22). 그 이후 야웨는 사람이 손으로 지은 집에 거하면서 다윗 왕가를 복주는 왕실의 하나님이 되었다. 자유분방한 무소부재의 그림을 그리게 했던 야웨가 이제는 특정한 곳에 자리잡고 섬김을 받는 그림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 점잖아진 야웨?
그리하여 솔로몬 성전 봉헌 이후 야웨는 출애굽기에서 보는 것 같은 광야의 신이 주는 그림과는 전혀 다른 인상의 하나님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때로는 난폭하기도 했고, 때로는 자신의 의지대로 야생마 같이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이스라엘과 동고동락하는 인상을 연상케 하던 야웨, 그러다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선택이고 뭐고 다 팽개쳐 버리고 모조리 몰살시켜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던 천방지축 형태의 야웨에 대한 인상은 다 사라지고 솔로몬이 지은 성전에 입성하면서부터 인간 왕에게 이스라엘의 통치권을 위임한 후 높고 높은 보좌에 점잖게 앉아 백성의 대표자들로부터 조용히 섬김을 받는 대단히 점잖은 그림의 야웨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야웨는 다윗 왕가를 위한 하나님으로 기술되기 시작했다(삼하7:8이하). 그래서 이스라엘이 야웨로부터 복을 받는 순서가 정해졌다. 야웨는 먼저 다윗 왕가를 든든히 세울 것이다(삼하7:16) 그러면 그에 터를 두고 이스라엘이 복을 받게될 것이다(삼하7:10a).
이렇게 해서 솔로몬 성전 건립 이후에 야웨는 백성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다윗 왕조를 복주는 하나님, 나아가 야웨로부터 영원히 복을 받을 것이라는 보증을 받은 유다의 왕가를 매개자 삼아 복을 받게 되는 이스라엘이라는 구도가 완전히 자리잡혔다. 바로 이런 구도 속에서 진술되는 야웨에 대한 신학이 제왕신학이다.
• 제왕신학의 목적들
이 제왕신학의 목적은 여러 가지로 분석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 두 가지는 이렇다.
하나는 왕권의 정당화이다. 고대 근동의 주변 민족들이 그러했듯이 다윗 왕가는 하나님에 의해 세워졌다는 신적 권위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성경본문들은 다윗의 개인적인 고통을 부각시켰고 인간적인 면모를 부상시켰다. 물론, 고대 근동 주변국들의 제왕개념에 따르면 왕은 신의 아들이고 신의 대리자라는 사고로 점철되지만 이스라엘의 제왕개념은 이와 조금 다르다. 이스라엘의 왕은 야웨에 의해 세움받은 사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하다거나 혹은 특수한 존재는 아니라는 시각이 그것이다. 바로 이점이 이스라엘 제왕신학의 독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다윗은 허물많은 사람, 약점많은 사람,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왕이 될 수 없었던 사람인데 야웨의 은혜로 말미암아 왕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 강조된다. 이런 방식으로 제왕신학은 이스라엘의 다윗 가문을 하나님에 의해 세움받은 가문이라고 선언되었으며 이에 따라 다윗 왕권은 종교적으로 정당화되었다. 사람의 노력과 사람의 권모술수와 사람의 계략으로 왕좌를 탈환한 것이 아니라 도저히 왕이 될 수 없는 처지의 사람을 들어서 왕이 되게 한 것은 전적으로 야웨의 은혜이므로 다윗 왕조는 하나님이 세운 왕가라는 확정적인 진술이다.
다음으로는 종교적 의례, 혹은 종교제의의 일원화, 또는 단일화 작업을 통한 효율적인 정치권력의 중앙집권화이다. 제왕신학이 기술하는 왕권의 정당화는 종교적인 언어로 진술된다. 그것은 종교적인 일원화, 혹은 종교적 제의의 단일화 작업을 통해 효과적인 통치를 기하는 노력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분명히 이스라엘의 제왕신학은 종교적인 단일화 작업을 통해 효율적인 정치권력의 중앙집권화를 목표했음을 보여준다.
• 지역마다 지파별로 서로 다른 야웨들 숭배?
