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高馬肥-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우는 가을 

우리는 박미경씨의 생일을 맞아 파주로 갔다.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고

살갗에 닿는 바람에까지 감격하면서 보낸 하루

일곱 명이어서 칠공주라 별명을 붙인 우리는

미국에 있는 이주남씨 생각을 하며

곧 돌아올 그녀를 벌써 반기기까지 했다.

어디가 어딘지 모른 채 이옥자씨의 안내로 두루 둘러본 헤이리

예술의 마을이라 그런지 건물 하나하나가 특성이 있다.

그중에 한 건물로 들어섰다.

이름하여 숲이라는 뜻의 Foresta

한쪽은 서점이고, 한쪽은 식당이다.

예약된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드려다보는데

꽃으로 가득한 그림이 음식보다 먼저 반긴다.

하여 또 드리다민 카메라

취향대로의 주문을 끝내고 먼저 생일축하를 하기로 했는데

케익에 꽂는 촛대는 현실과 달라 웃음으로 채우고 축가를 불렀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 칠공주 중에 가장 나이 어린 공주

대학생인 아들이 있다는 게 믿어지 않을만큼 젊은 공주.

내가 주문한 건 건방지게 '로즈마리향의 소안심구이'인데

이는 이옥자씨가 추천해준 메뉴

순서대로 나오는 접시마다 귀태가 난다.

나오는 음식은 아주 소량인데도 벌써 배가 부르다.

건너편에 앉은 이옥자씨의 접시를 넘겨보았더니

맛보라고 내게 건네주면 염체없이 넙적 받아 먹고

해서 난 이것저것을 다 먹어본 셈.

이렇게 호강을 하는 날은 모두 내 생일

적어도 일 년에 난, 일곱 번은 생일을 맞는다.

육신의 양식을 취했으니 다음은 영혼의 양식을 구할 차례

곁의 한길사의 書架를 두리번거리면서

몇 권의 책을 사들고 나왔다.

나는 전생에 남자였었던지

아름다운 여인만 보면 앞 세워 사진을 찍어주고 싶다.

지나가다 <한향림갤러리>에 들러 갖가지 항아리도 보고

2층의 도자전시  Ceramic of the Rhythm도 감상했다.

한강을 끼고 돌아오는 길은 외국에라도 온 느낌

러시아의 생 페테르부르그보다, 파리의 센느강보다 아름다운 우리 한강

하늘의 구름을 보고 가을을 찬미하고

더러는 애국심을 발휘하여 국사를 걱정하기도 한 우리들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자는 무언의 약속을 했다.

온종일 핸들을 잡은 이옥자씨

양재역까지 데려다준 걸 어떻게 인사야할지를 모른 채

그저 "안녕!"이라고만 손짓하고 헤여져

미안하고 고맙고..... 

미경씨

진실로

Happy Birthday  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