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이중성을 가진 나르시시스트는 피해자의 정서적 에너지를 갉아 먹으면서 대외적으로는 사람들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고, 피해자에게 늘 자신이 대인관계가 얼마나 좋은지를 어필하고 과시한다. 과연 실제로 대인관계가 좋은 것일까? 오늘은 이들의 실제 대인관계가 어떠한지에 대해 그 특징을 다섯 가지로 살펴보자.

1. 아무 문제가 없을 때는 참 좋은 사람처럼 보인다. 

   나르시시스트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평판이다. 선해 보이는 이미지가 그들에겐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 그들은 평소에 사람들로부터 좋은 이미지로 보이는 자신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미지관리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찬사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르시시스트를 처음 만났을 때나, 아직 나르시시스트와 관계를 맺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나, 깊은 교류를 하지 않고 가끔 만나거나, 거리가 있어서 자주 만날 수 없는 이들은 나르시시스트의 모습을 보고 어떤 문제점을 잘 느끼지 못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참 좋은 사람처럼 보인다. 이들은 보통 활발하고,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 거리낌이 없고, 자신감 넘치는 아주 매력적이고 성격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르시시스트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다 보면 뭔가 쎄한 느낌을 갖게 된다. 처음에 그렇게 좋아 보였던 그들의 모습과는 정반대되는 그들의 이중성을 경험하면서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사람들과 관계가 좀 더 가까워질수록 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는데 특히 자기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 그리고 만만한 사람을 상대할수록, 그 앞에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생기거나 질투하는 대상이 생기면 편을 갈라 이간질하고 문제를 악화시키기에, 주변에 알게 모르게 적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의 끝은 좋을 수가 없다.

2. 착취적 태도와 공감 능력 부족이 점차 드러난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자기 자신에게 과도하게 집착하고, 자신의 외모, 능력, 성취 등을 과장되게 인식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외부의 찬사와 인정을 갈망한다. 이렇게 극단적인 자기애와 과도한 자기중심성을 가진 나르시시스트들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며, 타인도 자신처럼 고유한 감정과 욕구를 가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이들에게 있어 타인이란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해줌으로써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수단적 존재’일 뿐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타인에게 과도한 것을 요구하고도 당연하다고 여기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분노하는 착취적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자신에게 권력이 주어졌을 때, 그리고 상대방이 좀 약하고 만만해 보이는 사람일 때 그런 태도는 더욱 심해진다. 자기중심성으로 가득한 이들은 타인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며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서 맞춰주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돕고는 뿌듯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다. 이들은 진정으로 상대방을 인정하거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감정을 제대로 공감하며,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맺기가 힘들다. 

3. 본인의 대인관계 행동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잘 모르고, 자기 행동이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잘 인식하지 못한다. 특히 권력을 가지고 있는 나르시시스트들은 타인에게 그렇게 부당한 요구를 하고 착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한다. 오히려 자신은 남을 배려하고 돕는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이, 행여나 자신이 피해를 볼까 봐 자신이 당한 부당함을 항의하거나 불편함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르시시스트는 사람들이 자신을 매우 좋아한다고 느낀다. 시간이 지나서 나르시시스트에게 질려버린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멀어지거나 부정적 반응을 보일 때, 나르시시스트들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몹시 분하게 여기거나 사람들이 자신을 멀리하는 이유는 잘난 본인을 시기해서라고 치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르시시스트들이 당신 앞에서 자기 자신이 굉장히 대인관계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아무리 말하더라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될 것이다. 

4. 다른 사람에 대해 과도하게 이상화 혹은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좋다/싫다, 우월하다/열등하다, 착하다/나쁘다’와 같이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를 한다. 사람 또한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때문에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을 양극화하는 경향이 있다. 지나치게 이상화하거나 아니면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자신을 알아주고 대단하다고 해주면 ‘좋은 사람’이고 대단한 자신을 알아볼 눈이 있는 사람이라고 간주하는 반면, 본인을 그만큼 알아주지 못하면 자신을 시기하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적대시한다. 또한 자기가 중시하는 부분에서 상대방이 본인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쉽게 평가절하하고 무시하며 하대하기도 한다. 
   또한 나르시시스트들은 감정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자신과 감정이 별개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따라서 자신이 왜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나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알지 못하며 또 알려는 의지조차 없다. 당연히 남 탓이기 때문이다. 이런 유아기적 사고방식은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대로 상황을 판단하게 한다. 기분이 나쁘면 타인에게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해서 타인을 평가절하하고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전가한다. 그들은 사람에게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동시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충동적인 감정을 좋다/싫다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통해 이상화-평가절하를 오가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자신의 기분이 왜 그런지도 모른 채 상대 탓을 하며 비난하거나 상대를 추켜세워주거나 하는 극단적인 태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때 상대방의 기분 따위는 당연히 중요하지 않다.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감정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변덕스럽다. 비난하다가도 추켜세워주고 잘해주고 폭군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세상에서 제일 가련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5. 자꾸만 무리를 짓고 자기편을 만든다. 

   나르시시스트들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이유는 오직 자신의 힘을 강화하고 과시하기 위해서이다. 한 명이라도 더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서 자기가 하는 말에 조금이라도 힘을 싣고 자기 말에 영향을 키워 사람들과 세상을 향한 지배력과 통제력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힘의 논리만을 정의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상대가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도록 만들 수 있을지에 골몰하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러브바밍을 시도하며 어떻게든 자기편을 만들려 한다. 

임석한목사(성복교회)