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신관의 진화

...므낫세가 그제서야 여호와께서 하나님이신 줄을 알았더라(대하 33:13)
여호와께서 홀로 그들을 인도하셨고 함께 한 다른 신이 없었도다(신 32:12)
...홀로 하나이신 하나님께 존귀와 영광이 영원무궁하도록 있을지어다(딤전 1:17)

“진화”라는 용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대체로 부정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으나, “시간을 두고 점차 발전한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것도 아니다. 물론, 어떤 경우를 “진화”라고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있어야 하겠지만 대체로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전한다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進) 변화의 과정(化)을 거친다는 뜻에서 “진화”라는 단어를 그리스도교의 신관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어감상 “진화”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된다면 “진화”라는 어휘 대신에 “발전”이라는 용어로 대체할 수 있겠으나 이에 반대되는 의미로서의 용어인 “퇴화”와 연계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발전한다”는 뜻을 갖는 “진화”라는 어휘를 사용한다.


• 그리스도교 신관의 진화

위의 구절들은 차례대로 다원주의적 신관에서(대하33:13)에서 유일 단독 신관(신32:12)으로, 그리고 절대 유일 신관(딤전1:17)으로의 발전을 보인다. 므낫세가 “그제서야 야웨가 하나님이신줄 알았다”는 표현은 주변에 야웨 이외에 다른 종교, 다른 신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음을 전제한다. 그런데, 신명기는 그렇게 지천으로 널려 있는 그 수많은 종교와 신들 중에서 이스라엘을 사랑하고 이스라엘을 인도한 신은 바로 야웨라고 지적한다. 이것은 확실히 다원주의적 신관에서 유일 단독 신관으로의 발전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디모데전서는 경배받기에 합당한 신은 유일 단독 신으로서의 야웨라는 입장에서, 신이란 오직 야웨 뿐이라는 절대 유일 신관으로의 전이를 나타낸다.


• 진화된 신관으로서의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론

분명하게도 그리스도교의 신관은 이와 같은 진화의 과정을 거쳐 현재의 삼위일체론에 도달했다. “시간을 두고 점차 발전했다”는 자국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게 된다. “시간을 두고 점차 발전했다”는 말은 역사의 흐름속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의 모습으로 정착되었다는 뜻이다. 사실 현재의 삼위일체론에 도달하기 까지 교회사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살펴보면, 그것은 삼위일체론을 정립하기 위해 무던히도 많은 피를 흘리며 싸웠던 그리스도교 신관의 진화사라고 말할 수 있다.

부인할 수 없게도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 신관은 구약을 공유하는 유대교와 함께 야웨의 유일 신관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데 이 유일 신관이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를 구분짓는 또 다른 구획선의 역할을 감당하게 되었다.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론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의 신관으로서의 삼위일체론은 교회사의 시간적인 흐름속에서 현재의 이론에 도착하기 까지 “시간의 흐름을 거쳐 완성된 최종 형태”이다. 그리스도교의 독특한 신관인 이 삼위일체론이 현재의 최종 형태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과정은 “진화”라는 용어가 주는 뉘앙스와 의미를 갖고 들여다 볼 때 살아움직이는 신앙의 세계를 얼마든지 생명활동에 유비시킬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신앙의 세계가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며 드러내기 때문이다.


• 신관의 발전 - 유일 단독신에서 절대 유일신으로

야웨의 유일 단독 신관이 절대 유일 신관으로 발전하게 된 저변에는 다원주의적인 상황과 그에 따른 다종교 다문화의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야웨의 단독성이 절대 유일성으로 변화된 기점은 야웨보다도 강력해 보이는 다른 신의 존재를 전면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다원주의적 상황속에서 다른 신들의 역사적 활동에 대해서는 조금도 언급하지 않는 것에 있었다. 이스라엘은 분명 다른 신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다른 신들의 존재란 인간의 역사적 삶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므로서 이스라엘은 이방의 민족들이 섬기는 다른 신들의 능력자체를 완전히 부정해 버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 결과 야웨의 절대 유일성을 강조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여 다른 종교의 다른 신들은 “있으나 마나”한 신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성서의 본문들을 통해 보는 야웨 신관은 다원종교의 현상들을 부정할 수 없었던 이스라엘의 특별한 역사적 위치를 반영한다고 보게 된다. 창궐하는 다원주의 현상과 다종교 다문화의 영향속에서, 거부할 수 없는 타종교의 막강 세력앞에서, 이스라엘의 자아 정체성을 강화시키고자 했던 종교적, 신앙적인 노력이 타종교와 다른 신들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이스라엘의 야웨 종교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것인데 이런 민족주의적인 자아 정체성 확립의 차원에서 이뤄진 야웨에 대한 유일 단독신 개념이 절대 유일신 개념으로 점차 변화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 야웨의 절대 유일성으로의 변환 스위치

