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 실린 유헌기자의 기사입니다.

▲ 2007년 부활절 연합예배가 새로운 형식으로 짜일 수 있었던 것은 총연출을 맡고 있는 홍순관 집사 때문이다. 그는 평화와 통일·환경·인권 등 넓은 신학적 스펙트럼을 지닌 사역자로 알려져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4월 8일 시청에서 열리는 행사를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그는 2007 부활절 연합예배를 진정한 한국교회 연합의 시발점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벌써 조짐이 보인다. 일단 '꽃 한 송이 핀다고 봄인가요. 다 함께 피어야 봄이지요'라는 브로슈어 문구가 신선하다. 초대 교회 예전에 따라 새벽에 진행되는 예배와 시민과 함께 치르는 저녁 문화 축제도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는 그를 만나 2007 부활절 연합예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합예배 준비가 잘 되고 있나

지금까지의 예배를 정리하고 올해부터 새판을 짠다. 2007년이 평양대부흥운동100주년이면서, 부활절 연합예배도 60주년을 맞는다. 이것이 역사적으로야 의미가 있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연합해서 행사를 치렀을 뿐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진정한 연합에 있어서 진일보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먼저 사순절 기간에 부산·광주·포항·전주·대구·대전·춘천·제주 등 전국적인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 부활절을 앞두고 전국이 하나의 마음을 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한편으로는 지역의 부활절 예배에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와 동일한 예배문과 묵상집을 사용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방공연 중에서 가장 기대되는 곳은 포항이다. 포항에서는 지역의 다섯 교회가 연합해서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의 의미에 가장 잘 맞는다. 장소도 비어 있는 들판에서 한다. '들판 음악회'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나. 

포스터에 나오는 '다 함께 봄'은 어떤 의미를 담았나

	▲ 홍순관 집사는 부활절 연합예배를 통해 한국 교계의 연합을 넘어 남한과 북한, 가난과 부유함, 제3세계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인 부활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다 함께 봄'은 한국 교계의 연합을 넘어 남한과 북한, 가난과 부유함, 제3세계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인 부활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끼리만의 부활이 아니다. 예배의 시작도 어린 소녀와 할아버지, 외국인 노동자가 함께 연다. 무대의 설치 등 사소한 것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포스터에 나오는 면류관 그림도 다르게 보면 철조망이기도 하다. 특히 북한과 함께 봄을 맞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번 예배에서는 10만 교인의 합동 성찬식을 준비하고 있다. 성찬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중앙무대에서는 2000년 전 예수의 성찬식 장면이 그림자극으로 펼쳐진다. 기독교학교 학생 1000명이 나서는 연합성가대도 기대할 만하다. 기존의 서양식 칸타타가 아닌 한국적인 창작곡을 부르게 된다. 작곡가 류형선 씨가 곡을 썼는데 정말 만족스러운 곡이다.

저녁 문화 공연도 한국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저녁 문화 공연에서는 해금·가야금·대금·피리 등 한국 악기와 비올라·바이올린·첼로 등 서양 악기가 조화된 밴드인 '다 함께 봄'이 연주를 맡는다. 세계적인 흑인 무용수와 전통적인 한국 무용수의 합동 공연도 치러진다. 한국 가스펠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CCM 뮤지션들이 총출동한 공연도 있다. 서양 음악 일변도의 공연을 탈피해 전체적으로 동서양 문화의 연합과 만남의 장이 될 것이다.
 
기독노래운동을 펼쳤던 이들의 무대도 있다. 백창우·뜨인돌·새하늘새땅 등 과거 교회에서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며 노래했던 이들이 출연한다. '바닥소리'라는 판소리하는 친구들도 온다. 다채로운 행사가 될 것이다. 단순히 한국적인 악기를 포함하는 수준을 넘어서 국제화에 어울리는 탁월하면서도 신명나는 공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문화 행사를 계기로 사회가 발전해도 여전히 소외받는 사람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들을 위한 노래가 필요하다는 것을 후배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요즘은 가스펠 사역을 하면 CD를 판매하고 교회 가서 노래하는 게 전부다. 가스펠의 영역은 더 넓고 깊다. 교회에 갇혀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합 행사의 실무를 맡으면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포스터와 브로슈어를 지금의 디자인으로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모두들 파격적이라고 한다. 처음 계획했던 것의 1/10도 못하고 있지만, 연합예배의 정신에 맞춰 서로 양보하며 만들어가고 있다. 사실 한국기독교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영상을 상영하고 찬양에 국악기를 넣은 것만 해도 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이들이 모여서 이정도의 성과를 보인 것 만해도 하나님의 은혜다. 그래도 북한과 제3세계 이야기를 더 다루지 못한 것이 아쉽다. 혹시 다음번에 기회가 생긴다면 지구촌의 환경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보고 싶다. 환경에는 가난한 국가와 부유한 국가가 모두 얽혀 있다. 이들이 부활의 본질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예배 장소를 선정하게 된 계기도 재미있다. 주최 측은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택하다가 시청 앞 광장을 물색했고, 나는 일반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시청 앞 광장이 적당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둘의 생각이 우연찮게 맞아떨어졌다. 그동안 시청 앞은 기독교가 보수 집회를 열던 단골 장소다. 이곳에서 저지른 잘못을 반성한다는 의미도 있다.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주최 측이 10만 명 참석을 목표로 잡고 있다. 대형 교회 몇 곳이 모이면 쉽게 자리를 채울 수 있지만 1000개의 교회가 100명 씩 모이는 게 진짜 연합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는 연합과 화합을 꿈꾸던 많은 교인들의 도움(참가)이 필요하다.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는 그들이 갈망할 만한 예배가 될 거다. 진정한 연합의 정신에 참여해줬으면 좋겠다.

평양대부흥운동100주년을 기념해 많은 행사가 열린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단체들이 사람 모으기에 열중한다. 한국교회가 1907년 당시와 1970~1980년대의 대형 집회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당시 대부흥운동에 의심이 생긴다. 1907년 이후 교회가 나라를 정말 사랑하고 민족을 위해 애썼다면 일제강점기가 왔을까 하는 것이다. 이후 기독교가 계속 그랬다. 민족을 버리고 역사를 팔아서 교회가 부흥했다. 교회가 죽었고, 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숫자에 신경 쓰는 것보다는 교회의 본질을 세우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 2007 부활절 연합예배의 브로슈어.' 다 함께 피어야 봄이지요'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접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이다. (부활절연합예배 홈페이지 캡처)

평화센터 건설 모금 공연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가 끝나면 미국에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한다. 미국의 기독교지도자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전에도 링컨센터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미국에서 자주 공연을 하는 목적이 있다. 미국 기업에게 지원을 받으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분단의 책임이 그들에게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상징적으로라도 미국인들에게 받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올 겨울에는 유엔본부에 가서 공연을 한다. 그때쯤에는 미국 사람에게 평화센터 건설 모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기업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모금액이 3억 원 수준이다. 센터를 짓는 데는 1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길게는 10년 동안이라도 모금 공연을 할 것이다.

평화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사실이다. 지구촌이 하나임을 아는 사회가 온다. 그때를 위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도 그런 '하나 됨'이 드러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