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동쪽, 두 번째 기회” 창세기 3장17절~24절

1. 땅은 너로 인하여 저주를 받고

① (17절)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한 나무 실과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인하여 저주를 받고 너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 실낙원의 원인과 결과를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말씀이다. 실낙원의 원인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준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순종의 죄는 아담이 저질렀는데 그 결과로 인해 땅이 저주를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오늘날 코앞에 닥친 전 지구적 기후위기로 만물이 신음하는 원인도 이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창세기를 창조 설화나 창조 과학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생명의 말씀으로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을 소위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른다. ‘영장(靈長, lord)’은 탁월한 지적 능력을 지닌 책임자라는 말이다. 사람이 만물을 하나님의 창조질서대로 보존하는 고귀한 역할과 특별한 사명을 위임받은 청지기라는 뜻이다. 청지기의 사명을 망각한 인류의 오만과 탐욕이 낳은 결과가 바로 코로나 19로 대표되는 전대미문의 재난과 ‘2050 거주불능지구’라는 종말론적 현실이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 1:15).” 사도 야고보의 통찰은 역설적으로 사망에서 생명으로 나아가는 해법을 제시한다. 탐욕을 넘어 말씀을 좇아, 죄를 떠나 의를 추구함으로, 사망에서 생명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대전환이다. 저주 받은 땅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다른 길은 없다.

② (18절~19절)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너의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네가 얼굴에 땀이 흘러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 돌아가리니 그 속에서 네가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

▶ 본래 아담은 에덴에서 하나님께서 친히 공급해주시는 양식을 먹고 살도록 지음 받았다. 하지만 이제 땀 흘려 일해서 양식을 얻는 노동을 감당해야 생존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채집 문명에서 농경 문명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원인담이다. 혹자는 노동의 신성함을 주창하지만 창세기는 노동의 원인을 인류가 필요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탐욕의 결과라고 정의한다. 하나님 없는 삶의 가장 큰 징계는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고 과욕으로 인해 자신에게 허락된 것을 모두 빼앗기는 어리석음이다. 인간의 탐욕으로 땅이 저주 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햄버거카르텔’이다. 쇠고기의 대량 생산을 위해 원시림을 파괴하고 목장을 조성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또한 ‘부동산 버블’이 낳은 ‘하우스 푸어’도 여기에 해당된다. 필수적인 주거 공간으로 사용해야 할 주택이, 탐욕을 채우기 위한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본문은 인간 수명의 한계 곧 죽음의 원인담을 덧붙인다. 아담은 히브리어로 ‘아다마(אֲדָמָה)’, 흙이란 뜻이다. 더 정확한 해석은 ‘먼지(the dust of the ground)’다. “그는 우리가 단지 먼지뿐임을 기억하심이로다(시 103:14).”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에서 떠난 인생은 한낱 먼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인간의 정직한 실존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역설적으로 인간은 죽음을 인식할 때 비로소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할 때 비로소 물질과 명예, 권력과 외모와 같은 썩어지고, 사라지고, 두고 가는 것이라는 진실을 목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사랑과 평화, 진리와 생명과 같은 불멸하는 가치 곧 영원하신 말씀을 품고 사는 삶으로 나갈 수 있다. 창세기는 이 진실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고 사는 지혜를 전하는 책이다.

2. 우리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① (20절) “아담이 그 아내를 하와라 이름하였으니 그는 모든 산 자의 어미가 됨이라”  

▶ 아담이 자신의 아내에게 하와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하와라는 이름의 뜻은 생명(Life, 삶)이다. 실낙원의 원인 제공자였던 아내 하와를 향한 남편 아담의 마음은 아마도 음란한 아내 고멜을 향한 남편 호세아의 심정과 같았을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고멜은 호세아가 낳은 세 자녀의 어미였다. 필요를 넘어 탐욕을 추구하는 죄악으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도 이와 같다. 가정과 교회, 나라와 전 세계도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 운명체다. 서로의 허물을 감싸주고 죄를 용서해 줄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한 몸이기 때문이다.

② (21절)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그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

▶ 본문은 단지 알몸으로 살던 원시 인류가 의복 문화로의 진일보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의 배신과 죄악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은혜와 긍휼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창세기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우리의 구원은 나의 의로움이나 공로, 도덕적인 선행이나 거룩한 직분으로 스스로 쟁취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긍휼을 베푸시는 변함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마침내 구원의 길로 인도하신다. 이는 ‘오직 은혜(Sola gratia, by grace alone)’를 강조하는 개신교 신앙의 진수다.

3. 우리 중 하나 같이 되었으니

① (22절) “여호와 하나님이 가라사대 보라 이 사람이 선악을 알게 하는 일에 우리 중 하나 같이 되었으니 그가 손을 들어 생명나무 실과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 하시고”

▶ (메시지성경)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사람이 우리 가운데 하나처럼 선에서 악까지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본문에 기록된 ‘우리 중 하나와 같이 되었으니’라는 구절은  앞에서 자세히 살펴본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창 1:26)’, ‘하나님과 같이 되어(창 3:5)’라는 구절과 대비되고 연속되는 말씀이다. 하나님께서 아담이 생명나무 실과를 먹지 못하도록 영생의 길을 가로막으신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가 요한계시록 2장 7절에 기록된 에덴동산의 회복에 관한 비전에서 잘 드러난다. “이기는 그에게는 내가 하나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나무의 과실을 주어먹게 하리라” 낙원에 있는 생명나무의 과실은 영생이다. 성경이 말하는 영생은 불로장생이나 불로불사가 아니다. 영생은 ‘영원하신 말씀대로 준행하는 삶’이다. 생명나무의 과실을 먹으려면 반드시 거기에 합당한 삶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말이다. 곧 말씀대로 준행하는 삶으로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요한복음에 따르면 많은 열매를 맺으려면 먼저 한 알의 밀로 썩어져야 한다.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 결론대로 ‘말씀을 듣고 지키어 인내로 결실’해야 한다. 한마디로 영생은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요즘말로 바꾸면 영생은 날로 먹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영원하신 말씀대로 준행하지 않고 결코 영생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영생은 ‘말씀대로 준행하는 삶’, ‘죽기까지 순종하는 믿음’의 결과물이다.