사실, 예루살렘의 솔로몬 성전 건립 이전에 이스라엘의 각 지파들은 지파별로, 또는 지역별로 각자 독자적으로 야웨를 숭배했다. 그것은 이스라엘 사회가 정치적으로는 지방자치제의 공동체였음을 말한다. 이것은 중앙 왕실의 통제나 간섭없이 자율적으로 광야의 신의 모습 그대로 야생문화와 같은 삶을 제각각 살았다는 것을 증거한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군사적인 측면은 차치하고라도 종교적으로도 큰 약점이 생겼다. 지파별로, 혹은 지역별로 제각각 야웨를 숭배한 결과 서로 다른 야웨들이 생겨나는 것같은 양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구약의 역사서 본문 중에 흔하게 나타나는 산당(山堂)이라는 용어는 바로 솔로몬 성전 건립 이전에 지파별, 지역별로 야웨를 숭배하던 “야외(野外) 제의처”였다.
• 가나안 점령 후에도 접수되지 않은 도심속의 이방 신전들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진입해 들어오기 이전의 가나안 민족들은 이미 왕정체제 속에서 상당히 발달한 도시 종교 문화를 갖고 있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신전문화였다. 가나안의 여러 민족들은 이스라엘과 함께 들어 온 야웨가 아닌, 다른 신들을 섬기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가나안에는 그들이 숭배하는 신의 거처 장소가 있었으며 이 이방인들이 숭배하는 신들의 거처인 신전들은 매우 뛰어난 건축물로 웅장하게 도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가나안에 진입한 이후에 이미 도시국가를 이루고 살고 있던 왕정체제의 주변 민족들의 신전을 야웨의 신전으로 재활용하거나 개축하지 않고 여전히 야외(野外) 제의처에서 야웨를 섬겼다(신27:4~6). 사무엘의 실로 성소는 그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실로 성소는 솔로몬이 성전을 건립하기 이전에 야웨를 숭배하던 제의처소였다. 이 실로 성소가 야웨를 숭배하기 위해 집처럼 지은 신전같은 어떤 건물이라는 암시가 없으며 가나안에 진입한 이후에 접수한 이방 신전을 리모델링 해서 사용한 것이라는 암시도 전혀 없다. 그러므로 실로 성소는 도심 바깥에 위치한 야웨 숭배를 위한 야외(野外) 제의처였다. 구약 역사서에 나오는 벧엘, 세겜, 기브온 브엘세바 등과 같은 지명은 바로 야웨를 섬기는 도심 밖 제의 처소와 연관된 장소들이다. 이렇게 지역별로 장소마다 제각각 야웨를 섬기다 보니 지파별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되었던 것이다.
• 정치적 목적의 제왕신학하에서 달라진 야웨의 모습
이렇게 다양한 지역별, 지파별 야웨 숭배및 제의 행위는 종교적인 자율성을 표징하는데 이는 정치적으로 볼 때 각자의 지파들이 독자적으로 지방자치제 생활을 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제왕신학은 이런 따로따로 식의 지방자치제를 하나로 묶어서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제의 중앙화”를 통한 방법이었다. 제의 중앙화란 지역별로 제각각 숭배되고 있는 야웨 산당 제의들을 모조리 통합하여 단일화, 혹은 일원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각지파별로 잘 이뤄지고 있는 지방별, 지파별 야웨 제의를 단일화시켜 단일 왕권의 지배하에 들어오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블레셋이라는 강대민족이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상황하에서 중앙 집권화된 왕권이 필요하다는 이스라엘 내부의 목소리가 증대되어 더 이상 왕제도 요청을 억누를 수가 없게 되어 야웨가 왕 제도의 부정적인 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의 요청을 수락했다는 것이 성서의 증언이다(삼상8:20b).
바로 이런 상황속에서 다윗 가문이 등장하게 되었고 다윗을 중심으로 하는 왕실과 중앙 권력의 한 가운데 있던 선지자 나단을 비롯한 왕궁 소속의 인사들이 하나가 되어 다윗가문이 이스라엘의 왕위를 계속 이어가야 할 이유를 야웨 종교의 틀안에서 논리적으로 표명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제왕신학은 이전 출애굽 때의 광야의 신 야웨의 모습과는 현저하게 다른, 주변 가나안 민족들의 신전 안의 신들과 흡사한 야웨의 모습을 보여 주게 되었다.
