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미션]에서 펌, 이동희기자 기사  http://newsmission.com/

 

오랜 시간 기독교와 대립각을 세우며 교계의 비판을 받아왔던 도올 김용옥 선생과 한국교회의 내로라 하는 신학자들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조직신학회(회장 이정배 교수)가 도올 김용옥 교수(세명대)를 초청해 11일 감리신학대학교 백주년대강당에서 ‘한국교회와 성서’를 주제로 ‘신학대토론회’를 가진 것이다.

토론자로는 조직신학계의 원로인 전 연세대 김광식 교수,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 감신대 김준우 교수, 성공회대 김은규 교수가 나섰으며, 사회는 이정배 교수가 맡았다.

▲11일 서울 감리신학대학교에서 도올과 신학자들간의 대토론회가 진행됐다.ⓒ뉴스미션

이날 토론회가 열린 중강당은 시작 전부터 1, 2층 좌석은 물론 계단까지 꽉 차 이번 토론회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기를 나타냈다.

토론에 앞서 이정배 교수는 준비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도올이 던진 ‘불편한 진실’을 피하지 말고 열려진 태도로 논의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자리가 마련되기까지는 토론자를 모시는 일부터 장소사용 문제까지 쉬운 일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토론회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보여준 1백여 명의 평신도들의 반응은 도올이 던진 신학적 화두에 대한 교회의 시각에 이들이 만족하지 않는다는 반증일 것”이라고 토론회 개최의 배경을 설명했다.

토론회에 응한 도올 김용옥 교수는 “대단히 가치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렇게 환대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럽다”면서 “나의 진리 탐구가 이 사회의 건강한 기독교운동을 촉발시킬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신학계가 자유로운 담론의 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구약무용론을 주장한 도올의 신학적 입장과 이에 대한 반론 △성서의 정경화 과정에 대한 이해 등 최근 논란이 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와 답변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토론의 주요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다.

도올 :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다 보니 구약의 한 측면을 강조하는 것일 뿐, 내가 왜 다른 측면이 있는 것을 모르겠는가. 나는 구약의 가치를 거부하지 않는다. 구약없이 신약이 있을 수 없다. 단지 구약에서 말하는 것을 신약과 동떨어진 상태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김은규 : 도올의 저서를 보면서 무엇을 의도하고 시사하고 있는지 그 전체를 보려고 노력했다. ‘구약을 폐한다’고 하는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는데 그런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도올의 저서를 통해 6가지 의도를 파악했다. 첫째, 기독교의 우월적 배타성을 지적하고 있다. 둘째, 로마제국의 기독교 승인 이전과 이후의 신앙의 경계를 확실히 짓고 있다. 셋째, 세계교회사의 교회권위로부터 벗어나 성서의 진정성을 볼 것을 강조하고 있다. 넷째, 팍스아메리카 보수 우익의 기독교와 유대교의 선민의식의 세계지배 현상들을 지적하고 있다. 다섯째, 한국 신학계의 패쇄성을 지적하고 있다. 여섯째, 종교 간의 혁명적 대화를 기대하고 있다.
도올은 초대교회 이후 교회의 강줄기가 잘못 흘러간 근본원리를 ‘유일신 하나님’으로 봤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아주 작은 나라이고 지정학적으로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집단의식으로 지킬 수밖에 없었다. 다신론적인 주변환경에서 종교 정치적으로 사상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야훼이즘이 필요했다.

김경재 : 도올이 두 권의 책을 통해 한국의 기독교를 새롭게 활성화 시키기를 원한다고 했는데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바라고 응원한다. 나도 미력이나마 힘이 있으면 참여하려고 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견해차가 있음도 감추고 싶지 않다.
책 2권을 정독했는데, 실질적으로 신문에 나왔듯이 활자로 ‘구약을 폐기해야 한다’는 내용은 찾지 못했다. 구약이 가지고 있는 율법주의ㆍ배타주의ㆍ권위주의의 해독을 경고하는 뜻이었지, 구약을 폐기해야 한다는 말은 없었는데, 오늘도 그런 말씀을 하시니 이해가 된다.
유교ㆍ불교ㆍ노장사상 등 동북아시아의 정신적 토양에 그리스도교가 들어왔는데, 이러한 사상이 그리스도교의 사상과 본질적으로 어떤 점에서 다른지 질문하고 싶다.

