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이승규 기자의 기사입니다.

	▲ 담장 너머로 보이는 놀이터 부지가 문제가 되고 있는 교회 땅 50평이다.

104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경기도 여주의 소망감리교회(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점봉3리·윤헌석 목사). 이 교회는 지난 2005년경부터 교회 땅 50평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김태섭 집사는 윤헌석 담임목사가 땅을 처분하면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윤 목사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김 집사가 괜한 시비를 걸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교회 문제는 연회의 재판을 거쳐 현재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감독회장 신경하 목사) 총회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사건을 얘기하는 양쪽의 주장은 완전히 다르다. 윤 목사든 김 집사든,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어느 쪽의 말이 진실일까.

<사건의 진행 >

소망감리교회는 1986년 현재 교회가 있는 땅 바로 옆에 있는 50평을 100만 원에 주고 샀다. 그런데 이 땅이 야산개발법으로 인해 분할등기가 되지 않자,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은 채 교회 운동장으로 사용해왔다. 당시 담임목사였던 조 아무개 목사는 법 때문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못했을 뿐, 실제 주인은 소망감리교회라는 내용의 합의서를 땅 주인과 작성했다. 또 나중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있도록, 인감 등 일체 서류를 만들었다.

그리고 땅을 샀던 조 아무개 목사는 교회를 이임했고, 현재 담임목사인 윤헌석 목사가 지난 1990년 부임했다.

이렇게 별 문제 없이 사용하던 이 땅에 아파트가 건설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당시 아파트 건축을 맡았던 'K'건설은 이 교회의 양흥식 장로와 준공이 됨과 동시에 50평을 교회 앞으로 분할등기해준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당초 아파트의 건설을 맡았던 'K'건설이 부도가 나, 'D'건설로 넘어갔다.

교회는 이 기회에 땅을 넓혀볼 요량으로 'D'건설과 땅을 교환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원래 샀던 50평을 내주고, 인근에 있는 땅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법률상 이런 식의 땅 교환은 금지하기 때문이다. 결국 교회는 이 50평을 'D'건설에 넘겨주고 땅 값으로 750만 원을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김태섭 집사는 50평을 넘기는 과정에서 윤 목사가 당회와 구역회, 기획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땅을 팔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목사는 당회와 구역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기획위원회를 거쳤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땅을 판 것이 아니고 보상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집사는 또 윤 목사가 이 땅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직무유기라는 얘기다. 김 집사의 주장에 따르면 처음 50평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법률 상 땅 주인이었던 조 아무개 씨에게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당회나 구역회를 소집해 이 문제를 절차대로 처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목사는 조 아무개 씨가 미국으로 가버려 책임을 물을 수 없었고, 당회나 구역회를 소집하지 않은 것은 땅을 사고파는 문제가 아니라, 보상을 받느냐 마느냐의 문제였기 때문에 굳이 소집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50평 값 750만 원, 처분이냐, 보상이냐

	▲ 김태섭 집사의 증조부는 여주 소망감리교회의 개척 멤버였다.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이 김 집사의 할아버지다. 뒤에 보이는 초가집이 여주 소망감리교회 초창기 모습.

과연 50평은 매도일까, 보상일까. 김 집사는 만약 이 50평을 건설회사에 팔았다면 750만 원은 너무 적은 액수라고 주장했다. 당시 공시지가만 18만 원이었고, 도로가 생기고 있었기 때문에 땅 값은 매우 높았을 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윤 목사는 750만 원은 보상을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적은 돈을 받았으며, 그나마 자신의 노력으로 이 돈이라도 건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처리한 감리회 중앙연회 재판위원회도 판결문에서 '매도'라고 적시했다. 땅을 팔았다고 보는 것이다. 재판위원회의 표현대로 '매도'를 했다면 윤 목사는 감리회 법인 '교리와 장정'을 어긴 것이 된다.

윤 목사는 기획위원회를 거쳤다고 했지만, 기획위원회는 결의 기구가 아니다. 협의 기구일 뿐이다.  교리와 장정 301단 제26조는 기획위원회의 직무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임원회에서 위임된 사항 △담임자의 목회협력에 관한 사항 협의 △신천 장로 천거 △권사, 집사 기타 임원의 당회 천거 △상근 직원의 임면에 관한 협의 △그밖의 중요사항에 관한 협의만 할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윤 목사가 기획위원회에서 논의했다는 이유만으로 50평을 처분한 것은 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설령 기획위원회를 거쳤다 하더라도, 재산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총회유지재단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어느 교단이나 그렇듯, 감리회 역시 교회의 재산을 총회 유지재단에 귀속하도록 했다. 유지재단에 속한 재산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기획위원회를 거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지재단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감리사가 주재하는 구역회도 열어야 한다.

금란교회가 좋은 예다. 금란교회는 구역회의 결의 없이 기획위원회 결의로 돈을 대출받았으나, 사회법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교회 역시 교회법에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사회법에서는 유죄를 받았다.

김태섭 집사 제명했나, 안했나

김태섭 집사가 이런 문제들을 제기하며, 윤 목사를 연회에 고소하자 윤 목사는 김태섭 집사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윤 목사에 따르면, 김 집사는 지난 2005년 12월 당회에서 입교인명부정리를 했기 때문에 소망감리교회 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 집사는 자신을 제명하는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교리와 장정에 의하면 감리회 교인의 제명은 모든 교인이 참석하는 정기당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회의 중에 제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목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당회가 끝난 뒤 자신이 직권으로 서기에게 지시했을 뿐이다. 윤 목사는 지난 1월 11일 연회 재판에서 '담임목사의 직권으로 당회 후 서기에게 지시하여 정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목사는 김 집사를 제명한 것이 아니라, 입교인명부를 정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감리회 목사들은 입교인명부 정리가 곧 제명이라고 했다.

중앙연회, '절차 어겼지만 고의성 없어' 무죄 판결

일단 연회 재판위원회는 윤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결문이 애매해, 오히려 혼란만 부추겼다. 연회는 윤 목사가 구역회 등 일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기획위원회를 거쳐 일을 처리했고, 땅 값을 교회 재정으로 입금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무죄라고 선고했다.

여주 소망감리교회 문제는 현재 총회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총회 재판부는 5월 9일 판결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