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인 오늘
여름을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나는 조용히 집에서
밀린 책을 폈다. 벼르고 벼르던 유혜자씨의 세 번째 음악 에세이
<음악의 정원>을 펴 읽었다.
정말 유혜자씨는 음악에 해박하기도 하다.
이미 그녀의 글솜씨를 부러워하던 나이기에
부러움 반, 질투 반으로 책머리부터 읽어내려간다.
첫글 '달빛으로 남은 베토벤에게'를 읽고나서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예전에 내게 준
유혜자씨의 CD가 생각나 꺼냈더니 그도 베토벤의 음반이다.
음악에는 문외한인 나는 유혜자씨 덕으로
오늘 피아노 협주곡 제 5번 E장조 <황제>를 들었다.
유혜자씨의 글 일부를 발췌하련다.
그래야 필자의 감정이 전이되니까....
여학교때 선배들이 연주하던 <엘리자를 위하여>와 <월광> 소나타가
선생이 좋아한 여인에게 바친 곡이라 해서 로맨틱하게 들렸는데,
실연의 아픈 사실을 안 후에는 슬픈 연가로 변해 버렸습니다. 선생이 돌아간 후
시인 루드비히 렐스타프가 피아노소나타 제14번을 듣고는 "스위스 루체른 호수 위
달빛에 흔들리는 쪽배 같다." 라고 했다죠. 그래서 붙여진 부제 <월광>으로
더 알려져 있는 이 음악을 들을 때 환상적인 달빛을 연상하는 이가 많을 겁니다.
그러나 나는 선생이 열렬히 사랑했던 이들이 모두 떠나가 버린 바닷가. 달빛만 남아
모래밭을 더욱 희게 만드는 쓸쓸함을 생각합니다.
스위스의 루체른 호수는 나도 가 봤다.
2년 전,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가기 전에 유람선을 타고 한바퀴 돌았으니까.
한낮이라서 햇빛 부서지는 물 위를 바람을 안고 미끄러지면
호숫가의 붉은 지붕이 더없이 예쁘게 보였다.
오늘은 한 편의 에세이로 하여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지난 해에 미국에 사는 동창이 준 CD가 생각나서 꺼내봤더니
그도 Piano Candlelight란 제목으로
그 속에 베토벤의 소나타 14번인 <월광>이 있질 않는가.
뒤늦게 클래식에 빠져들 게 된 건 며칠 전
아주 우연히 지나가다가 들른 모차르트展을 본 후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우연은 필연으로 이어졌다.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게 아니라
더러는 음악에 빠져 살아도 좋으리.
그리하여 육체와 영혼을 골고루 살찌우면 더없이 좋지 않은가?
라디오(FM)에서 클래식뮤직이 흐른다.
오늘은 고전음악 속에서 지냈다.
마지막 8월을 보내며 가는 세월에 안녕을 告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