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차디찬 죽음의 계절
겨울을 거치고서야
늙고 오랜 목숨은 새로워진다

겨울이 없다는 어느 먼 남녘에는
거대한 수목들이 시절 없이 푸르고 
헐벗음을 모르는 울창한 밀림이 있다지만

우리, 영원하자는 약속은 하지 말자
소멸을 거치지 않고 새 계절을 맞은들
어떤 생명이 새로울까

변치 않는 생기는 생기가 아닐 것
식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닐 것
바래지 않는 녹음이 생명 아닌 것처럼

마른 뼈에 불과한 나를 생명이라 불러다오
주검 같은 이 차가움을 사랑이라 여겨다오
죽음으로 새로워지는 약속을 기억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