• 제왕의 통치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제왕신학?
이와 같은 제왕신학에 의한 야웨의 모습은 확실히 출애굽 때 무소부재의 활동으로 이스라엘을 인도했던 광야의 신 야웨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보좌에 앉아 어전회의를 주관하는 점잖은 모습의 야웨로 인상지워지기 때문이다. 출애굽 때 모세가 이스라엘과 야웨의 중간에 서서 매개자 역할을 했었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이스라엘은 하나님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런데 솔로몬 성전 건립 이후 왕실을 중심으로 하여 제공되는 제왕신학은 그런 정도의 모세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스라엘의 왕이 백성과 야웨의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인물임을 나타낸다. 이 왕은 정치적으로는 최고의 장이면서 동시에 대제사장 격으로서 백성들을 축복하기도 했다(삼하6:18, 왕상8:14).
이스라엘은 이렇게 강력한 군주제가 확립된 이후 다윗에서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부자지간의 나라로 변모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왕신학은 이런 다윗 왕조의 정당화, 다윗 왕조에 의한 중앙 집권적 통치 구조를 합리화시켜 주었고 나아가 제왕신학에 의해 다윗 왕가의 특별성, 야웨가 이스라엘을 복주기 위해 다윗 가문을 특별히 세웠다는 선언을 통해 튼튼한 보호를 받게 되었다. 이런 보호와 논리속에서 12지파를 하나로 통할하는 통치가 가능해지는 통로가 열린 것이다.
• 제왕신학은 통치자의 시녀인가?
그렇기 때문에 출애굽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야웨의 모습을 제공하는 제왕신학은 왕권 통치를 합리화시켜 주는 이론인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복을 받으려면 반드시 왕과 왕이 있는 예루살렘, 그리고 야웨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을 통해야만 한다는 선이 그어졌기 때문이다(왕상8:44~45). 그래서 이스라엘은 왕실이 주동이 되어 행하는 정기적인 야웨 제의에 참여해야 했는데 이것이 순례 여행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 순례 여행은 예루살렘 성전에 좌정하고 계신 야웨를 친견하는 의미를 이스라엘에게 부여했다. 물론 왕의 중간 역할을 통해서이다.
분명 제왕신학은 이런 작업을 통해 전체 이스라엘의 정치적 통합을 이뤘다. 이스라엘이라면 누구나 다 참여해야 하는 이 순례 여행은 야웨 신앙을 가진 모든 이스라엘이 행해야만 하는 제의였으므로 제왕의 입장에서 보면 이 야웨 제의의 단일화는 정치적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루는 매우 효율적인 장치가 아닐 수 없었다. 왕을 세운 야웨의 은총인 것이다. 더구나, 이스라엘을 애굽의 노예살이에서 해방시켜 준 야웨가 이제는 다윗과 솔로몬으로 이어지면서 다윗 왕조를 보증하는 신이 되었고 다윗 왕조는 이 야웨의 보증과 보호를 방패삼아 주변민족을 정복하는 호전적인 민족이 되어 주변 민족들을 노예로 삼게 되었으며 나아가 솔로몬과 르호보암으로 이어지는 이스라엘 강제노역 동원마저도 정당화시켜주는 신학으로 부상하였기 때문에 해방의 신 야웨가 이제는 다윗 왕가를 위한 제왕신학이라는 옷을 입고 왕실및 중앙 정부의 정치권력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 현직에서 은퇴하고 고문으로 앉아 있는 야웨?
이것은 사람이 손으로 지은 집에 야웨를 앉혀 놓고 야웨를 조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인식을 지적하는 것이다. 다른 표현으로 말하면, 야웨가 사람이 손으로 지은 집에 갇혀 거기에 머물면서 현직에서 은퇴한 것 같이 되어 인간의 요구에 맞는 이론을 제공하므로 인간의 권력을 합리화, 정당화시켜 주는 고문으로 모셔졌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윗 왕조가 멸망한 이후 예루살렘 성전이 대파되고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약속받았던 야웨의 다윗 왕가를 향한 언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바로 이런 문제가 상황을 통찰하는 예언자의 신학에 투영되어 심판예언과 희망의 메시지로 나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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