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24년 10월 17일 불꽃교회에서 개최된
<2024 제6회 한국상담목회자 컨퍼런스>에서 발표되었습니다.(편집자 주)

상담목회란 무엇인가?

정푸름(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들어가는 글

우리가 쓰는 언어는 여러 의미로 구성된다. 언어로 특정한 내용을 담아내기까지는 오랜 세월과 공동체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오늘의 제목 “상담목회란 무엇인가?”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표현이다. 심리학, 경제학처럼 ‘상담목회’를 고유명사로 이해할 수도 있겠고, 실제로 ‘상담목회’의 전공명도 있기는 하지만, 오늘의 제목은 이번 세미나에서 담아내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상담목회’는 일부 목회상담의 프로그램만을 적용하는 목회가 아닌, 목회상담이 목회의 전체적인 방향이며 중심에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목회상담을 목회에 적용하는 것은 목회상담을 프로그램화하고, 1-2명의 전문가(대부분이 목회자)가 그것을 진행하고, 어느 특정한 시기에만 일시적으로 행해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목회상담이 목회의 전체적인 방향이 되고 목회상담이 목회의 중심이라는 ‘상담목회’는, 목회의 방향, 목회의 목표, 목회의 계획,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상담과 돌봄의 정신이 녹아져 있고, 그 토대 위에 목회의 내용이 놓이게 된다는 의미이다.

대학원 재학시절 “목회상담 개론”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화이트보드에 우산을 크게 그리셨다. 그러고는 우산의 면, 우산살, 우산대를 각각 목회상담과 연관지어 보라고 하셨다. 목회돌봄, 목회신학, 목회상담, 목회심리치료, 임상목회 등이 각각 우산의 어느 부분에 해당이 되는 것 같은지 대입해 보라는 것이었다. 강의를 듣던 대부분의 학생은 목회상담이 우산의 면이나 우산대에 해당할 것이고, 목회심리치료와 임상목회는 우산살 등에 해당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가장 넓은 우산의 면에 목회돌봄이라고 써넣으셨고, 목회돌봄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목회상담도 목회신학도 무의미하다고 말씀하셨다.

돌봄은 상담에 비해 전문적이지 않은 분야로 인식되었고, 전문적이지 않은 것은 치료나 치유의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돌봄은 방대하지만 체계적이지 않고, 주먹구구식의 부족한 이론적 토대를 가진 일련의 행위라고 생각되곤 했다. 목회상담은 초기부터 목회상담과 돌봄을 함께 언급하며 한 번도 분리한 적은 없지만, 돌봄의 의미가 다소 축소되어 뒷방으로 밀려놨던 경우는 종종 있었다. 현대적인 목회상담의 시작부터 목회상담은 성서신학이나 조직신학에 비해 덜 중요한 학문으로 신학교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했던 적이 많았고, 일반 심리치료가 급부상하는 시기엔 항상 덜 전문적인 분야로 무시당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목회상담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상담목회의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영혼 돌봄의 여정

상담목회의 가장 큰 특징은 돌봄이다. 상담목회는 돌봄목회가 되어야 한다. 영혼을 돌보는 목회는 천지창조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나님의 숨결로 인간은 창조되었고 그분의 창조 세계를 돌보는 책임을 부여받았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날 때도 수치심을 안 인간에게 옷을 입히셨고, 해산의 고통을 주시기도 했지만, 생명을 돌보는 기쁨도 알게 하셨다. 족장사와 출애굽을 거쳐 포로기까지 한결같은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돌봄의 사랑을 보여주셨고, 신약시대 이르러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으로 돌봄이 무엇인지 직접 알려주고자 하셨다.

