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의 내일은?

김진홍 목사(수표교교회 담임목사, 이슬람연구원 원장)

이 글은 ‘헤즈볼라의 내일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헤즈볼라의 탄생 배경,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과정, 헤즈볼라의 내일을 전망합니다. 요즈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 상황이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5차 중동전쟁으로의 확전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집트 선교사로 사역할 때 지인의 초청으로 레바논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레바논 남부와 베카계곡에 산재한 헤즈볼라 마을들을 돌아보았습니다. 레바논 남부는 도시의 빈민촌 같았고, 베카계곡은 농촌마을 같았습니다. 집집마다 노란 헤즈볼라기(旗)가 펄럭거렸고, 거리마다 청년들이 멜빵을 늘인 총을 메고 다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때의 느낌을 회상하면서 글을 쓰고자 합니다.

1. 헤즈볼라의 탄생 배경

히즈불라는 ‘히즙 Hizb’과 ‘알라 Allah’라는 두 단어가 결합된 말입니다. 이 두 단어가 연결되어 발음을 ‘히즈불라’라고 합니다. 히즈불라는 ‘알라의 당’이란 뜻으로 정치적 및 신앙적 집단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한국인들은 히즈불라를 영어식으로 발음하여 ‘헤즈볼라’라고 한다. 이 글에서는 혼란을 막기 위하여 ‘헤즈볼라’라고 표기하고자 한다.)

헤즈볼라 구성원은 모두 시아 무슬림들이며, 그들은 레바논 국민들입니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공격에 맞서 레바논 남부를 침공했을 때 무력 대응을 선호하는 시아파 지도자들이 ‘아말 운동’(레바논 시아파 정당)에서 이탈하면서 등장했습니다. 힘이 약했던 레바논 남부 시아파를 방어하는 세력으로서 부상했지만, 그 이념적 뿌리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레바논의 시아파 이슬람원리주의 운동에 있습니다. 1985년 헤즈볼라는 미국과 소련을 이슬람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이슬람 영토를 점령 중인 이스라엘에 대하여 ‘섬멸’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며 조직 설립을 공식 천명했습니다. 2000년 이스라엘 철수 후 헤즈볼라는 무장 해제 압력(무장 해제를 촉구한 1989년 타이프 협정)에 저항하면서 군사조직인 ‘이슬람 저항군’(Islamic Resistance)을 키웠습니다. 헤즈볼라는 군사·안보·정치적 영향력과 사회 서비스 제공을 통해 정부 기관과 경쟁하는 ‘국가 안의 국가’로 행사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헤즈볼라의 능력은 레바논 정규군을 능가합니다. 헤즈볼라는 시아파인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확고한 동맹으로, 2011년 시리아 내전이 격화됐을 때 아사드 대통령을 위해 무장 대원 수천 명을 파견했습니다.

헤즈볼라는 수년 동안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 일련의 폭탄 테러와 음모를 벌였다는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서방국가, 이스라엘, 걸프 아랍국가, 그리고 아랍연맹(AL)은 헤즈볼라를 ‘테러집단’으로 지목했습니다.

2.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과정

레바논의 무슬림 언론인 나딤 꼬테쉬(Nadim Qotesh)의 2024년 9월 24일자(알샤르끄 알아우사뜨 신문) 기고를 중심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 실상을 파악하고자 합니다.¹⁾

지금 헤즈볼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헤즈볼라가 겪고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알아보면,

첫째, 통신망 해킹입니다. 통신망을 해킹 당했다는 것은 군 조직에서 치명적입니다. 최근에 헤즈볼라 대원들이 소지한 삐삐와 워키토키의 폭발에 대한 뉴스를 들었지만, 이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휴대전화 해킹에 취약했습니다. 2024년 8월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군사 자문역을 맡았던 푸아드 슈크르가 암살되면서 헤즈볼라의 유선 통신망이 완전히 해킹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타격은 최근에 삐삐가 폭발하여 수천 명의 헤즈볼라 대원들이 중상을 입고, 헤즈볼라 군 간부들이 모이는 알다히야(레바논 남부지역)의 회의 장소가 탄로나 폭격을 당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폭격으로 헤즈볼라의 통신 인프라가 얼마나 취약한지가 드러났습니다.

둘째, 군사적 인프라에 대한 선제공격입니다. 헤즈볼라는 무기 창고, 미사일 발사 시설, 요새화된 시설, 드론 및 발사체 조립 공장 등 군사 인프라에 대하여 선제공격을 받았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공격은 8월 25일에 있었는데, 약 100대의 이스라엘 전투기가 수많은 헤즈볼라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했습니다. 아랍 언론 매체들은 헤즈볼라가 공격의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말합니다.

