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부모란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자녀를 이용하거나 자녀의 감정을 무시하며 자신의 욕구만을 중시하는 부모를 의미한다. 나르시시스트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은 자신의 주관과 가치관이 형성되기 이전부터 양육자의 말과 태도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부모의 문제가 무엇인지, 부모에게서 받는 나쁜 영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은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늘 힘들고 두렵고 억울하고 답답함을 느낀다. 늘 자신이 부족하고,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괴로움을 느낀다. 행여 내 부모가 나르시시스트라면 부모의 양육방식이 나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음을 기억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9가지 특징을 살펴보자.

1. 자녀의 생각과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녀의 기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들에게 자녀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내적 만족이나 행복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자녀가 어떤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무엇을 싫어하는지, 또는 실망하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고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없다. 자기중심적인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특히 강하게 생각하면서 타인의 필요 사항보다는 자신의 필요 사항에 대해 극도로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자녀나 가족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들은 자녀가 받는 상처 따위엔 관심이 없다. 자녀가 힘든 감정을 털어놓으면 본인이 더 힘들었다고 화제를 전환하며 자녀의 감정에 대한 이해와 공감 없이 무시하고 억압시킨다. 자녀가 학교에서 왕따당하고 폭력에 시달려 자살 충동을 느끼고 괴로워하는 위기 상황에 부닥쳐도 그 고통스러운 감정을 별로 이해하지 못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대처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보호해주기는커녕 2차 피해를 준다. 

2. 자녀를 지배하고 조종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식의 인생이 곧 부모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을 하나의 독립적인 객체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 인생의 연장선이라고 보기 때문에 아이들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고 아이들의 실패가 자신의 실패라고 믿는다. 그래서 늘 부모가 원하는 인생을 아이가 살아가기를 강요하고 모든 것을 간섭하고 통제하려 한다. 모든 상황에서 늘 주도권을 가지고 싶어 하는 나르시시스트는 특히 인간관계의 상황에서 자신이 지배하고 조종하고 통제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으면 극도로 흥분하며 모든 것을 컨트롤하려고 한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식을 바꾸어 놓으려고 한다. 그래서 자녀들은 공부, 전공, 취미, 직업 등 어느 것 하나 자기 생각으로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고 부모의 눈치를 보게 된다. 힘이 약한 어린아이는 나르시시스트 부모를 따라갈 수밖에 없고, 온전하게 성장하지 못한다. 후에 그 자녀가 성인이 되어 독립하게 되었을 때도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조종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자녀는 여기에서 계속 휘말려 헤어 나오지 못하거나, 나르시시스트 부모와 아예 연을 끊어 자유롭게 살기를 선택한다. 

3. 자녀를 자신의 액세서리로 취급한다.

과장된 자기애로 가득 찬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신이 얼마나 우월하고 대단한 존재인지, 얼마나 성공한 사람인지를 드러내기 위해 안달이 난 사람들이다. 타인을 자신의 수단으로 여기는 나르시시스트들은 자기 자식 또한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낸 줄 수 있는 액세서리쯤으로 여긴다. 그래서 자녀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자녀가 원하는 진로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을 돕기보다는 자식을 통해서 타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점에 집착한다. 자녀를 자신의 품격을 끌어올려 주는 액세서리처럼 생각하기에 빛이 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 자녀는 외면하거나 함부로 대하고, 자녀가 높은 성취를 이루었을 때만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자신이 외면했던 자녀가 훌륭한 성취를 이루면 금세 자기 자신을 높일 수 있는 도구로 이용한다. 자신의 꿈, 욕망, 및 목표 달성을 위해 자녀를 이용하는 나르시시스트 부모들은 이런 자기 행동에 대해 어떠한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며 자녀의 삶을 마음대로 지시하고 통제한다. 