현대의 목회상담은 이런 기독교 전통에서부터 그 출발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전통을 계승한 현대적인 의미의 목회상담은 20세기 초반이 그 시작이라고 볼 수 있고, 서구에서는 안톤 보이센이 임상목회교육을 시작하며, 교재와 문서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인간문서”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 영혼 돌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자신의 정신적 투병의 경험을 토대로 삼아 인간의 심리를 깊이 있게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 그의 “살아있는 인간문서”의 정신은, 기존의 신학교에서 일반 문서로 숙고(reflection)를 먼저 한 후에야 실행(action)에 옮기던 것을, 살아있는 경험을 돌보는 실행을 먼저 한 후 그다음 숙고하자고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목회상담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것이 한국전쟁 어간이지만, 한국 개신교 역사 140년간 영혼의 돌봄과 치유 목회는 계속 있어 왔다. 초반에는 선교사들 중심으로 미신, 남녀 차별, 신분 차별을 타파하는 노력으로 영혼을 돌봤으며, 이후에는 사역자들 중심으로 교육과 강한 권면의 부성적 돌봄과 헌신적인 전도부인들의 산파적 돌봄이 함께 작용하며 가난과 전쟁으로 상처받은 영혼들을 보살폈다. 이후 한국사회의 경제적 도약기와 정치적 혼란기에도 교회는 병 고침으로, 교육으로, 구제로, 영과 육에 돌봄을 제공했으며, 억울하게 탄압받는 민중들과 연대하며 영혼 돌봄에 충실했다.

80~90년대에 들어와 신학교에서 목회상담을 필수로 수강한 목회자들이 교회로 배출되면서, 교회의 목회상담은 전문 영역으로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그 당시의 교회 안에서 목회상담과 돌봄은 내적치유나 가정사역으로 주로 실행되었다. 21세기의 목회상담과 돌봄은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전문화되었고, 중대형 교회에는 상담실 또는 상담센터가 자리하고 있으며, 상담 교육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교회와 기관도 많아졌다. 이젠 교인들도 다양한 유형의 상담을 받는 것, 상담에 관한 강의를 듣는 것, 상담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더 이상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상담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다시 돌봄, 그 이유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돌봄목회를 강조하며 돌봄을 전면에 다시 내세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전문적인 심리상담이 가장 주목 받을 때 돌봄의 성격이 가장 약화한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보이센에 의해 임상목회상담이 큰 발전을 이루긴 했지만, 그 시기에 인간 이해에 관한 권위를 신학이 아닌 심리학에 주었다. 신학이 인간이 겪는 위기와 세세한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한다고 사람들은 느끼기 시작했고, 교리적 신학은 인간의 아픔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꼈다. 반면, 심리학은 인간의 삶의 경험이나 종교적 경험을 여러 표현으로 설명한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비로소 생긴 것이라 이해했다. 돌봄은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고, 구체적인 행위이기보다는 정신이자 태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이며 가시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 ‘돌봄’을 잡기보다는, 명확하게 설명하는 심리학의 이해만이 효율적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교회의 필요에 의해 명료한 상품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때로는 주객이 전도되어 돌봄의 토대는 희미해지고 기술적인 접근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돌봄을 강조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사회가 너무 급변하기 때문이다. 사회문화적인 가치나 흐름을 개개인이 다 통제할 수 없고, 그 변화에 반문하고 적응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교회는 사회의 영향을 받아야 하고, 사회는 교회의 영향을 받아야 한다. 돌봄이란 주제는 목회상담의 주제만은 아니고, 최근 들어 가장 중요한 사회적 키워드가 되며 돌봄 윤리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돌봄이 잘 되어서 돌봄을 더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겠고, 돌봄이 필요한 주제와 대상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목회상담과 돌봄은 우리가 놓인 상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개개인이 놓인 상황은 교회 내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문화와 연결된 상황일 가능성이 크고,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 모세가 가로막힌 홍해 앞에서 “두려워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날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출 14:13)고 외친 것처럼, 새롭게 맞닥뜨린 상황에서는 가만히 서서 하나님의 구원을 찾아가야 하는데, 그럴 때 목회적 돌봄이 제공되는 것은 중요하다.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만이 아닌, 답을 함께 찾아가는 동반자 관계의 돌봄 공동체가 이 급변하는 사회 구성원인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돌봄의 전제

