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87년 6월 10일!

서울 성공회대성당에서 6.10항쟁을 주도하던 오충일목사가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로 나섰다. 20년 만에 그 항쟁의 마무리를 위하여 정치일선에, 그것도 정당의 대표로 나섰다.

오충일 목사는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을 역임한 기독교 원로 중에 한 분이다. 기독교대한복음교회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 토착화된 순수 민족교회 중에 하나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 등과 함께 개신교의 진보적인 교회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당당한 일원이다.

오충일 목사는 몸이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새벽4시면 일어나 귀에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서서히 일어나 춤을 추는 분이다. 영적인 세계에 몰입하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2천년 전 나사렛 예수께서 추셨던 춤을 지금 다시 추는 분이다. 춤테라피를 실천하는 분이다. 이따금씩 오목사는 한강변을 걷는다. 낮이 아니라 밤이다. 밤새 걷는다. 먼동이 틀 때까지 걷는다.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걷는다. 한강의 기운을 몸에 채우는 분이다. 한강변의 작은 예수다.

한번은 노대통령이 종교계지도자들과 오찬초청을 하였다. 초청받은 오충일목사는 느닷없이 강화도로 갔다. 강화도 논두렁을 거닐면서 대화 시간 중 5분 정도 발언할 것을 준비하기 위하여 5시간 아니 10시간을 준비하는 분이다. 삶의 자세가 진지하며 또 충만하다. 그의 함자 가운데 충자가 그것을 말한다. 그러한 그가 민주정부 제3기를 창출하기 위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가 된 것이다.

오충일 대표는 기름과 같은 분이다. 두 톱니바퀴 사이에서 마찰을 줄이고 맞물려 돌아가도록 돕는 ‘구리스’와 같은 분이다. 오충일대표가 참여하는 모임은 그렇기 때문에 덜그럭거리기는 하지만 돌아간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생산해나가는 창조적인 모임이 된다. 대통합신당이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과의 통합도 몇 차례 고비를 넘기겠지만 결국 하나가 되어 승부의 세계로 들어갈 것이다. 왜냐하면 대표가 기름이기 때문이다. 오충일에 충자를 빼면 오일(oil)이다. 기름이란 말이다.

지난 1월 오 대표와 우리 몇몇 목회자들은 수유리 크리스찬 아카데미에서 밤샘토론을 가졌다. 특히 대선에서 후회 없는 한판 승부를 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선거는 축제다. 누군가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패자가 되지 않으려면 선거에 나가서는 안 된다. 그런 자는 군대 앞세워서 밀어붙이면 된다. 쿠데타 일으키듯이 하면 된다. 그러나 선거하는 사람은 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해야 한다. 그런데 한 판 붙어보지도 못하고 패배의식에 젖어 있다면 이 것보다도 불행한 일이 어디 있으랴!

그날 밤 우리는 한나라당과 한판 붙을 수 있는 구도를 짰다. 그것은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선봉에 서서 분열되고 흐트러져있는 범여권을 한데모아 대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구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 역설적으로 한나라당의 구호이다.

‘잃어버린 10년!’ 그들은 이제 정권을 되찾겠다고 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주술 외우듯이 하고 다녔다. 그 말을 들은 우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라고,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바로세운 10년이 맞지! 아니 이건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꼴이네... IMF 환란에서 가까스로 나라와 국민경제를 구해놓으니 무슨 위기니 무슨 파탄이니 하며 정치공세나 해대는 이들에게 정권을 절대로 넘겨줘서는 아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를 지지했던 이들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 묶어내기 작업으로 먼저 시민사회를 조직한 오충일 대표는 ‘미래구상’과 ‘통합번영’을 하나로 묶어냈다. 물론 그는 기름역할을 충실해 해냈다. 그리고 미래창조연대를 근거로 제3지대 창당을 해냈다. 이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해 낼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하여 반토막이니 뭐니 하면서 온갖 험담과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을 보라! 그들이 얼마나 초조해 하고 있는가를! 우리는 확신한다. 년말 대선에서 우리가 승리할 것을!

김성복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