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그 작자 미상의 고시조가 자꾸 마음에 밟힌다.

“말하기 좋다고 남의 말 말자세라
내 남 말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며느리밥풀꽃 @김학현

그러자 다른 어르신이 말한다. ‘조용히 해!’
다시 다른 어르신이 소리친다. ‘시끄러워, 정신없어 밥을 못 먹겠네.’
그러자 이구동성으로 시끄럽다며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
그 상황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난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니가 더 시끄러!’

그러나 나의 숨겨져 있던 인내가 나를 들쑤셔 기어이 아무 말 없이 참도록 했다. 말하기로 먹고사는 목사이기에, 때론 참는 게 이리 어려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억지로라도 참고나면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어르신으로 촉발된 시끄러움은 밥 먹는 내내 울림이 되어 밥상머리를 휘감고 돈다. 그러나 어떤 어르신 하나 자신이 그 공해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은 그 시끄러움을 잠재우려고 무던히도 노력한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자신으로 인하여 시끄러움이 더해졌던 것 외에 아무런 효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르신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남의 일에 참견이 많다. 한 사람만 엉뚱한 짓을 하는 것으로도 벅찬데, 한 사람이 그러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더 시끄럽게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도 그렇게 우리 식구들은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비단 어르신들만의 일이겠는가.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이런 모습으로 산다. 어떤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 잘못이 무엇이든 간에 그의 신발을 신어보려고 하지 않고 질책부터 한다. 손가락질부터 한다.

결국은 그 한 사람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그 잘못을 지적하는 말들로 인하여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너무나도 비뚤어진 결과를 낳고 만다. 그러면 그 잘못의 결과는 실수한 그 한 사람의 몫이 된다. 잘못을 시인하든, 시인하지 않든 결과는 같다.

잘못을 시인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어떤 결과가 나와도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도 먹을 것에 대한 애착은 있으셔서 열심히 드신다. 그리고 또 내일도 소리칠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