돌봄을 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은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목회신학자인 보니 밀러-맥리모어는 “살아있는 인간문서”를 “살아있는 인간 망”이란 개념으로 발전시켰고, 이를 통해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과 맥락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문제는 언제나 현실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지, 단독적으로 심리적 내면의 문제나 관계의 문제일 수만은 없다. “살아있는 인간 망”의 패러다임은 돌봄의 영역을 더 넓은 문화, 사회, 종교와 영성의 맥락 속에서 이해할 것을 강조한다. 심리학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인간 이해에 대한 모호한 신학을 피할 수 있게 해줄 순 있지만, 관점을 너무 협소하게 개인에게 국한 시키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개인에게 집중해야 하는가 아니면 상황과 맥락에 집중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 밀러-맥리모어는 사람은 그가 속한 ‘망’과 상호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 돌봄의 관심사는 “망 안에 존재하는 살아있는 인간문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있는 인간 망”은 교회 공동체를 중요한 연결된 자원으로 인식한다. 교회는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공동체의 역할을 이미 수행하고 있지만, 돌봄을 기존의 틀의 한계를 인식하고 더 넓은 장에서 연계하며,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결된 ‘망’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밀러-맥리모어의 “인간 망”의 개념이 대두된 그 배경에는 목회돌봄이 목회자가 아닌 교인들에 의해 조직되고 실행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존재한다. 심리학도 목회상담도 개인과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교인들은 이미 돌봄의 영역을 다양한 맥락과의 연결성으로 인식하며, 건강한 회중의 돌봄을 조직하고 발전시키는 “회중 돌봄(congregational care)”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이렇듯 돌봄은 교회 공동체를 강화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구성원들에 의해 돌봄의 장이 생성되고 확장 발전되기도 한다.

돌봄을 위한 또 다른 전제는, 우리 모두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돌봄을 주고받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는데 최소 필요조건이다. 타인을 돌보는 것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여기지 않거나, 타인의 돌봄이 내 행복의 핵심 요소라고 느끼지 않더라도, 인생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어려움을 혼자 헤쳐 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생존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인간이 관계를 맺고 상호 의존하며 살아가는 것, 돌봄과 인정을 주고받으며 연대하는 삶이 결국 진정한 행복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된다.

돌봄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는 일부에게만 해당하는 역할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필요로 하고 실천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모두 돌봄을 받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이희철은 돌봄의 목적이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을 돌보는 일이 결국 공동체의 강화를 목표로 해야 하므로, 돌봄은 언제나 공동체 중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돌봄의 주체이다. 돌봄이 특정 사람들만을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돌봄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돌봄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며, 돌봄 없이는 공동체가 연결될 수 없다.

돌봄 관계

돌봄에서는 관계성이 중요한데, 관계에는 자기를 헌신하며 전적으로 내어주는 관계도 있고, 같은 위치에서 맺는 상호적인 관계도 있다. 한국 교회의 돌봄은 타인을 위해 철저하게 헌신하는 관계를 주로 맺어 왔다. 성별, 나이, 지역, 관심사에 따른 소그룹을 통해 관계를 맺을 때도, 그룹의 리더가 그룹원들을 돌볼 때도 주로 아가페 사랑이 그 모델이 되었다. 평신도 돌봄을 연구한 김수영은 동유럽의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의 신학 용어를 사용하여 이런 관계 맺음을 “자기를 내어줌”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관계는 타자를 주체로 만드는 관계이고, 타자 중심의 태도를 가지며,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줌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예수가 우리를 위해 자신을 내어준 신학적 전통의 돌봄은 자기를 철저하게 타인을 위해 내어주는 관계성이 분명 존재하며, 이런 희생 없이는 관계 형성이 어려울 때도 있다. 자기 내어줌의 관계는 교회 안에서 익숙한 방식이지만, 상호적인 관계는 낯선 방식일 수 있다. 앞에서 우리는 모두 돌봄의 주체인 동시에 돌봄이 필요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돌봄을 위해서는 상호적인 관계 맺음도 필요한데, 상호성은 관계에 참여하는 이들이 충분히 관계에 참여하고 관여하는 방식이다. 상호성은 서로를 존중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상대에 의해 변화되어 가는 개방됨이지만, 동일하거나 평등한 것과는 구분되는 관계 개념이다.