김광식 : 요한복음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해체의 방법을 쓴 것인지, 환원의 방법을 쓴 것인지 의심스럽게 생각했다. 만일 해체의 방법을 썼으면 그때마다의 사상사 속에 나타난 것이 왜곡됐거나 오해됐거나 전혀 시대적으로 가당치 않은 소리를 했다고 비판했어야 될 것이다. 환원이라면 본래의 것들로 되돌아가야 된다는 의미에서 비본래적인 것들을 제거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도올은 조직신학은 학문으로 거들떠도 안 봤다. 신약 27권 전체도 아니고, 요한복음 전체도 아니고, 요한복음 1장 1절만 가지고 얘기하고 있다. 그렇게 환원을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구약을 가르치는 사람도 만족할 수 있고 교리를 가르치는 사람과도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 아니냐. 조직신학이나 교리를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있는 것을 긍정하면서 거기서 도올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해석해 낼 수는 없는 건지 궁금하다.

김준우 : 신구약 관계 문제에서 구약폐기론이 아니라, 율법과 율법주의를 구분했다. 그런데 그런 오해를 받게 된 이유는 책 제목이 ‘기독교 성서의 이해’로 되어 있으면서 구약을 뺐기 때문에 구약폐기론 입장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오해를 받은 것이다.
발제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부터 율법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율법주의를 거부했다고 한다면, 다음 번에는 이 책의 제목을 기독교성서의 이해라는 말 대신 신약성서의 이해로 바꾸실 의향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 자리에는 목회자 및 교수, 신학생 등 700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뉴스미션

도올 : 김경재 선생님이 동북아의 정신적 토양과 기독교의 차이를 물으셨는데, 기독교가 들어올 당시 ‘망국’이라는 세태가 있었다. 우리 민족의 역사는 세계선교사상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선교사들이 갔다가 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스터디하고 선교사들이 꿈도 안꾸던 시절에 성경이 궁금해서 이승훈을 파견했다. 주체적으로 수용한 건데, 기독교는 기존의 어떠한 사상도 설명하지 못한 인간의 평등함을 제공했다. 다른 종교는 남녀노소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평등한 존엄을 말하는 데 실패했다. 불교도 근대적인 시민사회에서 인간평등사상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은규 교수님의 지적은 정중하고 포괄적이어서 답할 게 없다. 선생님 말씀은 두고두고 마음에 새겨두겠다. 다만 구약을 뺀 이유는 제가 헬라어는 공부를 해서 원전을 읽을 수 있는데, 히브리어는 모른다. 학자의 양심으로 원전을 읽을 수 없는 걸 맘대로 다룰 순 없다. 신약에 관해서는 내가 정직하게 헬라어를 할 수 있으니까 원전을 보면서 ‘요한복음 강해’를 썼지만, 구약에 대한 이해는 모자랄 수 있다. 앞으로 히브리어를 공부할 용의가 있다. 구약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지 굽힐 수 없는 것은 예수는 십일조 내라고 한 적이 없는데 구약에 있는 십일조 내라는 것을 아직까지 설교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이다.
김광식 선생님의 말씀은 제가 조직신학을 미처 공부하지 못했고, 교리의 세계에 깊이가 없는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제 책을 해석하는 방법에서 긍정적으로 보면 해석과 환원이라고 할 것 없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핵심을 던져서 사회를 자극시키자는 게 목적이니까 전략을 쓰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비본래적이라고 전부 제거해 나간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김광식 : 도올의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말하면서도 그 내용이 굉장히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비정치적 정치신학이다. 비정치적이라는 의미는 도올이 신앙을 개인의 것으로 환원시켰기 때문이며, 정치적이라는 의미는 기독교의 복음이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가치가 부여된 이성적인 시민사회 정신의 구현이라고 본 것이 그렇다. 그것은 도올식의 복음에 대한 이해였다. 마태, 누가 등의 복음 이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냐고 할 때는 그리스도 전체다. 역사적 예수, 선재적 예수, 재림 예수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도올은 주로 역사적 예수의 복음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법적인 면이 있겠지만 진리 구도자적 입장에서는 선전 차원으로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도올의 복음은 싹뚝복음이다.