셋째, 헤즈볼라 주요간부 암살입니다. 헤즈볼라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타격은 지도부와 핵심 간부들이 암살당한 것입니다. 9월 17일에는 무선호출기 폭발, 9월 18일에는 무전기 및 단파라디오 폭발로 중간간부 다수가 무력화되었으며, 9월 28일에는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죽었습니다. 이 외에도 헤즈볼라의 고위 간부인 알리 아부리아와 모하마드 살레 등 주요 인물들이 사망했으며, 이들은 헤즈볼라의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인물들이었습니다. 헤즈볼라는 9월 30일에 하심 사피에딘을 새 지도자로 세웠으나, 그 역시 10월 3일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죽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조직적인 암살은 헤즈볼라의 군사적 효율성을 약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군 사기를 현저히 저하시켰습니다.

현재 헤즈볼라는 통신망이 해킹당하고, 군사 인프라가 파괴되고, 주요 지휘관과 간부가 암살되어 헤즈볼라 창단 이래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레바논 사람들은 헤즈볼라의 운명과 미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레바논의 유명한 사회활동가 바디아 파흐스(Badia Hani Fahs: 시아파 종교지도자 하니 파흐스의 딸)가 헤즈볼라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고 9월 23일자 알아라비야 신문이 전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쟁에서 이기는 자는 비행기(전투기)를 소유한 자이고 마흐디(Saahib al-Zamaan: 종말에 마흐디가 오면 이 땅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온다고 믿음)가 아니며, 무슬림의 기도(du‘aa’)가 부상자를 치료하지 못하고 약을 먹어야 치료된다.”고 썼습니다. 그녀는 헤즈볼라가 종교적인 구호에만 의존하는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3. 헤즈볼라의 내일

필자는 헤즈볼라의 내일을 전망하려면 헤즈볼라의 지정학적인 요인 외에 다음 두 가지 사항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시아 무슬림 연대

헤즈볼라는 이란으로부터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란의 대리전(Proxy Warfare) 전략의 일환으로 이스라엘과의 충돌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수니 이슬람국가들과 이스라엘의 외교관계를 살펴보면, 이집트와는 캠프데이비드 협정(1979년)이, 요르단과는 평화협정(1994년)이, 아랍에미레이트와 바레인과는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이 맺어져 이스라엘이 수교한 수니 이슬람국가는 총 4개국에 이릅니다. 근래에 미국의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평화 무드가 형성되면 시아파 이란에 대한 중동 판 수니 NATO가 결성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이란의 사주를 받은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수니 이슬람국가와 이스라엘과의 평화무드를 분쇄하기 위하여 전쟁을 일으키고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헤즈볼라가 시아파의 알라위파 출신인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고,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자 수니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걸프 아랍 국가들의 적대감도 심화되었습니다. 따라서 현 상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이스라엘과 수니 아랍국가들-이란, 헤즈볼라, 시리아의 역학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이슬람 원리주의

헤즈볼라는 레바논 내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반이스라엘주의 정서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이슬람원리주의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슬람 영토를 점령 중인 이스라엘의 ‘섬멸’을 촉구하는 것은 이슬람 원리주의에 근거한 이데올로기입니다. 정치비평가들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쟁을 시온주의자들과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갈등이라고 평가합니다.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은 유대인들이 멸망할 때까지 계속 싸우라고 부추기며 이스라엘과 싸우다 죽는 것은 순교이며 이는 무슬림으로서 최대의 영광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무슬림들이 유대인들을 증오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잃어버린 이슬람의 땅 팔레스타인을 회복하려는 것뿐 만아니라 이슬람의 경전 쿠란과 하디스에 7세기부터 이미 유대인들을 저주하라고 명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믿는 사람들아, 유태교도나 그리스도교도를 벗으로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서로서로가 벗이다. 너희들 속에 그들을 벗으로 하는 자가 있으면 이 자들도 그들과 한 통속이다. 알라께서는 무지막지한 백성을 인도하시지는 않으신다.(쿠란 5:51)” 따라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일시적인 휴전을 하거나, 설령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멸절시킨다할지라도(가능하지도 않지만), 팔레스타인 땅에 이슬람 원리주의가 있는 한 이스라엘- 헤즈볼라의 갈등과 투쟁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샬롬!(히브리어)’과 ‘쌀람!(아랍어)’이라고 평화의 인사를 하는 그곳에 진정한 평화가 임하길 기도드립니다.

각주

1)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이 재외동포신문에 기고한 “‘히즈불라의 미래’에 대한 레바논 시아 무슬림의 생각”이란 글을 참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