4. 자신이 항상 옳으며 절대 흠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늘 ‘자기 말이 다 맞다’라고 생각하고 자신은 항상 옳다고 여긴다. 이런 사고 때문에 자식뿐 아니라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하고 늘 타인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많다. 이들은 자기 잘못이 완전히 드러나더라도 자신이 그렇게 한 것은 남다른 이유가 있다는 식으로 늘 합리화한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늘 완벽한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행여나 상담받게 되더라도 전문가의 말을 절대 듣지 않는다. 자녀들은 자신이 항상 옳다고 여기는 나르시시스트 부모와 대화가 잘 이어질 리 없다. 마치 벽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5. 자녀들을 편애한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신을 더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자녀를 골든 차일드(Golden Child)로, 또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고 약하고 만만한 자녀는 스케이프고트(Scapegoat 희생양)로 만든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자녀가 바로 골든차일드이다. 자녀를 자신의 일부로 생각하기 때문에 골든 차일드인 자녀가 완벽한 모습을 갖게 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부모의 관심과 찬사, 그리고 시간과 자원이 골든 차일드에게 할애된다. 그런 모습은 부모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서이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이라고 보기 어렵다. 스케이프고트(희생양) 자녀는 부모의 가스라이팅과 정신적, 신체적 학대의 대상이 되다 보니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걷듯이 불안한 마음으로 부모의 눈치를 살피며 보낸다. 편애를 받은 사람이나 편애의 상처가 있는 사람이나 결국은 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희생양이 된다. 

6. 일이 잘못되면 책임을 회피한다. 

나르시시스트는 늘 남 탓을 하면서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행여 자신의 실수로 문제가 생겼을지라도 나르시시스트는 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향을 보인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녀가 장성한 이후 부모에게 과거에 힘들었던 이야기를 해도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않는다. 대충 얼버무리며 과거의 잘못에 대해 뉘우치는 대신에 지금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서 자식에게 죄책감을 준다. 

7. 집의 안과 밖에서의 모습이 다르다. 

선해 보이는 이미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남들 앞에서 훌륭하게 보이도록 열심히 관리한 이미지를 자신의 실제 모습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교회에서는 믿음 좋아 보이고 선해 보이는 한 권사님은 예배를 마치고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자기 앞에 끼어드는 차의 운전자에게 거칠게 쌍욕을 해댄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밖에서는 천사의 모습인데 집에서는 폭군이 따로 없다. 자녀들은 그 앞에서 어떠한 말대꾸도 할 수 없다. 자녀들은 집의 안팎에서 달라지는 부모의 모습에 혼란을 느끼며, 그런 이중적인 모습을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늘 비밀을 유지해야 하고 부모의 위신을 생각하며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거짓말을 해야 한다. 거짓말과 친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8 조건적으로 사랑한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조건이 없는 사랑이어야 한다. ‘네가 무슨 행동을 해도 나는 너를 사랑할 거야’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부모의 행동이다. 그러나 나르시시스트 부모들은 조건 없는 사랑이 아닌 조건적인 사랑을 준다. ‘이번 대회에서 100점을 맞지 않는다면’, ‘이번 대회에서 수상을 하지 않는다면’ ‘집에서 청소를 하지 않는다면’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르시시스트 부모가 함께 있다. 

9. 자식이 마땅히 가져야 할 경계를 침범한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녀의 모든 일을 속속들이 알기를 원하며, 자녀의 사생활을 잘 용납하지 않는다. ‘가스라이팅’으로 정신적인 경계를 침범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의 허락 없이 자녀의 일기장을 보고, 방을 뒤지고, 자녀의 물건을 묻지도 않고 버리며, 자녀의 방에 노크 없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면서 감시하기도 한다. 자녀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지 않는 이런 정신적, 물리적 경계의 침범은 자녀가 온전히 성장하고 독립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래서 가스라이팅에 더욱 취약해지게 된다. 그렇게 가스라이팅에 넘어가 나르시시스트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나르시시스트의 온갖 화와 분노, 죄책감 등을 해소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임석한 목사(성복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