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이 공업 이야기>, 야마다 아키오, 김연한 옮김, GRI.JOA, 2013)

오래 전 보게 된 다큐멘터리였다. 런닝과 반바지 차림새로 회사를 돌아다니며 안 쓰는 전깃불을 끄고 다니시는 사장님. 선풍기를 돌려서 이름이 적힌 종이를 날려 가깝게 떨어지는 순서대로 직책을 정한다. 공장장은 업무가 비는 시간에 배수로를 만들고, 벗겨진 페인트를 직접 칠하는데 모두 회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란다.

책을 통해 좀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중소기업의 엔지니어로 일하며 ‘저녁이 없는 삶’에 익숙하고, 가정에서보다 더 오랜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는데,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가끔씩 아니 점점 갈수록 자주 들곤 했다. 그 당시 마음 설레며 읽었지만 이런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소망만 마음속에 고이 묻어 두었다가 최근 직장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다시 한번 책을 펴 보았다.

1965년 설립된 미라이 공업은 건축에 이용되는 전기용품 제조업체로 직원 수가 1,000명이 넘는 중견 기업이다. 현재까지 대기업을 제치고 업계 1위를 고수하며 경상이익율 11%(동종업계 3%)로 비교적 높은 수익을 가지는 회사이다.

야마다 아키오 사장은 젊은 시절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다 연극에 미쳐 쫓겨난다.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그는 극단 동료 세 명과 함께 아버지 회사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전기 제조 설비 업체를 만들고 살아남기 위해 다른 회사와는 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는데, 그 차별화는 바로 ‘직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직원을 행복하게 만들면 직원은 열심히 일한다.’

'보고, 연락, 상담'은 금지다. 최소한의 보고 외에는 모두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판단으로 행동하면 된다. 출장도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마음대로 갈 수 있고, 업무 할당량도 본인이 정한다. 근무 시간은 7시간 15분, 근무 시간이 짧은 만큼 그 시간만큼은 미친 듯이 일한다. 인간답게 살려면 퇴근 전에 마쳐야 하니 잡담, 인터넷도 할 틈이 없다.

‘항상 생각하라.’

미라이 공업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이다. 제안서를 내면 내용을 보기도 전에 500엔을 지급한다. 하물며 낙서를 내도 준다. 자기 이름을 내니까 창피하지 않으려면 뭐라도 그럴듯한 것을 써서 내게 되니 여러 개선 제안과 아이디어가 나온다.

또한, 어떤 모임이라도 5명만 모이면 동호회 활동비를 지급한다. 심사도 없고, 활동 보고도 없어 사기 치기에도 좋지만, 심사하는 사람에게 주는 급여가 아까워 심사를 안 한단다. 행복을 느끼며 열심히 일해달라는 회사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다른 직원 복지도 가히 혁명적이다. 징검다리 휴일 등은 모두 이어서 쉬기에 쉬는 날이 연간 140일 정도로 일본 내에서 가장 많고, 1년에 한 번씩 전체 직원 국내 여행을, 5년에 한 번씩은 해외 여행을 간다. 정년 퇴임은 70세이다. 60세부터는 임금 상승은 없지만 동일 임금으로 일할 수 있다. 구조 조정은 물론 한 번도 없었다.

행복한 회사가 이익을 남겨야 오래가고 그래야 정년까지 행복하게 일할 수 있으므로 사원들은 어떻게 이익을 남길 수 있을까 ‘항상 생각한다.’

비정규직, 파견직은 없고, 수습 기간도 없다. 모두 정규직이다. 시간외근무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사원을 한 명 더 뽑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인간이 인간을 평가하는 한, ‘감정’이 안 들어갈 수 없으므로 ‘성과주의’는 도입하지 않았고, 오로지 ‘나이와 경력’으로 급여를 결정한다.

“장사는 고객을 감동시켜야 해.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이 누구냐. 바로 직원들이니, 경영자는 고객보다 먼저 직원을 감동시켜야 해.”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서인지 연간 많은 사람들이 회사 견학을 온다고 한다. 특히 한국에서도 많이 오는데, 2013년 당시에는 대기업을 포함하여 연간 1,500명의 한국인이 견학을 와서 배우고 갔다. 견학 온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경영은 우리 회사에서는 힘들다’며 돌아가나, 일부 회사에서는 작은 영역이나마 도입해 보기도 한단다.

‘사람을 쥐어짜서 일하게 하지 않으면 기업이 살아남지 못한다. 이윤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며 과로사로 이어지는 근로 환경을 만드는 기업들 이야기는 여전히 뉴스에 계속 나오고 있다. (올해에만 쿠팡에서 일하던 노동자 6명이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미라이 공업의 힘은 이런 유토피아적 경영을 하면서도 꾸준한 영업 이익과 매출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미라이 공업과 같은 기업들이, 그 기업들의 이야기가 나왔으면 한다. 무엇보다 직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이 어려운 시장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조주희 (색동 교회 교인, 회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