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그늘에 서서>, 디트리히 본회퍼, 칼 바르트, 게르하르트 에벨링, 헬무트 골비쳐, 루돌프 불트만, 감은사, 2024)

   언젠가 대학원을 진학하고 있는 동생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대충 현대신학의 흐름을 알기 위한 몇 가지 인물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 중에서는 루돌프 불트만이 있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생겨난 호기심이 교보문고에 루돌프 불트만의 이름을 검색하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2024년에는 루돌프 불트만에 관한 책들이 하나, 둘 정도가 새롭게 나온 것을 확인했다. 

   그 중에 읽게 된 책이 이번 책이다. <역사의 그늘에 서서> 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나치가 집권하던 당시에 그것을 거부하던 양심적이고 복음적이던 신학자들의 설교를 담았다. 그 설교를 쓴 신학자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이름으로만 말하는 것은 아니면서도 유명한 자들이 썼다는 점에서 이미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나치가 집권하고 있던 시절에 어떻게 기독교가 그것에 영향을 받았는가 하는 지점이다. 그 당시 사람들을 호도했던 선동의 내용이 지금은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흐름에 따라서 충분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것이 불가능 할 테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신학적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것도 아주 유명한 신학가들부터 그렇게 주장했다고 하니 정통과 전통을 벗어나고 수호해야 할 것을 잃어버린 신학은 얼마나 변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나치 집권 당시에 유대인에 대한 차별은 모두 알고 있다. 유대인을 지우는 작업에는 예수에 관한 내용도 포함이다. 다시 말하자면 나사렛에서 태어난 유대인 예수를 지우는 것이다. 그 대신에 아리아인 예수에 대한 상을 세우고자 했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 그리고 헬라 철학의 영향을 지우자고 한 아돌프 폰 하르낙의 영향이, 물론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들어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의 장점은 바르트를 비롯하여 본회퍼, 에벨링, 불트만과 같은 신학자들의 설교를 본다는 점에 있다. 신학자로만 알고 또한 신학적 사상에 대해서만 배웠다면 이번 책을 통해서 신학자의 모습이 아닌 시대의 그늘 속에서 어둠을 이기는 빛을 선포했던 설교자의 모습을 보기를 바란다. 

   특별히 칼 바르트는 예수를 가지고 호도하는 나치 정당에 대해서 그리스도인에게 호소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주여 우리가 어디로 가야합니까?”(Herr, wohin sollen wir gehen?) 라는 말인데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바르트가 말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학생 이였던 막스 라크만이라는 사람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말은 그리스도인은 나치와 히틀러를 따를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오늘날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라야한다. 그 외에 다른 가치관과 문화와 유행은 그저 참고 수준으로 머무를 뿐이다. 

   그 당시 독일 그리스도인은 양자택일을 요구받았다. 하나는 “나사렛의 유대인의 예수”였고 다른 하나는 “열망과 사상을 따르는 독일민족”이다. 이와 같이 우리 한국 교회에서도 여전히 양자선택의 순간에 놓여있다. 우리는 무엇을 따라야 할 것인가? 바르트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여전히 그리스도를 따라야 한다. 

이경우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