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시크릿 HARVARD SECRETES>, 강치원, 책들의 정원, 2024)

산업화 시대의 학교 교육의 목표는 산업화를 가속하여 선진국 대열에 빨리 진입하는 데 필요한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것이었다. 이때는 선진 지식을 미리 배운 선생이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학생들은 받아적는 주입식 교육이 대세를 이뤘다. 이 당시 모범생은 공부만 잘 하면 그만이었다. 그 후 50년, 시대가 눈부시게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방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초등부터 중고등 교육은 하나의 목표점, 즉 수능과 대학입시를 향하고 있고 수능 시험 문제가 주로 객관식 위주로 평가하기 때문에 사고력을 충분히 테스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항상 있어 왔다. 토론식 교육을 가로막는 주원인이다.

더욱이 이제 모범생의 기준도 달라졌다. 공부도 잘해야 되지만 동무들과 잘 어울리고, 잘 놀 줄 알며, 종종 선한 리더십을 발휘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말하자면 지성 지능(IQ)만이 아니라 감정 지능(EQ)과 인성 지능(HQ)에 영성 지능까지 갖추어야 한다. 물질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기 위해서는 선한 인성과 거룩한 영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런 전인적 인간상은 토론을 통해 배양될 수 있다는 것이 강치원 박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래서 강 박사는 이 책에서 교육 방법으로 토론과 논쟁, 토의와 문답식 토론을 강력하게 제안한다. 사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대인 교육의 토론 방식, 미국과 유럽의 김나지움과 대학에서의 토론 수업에 관하여 들어왔다. 그러나 아직 우리 교육 현장에서 잘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저자인 강치원 박사는 토론 전문가로 각종 시사 방송의 사회자로 30여 년간 활동했으며, TBS <강치원 굿모닝 서울>, 한겨례 신문 특집 토론, 경향신문 특집 토론, 중앙일보 정규 좌담토론 <논쟁과 대안>외 다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으며, 고등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대화인 ‘논술토론 광장’을 개최한 경력의 소유자이며 대한예수교장로회 남포교회 원로 장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의 오랜 경험이 녹아 대학의 강의와 세미나에서는 물론 중고등 학교의 수업, 그리고 직장에서의 회의 및 독서토론회 등 다양한 시민사회의 토론모임에 성공적으로 참여하고 조화롭게 진행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과 이론들을 총망라하여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장은 “시험 치는 기계가 된 아이들”이란 제목하에 토론의 중요성을 네 꼭지로 상술한다. 한마디로 주입식 교육의 맹점은 지식은 많은데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바로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정답을 맞추는 식의 지식은 가치를 상실했다. 하여 창의적 생각과 별다른 질문과 공감적 소통을 주문한다. 이 경우에 강 박사는 “개인적으로 한 사람이 열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열 사람이 같은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토론에는 논쟁과 토의가 있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토론은 문답이다. 문답 토론의 모범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공자와 소크라테스이다. 강 박사는 중고등학교의 45~50분 수업에서 15분 문답식 수업이 가능하며 매우 효과적임을 경험을 통해 역설한다.

2장은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생각이 된다”는 제하에 토론의 기법을 일곱 꼭지로 서술한다. 대학 강의를 오래 진행한 자로서 필자의 가장 미진했던 부분이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이었다. 토론을 잘하려면 우선 ‘듣기’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말이나, 귀는 열어두고 눈으로 듣는다는 말씀, 다시 말해 사람과 눈을 맞추며 들어야 경청이라 할 수 있다는 말씀은 보석과 같다. 무엇보다 메모를 하면서 듣는 습관, 그리고 말할 때 두괄식으로 출발하여 단계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요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는 기법은 발언에서 매우 중요하다. 토론에서 선언적으로 자기주장만 늘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주장의 이유(왜냐하면)를 대고 예를 들어(예컨대) 설명하는 토론기법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토론에서 인간관계의 기본, 즉 약자의 연대와 강자와의 협상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3장은 “육각형 인재는 책상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제하에 일곱 꼭지에 걸쳐 일곱 가지 토론의 종류를 소개한다. 1일 4문 토론, 문답형 토론, 버츄카드 토론, 밥상머리 토론, 독서토론, 체험 학습 토론, 가족회의 등이다. 본 장은 토론이란 형식으로 제시된 내용이지만 딱히 토론 진행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타자와의 살아 있는 만남과 친밀한 관계를 성취하기 위해 꼭 숙지해야 할 토론들이다.

4장은 “더 넓은 세상을 살아갈 내 아이를 위해서”라는 제하에 토론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삶의 지평을 다섯 꼭지로 제시한다. 이것들은 어릴 때부터 꼭 배워야 하는 설득과 합의, 반대 의견도 수용할 줄 아는 넓은 마음,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 질문을 던져 질문을 끌어내는 세다(Ceda) 토론, 무엇보다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공정성인바, 발언의 시간과 횟수와 순서에서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는 지침을 마음에 새겨들어야 한다. 의자의 배치에서도 획일적, 일방적 단선적 소통의 프런틀 폼보다는 복합적, 쌍방적, 다원적 소통이 가능한 원탁이나 유(U)폼을 준비하는 것이 좋은 토론을 위한 기본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의 장점은 각 장 말미에 ‘요약과 정리’가 잘 돼 있다는 것이다. 토론의 사회자는 요점을 잘 요약하여 토론의 흐름과 의도를 집약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요약과 정리’ 부분이 모범을 보여준다. 지성, 감성, 인성 그리고 영성을 갖춘 전인(全人)의 삶을 요청하는 오늘의 시대에 『하버드 시크릿 HARVARD SECRETES』은 바람직한 인격자 양성을 위한 토론 백과사전으로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심광섭 목사(경기연회 색동교회 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