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아세아연합신학대 사태 해결을 위해 고세진 총장과 맞선 단체들이 3월 30일 처음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고 총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이들이 학교가 붕괴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절반이 넘는 학생이 강제 휴학하고 △예배조차 학교 허락 없이 드릴 수 없고 △거의 모든 수업이 외부 강사로 채워졌을 뿐 아니라 총장 뜻을 따르면 누구에게나 강의 기회가 주어지고 △심지어 불교도가 강의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학교 붕괴 배후에 고세진 총장이 있다"

교수협의회와 비대위를 비롯한 6개 단체는 "학교가 무너지는 배경에 고 총장이 있다"며 "(고 총장이)사태의 직접적인 발단이 된 책임 전가와 말 바꾸기를 반복했고,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파행적이고 독단적인 행정·비교육적인 조치로 학교는 계엄 치하와 같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제적 25명, 직권휴학 798명, 기도모임 강제 해산, 수강 신청을 위한 복종 서약서, 총학생회와 원우회 해산, 총학생회 건설 반대, 제적생 출입금지 조치, 교수 서약서 요구 및 (서약서 미제출자에 대한) 강의 미배정, 무차별적 고소·고발 난무 등 학내에서 벌어지는 실상을 계엄 치하라는 말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고 총장이 퇴진해야만 이런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것.

이들은 총장을 지지하는 6개 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우선 이들 6개 단체가 이름과 달리 학내 사태 이후 급조된 조직이며 회원의 면면도 제대로 공개된 바 없다며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학교정의실현추진위원회, 전 이사장인 김삼환 목사가 목회하는 명성교회 소속 학부모 중심으로 구성된 학부형행동연대, 올해 1학기 강의를 맡은 강사가 주를 이룬 교수평의회, 고 총장을 지지하는 동문들이 결성한 ACTS사랑동문회, 직원협의회 등이 결성됐다. 이들은 교수협의회와 학생 중심으로 구성된 비대위, 총동문회 등과 대립각을 세우며, 그동안 학교 측과 고 총장의 주장에 동의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교수협의회와 비대위, 총동문회 등은 고 총장을 지지하는 6개 단체 어느 하나도 학교를 대표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으며, 그들의 주장도 학내 구성원을 대표할만한 주장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비대위와 교수협의회, 총동문회 등은 고세진 총장 아래 ACTS를 계엄 치하에 있다고 비유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고 총장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학내 사태의 원인을 교수들의 기득권 싸움과 교수들의 학생 선동이라고 지적한 것과 관련, 비대위·교수협의회·총동문회 등은 교수와 학생들의 신앙과 양심을 폄하하는 주장이라며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했다.

또 교수협의회와 이사회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101회 이사회(2006년 8월 7일)까지만 해도 전 이사장 김삼환 목사와 고 총장에게 수습을 위한 전권을 위임할 정도로 이사회는 교수보다 총장을 지지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총장이 권한을 무분별하게 남용하며 사태를 키우자, 이사회는 사태의 핵심에 고 총장과 그를 비호하는 김 이사장이 있자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교수협의회 등은 설명했다. 

이들은 오히려 고 총장이 김 전 이사장과 지나치게 결탁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 총장의 특정 교회에 대한 지나친 경도는 학교 정체성을 손상시킬 정도로 비정상적인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고 총장이 지난해 한 교계언론과 인터뷰에서 교내에 김삼환박물관 건립, <명성교회이야기> 출간, 김삼환 목사가 주도하는 갈릴리회 목사들에게 박사학위 수여, 이사장의 해외여행 시 총장 동행 등을 언급한 것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러한 발언은 학생들이 고 총장을 불신하는 계기였다. 또 지난해 부활절연합예배 순서지에 ACTS가 명성교회 부속기관으로 소개된 것에 대해 명성교회가 실무자의 실수라고 설명한 것도 학생들의 분노를 샀다.

	▲ 100여 명의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고세진 총장의 퇴진을 통해 아세아연합신학대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도회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이들은 최근 학교 측의 파행적인 학사 행정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 총장은 지난 2월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서약서에 서명을 거부한 교수협의회 소속 전임교수 20여 명에게 수업을 주지 않았다. 이들이 진행할 강의는 외부 강사에게 돌아갔다.

교수협의회와 비대위 등에 따르면, 본교 학칙에는 한 강사가 주당 9학점 이상 가르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20학점 이상 가르치는 강사들이 많다. 수업의 질은 예전만 못해 집단적인 휴학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교수협의회 총무 정홍렬 교수는 "신학대학원의 경우 구약신학전공자 10명 가운데 9명이 휴학하는 등 휴학을 할 수 없는 신입생을 제외한 대다수 학생들이 휴학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심지어 신학대학에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시설의 관장이 수업을 이끌고 있는데, ACTS의 강사 임용 기준(세례교인 이상)에 위배된다"며 "수업의 질과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는 더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개탄했다.

최근 고 총장을 지지하는 진영에서 관선이사 파송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들은 "지난해 12월 7일 김 전 이사장이 퇴임하기 전까지는 관선이사 도입은 학교를 파괴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는데, 김 전 이사장이 물러나자 입장을 바꿨다"며, "(이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는) 고 총장이 관선이사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학교 개혁이 아니라 자신의 총장직 보존에 있다"고 반박했다.

비상대책위원회와 교수협의회, 총동문회, 신학대학원 동문회, 정상화추진위원회는 학내 사태가 발생한 지 근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내내 이들은 고 총장과 총장을 지지하는 6개 단체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집중했다. 향후 활동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불법적인 학사 운영의 심각성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교수와 학생, 동문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기자회견 뒤 기도회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