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실을 전복하려 하는가>, 리 매킨타이어 지음, 김재경 옮김, 정준희 해제, 도서출판 두리반, 2024)

 <누가 진실을 전복하려 하는가>는 보스턴 대학교에서 과학철학과 윤리학을 가르치는 리 매킨타이어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있었던 일을 필두로 해서, 왜곡된 진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정준희 교수의 해제(解除-해설을 간략하게 적어 붙인 글)를 엮은 책이다. 책의 부재는 ‘역정보와 가짜뉴스, 프로파간다로부터 민주주의 지키기’이다. 

 리 맥킨타이어는 과학 부정이 현실 부정으로 이어진다고 하며, ‘진실 도살자’들이 공익은 가둬두고, 거짓을 홍수처럼 쏟아내 사람들의 사기를 꺾어버려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려고 한다고 말한다. 정준희 교수는 리 맥킨타이어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우리나라의 ‘진실 도살자’들은 역사 부정으로 역정보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진실’, 혹은 ‘거짓’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앉은 자리에서 세계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사람들이 ‘진실’보다 ‘거짓’을 더 믿는다는 거다. ‘거짓’은 사람들을 속이려고 해서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쟁이가 원하는 것은 거짓을 믿게 하는 것보다 ‘진실’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그사이 거짓말쟁이들은 자신의 욕심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ENA에서 방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5화에 ATM기 이야기가 나온다. 한 ATM기 회사가 2019년에 미국 회사에서 개발해 오픈 소스로 모든 곳이 이용할 수 있게 한 기술을, 마치 자신들이 개발한 것처럼 굴며 특허 신청을 해 다른 ATM기 회사가 그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결국 그 기술이 오픈 소스임이 밝혀지지만, 고소를 당한 회사는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때문에 거래처와 계약이 해지되었고, 그 틈을 고소한 회사가 파고들어 계약한다. 고소한 회사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진실이 거짓인 것처럼 속이고, 자신의 배를 채우면 그만이다.

 리 맥킨타이어는 거짓말쟁이들이 바라는 것은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적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진실은 거짓말쟁이가 권력을 잡았을 때 죽는 게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자들이 진실 옹호하기를 멈출 때 사라진다고 보고, 신뢰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진실을 계속 알리라고 한다.

 정준희 교수는 역정보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호하거나, 이해를 실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를 섞어 생성한 정보’여서, ‘누가 우리 편이고, 무엇이 진짜인지를 도무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전반적 정보 불신 효과를 주장하기 때문에 위력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사 부정이 그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리 맥킨타이어와 정준희 교수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적 차이는 있지만, 거짓에 속고 있는 이들이 진실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역정보를 흘리는 사람들은 단순한 ‘기만’(欺瞞-다른 사람을 옳지 못한 방법을 써서 속여 넘기는 일상의 짓)이 아니라, ‘기망’(欺罔-허위의 사실을 말하거나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범죄 행위)으로 사회를 무너뜨리게 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윤리와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거다. 다만,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역정보를 흘리고 있으니 법적 조치를 위해서 윤리 조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꼼수를 부려 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려는 거짓을 찾을 수 있어야 그 안에서 진실을 찾을 수 있다. 힘을 가진 이들이 역정보를 악용하고 있으니, 우리는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아도 멈추지 않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거짓으로 잘못을 감추어 사회를 곪게 만드는 이들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

오충환 목사(꿈이있는미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