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박석무 편역, 창비, 2019)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45년 만에 비상계엄령이 대통령에 의해 선포되었다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로 6시간 만에 끝이 났습니다. 필자는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 그 소식을, 다음 날 새벽에 지난 2023년 12월에 영화 ‘서울의 봄’을 함께 봤던 고등학교 동창 단톡방을 통해 처음 들었습니다. 동창 단톡방의 글은 “‘서울의 봄’ 보는 줄”이었습니다. 어수선한 상황을 정리해야 할 일이 많이 남게 되었지만, 다행히도 당시에 무력 충돌 없이 마무리되었습니다. 

 ‘1203 비상계엄’ 상황을 지켜보면서 책 한 권이 떠올랐습니다. 1979년 가을, 폭압과 철권의 정치시대인 유신독재로 숨 막히던 때에 출간되어 10·26, 12·12, 5·18 등으로 민중이 좌절하고 신음하면서 한 오라기의 지푸라기라도 붙들지 않을 수 없을 때, 감옥 안에서 모든 양심수가 즐겨 읽었다는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의 ‘다산 정약용의 편지’ 역서인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입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는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와 둘째 형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가 담겨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선비이면서 실학자로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일하는 모습과 아들을 포함한 가족과 제자들에게 논리와 설득을 통해 삶의 가치를 가르쳐 주고, 그렇게 살아가도록 권면합니다.

 두 아들에게 옛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구했던 책을 읽고 정리하라고 합니다. 몸을 움직여 일하고, 말을 조심해서 하고, 얼굴빛을 바르게 해서 남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고, 남의 도움을 바라지 말고 도와주라고 합니다.
 비록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집안이지만, 관직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올 때를 놓치지 말라고 하면서 임금에게 총애를 받거나 기쁨을 주는 신하가 아니라, 임금이 잘못했을 때 그 잘못을 드러내어 임금이 제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임금이 존경하고 신뢰하는 신하가 되라고 합니다.
 다산 정약용은 실학자답게 삶의 바탕을 근검(勤儉)에 두라고 합니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고 열심히 하지만, 입는 것과 먹는 것을 예로 들어 헤프게 쓰지 말라고 합니다.

 제자들에게 공자의 가르침인 효제(孝弟)를 통해, ‘효에 바탕을 두면 임금을 섬길 수 있고, 효를 미루어 나가면 어린이에게 자애로울 수 있으며, 제에 바탕을 두면 어른을 섬길 수 있다’는 가르침을 줍니다. 

 신유박해 때 유배지로 가게 된 다산 정약용은 암울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자신처럼 유배지에 있는 형을 포함한 가족이 절망하지 않고 앞날을 준비할 수 있도록 편지로 소식을 전하며 당부했을 뿐만 아니라, 제자들에게도 가르침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예전의 가르침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선을 넘은 대한민국의 가족 윤리와 사제 간의 의리, 그리고 나라를 책임지라고 뽑힌 이들의 모습을 보며 ‘다산 정약용의 당부와 가르침이 가정과 사회, 그리고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충환 목사(꿈이있는미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