도올 : 내 자신은 역사적 예수를 규정하지 않았다. 김준우 교수님이 말한 것처럼 오늘날의 시민사회 정신을 예수가 구현했다고 했는데 그런 식의 입장을 고집해서 쓴 것은 아니다. 김광식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나는 그리스도 전체를 이해한다. 싹뚝복음이라는 것은 복음을 싹뚝한다는 것인데, 신앙인인 제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김광식 :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서 죄송하다. 학문적 용어로 쓴 것은 아니다.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나는 도올에 대해 부럽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기독교 가문에서 자란 모태신앙이라는 것이다. 나는 예수 안믿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고1 때 믿었다. 그 전까지는 무당의 수양아들 노릇을 했다. 그래서 평생의 질문이 ‘안믿는 김광식과 믿는 김광식의 차이’이다.
도올에 대한 바람은 성경을 너그러운 눈으로 보셨으면 한다. 예를 들면 헬레니즘을 많이 얘기하시는데 바울은 고린도전서 1장에서 그리스도인이 추구하는 것은 지혜고 그리스도인이 찾는 것은 십자가의 도인 반면, 유대인은 표적이고 그들의 종교체험이라고 했다. 십자가의 도를 전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볼때는 지혜이고 유대인들이 볼 때는 어리석은 것이다.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십자가를 전한다.
하지만 도올은 전도의 미련한 것을 지혜로운 지식으로 바꿀려고 하는 것 아닌가. 설교자로서 내가 할 일은 성도들을 지혜롭고 똑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리스도를 만나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신학이 신앙과 설교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도의 미련한 것을 보편적 가치나 이성적인 합리성에 근거를 두고 전하려고 했을 때 문제는 없는가. 그렇다면 성령의 역사는 어디 있고, 내가 죄인인 것은 어디에 있는가. 도올이 추구하는 것이 신학적으로만 따지면 정당성 있다. 그러나 교회적 신학적 전통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것은 결단의 문제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는 아니다. 기독교를 사랑하고 그랬다면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야 될 게 아닌가.


도올 : 지금 순간에 선생님을 깊게 이해하게 됐다. 제 오해는 풀렸다. 저도 신앙인으로서 기독교를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적합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교회에서 목사님이 내가 말한 내용을 설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목사님의 진정성을 100% 이해한다. 하지만 목사님은 칸트로부터 시작해서 칼바르트에 이르러서 당신은 이제 와서 자유주의 신앙에서 머무른 것 아니냐고 저에게 말씀하고 있다.
저는 왜 이렇게 한국교회가 잘못가고 있는가 안타깝다. 지금까지는 교회가 목사님이 말씀하는 식으로 기독교를 전파해 왔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그런 식으로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은 과학적 세계관에 적응됐고, 과거처럼 억압된 것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믿음을 가지라는 것보다 기독교를 이해하라고 해야 된다. 여기 신학대학생들이 있지만 이제 쉽게 목회가 안 된다.

이정배 : 오늘 나눈 얘기는 도올은 구약폐기를 말하지 않았고, 화석화된 율법주의에 대한 거부를 말한 것으로 이해됐다. 신약성서에 대한 정경화 문제도 마틴 루터가 말했듯이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성서 안에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피차 논의를 하면서 서로 오해가 있었고 진의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얘기가 있었지만 선생님들 간에 정감이 넘쳤다. 한 가지, 도올은 말씀이 과격하기 때문에 오해를 받는다. 말씀이 부드러우면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지겠다.

도올 : 이런 자리는 정말 위대한 자리였다. 내가 미친 놈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신앙도 있고 원리도 있다. 멀쩡하다.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다 보면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