이와 같은 야웨 신관의 절대 유일성 강화는 “역사에 개입하는 야웨”라는 것을 통해 특별히 부각된다. 성서에 의하면 이방인들의 신들은 무능하기 짝이 없는 신이다. 그 무능한 신들은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력도 끼치지 못하는 비역사적인 신들이다. 그러므로 역사라는 시간속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서 비역사적인 이방신들은 “존재하나 마나”의 신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볼 때 이방신들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바로 이런 통찰이 한 분 야웨의 유일 단독성을 절대 유일성으로 전환시키는 스위치로 역할하게 했다. 이 스위치는 다른 민족들의 종교를 인정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만들어진 존재로서의 신이라는 것을 제시하므로서 “있으나 마나”의 신들로 격하시켜 버렸다. 그리고 반대급부적으로 야웨만이 참으로 존재하는 한 분 뿐인 신이라는 절대 유일신관을 말하는 것으로 스위칭되었다.

결국 인간 삶의 한복판에서, 그리고 역사속에서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하는 이방의 신들은 사람이 만들어 놓고 자기들이 스스로 그것을 섬기는 우상이라는 것으로 치부, 전락되고 말았으며 그와 동시에 이스라엘은 세상에 단 한 분뿐인 야웨에 의해 먼저 택함받은 민족이라는 야웨의 역사적 활동성, 야웨 신의 선재성을 강조하므로 “이런 신은 야웨뿐”이라는 절대 유일성으로 나아갔다.


• 야웨의 절대 유일 신관화의 역사적 배경

그러면 이런 신관의 진화가 일어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포로기 때의 본문들로 알려진 제2이사야를 비롯한 다른 본문들은 야웨보다 월등하게 강력해 보이는 이방신들의 영향권 아래 있으면서도 여전히 야웨만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고집했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의 야웨는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여 그의 권능을 드러내는 행동 주체자로서의 유일신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민족들을 치는 것도 야웨의 활동이고 주변 국가들의 왕정을 뒤엎어 새롭게 하시는 분도 야웨의 역사적 활동이으로 명시되었다. 이렇게 인간의 역사안으로 들어 와서 인간과 함께 새 역사를 만들어 가는 한 분 뿐이신 야웨, 이스라엘의 섬김을 받는 야웨는 자신이 택한 이스라엘을 위하여 강대국 이방세계의 왕을 들어 쓰기도 하는 신이다.

이런 신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이방신들은 하나같이 무능한 존재들이다. 사실상 이방의 신들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로서 인간이 만들어 스스로 섬기는 우상일 뿐이라고 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 신들은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여 세계역사를 만들어 가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신궁에 거하면서 인간의 섬김만 받는 신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방의 신들을 모조리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 섬기는 우상에 불과하다고 내쳐버리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왜냐 하면, 야웨의 이름으로가 아니라 이방신의 이름으로 지금 이스라엘이 정치적인 고난을 받고 있었으므로 이방신의 존재를 전면적으로 부인할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신관의 문제

그렇다면 이런 현상에 연하여 질문이 하나 생긴다. 현금 타종교와 더불어 살아 가고 있는 지구촌의 상황속에서 그리스도교는 타종교는 차치하고라도 유대교를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

현상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그리스도교는 유대교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유대교에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말하는데 그리스도교는 그 개념을 조금도 변개시키지 않고 그대로 이어 받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대교에는 삼위일체론이 없다. 그렇다면 유대교의 신개념은 그리스도교와 같지 않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신개념이 같지 않다는 것은 유일신 입장에서 볼 때 “다른 신은 없다”는 문자대로의 뜻에 해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대교에 대해 그리스도교는 어떤 입장을 취할 수 있을까?


• 타종교의 구원의 문제

여기서 제2 이사야의 유일 단독신 개념이 그 해법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신의 존재를 전제하면서도 야웨의 독특성을 강조하는 신관념이다. 그러므로 유대교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유대교에는 없는 삼위일체론을 말할 때 절대 유일신론이어야 할까? 아니면 유일 단독신론이어야 할까? 유대교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유대교로 부터 물려 받은 “하나님 아버지”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정리해야 한다. 왜냐하면, 유대교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유대교의 유산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전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구원을 말하지 않는 종교는 없다. 다만 그 구원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구원의 개념이 종교마다 조금씩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다른 신, 다른 종교를 전제한다는 것은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 아닐까? 이 타종교의 구원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 타종교의 구원의 여부에 관한 문제제기

타종교에는 구원이 없다면 유대교에도 구원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교 이전의 유대교의 구원에 관한 언명들은 모두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유대교에는 구원이 없지만 유대교에서 나온 그리스도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인가?

타종교의 구원의 여부 문제에 대한 그리스도교인들의 태도는 다문화, 다종교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대사회적 태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