상호적인 관계는 타인의 주관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계다. 이 관계에서는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들의 정체성을 존중하며,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차이와 상대의 특성을 그들만의 고유성과 독특성으로 인정한다. 대상에 대한 공감과 관심은 상호적인 관계의 필수 조건이 된다. 상호적인 관계에서는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이 주체가 된다. 마틴 부버의 ‘나-너’ 관계를 통해 이 주체성을 설명할 수 있다. ‘나-너’는 ‘나-그것’의 관계와 다르게 주체와 주체가 맺는 관계이다. ‘나-그것’의 관계는 주체와 객체가 연결되는 관계로, 기계적이고 도구적인 관점이며 일시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반면, ‘나-너’의 관계는 인격적이며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지는 관계를 뜻한다. 부버는 관계에서 내가 나의 ‘너’에게 영향을 주듯이, 나의 ‘너’도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관계에서 ‘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나-너’의 관계나 ‘나-그것’의 관계로만 존재한다. 그 차이는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부버도 관계를 내가 나의 ‘너’에게 영향을 주듯이 나의 ‘너’도 영향을 미치는 상호성이라고 강조한다. 관계에서 ‘나’ 자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나-너’의 관계든지 ‘나-그것’의 관계로만 존재하는데, 그 차이는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한다.

상호적인 관계에서는 어떤 자아로 관계를 맺는지가 중요하다. 주체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 관계에 속한 모두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부버는 ‘나-너’ 관계에서 관계를 맺는 ‘나’는 온전히 존재를 기울여야 가능한 관계라고 주장한다. 반면 ‘나-그것’ 관계에서는 온전히 존재를 기울일 수 없기 때문에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며, 온전히 기울여진 ‘나-너’의 관계가 아니고서는 관계라고 부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온전히 존재를 기울인 관계는 그 관계에 참여하는 주체들에게 자아의 변형을 경험하게 한다. 상호적인 관계에서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자아 경계의 변형을 통해 변화와 성장을 이루는 경험이라고 언급한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그 경험을 이해하는 상호적인 관계는 자아의 확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처럼 상대를 존중하고 관심을 갖는 관계에서는 자아의 경계가 확장되며, 그로 인해 상호적인 관계와 성장이 가능해진다.

상호적인 관계는 아름답고 순탄하기만 한 관계는 아니다. 갈등과 취약성이 경험되는 관계다. 일반적인 관계는 갈등을 부정적인 요인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호적인 관계에서는 갈등 없이는 친밀감은 형성되지 않는다고 본다. 정확히 말하면 갈등을 함께 경험하고 함께 극복해 낼 때 친밀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취약할 수 있는 용기가 부재하다면 상호적인 관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취약함에 머무를 수 있는 용기가 개방성을 가능하게 하고, 갈등 앞에 머물 수 있는 취약함이 존재할 때 관계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갈등, 개방성, 취약함의 용기 모두 주체성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권력관계에서 힘의 차이를 민감하게 의식해야 한다. 힘의 불균형이 일어날 때는 갈등과 취약함을 경험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대상의 주체적 결정이어야 한다.

나가는 글

이 글은 목회상담에서 "돌봄"의 핵심적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돌봄이 목회의 전체적인 방향성에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전통적으로 목회상담은 주로 교회의 일시적인 프로그램, 또는 특정 전문가에게 국한된 영역으로 여겨졌으나, 필자는 상담목회가 일시적인 행사를 넘어서야 하며, 돌봄이 목회 전체의 근간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돌봄은 단순 프로그램의 일부가 아니라 교회의 전반적인 방향과 목표, 계획 속에 돌봄의 정신이 깃들어야 하며, 교회의 모든 활동과 목회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요소로서 돌봄이 자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봄은 단순히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활동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돌보는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사역이며, 현대의 급변하는 사회에서 교회와 공동체가 돌봄을 통해 영적, 심리적 치유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돌봄은 전문가 한 사람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전체가 함께 실천해야 하는 중요한 책임이다.

교회는 사회 속에서 돌봄의 공동체로서 존재하며, 교회의 돌봄이 사회의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사회와 교회가 연결되어 돌봄의 가치를 더 강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목회상담의 본질은 돌봄에 있고, 돌봄이 목회의 핵심 방향이 되어, 더욱더 건강한 신앙 공동체 구성원들이 길러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