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당사자인 어르신들에게는 그 게 아닌 모양이다. 서로 자신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낌새가 아주 강하다.

“그 ×은 내 발에 묻은 때만도 못해!”

한 어르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냥 흘려듣기에도 섬뜩하다. 체구는 작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기세등등하다. 내가 겪은 그녀는 사랑을 베푸는 일에서 섬세하기 그지없다. 내게 하는 짓으로 봐서는 도저히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100세에서 65세까지, 나이 차이가 있어 나 어린 이가 어른을 대접하는 공손함에서 그런 거라면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을 터다.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마을에선 기 싸움이 벌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기 싸움에서 서열이 정해지고 그 다음부터는 그렇게 세워진 서열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꼭 어린아이들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그런 세계를 거부하는 어르신도 있다. 여전히 기세를 세우지만 다른 이들이 외면한다. 그렇게 되면 큰소리는 치는데 아무도 그의 용기를 감내하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항상 외톨이다.

우리 마을엔 어떤 기세의 흐름과 그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기세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그러나 아무도 이런 기세에 대하여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러나 엄연한 기세의 흐름이 있다는 걸 누구나 다 안다.

오늘도 살 애는 보행기 소리와 함께 한 어르신이 등장한다. 그녀의 등장은 항상 시끄러움 속에서 나타난다. 식당에서나 교회에서나 항상 그렇다. 더군다나 귀가 어눌하셔서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큰 소리를 치시며 등장하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물론 다른 어르신들의 차가운 눈총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고.

그녀는 자녀가 없어 당신이 다른 이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피해의식은 정도가 지나쳐 시시때때로 벌이는 단식투쟁으로 인하여 직원들이 진땀을 뺀다. 심성은 고우나 심술을 부릴 때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욕들을 생각하면 치가 떨릴 지경이다.

상큼한 가을 아침 햇살이 마을에 얼굴을 들이민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 마을의 도토리 키 재기는 계속 될 것이다. 지난여름 그랬듯이, 주- 욱-. 이 가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