② (23절) “여호와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그 사람을 내어 보내어 그의 근본된 토지를 갈게 하시니라.” 

▶ 에덴동산에서 사람을 추방하신 목적은 ‘말씀대로 준행하는 삶’으로 인도하시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죽기까지 순종하는 믿음’으로 성숙시키기 위함이다. 이어지는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의 모든 성경은, ‘죽기까지 순종하는 믿음으로 말씀대로 준행함으로’ 마침내 영생에 이르는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실낙원의 목적은 출애굽 백성을 40년 동안 광야로 인도하신 목적과 이스라엘이 바벨론제국에 의해 멸망을 당하고 70년 동안 포로가 되게 하신 목적과 일맥상통한다. 하나님의 본심은 심판과 저주로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성숙을 통해 영생에 이르게 하시는 구원이다. 출애굽 백성의 광야 여정과 바벨론 포로기의 극심한 고난을 통해 비로소 잃어버렸던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었다. 중요한 사실은 하나님께서 에덴에서 사람을 추방시키신 것이 아니라 불순종한 아담이 자초한 일이라는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창세기가 실낙원이 끝이 아니라 복락원의 길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낙원의 징계는 거듭남의 기회다. 

▶ ‘그의 근본된 토지를 갈게 하시니라’ 단순히 농사를 짓게 하셨다는 뜻이 아니다. 그의 근본된 토지를 갈게 하신 까닭은 잃어버린 에덴을 회복하시기 위한 과정이다. 타락한 아담의 변화와 성숙을 위한 거룩한 과제다. 농사를 짓는 일이 사람의 공로인가, 하나님의 은혜인가? 씨를 뿌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만 열매를 거두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다. 하나님께서 그의 근본된 토지를 갈게 하신 목적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진실을 깨닫게 하시기 위함이다. 삶에서 누리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자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장소가 ‘광야’다. 광야는 단지 황무한 지형을 넘어 아무 것도 없는 곳을 의미한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년 동안 너로 광야의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아니 지키는지 알려하심이라(신 8:2)” 이스라엘 민족을 거룩하게 하시기 위해 사십년 동안 광야를 걷게 하신 것처럼 아담을 거룩하게 하시기 위해 그의 근본된 토지를 갈게 하셨다. 삶에서 경험하는 고난과 결핍이 예전의 과오를 씻어내고 새로운 삶으로 나가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고난당하기 전에는 내가 그릇 행하였더니 이제는 주의 말씀을 지키나이다...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시 119:67, 71).”

③ (24절) “이같이 하나님이 그 사람을 쫓아내시고 에덴동산 동편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

▶ 하나님께서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 생명나무가 주는 영생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준행하는’ 의인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되지만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는’ 죄인에게는 영원한 형벌이 되는 까닭이다. 마치 예리한 칼이 의사에게는 치료의 도구이지만 강도에게는 범죄의 수단이 되는 것과 같다. 넘치는 재물이 의인에게는 나눔의 축복이지만 죄인에게는 타락에 빠지게 하는 저주가 되는 것과 같다. 강력한 군사력이 정의로운 권력에게는 평화를 지키는 수단이 되지만 불의한 권력에게는 도리어 침략의 도구가 되는 것과 같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듯 귀한 직분에는 그 직분에 합당한 자격이 요구된다. 생명나무로 가는 길을 막으신 까닭은 지금 아담의 실존이 생명나무에 합당치 못했기 때문이다.

▶ 에덴의 동쪽은 아담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다.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하와가 에덴의 동편에 머물게 하셔서 에덴에 합당한 삶으로 성숙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주셨다. 돌덩이가 정금과 보석이 되려면 용광로에서 불순물이 제거되고 절차탁마의 부단한 과정이 요구된다. 연약한 인생이 정금 같은 믿음의 사람이 되려면 하나님의 혹독한 징계를 통과해야 한다. 징계의 목적은 멸망이 아니라 돌이켜 회개함으로 거룩하게 회복하시기 위함이다. 성경은 하나님이 사람을 거룩하게 하시는 방법을 누누이 강조한다. “너는 사람이 그 아들을 징계함 같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징계하시는 줄 마음에 생각하고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지켜 그 도를 행하며 그를 경외할찌니라(신 8:5~6).”, “주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시고 그의 받으시는 아들마다 채찍질하심이라 하였으니 너희가 참음은 징계를 받기 위함이라 하나님이 아들과 같이 너희를 대우하시나니 어찌 아비가 징계하지 않는 아들이 있으리요...저희는 잠시 자기의 뜻대로 우리를 징계하였거니와 오직 하나님은 우리의 유익을 위하여 그의 거룩하심에 참예케 하시느니라.(히 12:6~10)” 하나님의 징계는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는 사랑의 회초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