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기모임을 가졌는데 갑자기 한 목사가 안중근의사의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이유가 무엇이냐 하니 삭발을 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후배목사와 통화를 했다. 그 역시 삭발을 했다. 왜 삭발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눈치가 보여서 어쩔 수 없어서 삭발을 했다는 것이다.
  
사학법문제로인해 삭발을 한 목회자들은 대부분이 예장 통합측 목회자들이다. 그것은 예장 통합측에 사학이 가장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삭발을 한 사람들은 천차만별이다. 보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사람들, 이해득실을 따져서 한 사람들, 종교자유의 침해를 받았다고 생각한 사람들, 신앙과 사명감을 갖고 한 사람들, 정치성을 갖고 한 사람들, 깊은 철학도 없이 덩달아 한 사람들, 눈치를 보고 삭발을 한 사람들이다.

 

총회 관련자나 대형교회 목사들, 사학 이사들은 나름대로 종교의 자유와 건학이념의 기치를 걸고 삭발을 할 명분이 있다. 그러나 부목사들까지 삭발을 한 것은 명분이 없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했으면 모르겠거니와 대부분이 삭발을 한 담임목사 교회의 목사들이다.

 

신일교회(이광선 목사), 새문안교회(이수영 목사), 목민교회(김동엽목사) 교회의 부목사들은 여성교역자만 제외하고 모조리 삭발을 했다. 만일 부목사들이 자발적으로 삭발을 했다면 다른 교회 부목사들도 삭발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삭발을 한 부목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다시말하면 부목사들의 삭발은 눈치성 삭발이거나 개인의 자발적 의지가 아닌 타율성 삭발이다.

 

삭발을 한 한 부목사는 자신은 끝까지 삭발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일부 부목사만 삭발하고 일부가 하지 않는다면 교역자들끼리의 분열로 비칠까봐 어쩔 수 없이 행했다는 것이다. 다른 부목사는 담임목사가 삭발을 하는데 한국교회 정서상 교인들보기에도 미안해서 안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사학법개정이 되지 않는다면 교단직영신학교 교수들까지 삭발령을 내리는 계획도 잡혀있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삭발인가? 삭발자들의 명분은 건학이념 지키기와 사학비리의 참회의 삭발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사학비리가 매스컴에 방영되었을 때 과연 교계는 그 때 참회와 자정작용의 행위를 보였는가 말이다. 건학이념 지키기라면 과연 현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빼앗았는지 의심스럽다. 박정희, 전두한 시대에도 종교의 자유는 있었다. 원하는 기독교이사들로만 채워져서 비리를 행하는 것이 과연 종교의 자유의 실현인지 궁금하다. 그것은 외부에 비리의 자유로 보일 수 있다.

 

또한 건학의 이념, 종교의 자유 등을 지키기 위해서 부목사 개인의 신념, 자유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종교의 자유인지 묻고 싶다. 한 부목사는 결혼을 해야하는데 머리를 삭발하면 곤란하다고까지 말을 했다. 예수님은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귀하게 여긴 분이다.

 

이번 부목사의 삭발 중에 한명의 부목사라도 거리끼는 마음으로 삭발을 했다면 이는 부목사의 인권침해이다. 그리고 여성교역자는 삭발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성차별이다. 인권침해와 성차별이 동시에 나타난다. 삭발은 눈치나 강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철학, 결단에 입각하여 행하는 결연한 의지의 발로이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행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이다.

 

우리는 일찍이 정치인이나 교수들중에 민주화를 한답시고 삭발쇼를 행한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삭발을 행한 자들이 결국 비민주적으로 전락하고 부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앞에 보이기 위한 생쑈(alive show)였기 때문이리라. 눈치성 삭발도 엄정한 의미에서 삭발이 아니다. 결연한 의지가 없는 삭발은 삭발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즉 정치성 삭발, 눈치성 삭발, 쇼업을 하기 위한 삭발, 친구따라 강남가는 식의 삭발 등 은 진정한 삭발이 아니다.

 

부목사의 삭발이 철학이나 신념, 자유의지에 입각한 삭발이었다면 어떤 삭발보다도 값진 삭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눈치성 삭발이라면 의미없는 것이다. 만일 타율적 삭발이라면 분명 인권침해적 삭발이다. 종교의 자유를 위한다면서 개인 신앙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삭발인지 묻고 싶다. 헌법에 부목사는 담임목사를 보좌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담임목사를 따라 삭발하는 것이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것인가. 아직도 한국의 부목사는 노예의 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황규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