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세계사적으로도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시대 마지막에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르고, 한국전쟁에 두 이대올로기의 대리전을 치루며 냉전과 열전을 거치면서 한 편은 진영간 대립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적 자유무역시대를 거치며 발전을 거쳐 왔다. 서방국가들의 급속한 과학기술 발전으로 세계의 생산량과 생산성은 급속히 향상되었다. 한 때 식민지였던 국가들도 개혁과 개방의 노력으로 절대빈곤의 정도가 완화되고, 1991년의 소련의 붕괴로 이대올로기의 종언(終焉)이 선언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강대국들의 핵과 에너지 패권에 근저한 국제정치는 911 사건과 이은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전쟁 그리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탈 자행에 이어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진입 등의 국제 전쟁과 긴장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새로 부상한 G2 중국과의 기술, 자본전쟁이 이어지고 세계는 바이든으로 대표되는 민주진영과 북중러간의 대치 구도가 아시아에 강화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지금 70여년의 짧지 않는 긴 시간을 남북이 긴장과 갈등, 교류와 협력의 양날의 칼 같은 형국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노려보고, 손을 내밀어 어깨를 나누기도 하고, 총포에 불을 쏟아내기도 하던 시간들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 등장으로 선제 타격과 버르장머리 등 폭력적 언어가 오가며 남북긴장과 전쟁위험이 높아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한 대중국 견제 위한 쿼드(Quad), 파이브 아이(5Eyes), 인태(India-Pacific)전략 등에 이어 한,미,일 동맹벨트와 북,중,러의 동맹벨트의 재건으로 제2 냉전구도가 깊어지다가 2기 트럼프 등장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관세(TARIFF)와 핵과 에너지 패권의 힘의 국제정치가 더 심화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 2024.12.3.일의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전혀 새로운 혼돈 속에 온 국민이 갈등과 증오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변혁의 역사적 시점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정신적, 전략적 방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내적으로는 첫째, 12.3 계엄으로 야기된 모든 혼란과 무질서를 짧지 않는 전방위적 겨울투쟁과 이은 국민들의 집단지성과 연대된 힘으로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헌법재판소(헌재)의 최대한 빠른 시간에 탄핵인용 판결을 통해 실제적으로 계엄 상황을 종식시키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정의를 바로 새워야 한다. 일부 세력에 의해 왜곡된 언어들이 제자리를 찾고 개인, 가정, 조직과 국가가 제자리를 잡고 본분에 맞는 역할을 제자리에서 적시에 추진하는 정상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 

둘째, 헌재의 결정을 온 국민이 존중하고 결과에 상응한 행동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헌재의 결정은 우리나라의 최고의, 최종의 판결기구이다. 1987년 제정 헌법이후 국가의 모든 난제와 사건들은 헌제의 최종결론을 국민모두가 존중하여 우리사회가 안정과 발전을 이어 올 수 있었다. 자기와 파당과 다르다고 무시하고 오히려 파괴적 행동으로 치닫는다면 우리 사회는 존재하기 어렵다. 정파적 이해로 국민을 갈라 치고 싸움을 돋우는 정치 지도자 또는 정치적 파당성을 자신의 교회성장에 이용하는 이단적 종교지도자들은 역사와 온 국민의 범죄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미증유의 사건에 대한 책임소재와 엄정한 법적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원화된 우리 사회의 복합성을 고려하여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생각과 정책이 요청된다. 자본과 노동이 조화하고, 빈부가 소통하며, 남녀가 공생하고, 지역간 화합이 확장되며, 남북이 교류, 소통하며, 전쟁 모의나 북풍을 통한 국지전 유도보다 궁극적 남북평화를 지향하는 기도와 노력 및 구체적 정책들이 제안, 실행될 필요가 크다.  

넷째, 분단 80년이 다 되어가는 이 구조화된 분단체제의 현 상황에서 남북대화와 교류, 협력의 재개 그리고 우리 내부의 경제 성장과 고용, 소득, 환경, 복지, 다문화 등의 여러 정책에서 통합적이고 발전 지향적이며 통전적인 비전(VISION)의 제시가 필요하다,

▲ 탄핵 촉구하는 시민들(오마이뉴스)

 대외적으로도 먼저, 국익우선의 대외정책으로의 방향선회가 필요하다. 윤정부의 이념 지향적 외교와 대결적 진영우선의 국제 정치보다는 국익을 우선 고려하는 정치와 국제 경제적 방향전환이 요청된다. 이런 자세는 현재와 미래는 물론 과거와 역사적 이해와 해석에도 동일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제적으로도 단선적, 대결 지향적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보다는 이 구도를 존중하되 보다 다원화된 연계 및 협력 체제를 구축,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으로 국제 정치는 북한, 미국, 러시아가 가까워지고 오히려 미국과 EU, NATO가 대립, 긴장의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 겉으로는 외국에 대한 막대한 관세(TARIFF) 부과와 보호주의적 무역 압력에도 미국 등 주요국이 책상 밑에서는 막후교섭과 거래가 난무하는 국제정세를 예민하게 관찰하고 우리도 지혜롭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미 두 국가로 UN에 가입한 남북한이 상호 소모적 긴장, 갈등과 전쟁(위협)을 줄이고, 내부 경제성장과 긴장완화를 통한 평화를 한 단계 끌어 올리고 교류, 협력을 재개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미 러시아, 중국과 협력으로 홀로서기를 강화하는 북한과 혐중과 혐북한의 분위기가 만만찮는 남한의 일부 시각들도 냉엄한 국제 정세의 변화에 지혜롭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2000여년 나라 없이 방황하던 유대인이 시오니스트 총회장인 헤르츨(Theodor Herzl, 1860~1904)의 지도와 “유대인의 국가(The Jewish State)”라는 책을 통한 비전제시에  비엔나 주재 영국대사관의 개신교 헤흘러(William H. Hechler,1845~1931) 목사가 그를 적극 지지하고 많은 협력자들을 연결해 주어 소위 극한 대립의 유대교인과 기독교 유대인들의 극적 통합으로 이스라엘이란 나라를 세웠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어쩌면 철천지 원수였을지도  모르는 이스라엘 유대교인과 기독교인이 조국을 되찾겠다는 비원(悲願)으로 하나 되어 힘을 모을 때 2천 년간 없어진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 

80년이 다 되가는 분단의 한반도가 하나되는 길은 남한의 소위 허위 이념에 사로잡힌 갈등세력이(특히 기독교가) 하나 되고 그 힘으로 남북한이 서로 기도하고 소통, 교류하는 폭과 깊이가 나아지고 용서와 화해가 깊어질 때, 평화와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며, 그 때 하나님의 카이로스(Kairos, Καιρός)가 임할 것으로 믿는다. ‘원수를 사랑하라’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왜 우리는 ‘내가 아닌 남에게만 요구하고 있는가?’ 란 질문을 성찰하며 회개하며, 자신의 맡은 선한 청지기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는 우리가 평화와 통일의 참 선구자일 것이다.(평화칼럼 일부수정)

김홍섭 명예교수(인천대, (사) 평통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